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4-51-화엄-15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다른 이의 소리를 따르지마는
그 메아리 끝까지 분별 없나니
십력 세존 말씀도 그와 같아서
근기가 익은 이에게 몸을 나투어
그들을 조복하여 기쁘게 하나
내가 능히 말한다는 생각이 없네.
하늘에 깨우치는 북이 있는데
공중에서 법문 음성 항상 내어서
방일한 하늘들을 깨우쳐 일러
그 말 듣고 고집을 떠나게 하니
십력 세존 법 북도 그와 같아서
가지가지 미묘한 음성을 내며
갖가지 중생들을 깨우치어서
모두 다 보리과를 증득케 하네.
자재천 임금에게 딸이 있어서
입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
한 음성에 백천 가지 소리를 내고
낱낱 소리 가운데 또 백천 음성
잘 가신 이 음성도 그와 같아서
한 음성에 갖가지 소리를 내며
근성과 욕망 따라 차별이 있어
각각 듣고 번뇌를 끊게도 하며
범천왕이 한 소리 입 밖에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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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범천 무리를 기쁘게 하니
범천만 소리 듣고 밖엔 안 가나
자기만 듣는다고 모두 말하니
십력 가진 범왕도 그와 같아서
한 말을 연설하여 법계에 가득
대중에만 들리고 멀리 안 가나
믿는 마음 없어서 듣지 못하네.
비유하면 온갖 물이 한 가지 성품
여덟 가지 공덕 맛 차별 없지만
원인 닦는 그릇이 각각 다르매
그러므로 가지가지 같지 않나니
온갖 지혜 음성도 그와 같아서
법의 성품 한맛이요 분별 없지만
중생들의 소행이 같지 않으매
듣는 이도 가지가지 다르게 되고
비유하면 무열(無熱) 대용왕이
비를 내려 염부제 모두 적시어
나무들과 풀들을 생장케 하되
몸이나 마음으로 내는 것 아님
부처의 묘한 음성 그와 같아서
법계에 비를 내려 흡족히 적셔
착한 일 생장하고 악을 없애나
안과 밖을 따라서 있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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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면 마나사용왕이
이레 동안 구름 끼고 비 안 내리며
중생들이 하던 일 다 마친 후에
비로소 비를 주어 이익하나니
십력 세존 법문도 그와 같아서
중생을 먼저 교화 성숙케 하고
그 뒤에 매우 깊은 법을 말하여
듣는 이를 놀라지 않게 하오며
대장엄 용왕이 바다 속에서
열 가지의 장엄한 비를 내리매
백 가지 천 가지며 백천 가지니
물은 비록 한맛이나 장엄은 각각
한껏 가는 변재도 그와 같아서
열 가지 스무 가지 법을 말하여
백 가지 천 가지로 한량없지만
마음과 생각에는 차별이 없고
가장 높은 사갈라 훌륭한 용왕
사천하에 구름을 두루 덮고서
모든 곳에 내리는 비 각각 다르나
그 용왕의 마음은 둘이 아니니
부처님 법왕들도 그와 같아서
대자비의 몸 구름 시방에 가득
수행하는 사람 따라 비는 다르나
모든 것에 대하여 분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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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음의 업
“불자여, 보살마하살들이 어떻게 여래 · 응공 · 정등각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가. 불자여, 여래의 마음과 뜻과 의식은 모두 얻어 볼 수 없으나, 다만 지혜가 한량없음으로써 여래의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마치 허공이 모든 물건의 의지가 되지마는 허공은 의지한 데가 없나니, 여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모든 세간 지혜와 출세간 지혜의 의지가 되지마는, 여래의 지혜는 의지한 데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첫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불자여, 비유하면 법계에서 온갖 성문과 독각과 보살의 해탈을 항상 내지마는, 법계는 더하고 덜함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여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온갖 세간과 출세간의 가지가지 지혜를 내지마는, 여래의 지혜는 더하고 덜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둘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불자여, 비유하면 큰 바다의 물이 사천하의 땅과 팔십억 작은 섬의 속으로 흘러서 땅을 파면 다 물을 얻지마는, 내가 물을 낸다고 분별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의 지혜 바다 물도 그와 같아서 일체 중생의 마음 가운데로 흘러 들어가므로, 중생들이 경계를 관찰하거나 법문을 닦으면 지혜가 청정하고 분명하게 되거니와, 여래의 지혜는 평등하고 둘이 없고 분별이 없으면서도 중생의 마음과 행이 다르므로 얻은 지혜도 각각 같지 아니합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셋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불자여, 비유하면 큰 바다에 보배 구슬 넷이 있어 한량없는 덕을 갖추고서 바닷속 모든 보배를 내나니, 만일 바다에 보배 구슬이 없다면 한 가지 보배도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이 넷인가. 하나는 모아 쌓는 보배요, 둘은 무진장이요, 셋은 치성함을 멀리 여읨이요, 넷은 장엄을 구족함입니다.
