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말씀

실수로 저지른 일의 깊음은 실수로 받는다

근와(槿瓦) 2016. 7. 5. 23:49

실수로 저지른 일의 깊음은 실수로 받는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한 노인이 일찍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과 함께 가난하고 외롭게 살았다. 그는 세상의 덧없음을 깨닫고, 출가하려고 부처님을 찾아가 그의 뜻을 말했다. 부처님은 그를 가엾이 여겨 출가를 허락하였다.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 비구가 되고 아들은 어리기 때문에 사미승이 되어 항상 아버지와 함께 마을로 들어가 걸식하고 저물게 돌아왔다.


그날도 그들은 먼 마을에까지 가서 걸식을 하느라고 해가 저물어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버지는 노쇠했기 때문에 걸음이 느렸다. 아들은 숲 속에서 사나운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잔뜩 겁이 났다. 급히 아버지를 부축하여 밀고 가다가 그만 발을 헛딛어 아버지를 땅에 넘어뜨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그 길로 죽고 말았다. 그러니 아버지는 아들에 의해 죽은 셈이었다.


사미 혼자서 울면서 돌아오는 것을 보자 비구들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아침에 스승(아버지)과 함께 걸식하러 나가더니 어째서 스승과 같이 오지 않고 홀로 돌아오느냐?”


사미는 사실대로 스님들에게 알렸다. 스님들은 그 사미를 몹시 꾸짖었다.

너는 아주 못된 놈이다. 제 손으로 밀쳐 스승을 죽게 하다니.”


그들은 곧 부처님께 이 일을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그 스승이 죽었지만 그것은 사미의 악의에서가 아니니라.”


하시고, 그의 아들인 사미를 불러 물으셨다.

너는 네 스승을 밀쳐 죽였느냐?”


사미는 울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발을 헛딛어 그리된 것이지만 악의에서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부처님은 그의 말을 듣고 시인하고 말씀하셨다.

사미여, 네 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너한테는 조금도 악의가 없다. 지나간 세상에서도 그와 같이 악의없이 죽인 일이 있었느니라.


과거 무량 아승지겁 전에 부자끼리 한 곳에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병이 났는데, 누워서 잠을 자려고 하면 파리가 이마에 날아와 자꾸 귀찮게 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시켜 파리를 쫓게 하고 잠을 좀 청하려고 하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머리맡에 앉아 파리를 날렸지만, 파리는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와 붙곤 하였다. 아들은 귀찮게 구는 파리 때문에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큰 몽둥이를 들고 파리를 내쫓았다. 그러다가 그만 잘못하여 아버지의 이마를 내리치고 말았다. 병자는 그길로 죽었다. 그러나 그때 나쁜 마음으로 일부러 죽인 것은 아니었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듣거라. 그때의 그 아버지는 오늘의 이 사미요, 그때 몽둥이로 아버지의 이마를 쳤던 아들은 오늘 길에서 넘어져 죽은 노비구니라. 그때도 고의 아닌 실수로 죽였기 때문에 오늘의 갚음도 실수로 된 것이다.” <현우경 兒誤殺父品>


*** 오늘 우리들은 거의 날마다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사람들의 보도를 보고 듣는다. 그들이 일부러 죽이지 않고 한 순간의 실수로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그 형량도 고의의 경우보다는 무겁지 않다. 어째서 현대사회에서는 이 과실(過失)이 그토록 범람하고 있을까. 끝없는 과실의 연쇄반응.


이 인연설화에 의하면 과실은 과실로써 갚음을 받는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남에게 잠깐 실수로 받는 피해를 이와 같은 인연의 논리로 받아 들인다면 크게 화내거나 속상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 화내고 속상해하는 피해는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받게 되니까.


, 인연의 얽힘이여, 제발 우리를 과실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출전 : 인연이야기(법정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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