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촬요

참마음이 가는 곳

근와(槿瓦) 2016. 4. 21. 00:03

참마음이 가는 곳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어떤 이가 물었다.

“참마음을 통달치 못한 사람은 참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선악을 짓는다. 선의 인을 짓기 때문에 좋은 세계에 나고, 악의 인을 짓기 때문에 나쁜 세계에 들어가는데, 업을 따라 상을 받는 이치는 의심할 것이 없다. 그러나 진심을 아는 사람은 망상이 모두 없어지고 진심에 계합하여 선악의 인이 없을 것이니, 그렇다면 죽은 뒤에 그 영혼은 어느 곳에 의탁하는가?”

 

나는 답하였다.

“의탁할 곳 있는 것이 의탁할 곳 없는 것보다 나으리라고 여기지도 말고, 또 의탁할 곳 없단 말로써 인간이 갈 곳 없는 방랑자와 같다고 여기지도 말고, 귀신 무리에서 의지할 데 없는 무주고혼같이도 여기지 말라. 특별히 이렇게 물어서 의탁할 곳이 있기를 구하는 것이 아닌가?”

 

그가 말했다.

“그렇소.”

 

나는 다시 말하였다.

“성품을 통달하면 그렇지 않나니, 일체 중생들은 깨닫는 성품을 모르기 때문에 허망한 정과 사랑하는 생각으로 업을 짓고, 인을 삼아 여섯갈래(六趣)에 태어나서 선과 악의 과보를 받느니라. 가령 천상의 업을 지어서는 다만 천상의 과보를 받아 제가 마땅히 날 곳을 제하고는 그 이외에는 수용(受用)하지 못한다.

 

다른 세계도 그와 같아서 그 업을 따르기 때문에 자기가 난 곳을 즐겁다 하고 나지 않은 곳은 즐겁지 않다 하며, 제가 난 곳을 자기의 의탁할 곳이라 하고 남이 난 곳을 남의 의탁할 곳이라 한다. 그러므로 허망한 정이 있으면 허망한 인이 있고 허망한 인이 있으면 허망한 과가 있으며, 허망한 과가 있으면 허망한 의탁할 곳이 있고 허망한 의탁할 곳이 있으면 피차가 갈라지며, 피차가 갈라지면 옳고 옳지 못함이 있다. 지금 진심을 알아서 생멸이 없는 깨닫는 성에 계합하여 생멸이 없는 묘한 작용을 일으킨다. 묘한 본체는 진실하고 항상되어 본래 생멸이 없으나, 묘한 작용은 인연을 따르므로 생멸이 있는 듯하지마는 본체에서 생긴 작용이라 작용이 곧 본체인데 거기에 무슨 생멸이 있을 수 있겠는가?

 

달인(達人)은 본체를 증득하였는데 생멸이 무슨 상관인가. 그것은 물과 같다. 즉 물은 젖는 성이 그 본체요 물결이 그 작용이니, 젖는 성질에는 원래 생멸이 없는데 물결 속의 젖는 성품에 무슨 생멸이 있겠는가? 그러나 물결이 젖는 성품을 떠나서는 따로 없기 때문에 물결에도 생멸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온 대지(大地)가 승려의 한짝 바른 눈이면 온 대지가 하나의 절이라 이것이 이치를 깨친 사람의 안신입명할 곳이다’하였다. 이미 참마음을 알았으므로 사생(四生)과 육도가 모두 사라지고, 산하대지가 모두 참마음이라 이 참마음을 떠나 따로 의탁할 곳이 없다. 이미 삼계의 허망한 인이 없어졌으므로 반드시 육도의 허망한 과보도 없을 것이니, 허망한 과보가 없어졌는데 무슨 의탁할 곳을 말하겠는가? 또 따로 피차가 없으니 피차가 없다면 무슨 옳고 옳지 않음이 있겠는가?

 

즉 시방세계는 오직 하나의 참마음이라 온몸으로 수용하므로 따로 의탁할 곳이 없고, 또 시현문(示現門 : 방편으로 나타나 보이심) 가운데서 마음대로 가서 태어나더라도 아무 장애가 없다.

 

그러므로 전등록에서 온조상서(溫操尙書)가 규봉스님에게 묻기를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수명이 다하면 어디에 의탁하는가?’ 하니 규봉은 ‘일체중생이 모두 신령스러이 밝은 깨달음의 성을 갖추어 부처와 다름이 없으므로 만일 그 성이 곧 법신임을 깨치면 본래 태어남이 없거늘 무슨 의탁할 곳이 있겠는가? 신령스러이 밝아 어둡지 않고 항상 분명히 알며 어디서 온 곳도 없고 어디로 갈 곳도 없다. 다만 비고 고요함으로써 자체(自體)를 삼고 육신을 인정하지 말고, 신령스런 앎으로써 자심(自心)을 삼고 허망한 생각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말라. 허망한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전연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마칠 때에도 저절로 그 업이 얽매지 못할 것이요, 혹 중음(中陰)이 있더라도 향하는 곳마다 자유로워서 하늘과 인간에 마음대로 의탁할 것이다’하였으니, 이것이 곧 죽은 뒤에 참마음이 가는 곳이다.”

 

 

출전 : 선문촬요(진심직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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