불자여, 이 네 보배 구슬을 모든 범부나 용과 귀신들이 보지 못하니, 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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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사갈라용왕이 이 보배 구슬을 단정하고 장엄하다고 해서 궁중의 비밀한 곳에 간직한 연고입니다.
불자여, 여래 · 응공 · 정등각의 큰 지혜 바다도 그와 같아서, 그 가운데 네 큰 지혜 보배 구슬이 있어 한량없는 복과 지혜와 공덕을 갖추었으므로 일체 중생과 성문과 독각과 배우는 이[學位]와 배울 것 없는 이[無學位]와 보살들의 지혜 보배를 냅니다. 무엇이 넷인가. 물들지 않는 교묘한 방편인 큰 지혜 보배와, 함이 있고 함이 없는 법을 잘 분별하는 큰 지혜 보배와, 한량없는 법을 분별하여 연설하여도 법의 성품을 깨뜨리지 않는 큰 지혜 보배와, 때와 때 아님을 알아서 그르치지 않는 큰 지혜 보배입니다.
만일 여래의 큰 지혜 바다에 이 네 보배 구슬이 없다면 한 중생도 대승에 들어갈 수 없거니와, 이 네 보배를 박복한 중생은 보지 못하나니, 왜냐 하면 여래의 비밀장에 둔 연고입니다. 이 네 지혜 보배는 평균하고 정직하고 단정하고 조촐하고 아름다워서 보살 대중을 두루 이익하여 모두 지혜의 광명을 얻게 합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넷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불자여, 비유하면 큰 바다에 치성한 광명 내는 큰 보배 넷이 그 바닥에 퍼져 있는데, 성질이 매우 뜨거워서 여러 강에서 흘러 들어오는 한량없이 많은 물을 빨아들이므로 바닷물이 늘거나 줄거나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이 넷인가. 하나는 일장(日藏)이요, 둘은 축축함을 여읨[離潤]이요, 셋은 불꽃 빛[火焰]이요, 넷은 남김 없이 다함[盡無餘]입니다.
불자여, 만일 바다에 이 네 가지 보배가 없으면 사천하에서부터 형상 세계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 있는 것들이 모두 물에 잠길 것입니다.
불자여, 이 일장 보배의 광명이 바다에 비치면 물이 모두 변하여 젖이 되고, 축축함을 여의는 보배의 광명이 비치면 이 젖이 변하여 타락[酪]이 되고, 불꽃 빛 보배의 광명이 비치면 타락이 변하여 소[酥]가 되고, 남김 없이 다함 보배의 광명이 비치면 소가 변하여 제호(醍醐)가 되나니, 마치 불이 치성하면 모두 다하고 남김이 없는 듯 합니다.
