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삼매경(坐禪三昧經)

좌선삼매경(30)-6

근와(槿瓦) 2016. 2. 12. 01:55

좌선삼매경(30)-6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26 / 10002] 쪽

손을 들고 울면서 도적이 나를 겁탈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네.

 

[문] 누가 너를 겁탈했느냐?

[답] 재물을 훔쳐가는 도적을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재물을 축적하여 세상의 명리를 구하지 않으니, 누가 재물을 훔쳐가는 도적이 있어서 나를 침범할 수 있겠느냐? 나는 선근(善根)과 여러 가지 법보(法寶)를 모아 깨우치고 관하였는데, 도적이 와서 나의 이로움을 파괴하였으니, 재물을 훔쳐가는 도적은 피할 수도 있고 숨길 곳도 많지만, 착함을 빼앗아 가는 도적이 오면 피할 곳이 없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성냄을 꾸짖고, 이와 같이 갖가지로 바르게 관하여 성냄의 정신작용을 제거한다.

 

[문] 어떻게 번뇌의 정신작용을 제거하는가?

[답] 다음과 같다. 중생은 백천 가지의 모든 병이 번갈아 항상 찾아와서 괴롭히고 죽음의 도적은 사[伺 : 관찰하는 마음의 미세한 작용, 또는 세밀하게 마음을 고찰하게 하는 마음의 작용이다.]를 붙잡아 언제나 죽이려 하니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고뇌들이 저절로 침몰한다네. 어찌 착한 사람이 다시 고뇌를 더할 것인가? 헐뜯고 비방하고 모략하고 위해하여 인자함이 없으면 그를 상해하기 전에 자신에게 재앙이 덮치니 세속 사람이 번뇌를 일으키는 것은 용서할 만하네. 이 일은 세간의 법이요, 악업의 원인이 되며 또 스스로 내가 선업을 닦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도

 

                                                                              [27 / 10002] 쪽

청정한 도를 찾아서 출가한 사람이 성을 내어 질투심을 품는다면 맑고 찬 구름 속에서 독의 불을 뿜는 것 같으니 이 사악한 죄가 지극히 깊다는 것을 마땅히 알라. 아란야의 수행자가 질투심을 일으키면 타심지(他心智)를 지닌 아라한이 가르쳐 훈계하고 괴롭게 책망하니, 그대는 어찌 어리석은가? 질투는 스스로 공덕의 근본을 파괴하는 것이니 만일 공양을 구하거든 마땅히 스스로 모든 공덕의 근본을 모아 몸을 장엄해야 하네. 만일 계율과 선정과 다문(多聞)을 지키지 않으면 헛되이 물들인 옷[染衣]을 빌려 법신을 파괴하는 것이요 진실로 이 사람은 거지요, 남에게 해악을 입히는 사람이니 어찌 공양을 구하여 몸을 이롭게 할 것인가? 배고프고 목마르며 춥고 더움의 백천 가지 괴로움에 중생들은 항상 이 모든 번뇌에 곤고하여 몸과 마음의 고뇌와 재앙이 다함이 없으니 어찌 착한 사람이 모든 번뇌를 더할 것인가?예컨대 병과 종기를 침으로 찌르는 것과 같고 또한 지옥의 죄인이 살펴보아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과 같다. 고뇌와 재앙이 몸을 묶고 뭇 고뇌가 모였으니 어떻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다시 심하게 하리오?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번뇌의 정신작용을 질책하였으며,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바르게 관조하여 번뇌의 정신작용을 제거한다.

 

                                                                               [28 / 10002] 쪽

[문] 어떻게 친척관계의 정신작용을 제거하는가?

[답]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세계의 삶과 죽음 속에서 자신의 업이 일체의 조건을 이끌어 가니, 어느 것이 가까운 것이고, 어느 것이 가깝지 않은 것인가? 다만 어리석기 때문에 함부로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나와 친하다고 헤아리니, 과거 세상에서 친하지 않았던 것이 현세에서는 친한 것이 되었고, 미래 세상에서도 친하지 않았던 것으로 친함을 삼을 것이며, 지금 세상에서 친한 것이 과거 세상에서는 친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유컨대 새가 저녁에는 한 나무에 모여 있다가 새벽이면 각각 인연 따라 날아가는 것과 같이, 가족과 친척도 이와 같아서 세계 속에 살면서도 각각 스스로 마음을 달리하니, 연(緣)으로 모였기 때문에 가깝고 연이 흩어졌기 때문에 멀어지는 것이다. 결정된 진실은 있을 수 없으며, 인연의 과보 때문에 서로 가까운 것이니, 비유컨대 마른 모래를 손으로 뭉쳐 잡은 것과 같이,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합해진 것이며,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흩어진다. 부모는 자식을 양육하고 늙어서 마땅히 보답을 받아야 하며, 자식은 품어서 길러주심을 입었기 때문에 마땅히 보답해야 하니, 만일 그 뜻을 따르면 가까운 것이고, 만일 그 뜻을 거스르면 이것은 도적이다. 가까우면서 이롭게 할 수 없으면 도리어 해롭게 하는 것이요, 친하지 않으면서 손해가 없으면 크게 이로운 것이다. 사람은 인연 때문에 애착심을 내며 애착의 인연 때문에 다시 끊으니, 비유컨대 화가가 아낙네의 모습을 그려 놓고 도리어 스스로 애착하는 것과 같이, 이것도 마찬가지여서 스스로 물들고 집착하는[染着] 마음을 내어 바깥에 염착한다. 과거의 세상 속에서 그대는 친척관계였으니, 지금 세상에서 그대는 다시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가? 그대도 과거의 친척을 이롭게 할 수 없으며, 과거의 친척도 그대를 이롭게 할 수 없으니, 둘 다 서로 이롭게 할 수 없다. 공허한 생각으로 친함과 친하지 않음을 만드는 것이지, 세계 속에서는 정해진 것도 없고 끝도 없다.

