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 말씀

아버지가 아들을 모르는 진실

근와(槿瓦) 2015. 12. 10. 20:18

아버지가 아들을 모르는 진실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1) 배휴「이미 이 마음자리가 본래부터 부처라면 어찌하여 다시 4생(生) 6도(道)가 벌어져서 그 형상이 낱낱이 다르게 태어날 수가 있겠습니까?」

 

황벽「이 마음 천진불은 그 자체가 청정하고 둥글어서 본래부터 증감이 없는 것이므로, 비록 4생6도의 여기저기서 몸을 바꾸어 태어나더라도 간 곳마다 변함없이 그대로 둥글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 유정(有情) · 무정(無情)들의 낱낱이 온전한 부처인 것이오. 마치 저 허공 중천에서 뚜렷이 밝은 달이 두루 대해(大海)와 천강만수(千江萬水)마다 똑같은 둥근달이 하나씩 나타나는 것과 같이 한 개의 달인 것이오. 비록 천강만수에 나뉘었다 할지라도 본 달은 아무런 손실이 없어서 그냥 그대로인 것이며, 다시 그 만수중(萬水中)의 그림자를 걷어들였다 하더라도 본 달은 더 밝아지지도 아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우주의 차별 만법이 곧 이 한 마음이요 이 한 마음이 곧 저 차별 만법인 것이오.

 

저 4생6도에 흩어져 있는 무량무변한 중생들이 제각기 제 업습(業習)을 따라 그 모양과 생활방식이 형형색색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오.

 

저 중생들의 타고난 업신(業身)을 세상의 가옥(家屋)과 같다고 볼 수 있는 것인데, 이 몸집이 크면 집이 크고 몸집이 작으면 집도 작은 것이오. 중생들의 생사에 윤회하는 것이 마치 이 집 저 집으로 이사(移舍)다니는 것과 같은 것이오. 아래로 지옥몸(地獄身)집으로부터 인간몸(人間身)집, 나한몸(羅漢身)집, 독성몸(獨聖身)집, 보살몸집과 부처님 몸집까지 이사오면 이사는 다 끝나는 셈이오.

 

그러나 이 이사 다니는 것은 다 그대들이 스스로 밉다 곱다 하여 가졌다가 버리곤 하기 때문에 저지른 것일 뿐이오. 집들은 비록 좋고 나쁘고 크고 작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부처님인 이 마음이야 어찌 달라질 수 있겠소?」

 

(2) 배휴「모든 부처님께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대자대비를 행세하시며 중생을 제도하십니까?」

 

황벽「모든 부처님의 자비 설법은 어느 누구를 상대로 하시는 것이 아니므로 대자대비의 설법이라는 것이오.

 

부처가 될 수 있는 중생이 없기 때문에 대자심(大慈心)으로 설법하는 것이며,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부처가 없기 때문에 대비심(大悲心)으로 설법을 하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49년이나 설법을 하셨지마는 그 말씀의 내용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버젓이 내세울 만한 확고 불변한 결정된 법이라고는 보일 것이 없는 것이며, 또한 법을 듣는 사람들도 애당초에 들어야 할 법이 없었으므로 49년 동안에 한 법도 들은 것이 없으며, 또한 얻어 간직할 만한 법이 없기 때문에 얻어 지닌 것도 없소.

 

마치 환술(幻術)하는 사람이 요술을 부려서 만든 환영(幻影)의 선생이 환영의 제자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과 같은 것이니,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다 거짓된 것이오. 이 가르치고 배울 수도 없으며 헤아릴 수도 없는 이 마음의 법은 법도 아닌 법이오. 그런데 어느 수도객(修道客)이 말하기를「내가 도를 얻기 위하여 선지식을 모시고 지내다가 큰 스님의 한 말씀 법문을 듣고 문득 그 말에서 챙긴 바가 있어서 깨달았다」고 하며, 또는 이 무연대자비(無緣大慈悲)를 말하되「내가 너를 위하여 특별히 애써 가르쳐서 그대가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소견은 전연 자기 마음을 스스로 깨달은 것이 아니므로 끝내 정법을 깨닫지 못할 것이오.」

 

(3) 배휴「어떠한 것이 도를 닦는 정진(精進)인 것입니까?」

 

황벽「몸과 생각을 조작하여 간직하지 않는 이것이 제일 힘차고 완전하며 바로 가는 정진법이오. 만약 털끝만치라도 이밖에 달리 도를 구하는 생각을 낸다면, 이것은 곧 포악하고 음란한 가리왕(歌利王)이 산중으로 사냥가기를 즐기는 것과 같은 것이며, 생각을 밖으로 내보내어 달리지 아니하면 이것은 곧 참을 것이 없이 잘 참는 인욕선인(忍辱仙人)인 것이오. 이 몸과 망상이 다 없어진 것이 바로 부처요.」

 

배휴「만약 무심으로 도를 닦으면 불법을 얻을 수 있습니까?」

 

황벽「무심하면 즉시 그것이 도를 닦는 것인데, 그 밖에 다시 무슨 도를 얻으니 마느니 하겠소.

 

만약 청정 무심한 이「O」에서 한 생각만 내면 그것은 곧 자기 본마음이 아닌 객관의 경계를 조작한 것이며, 또한 정진을 바로하여 한 생각도 없어서 청정적멸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런 줄 알면 벌써 주객이 벌어지고 만 것이오. 그러므로 일체 망상이 다 끊어진 뒤에는 다시 그것을 추심해 볼 것은 없소. 추심하면 불도와는 십만팔천리나 어긋나고 마는 것이니까.」

 

배휴「어떻게 하여야 삼천대천 세계를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황벽「착한 일이나 악한 일을 도무지 생각하지 말면 그것이 곧 대천세계를 벗어난 것이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신 뜻은 본래 청정하고 안락한 세계를 혼란하게 한 중생들의 세 가지 악독한 마음을 근본적으로 정화하여 극락세계로 복구하고자 하심인 것이니, 만약에 온갖 악심이 없어지면 대천세계는 그 즉시로 없어지고 말 것이오.

 

망상을 완전히 정리하면 대승불도가 온전히 드러나는 것이며, 망상이 조금만 남아 있어도 대승불법은 온전하지 못한 것이오.」

 

 

출전 : 어둠 속에 비친 서광이여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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