불자여, 여래 · 응공 · 정등각의 큰 지혜 바다도 그와 같아서, 네 가지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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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보배가 있어 한량없는 위덕과 광명을 갖추었나니, 이 지혜 보배의 광명이 보살들에게 비치면, 내지 여래의 큰 지혜를 얻게 됩니다. 무엇이 넷인가. 모든 흩어진 착함[散善]의 물결을 멸하는 큰 지혜 보배와 지혜 빛이 두루 비추는 큰 지혜 보배와 여래와 평등하여 그지없고 하염없는 큰 지혜 보배입니다.
불자여, 모든 보살이 도를 돕는 모든 법을 닦아 모을 때에, 한량없는 흩어진 착함의 물결을 일으키는 것을 모든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들은 능히 깨뜨리지 못하거니와, 여래께서는 모든 흩어진 착함의 물결을 멸하는 큰 지혜 보배의 광명으로 그 보살에게 비추어 모든 흩어진 착함의 물결을 버리고 마음을 한 경계에 두어 삼매에 머물게 합니다.
또 온갖 법의 애착을 제하는 큰 지혜 보배의 광명으로 그 보살에게 비추어 삼매에 맛들임을 여의고 광대한 신통을 일으키게 합니다.
또 지혜 빛이 두루 비추는 큰 지혜 보배의 광명으로 그 보살에게 비추어 일으킨 광대한 신통을 버리고 크게 밝은 하염 있는 행[功用行]에 머물게 합니다.
또 여래와 평등하여 그지없고 하염없는 큰 지혜 보배의 광명으로 그 보살에게 비추어 일으킨 바 크게 밝은 하염 있는 행을 버리고, 내지 여래의 평등한 자리를 얻으며 모든 하염을 쉬어서 남음이 없게 합니다.
불자여, 여래께서 이 네 가지 지혜 보배의 광명으로 비추는 일이 없으면 내지 한 보살도 여래의 자리를 얻을 수 없습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다섯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불자여, 저 물 둘레 짬[水際]으로부터 생각도 생각 아님도 아닌 하늘[非想非非想天]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 있는 대천 국토와 욕심 세계 · 형상 세계 · 무형 세계의 중생이 있는 곳들이 모두 허공을 의지하여 일어나고 허공을 의지하여 머무나니, 왜냐 하면 허공이 두루한 연고며, 저 허공이 삼계를 모두 둘러싸고 있으면서도 분별이 없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여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성문의 지혜나 독각의 지혜나 보살의 지혜나 함이 있는 행의 지혜나 함이 없는 행의 지혜나 모든 것이 다 여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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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의지하여 일어나고 여래의 지혜를 의지하여 머무나니, 왜냐 하면 여래의 지혜는 모든 것에 두루한 연고며, 비록 한량없는 지혜를 두루 용납하면서도 분별이 없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여섯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불자여, 설산 꼭대기에 약 나무[藥王樹]가 있으니 이름은 다하잖은 뿌리[無盡根]며, 저 약 나무 뿌리가 16만 8천 유순 밑에 있는 금강 둘레 아래의 물 둘레 짬에서 났습니다. 저 약 나무에서 뿌리가 날 때에는 염부제에 있는 모든 나무의 뿌리가 나고, 약 나무에서 줄기가 날 때에는 염부제에 있는 모든 나무의 줄기가 나고, 가지나 잎이나 꽃이나 열매도 모두 그러합니다. 이 약 나무 뿌리에서는 줄기를 내고 줄기에서는 뿌리를 내어서 뿌리가 끝날 때가 없으므로 다하잖은 뿌리라 합니다.
불자여, 저 약 나무가 어디서든지 나서 자라지마는, 오직 두 곳에서만은 나서 자라는 이익을 짓지 못하나니 지옥이란 깊은 구렁과 물 둘레 속입니다. 그러나 거기서도 싫어하거나 버리지 않습니다.
