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성전)-166-수행문3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제3절 다하고 다함없는 해탈법문
이때 중향세계(衆香世界)에서 온 보살들은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처음 이 나라를 보았을 때는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 들었사오나 이제는 스스로 꾸짖고 그런 마음을 버렸나이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방편은 불가사의하고 중생들을 교화시키기 위하여 그들의 하고자 함을 따라 부처의 나라를 나타내시기 때문입니다. 바로옵건대 세존이시여, 몇마디 법문을 주시어 저희들이 환국한 뒤에도 부처님을 생각하게 하소서.」
부처님은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다하고 다함이 없는 해탈의 법문이 있으니 너희들은 잘 배우라.
어떤 것이 다함인가. 함이 있는 법(有爲法)을 이름이요 다함이 없다는 것은 함이 없는 법(無爲法)을 말하는 것이다. 보살들은 함이 있는 법을 다하지도 않고 함이 없는 법에 머물지도 않느니라.
어떤 것이 함이 있는 법을 다하지 않느냐 하면 큰 사랑을 여의지도 않고 가엾이 여김을 버리지 않으며 일체 지혜의 마음을 내고는 중간에 잊지 않고 중생들을 교화하되 끝내 싫증냄이 없으며 四섭법(攝法)으로 항상 따라 행하기를 생각하고 바른 법을 보호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온갖 선근(善根)을 심되 피곤함이 없느니라.
또 뜻은 항상 방편으로 회향(廻向)하는데 머물러 있고 법을 구하되 게으르지 않으며 설법하는데 인색함이 없고 부지런히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되 짐짓 나고 죽음에 들어가되 두려워함이 없고 온갖 영화와 욕됨에도 마음에 걱정하고 기뻐함이 없으며 배우지 못한 이도 가벼히 여기지 않고 배우는 이를 공경하되 부처와 같이 하여 번뇌에 떨어진 사람에게 바른 생각을 내게 하고 세속의 즐거움을 멀리 여의고도 그것을 장하다고 생각지 않으며 자기 즐거움에 집착하지 않고 남의 해탈을 경사롭게 여기느니라.
또 모든 선정(禪定)에 들되 지옥같이 생각하고 나고 죽음 가운데서도 동산에 노니는 것 같이 생각하며 와서 구하는 이를 보면 좋은 스승으로 생각하고 온갖 것을 다 버리고 일체 지혜를 갖추고자 하며 파계한 사람을 보면 구호하기를 생각하고 모든「바라밀」을 부모처럼 여기며 도품법(道品法)을 권속인양 생각하고 선근을 일으키되 끝간 데가 없으며 온갖 청정한 국토를 장엄하는 일로 부처의 나라를 이룩하고 끝없이 보시를 행하며 상호를 구족히 하고 일체 악한 것을 제거하여 몸과 입과 뜻을 청정히 하느니라.
또 나고 죽음의 무수한 겁에도 뜻이 용맹스럽고 부처님의 한량없는 덕을 듣고는 뜻에 게으름이 없으며 지혜의 칼로써 번뇌의 도둑을 베고「음 · 계(陰 · 界)」에 출입하면서 중생들을 책임지고 길이 해탈시키며 큰 정진으로 마군을 항복받고 항상 허망한 생각이 없는 참된 지혜를 구하며 욕심이 없고 구족함을 알면서도 세상 법을 버리지 않고 위의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능히 속세를 따르며 신통한 지혜로 중생들을 인도하고 모두 기억해 들은 것을 잊지 않으며 모든 근기(根機)를 잘 분별해 중생들의 의심을 끊고 좋은 변재로 걸림없이 설법하느니라.
또「十선도(善道)」를 청정히 하여 천상과 인간의 복을 받고 네가지 한량없는 마음을 닦아 범천의 길을 열어주며 설법하기를 권하여 따라 기뻐하고 착한 일을 찬탄하여 부처의 음성을 얻으며 몸과 입과 뜻이 착하여 부처의 위의를 얻고 착한 법을 더 닦아 행하는 것이 더 훌륭하며 대승(大乘)의 가르침으로 보살승(菩薩乘)을 성취하고 마음이 게으르지 않아 온갖 착함을 잃지 않나니 이러한 법을 닦아 행하는 것을 “보살의 함이 없는 법을 다하지 않음”이라 이름하느니라.
어떤 것을 보살의 함이 없는데 머물지 않는다 하느냐. 이른바 공(空)함을 닦고 배우되 공으로 증득하였다 하지 않고 상이 없고 함이 없음을 배우고 닦되 상이 없고 함이 없음을 증득하였다 하지 않으며 일으킴이 없는 선정을 닦아 배우되 일으킴이 없음을 증득하였다 하지 않느니라. 덧없음을 관하면서도 착한 근본을 싫어하지 않고 세간의 괴로움을 관하면서도 나고 죽음을 미워하지 않으며「나」가 없음을 관하면서도 사람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적멸을 관하면서도 아주 적멸하지 않으며 멀리 떠나기를 관하면서도 몸과 마음으로 선(善)을 닦고 돌아갈 데 없는 줄을 관하면서도 착한 법으로 나아가며 나는 것이 없는 줄을 관하면서도 나는 법으로써 일체 중생을 짊어지고 누(漏)가 없는 것을 관하면서도 모든 누(漏)를 끊지 않으며 행할 것이 없는 줄을 관하면서도 법을 행하여 중생을 교화하고 공하여 없는 줄을 관하면서도 매우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며 바른 법의 위(位)를 관하면서도 소승(小乘)을 따르지 않고 모든 법이 허망하여 견고하지 않고 사람이라 할 것도 없으며 주인도 없고 모양도 없는 줄을 관하면서도 본래 소원을 만족히 채우지 않고서는 복덕과 선정과 지혜를 허망하게 여기지 않나니 이러한 법을 닦는 것을“보살이 함이 없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라고 말하느니라.
또 복덕이 구족한 까닭에 함이 없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혜가 구족한 까닭에 함이 있음을 다하지 않으며 크게 자비로운 까닭에 함이 없는 데 머무르지 않고 본래 소원이 원만한 까닭에 함이 있음을 다하지 않으며 법의 약을 모은 까닭에 함이 없는 데 머무르지 않고 약을 주는 까닭에 함이 있음을 다하지 않으며 중생들의 병을 아는 까닭에 함이 없는 데 머무르지 않고 중생들의 병을 없애는 까닭에 함이 있음을 다하지 않나니 보살들이여, 이 법을 닦아 함이 있음을 다하지 않고 함이 없는데 머무르지 않으면 이것이「다하고 다함 없는 해탈 법문」이니 너희들은 잘 배워야 하느니라.」
그 때에 그 여러 보살들은 법문을 듣고 모두 매우 기뻐하여 여러 가지 빛깔과 여러 가지 향기가 있는 묘한 꽃으로 삼천대천세계에 모두 흩어 부처님과 이 경법과 모든 보살들에게 공양하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경례하고 처음보는 일이라 찬탄하면서,
「석가모니불께서는 이런 좋은 방편을 잘 베푸시도다.」라고 말하고 홀연히 사라져 본국으로 돌아갔다.」
<維摩經 菩薩行品>
출전 : 성전(대한불교원효종)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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