공직자는 도적질 말아야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성철스님을 모시고 통영 안정사토굴에서 수도 정진하던 그해 여름철이었다. 어느결에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안정사에 고승이 주석한다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속세의 많은 사람들이 안정사를 찾아와 성철스님으로부터 설법 듣기를 원하였다. 그때도 성철스님은 속세의 사람들에게 달리 법어를 내리지 않고「불전 삼천배」를 권장하고 면벽참선에 들어 버리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고을의 군수와 경찰서장이 땀을 흘리며 역시 성철스님으로부터 고매한 법어를 듣겠다는 생각으로 산사를 찾아 왔다.
면벽 참선중인 성철스님에게 군수가 예를 갖추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큰스님, 나라가 잘 되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하교하여 주십시요.」
역시 성철스님은 면벽 좌선중에 잠시 돌아 앉아 자비롭게 파안미소하며 손으로 물건을 가리키며 자상히 대답했다.
「저기 복과 지혜가 구족한 대성인인 부처님이 계시지 않소. 그분께 삼천배를 하시오. 참회와 원력을 세우며.....」
군수 · 서장은 쉬 물러나지 않았다. 그들도 성철스님의「불전 삼천배」의 소문을 익히 들은지라 물러나지 않고 성철스님의 법어만을 집요히 요청했다. 그들은 몇번이고「나라가 잘 되려면...」의 하교를 청하는 것이었다. 찰거머리 같이 붙잡고 늘어져 성철스님의 육성 법어를 듣지 않고는 결코 떠나지 않겠다는 투였다. 그 장면이 하도 딱하여 나는 성철스님께 말씀드렸다.
「큰 스님, 한 말씀 해주시지요.」
벽을 향해 돌부처처럼 앉아 있던 성철스님이 마침내 형형한 눈빛으로 군수와 서장을 향해 돌아 앉았다.
「내 말을 꼭 들으시겠오?」
군수와 서장이 이구동성으로 합창하듯 말했다.
「네, 꼭 한 말씀 부탁합니다.」
성철스님은 형형한 눈빛으로 그들을 건네보더니 우뢰와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나라가 잘 되려면 공무원들이 백성들로부터 도적질하지 말아야 해!」
성처스님의 우뢰와 같은 음성을 듣고 군수와 서장은 혼비백산하며 어쩔줄 몰라했다.
성철스님은 단 그 말씀뿐, 다시 면벽 좌선에 들어가 버렸다. 이윽고 군수와 서장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선승의 뒷모습을 향해 오체투지로 삼배를 올리고 환희스러운 낯빛으로 안정사를 떠나갔다.
다음날 이른 아침 성철스님은 누더기 옷을 입고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었다. 성철스님은 자비롭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법당의 부처님은 찾지 않고 나만 찾으니 공부가 되겠느냐. 자, 어디론가 공부처로 떠나자.」
어리둥절하던 나는 이윽고 성철스님의 말씀의 뜻을 뒤늦게 깨닫고, 표표히 산문을 떠나가는 성철스님의 족적을 놓칠세라「큰스님, 같이 갑시다.」외쳐 부르며 뛰었다.
출전 : 큰빛 큰지혜(성철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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