불자여, 여래의 지혜의 약 나무도 그와 같아서, 과거에 심었던 온갖 지혜를 성취하려는 선한 법으로써 일체 중생계를 두루 덮고, 모든 나쁜 길의 괴로움을 제멸하는 광대한 자비와 서원으로 뿌리가 되며, 모든 여래의 진실한 지혜의 성품 속에 나서 견고하여 동요하지 않으며, 교묘한 방편으로 줄기가 되고, 법계에 두루하는 지혜와 여러 바라밀로 가지가 되고, 선정 · 해탈 · 큰 삼매로 잎이 되고, 다라니[摠持]와 변재와 보리분법으로 꽃이 되고, 끝까지 변하지 않는 부처들의 해탈로 열매가 되었습니다.
불자여, 여래의 지혜의 약 나무를 어찌하여 다하잖은 뿌리라 하는가. 끝까지 쉬지 않는 연고며, 보살의 행을 끊지 않는 연고며, 보살의 행이 곧 여래 성품이요, 여래 성품이 곧 보살의 행이므로 다하잖은 뿌리라고 합니다.
불자여, 여래의 지혜의 약 나무에서 뿌리가 날 때에는 모든 보살로 하여금 중생을 버리지 않는 대자대비한 뿌리를 내게 하고, 가지가 날 때에는 모든 보살로 하여금 모든 바라밀의 가지를 자라게 하고, 잎이 필 때에는 모든 보살로 하여금 깨끗한 계율과 두타의 공덕을 내어 욕심이 없고 만족함을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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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피게 하며, 꽃이 필 때에는 모든 보살로 하여금 선근을 갖추고 상호로 장엄한 꽃을 피게 하고, 열매가 맺을 때에는 모든 보살로 하여금 죽살이 없는 법의 지혜[無生忍]와 내지 모든 부처님의 정수리에 물 붓는 지혜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불자여, 여래의 지혜의 약 나무는 오직 두 곳에서는 나서 자라는 이익을 짓지 못하나니, 함이 없는 크고 넓고 깊은 구렁에 떨어진 이승(二乘)과, 선근이 파괴된 그릇이 아닌 중생으로서 크게 삿된 소견과 탐심과 애욕의 물에 빠진 이들입니다. 그러나 거기서도 싫어하거나 버리지 않습니다. 불자여, 여래의 지혜는 늘고 주는 일이 없나니 뿌리가 잘 머물러서 쉬지 않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일곱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불자여, 비유하면 삼천대천세계에 겁말(劫末)의 불이 일어날 적에는 모든 초목과 숲을 태우며, 내지 철위산과 큰 철위산이 모두 타 버리고 남는 것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불자여, 가령 어떤 사람이 손으로 마른 풀을 들어 저 불구렁에 던진다면 어떻게 생각합니까. 타지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없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불자여, 그 던진 풀은 혹 타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래의 지혜로 삼세의 모든 중생과 모든 국토와 모든 겁과 모든 법을 분별함은 하나도 모를 것이 없나니, 만일 모를 것이 있다고 말하면 옳지 아니합니다. 왜냐 하면 지혜가 평등하여 모두 분명히 통달하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여덟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불자여, 비유하면 풍재(風災)가 세계를 무너뜨릴 때에 산괴(散壞)라는 큰 바람이 불어서는 삼천대천세계와 철위산들이 부서져 가루가 되고, 또 능장(能障)이란 큰 바람이 불어서는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돌며 산괴풍을 막아서 다른 세계에 이르지 못하게 합니다. 불자여, 만일 이 능장이란 큰 바람이 없더라면 시방세계가 모두 파괴되었을 것입니다.
