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대강좌(13)-생각이 아프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오관(五官)과 우리 마음은 서로 관계는 있을망정 전혀 별개의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 오관은 물질로 구성된 기계이므로 마치 전자계산기(電子計算機)가 사람보다 억만배나 정확한 성능(性能)을 갖고 있지만 전자계산기는 맞게 했는지 빨리 했는지 그걸 모릅니다. 왜냐하면 무정물(無情物)로 만들어진 기계이므로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과학이 발달하여 아주 치밀한 인조인간(人造人間)을 만들어서 이 육체인간보다 억만배나 훌륭한 인간이 나오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아무 가치 없는 기계인간인 때문이니 우리에겐 이용가치가 있겠지만, 기계 그 자체는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육체는 무기물질(無機物質)로 구조한 한 개의 기계고 이 마음은 살아 있는 운전수입니다. 육체는 죽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 마음이, 옛날 말로 영혼이 이 육체를 떠나기 전까진 지금도 아무 것도 모르는 송장인 무기물질입니다. 그런데 손톱 끝에 가시가 들어 놓으면 참 아픕니다. 다른데 아픈 것보다도 손톱 밑에 가시가 조금 박혀놓으면 마누라도 귀찮고 남편도 싫고 자식도 돈도 싫고 다 귀찮아집니다. 아무리 대통령 하라 해도 그것도 싫고 아픈 것밖에 모릅니다. 그러면 육체는 아무 것도 모르는데 왜 아픈가. 그것은 육체가 요것 하나뿐이다, 이것이 나의 전 생명이라고 이걸 애착하고 아끼기 때문에 아파지는 것입니다. 마음이 다른 것만 생각하면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마치 이놈의 세상 더러운 세상 안 살겠다고 크게 결심하고 이 몸뚱이 탁 버리고 나면 도끼를 가지고 이 몸뚱이를 끊더라도 아픈 줄 모릅니다.
기미년(己未年) 삼일운동 독립만세운동(三一運動獨立萬歲運動)할 때 그런 청년 많았습니다. 그때 고등보통학교(高等普通學校) 졸업하면 나이가 많아서 요새 대학 다니는 처녀 총각보다 더 컸습니다. 그런 청년들을 옷을 발가벗겨 가지고 유치장(留置場)에 갖다 넣습니다. 밤 열두시만 되면 하나씩 하나씩 불러 내서 부젖가락을 뻘겋게 달구어 가지고 전신만신을 쑤십니다. 사람이 참 참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고함지르는 소리에 오장(五臟)이 다 녹아 버립니다. 그래서 한 청년이 결심하기를「저렇게 두들겨 맞다가 내가 병신이 될 것이다. 나라가 망하는지 그것도 모를 일이니 이렇게 살면 뭘하느냐. 그러니 개자식들한테 매 맞는다 해서 다리가 부러져도 아프다고 고함지르면 내가 항복하는 것이나 다름 없구나. 나는 나가서 소리 지르고 하지 않겠다. 너희야 나를 죽이든지 가루를 만들든지 톱으로 썰든지 맘대로 해라」하고 차례가 되어 나갔습니다.
이짓저짓 다 하고 마지막으로 부젖가락으로 여기저기 쑤십니다. 처녀들한테도 가슴 양쪽에 젖가락을 뻘겋게 달구어 허벅다리고 어디고 안 쑤시는 데가 없습니다. 별짓을 다 해도 나는 결심을 한 것이 있어서 눈도 깜짝 안하고 눈물도 안 흘립니다. 그 당시는 죽을 작정하고 몸을 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취재하는 사람은 더 미칩니다.「이자식 입을 딱 다물고 상도 안 찌프리니, 에라 요놈의 자식 네가 참으면 얼마나 참나 두고 보자. 조센징(조선 사람) 요놈의 자식.」하고는 이를 갈며 별짓을 다 합니다. 그래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까 나중에는 일본 순사고 한국순사고 겁이 나서 곁에 보지를 못하고는 세상에 독하다 독하다 이렇게 독한건 처음이다. 만일 죽어 귀신이 있다 하면 이 귀신한테 다 죽을게다.」그러면서 먼저 그 사람을 내놨습니다. 다른 사람 일년 내내 고문한 것보다 더 했으니 그만하면 독립만세 부른 값을 치뤘다는 것입니다.
보통사람 같으면 뼈가 다 부서지고, 살이 다 뭉개져서 거의 못 삽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치료도 안했는데 얼마 안가서 건강해져 버렸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아픈 줄 모르고, 몸을 버리고 당했기 때문에, 다친 데가 없어서 쉽게 나은 것입니다.「이거 크게 다쳤다」이거 큰일 났다 하면 금방 신경(神經)이 죽기 때문에 한 달 갈게 일 년도 더 갑니다. 그러니 아픈 것을 못 참을수록 인욕(忍辱)을 하지 않을수록 병은 오래 가게 마련이고 겁을 낼수록 병은 오래 가게 마련입니다. 시치미 뚝 떼고 있으면 병이 쉽게 낫고 뼈가 부서져도 그게 갑작스러이 나 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몸뚱이를 버리고 나면 그렇게 됩니다.
몸뚱이를 버리면 아픈 줄 모릅니다. 그러니 몸뚱이를 챙긴다든지 하는 수양이 필요합니다. 애착하기 때문에 살을 잡으면 아프지만 사실 몸뚱이 제가 생명이 없으니 아플 수 없고 감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마음은 또 본래 물질도 허공도 아니기 때문에 아픔이 생길 수 없습니다. 살이 아픈 것도 마음이 아픈 것도 아니고 육체가 아픈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뭐가 아프냐. 마음으로 생각을 내서 아픈 것뿐입니다.
오직 <마음>이 <나>입니다. 몸뚱이도 내가 아니고 나는 순수한 <나>라는 생각조차도 아니고 글자도 아니고 내가 아니라는 것도 아니면서 살아 있어서 얘기할 줄 알고 얘기를 시켜 놓고 저게 된 소리인지 안 된 소리인지를 비판할 줄 알고 그리고도 아무 생각 없는 이것이 만사의 주체인 <나>입니다. 이 <나>가 생각으로 과학을 만들어 내고 철학을 만들어 내고 뒤집어 엎어 버리려면 엎어 버릴 수 있고 이것이 만사의 주체이며 우주의 핵심(核心)입니다. 이것보다 앞서는 사건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느님도 부처님도 여기서 나왔고 진리 진리 해도 그것은 생각 밑에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보다 앞설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사람이 우주의 주체입니다.
이걸 발견한 이가 싣달 태자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이 세상에 나오면서 제일성(第一聲)으로 부르짖은 것이「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했는데, 그 뜻은 온 우주에 <나> 곧 <자아>가 오직 위대한 생명임을 외친 것입니다.
출전 : 금강경대강좌(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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