 

                                                                               [29 / 10002] 쪽

아라한이 막 출가하여 친척을 그리워하는 제자에게 가르쳐 말하는 것과 같으니,“악한 사람이 음식을 뱉었다가 다시 도로 삼키고자 하는 것과 같이 그대도 마찬가지이니, 그대는 이미 출가하였거늘 무슨 까닭에 다시 애착하려고 하는가?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는 것은 해탈의 모습인데, 그대가 친척에게 집착한다면 해탈할 수 없으며, 도리어 애착 때문에 묶이게 된다. 삼계는 늘 변하기 때문에 흐르고 굴러서 고정되지 않으니, 만일 친하다 하더라도 친한 것이 아니다. 비록 지금은 친척이라도 오래되면 곧 사라지니, 이와 같이 시방의 중생은 돌고 돈다. 친척이 정해진 것이 없으니 이것은 나의 친척이 아니다. 사람이 죽으려 할 때는 무심(無心)하고 분별력도 없으며, 곧바로 보아서 굴리지 않으며, 기(氣)를 닫고 목숨이 끊어져 마치 어두운 구덩이에 떨어진 것과 같은데, 이때 친척과 가족들은 편안하게 있다. 처음 태어날 때는 이전 세상에서 친척이 아니었는데도 지금 억지로 화합하여 친척이 되었으며, 죽음에 당했을 때는 다시 친척이 아니니, 이와 같이 사유하여 마땅히 친척에 집착하지 말라. 마치 사람의 어린애가 죽으면 일시에 세 곳에서 부모가 동시에 우는 것과 같으니, 하늘 위의 부모와 처자를 속이고, 사람 가운데서도 또한 속이며, 용(龍)가운데 부모도 속이게 된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바르게 관하여 친척의 정신작용을 제거한다.

 

[문] 어떻게 국토의 정신작용을 없애는가?

[답] 수행자가 만일 이 국토는 풍요롭고 즐겁고 안온하며 갖가지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면, 항상 국토라는 정신작용의 새끼줄에 끌려 다니게 된다. 장차 잘못된 점을 버리면 마음을 깨닫는 것이 이와 같으니, 만일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생각으로 집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토는 갖가지 허물과 죄악으로 타버리고 시절은 변하기 때문이며, 또한 배고픔과 몸의 피로가 지극하기 때문이니, 일체의 국토는 언제나 편안하지 않은 것이며, 또한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이 있지 않은 나라는 없다. 이 사이의 육체적 괴로움으로부터 가서 저곳의 육체적 괴로움을 얻으니, 일체의 국토로 가서 괴로움 아닌 것이 없다. 이를테면 어떤 국토가 안락하고 풍족하고 즐겁더라도 번뇌[結惱]가 있어

 

                                                                              [30 / 10002] 쪽

서 마음에 괴로움과 우환이 생기니, 이것은 좋은 국토가 아니다. 능히 잡스럽고 나쁜 국토를 제거할 수 있고, 능히 번뇌를 엷게 할 수 있으며, 마음을 괴롭히지 않으면, 이를 좋은 국토라 한다. 일체의 중생들은 두 가지 괴로움이 있으니, 육체적 괴로움과 정신적 괴로움인데, 언제나 고뇌를 지니고 있으며, 이 두 가지 고뇌가 없는 국토는 없다. 또한 어떤 국토는 매우 춥고 어떤 국토는 매우 더우며, 어떤 국토는 배고픔에 허덕이고, 어떤 국토는 질병이 많으며, 어떤 국토는 도적이 많고, 어떤 국토는 왕법(王法)으로 다스리지 않으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국토의 악(惡)을 마음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바르게 관하여 국토의 정신작용을 제거한다.

 

[문] 어떻게 죽지 않는다는 정신작용을 제거하는가?

[답] 마땅히 수행자에게 가르쳐야 하니, 만일 좋은 집에서 태어나거나, 종족의 자식이나 재주와 기술이 있거나 세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태어나는 등의 일체를 생각하지 마라. 왜냐하면 일체가 죽을 때는 늙음ㆍ젊음ㆍ귀함ㆍ천함ㆍ재주ㆍ기술ㆍ힘ㆍ세력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몸은 일체의 근심과 번뇌의 갖가지 인연의 근본인데, 스스로 일찍 죽거나 오래 사는 것을 보고서 만일 안온함을 얻는다면, 이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근심과 번뇌의 원인이 이 4대(大)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4대가 물질을 만드나 마치 네 마리의 독사와 같아서 함께 상응하지 않으니, 누가 안온함을 얻을 수 있는가? 나간 숨이 들어올 것을 기대하지만 이것을 믿을 수 없으며, 또한 사람이 잠잘 때 반드시 깨어나기를 기대하지만 이 일은 믿을 수 없다. 태(胎)에 들어 늙음에 이르러 죽는 일은 항상 오는데, 죽을 때를 찾으면서도 항상 죽지 않는다고 말하니,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비유컨대 살인하는 도적이 칼을 뽑고 활시위에 화살을 끼워 항상 사람을 죽이면서도 연민하는 마음이 없는 것과 같으니, 인간 세상에서 죽음의 힘이 가장 크며, 어느 것도 죽음의 힘보다 강한 것은 없다. 만일 과거의 세상에서 제일 미묘했던 사람도 이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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