여래 · 응공 · 정등각도 그와 같아서 큰 지혜 바람이 있으니 이름이 능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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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能滅)입니다. 모든 대보살의 번뇌와 습기를 멸하고, 큰 지혜 바람이 있으니 이름이 교지(巧持)며, 근기가 성숙하지 못한 보살들을 교묘하게 붙들어서 능멸이란 큰 지혜 바람으로 하여금 모든 번뇌와 습기를 끊지 못하게 합니다. 불자여, 만일 여래의 교지란 지혜 바람이 없었다면 한량없는 보살이 성문이나 벽지불 자리에 떨어지련마는 이 지혜로 말미암아서 보살들로 하여금 이승(二乘)의 지위를 초월하여 여래의 끝가는 자리에 머물게 합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아홉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불자여, 여래의 지혜는 이르지 못하는 데가 없으니, 왜냐 하면 한 중생도 여래의 지혜를 갖추어 가지지 않은 이가 없지마는, 다만 허망한 생각을 여의기만 하면 온갖 지혜와 저절로 생기는 지혜와 걸림없는 지혜가 곧 앞에 나타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큰 경책[經卷]이 있어 분량이 삼천대천세계와 같은데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일을 죄다 썼으며, 이른바 큰 철위산 가운데 일을 쓴 것은 분량이 큰 철위산 만하고, 땅덩이 가운데 일을 쓴 것은 분량이 땅덩이 만하고, 중천(中千)세계의 일을 쓴 것은 분량이 중천세계 만하고, 소천(小千)세계의 일을 쓴 것은 분량이 소천세계 만하며, 이와 같아서 사천하나 큰 바다나 수미산이나 땅에 있는 하늘 궁전이나 욕심 세계의 허공에 있는 하늘 궁전이나 형상 세계의 궁전이나 무형 세계의 궁전이나를 낱낱이 쓴 것은 그 분량이 다 그와 같습니다. 이 큰 경책의 분량이 비록 대천세계와 같지마는, 전체가 한 작은 티끌 속에 있으며, 한 작은 티끌 속과 같이 모든 작은 티끌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이 때 어떤 지혜가 밝은 사람이 청정한 하늘 눈을 구족히 성취하여, 이 경책이 작은 티끌 속에 있으면서도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지 못함을 보고는 '내가 꾸준히 노력하는 힘으로 저 티끌을 깨뜨리고 이 경책을 내어서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리라'라고 생각하고 즉시 방편을 내어서 작은 티끌을 깨뜨리고 이 큰 경책을 꺼내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이익을 얻게 하였으며, 한 티끌과 같이 모든 티끌을 다 그렇게 하였습니다.
불자여, 여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한량이 없고 걸림이 없어서 일체 중생을 두루 이익케 하는 것이 중생들의 몸 속에 갖추어 있건마는, 어리석은 이
[1324 / 2062] 쪽
의 허망한 생각과 집착함으로써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여 이익을 얻지 못합니다.
이 때 여래께서 장애가 없이 청정한 지혜 눈으로 법계의 모든 중생을 두루 관찰하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상하고 이상하다.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를 구족하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어리석고 미혹하여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가. 내가 마땅히 성인의 도로 가르쳐서 허망한 생각과 집착을 영원히 여의고 자기의 몸 속에서 여래의 광대한 지혜가 부처와 같아서 다름이 없음을 보게 하리라.'
그리고 곧 저 중생들로 하여금 성인의 도를 닦아서 허망한 생각을 여의게 하며, 허망한 생각을 여의고는 여래의 한량없는 지혜를 얻어서 일체 중생을 이익하여 안락케 합니다.
불자여, 이것이 여래의 마음의 열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이 때 보현보살마하살이 이 뜻을 거듭 밝히려고 게송을 말하였다.
부처님 마음 알고자 하면
부처님 지혜 자세히 보라.
의지함 없는 부처님 지혜
허공과 같이 의지가 없어
여러 중생의 갖가지 낙(樂)과
그 밖에 모든 방편과 지혜
부처님 지혜 의지했지만
부처님 지혜는 의지가 없고
성문들이나 독각들이나
여러 부처님 모든 해탈이
모두 법계를 의지했지만
법계는 늘고 주는 일 없어...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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