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350-7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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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방에 들어가 좌선(坐禪)하였다. 이 때 로혜차 바라문에게는 젊은 제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돌아다니며 나무를 하다가 존자 마하가전연의 굴 근처에 이르러 서로 시시덕거리며 말하였다.
"이 굴 안에는 머리를 깎은 사문(沙門)이 살고 있는데 그는 까무잡잡하게 생겼다. 이 세상에서 그리 훌륭한 사람도 아닌데 로혜차 바라문은 그를 존중하고 공경하기를 아라한의 법과 같이 한다."
이 때 존자 마하가전연이 여러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아, 젊은이들아, 떠들지 말라."
모든 젊은이들이 말하였다.
"다시는 감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도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그러자 존자 마하가전연이 문 밖으로 나와 여러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아, 젊은이들아, 너희들은 떠들지 말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설법하리라. 너희들은 우선 들어보거라."
모든 젊은이들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부디 설법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듣겠습니다."
그 때 존자 마하가전연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옛날의 바라문들은
뛰어나고 묘한 계를 닦고 익혀
숙명(宿命)을 아는 지혜 생기게 되고
진실한 진리의 선정 즐겼느니라.
언제나 자비에 머물렀으며
모든 감관[根]의 문을 단단히 닫아
입의 허물을 항복 받았으니
옛 사람의 행은 이러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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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진실한 행은 버리고
거짓된 일만 지니고 있으며
족성(族姓)만 내세워 방일(放逸)하면서
모든 감관과 여섯 경계 따르는구나.
스스로 굶주리며 무덤에서 살고
세 번 목욕하고 세 가지 경전 다 외워도
감관의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으면
마치 꿈속에서 얻은 보물과 같다네.
머리를 땋고 가죽옷 입고
그릇된 계(戒)를 집착해 몸에 재를 바르며
추한 옷으로 몸을 가리고
지팡이 짚고 물병 지니는 것
그것은 바라문의 모양을 빌어
그로써 이양(利養)을 구하는 것이니라.
그 몸을 잘 거두어 보호하고
맑고 깨끗이 티끌과 때를 여의어
모든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 것
이런 이를 진정한 바라문이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젊은 바라문들이 성을 내면서 불쾌하게 생각하고 존자 마하가전연에게 말하였다.
"우리 경전을 비방하고, 그 말씀을 헐뜯으며, 바라문을 꾸짖고 있군요."
그들은 나뭇단을 가지고 로혜차 바라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그에게 말하였다.
"화상께서는 아십니까? 저 마하가전연이 우리 경전을 비방하고, 그 말씀을 헐뜯으며, 바라문을 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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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혜차 바라문이 모든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아, 그런 말 말라. 왜냐 하면 마하가전연은 연세도 많고 계와 덕을 존중하시는 분이시다. 그 분이 경전을 비방하고 그 말씀을 헐뜯으며 바라문을 욕했을 리가 없다."
모든 젊은이들이 말하였다.
"화상께서 저희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가서 살펴보십시오."
이 때 로혜차 바라문은 모든 젊은이들의 말을 믿지 않고, 마하가전연에게로 가서 서로 문안 인사를 하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마하가전연에게 말하였다.
"저의 여러 젊은 제자들이 여기에 왔었습니까?"
대답하였다.
"여기에 왔었습니다."
"그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셨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들과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로혜차 바라문이 말하였다.
"당신이 그 모든 젊은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지금 저를 위해 모두 말씀해 주십시오."
마하가전연은 곧 그를 위해 전부 말해 주었다. 그러자 로혜차 바라문도 역시 성을 내면서 불쾌한 마음으로 마하가전연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까 모든 젊은이들이 하는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지금 마하가전연께서는 진실로 우리들의 경전을 비방하고 헐뜯어 말하고 바라문을 욕하시는군요."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잠자코 있다가 조금 뒤에 다시 마하가전연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문(門)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것을 문이라고 합니까?"
마하가전연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바라문이여, 법다운 질문입니다. 내가 이제 그대를 위해 그 문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바라문이여, 눈이 곧 문이니 빛깔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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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입니다. 귀·코·혀·몸도 마찬가지며, 뜻이 곧 문이니 법을 분별하기 때문입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기이하십니다. 마하가전연이여, 제가 문을 묻자 곧 그 문에 대해 설명하셨습니다. 마하가전연께선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것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입니까?"
마하가전연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바라문이여,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물으니, 그것은 법다운 질문입니다. 이제 그대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바라문이여, 어리석고 많이 들어 아는 것이 없는 범부(凡夫)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생각할 만한 빛깔에 대해서 집착을 일으키고, 생각할 만하지 않은 빛깔에 대해서는 화를 냅니다. 그래서 몸을 관찰하는 염처[身念處]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에 대한 참다운 앎이 없고, 거기서 여러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일으켜 남김없이 완전히 없애지 못하며,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에 있어서 막히고 걸려 만족을 얻지 못합니다.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이 만족되지 않기 때문에 몸에는 악한 행이 가득 차서 휴식을 얻지 못하고, 마음이 고요해지지 못합니다. 고요해지지 않기 때문에 감관[根]의 문을 항복 받지 못하고, 지켜 보호하지 못하며, 닦고 익히지 못합니다. 저 눈과 빛깔·귀와 소리·코와 냄새·혀와 맛·몸과 감촉·뜻과 법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로혜차 바라문이 말하였다.
"기이하고, 기이하십니다. 마하가전연이여, 제가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묻자 곧 저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마하가전연이여, 그러면 또 어떤 것을 문을 잘 지켜 보호하는 것이라 합니까?"
마하가전연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그대는 훌륭하게도 내게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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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물으시는군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십시오. 그대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에 대하여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생각할 만한 빛깔에 집착을 일으키지도 않고, 생각할 만하지 않은 빛깔에 대해서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 마음을 거두어 몸을 관찰하는 염처에 머무르고, 한량없는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아, 거기서 일어나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남김없이 완전히 없앱니다.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에 대해서 만족을 얻고, 해탈이 만족된 뒤에는 몸으로 부딪치는 악한 행도 다 쉬게 되어 마음에 바른 생각을 얻습니다. 이것을 첫 번째 문을 잘 항복 받고 지켜 보호하며 닦고 익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눈과 빛깔에서와 같이, 귀와 소리·코와 냄새·혀와 맛·몸과 감촉·뜻과 법도 또한 그와 같이 합니다."
로혜차 바라문이 말하였다.
"기이하십니다. 마하가전연이여, 제가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를 묻자 곧 저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비유하면 어떤 장정이 독한 약초(藥草)를 찾다가 도리어 감로(甘露)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지금 저도 내 제자들처럼 화가 나서 찾아와 이 자리에 앉았는데, 마하가전연께서 큰 법비[法雨]를 제 몸에 내리시니 마치 감로가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마하가전연이시여, 집에 일이 많아 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마하가전연이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때를 아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이 때 로혜차 바라문은 마하가전연의 말을 듣고, 그 말을 따라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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