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 말씀

현실은 마음의 그림자

근와(槿瓦) 2015. 11. 28. 19:14

현실은 마음의 그림자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옛날 공자나 맹자의 사서삼경(四書三經)이나 장자 남화경(南華經)이나 노자 도덕경(道德經)을 많이 보든지 하면 마음이 벗어납니다. 이 인간 세상살이에 꽁꽁 얽매여서 그만 장아치로 사는게 중생인데 이것을 털고 세상을 훨훨 살아 보자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람이 일을 거칠게 하느냐 하면 안 그럽니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일을 야무지게 합니다. 몸을 아끼지 않으니까 종일 일해도 피곤을 모르기 때문에 훨씬 잘합니다. 또 억세다 하더라도 이제 무심한 사람처럼 억센 사람이 없습니다. 무심해야 이렇게 끝까지 나오는 기운이 있지, 무심치 못하고 무슨 조건이 붙어 가지고 있는 사람 같으면 그렇게 최후까지 큰 힘이 나오지 못합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는 무심한 사람이 되면 그 마음이 무한동력인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명대사(四溟大師)께서 처음으로 승려 의용군(僧侶義勇軍) 육천 명을 데리고 수십만 왜군을 평양서 부산까지 밀었습니다. 일본 사람 가등청정(加藤淸正)이고 누구고 만나는 대로 칼을 다 빼놓고 갑니다. 그런 이는 다 마음을 깨친 높은 도인이니까 생각하는 대로 제대로 됐지만 대중 범부는 이런 금강경 법문을 듣고서 마음을 쉬어버리면 훨씬 편해집니다. 조그마한 생각들, 개미 생각, 개미 발톱 같은 생각, 오냐오냐 만날 해봐야 뭐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밤낮 해 봐야 나한테 돌아오는 것은 밥 세 그릇뿐이지 아무 딴 것이 없습니다.

 

밥 세 그릇 옷 한 벌 밖에 아무것도 더 되는 것도 없는데 그런 것 때문에 사람이 괜히 동네 사람이 다 굶어죽어도 밥 한 그릇 안 내 놓으려 하고 거기에 애착이 돼 가지고 행여나 죽을까 싶어 그러니, 이렇게 사람이 궁색하게 비열하게 살 게 뭐 있습니까.

 

여기 중들이 걸망 하나 지고 돈 없이 다니는 그런 사람을 운수객(雲水客)이라 하는데, 구름 같고 물같은 손님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절도 내 집이 아니라 잠깐 여기 와서 공부하고 가는 곳입니다. 그런 가운데도 옆에 도반(道伴)이 감기 몸살을 앓든지 중병을 앓든지 하여 한달 두달 앓고 있으면 우리가 전부 약을 끓이고 혹시 어떻게 쓰려고 감추었던 돈 십원 백원 비상금을 모아서 한쪽에다 놓아둡니다. 그래서 밤중이라도 약 지으러 가고 그래서 구원하게 됩니다. 약 지어오면 내가 다리겠다고 제일 잘 다린다고 이러면서 하나같이 그럽니다. 그래 복짓는 거고 내가 하심(下心)하는 것도 지혜를 닦는 거고 모두 이런 것입니다.

 

그래도 돈이 누구보다도 많은 건 누구인지 대중이 다 아는데 탐식이 많은 사람은 십원 한 장 없다고 안 내놓습니다. 그런 사람은 나중에 병이 들든지 아니면 남이 도울 수 없는 그런 장소에 가서 앓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의 그림자가 다른 사람에게 비쳐 가지고 대중은 아무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옷도 한 두서너벌 있으면 없는 사람과 나누어 입고 그런 사람은 아무 데 나가서도 의식주 걱정이 안 됩니다. 또 서로가 그래집니다.

 

어떤 사람은 대중 가운데서 인색하여 양말 한 켤레라도 떨어진거 꼭꼭 집어넣어 쌓아 놓습니다. 당초 남에게 보이지도 않게 돌아앉아 일하고 남을 도울 줄 모르는 그런 사람은 평생 남의 덕을 못 봅니다. 인과는 틀림없이 그림자와 한 가지입니다. 꼿꼿한 놈은 그림자도 꼿꼿하고 굽은 놈은 그림자도 굽듯이 꼭 그럽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어떤 귀부인들 스물 다섯 명이 있었는데 인도 사람처럼 새까만 깜둥이고 눈도 코도 없고 무슨 흙으로 뭉쳐 놓은 것 같이 이상스럽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부처님 법문이 하나도 들리지 않고 거룩하게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 여쭈었더니,「아, 그게 인과가 있다. 과거에 저희들이 창녀들인데 그때 마침 어떤 나한이 바리때를 들고 다니는 길에 밥을 얻으러 그 집을 들르게 되었느니라. 그러니 창녀들이 되어 놓으니 남성 만났다고 놀리는데 얼굴이 못생겼다, 떨어진 누더기에다 거지처럼 꾸몄다, 아이고 얼굴도 못났지만 저렇게도 못났느냐 하며 온갖 흉을 다 봤습니다. 눈도 눈같지 않고 코도 코같지 않다고 하면서 갖은 욕을 다 했습니다.

 

그러다가 밥을 좀 달라고 그러니깐 복 지려는 마음으로 공양은 서로 많이 줘서 바리때로 하나 가득 담아올렸는데, 그러니 이 노장이 바리때를 들고 시방 삼보에 공양을 하고는 그 창녀들을 위해서「오늘 나를 위해 공양한 인연으로 해서 죄가 되지 않게 해 주시옵서소.」하고 기도를 하고서 마당 한가운데서 바리때를 들고 공중으로 날라서 부처님 처소로 간 일이 있다.

 

창녀들이 그만 그 자리에서 놀래 가지고 우리가 성인에게 잘못했다고 하며 마당에 내려가서 무수히 배례를 하고 참회를 했다. 「이제 그 과보(果報)로 한량 없는 지옥고(地獄苦)를 받은 뒤 그 나한 마음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지만 제가 죄 짓고 자기 발로 지옥에 들어가서 그 고생을 했고 아귀(餓鬼)가 되고 축생이 되어 돌아다니며 고생하다가 그래도 그때 참회를 하고 또 예배를 드리고 또 밥을 많이 올렸으므로 여럿이 나누어 먹었는데, 그 공덕으로 부처님이 출세하신 이 세상에 같이 태어났고 참회한 공덕과 또 밥을 많이 시주한 공덕으로 이제 저 사람들이 부자로 사는 것이며 그때 나한을 비방했기 때문에 평생에도 내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다.」하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있던 대중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중생을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 없습니까.」「있다. 그때 그 나한이 대승불교를 해 가지고 보살이 되었으니 그때 나한으로 있던 그 이름을 부르고 백일기도를 하라. 그러면 나의 장육금신(丈六金身)을 볼 수 있을 것이다.」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여자들이 참회를 하고서 곧 백일기도를 충실히 했더니, 기도 마치는 날 꿈에 좋은 상서가 보이고 그 이튿날부터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봤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생의 죄업이 녹아서 마음의 나쁜 그림자가 사라져서 그렇다는 것인데, 이런 얘기가 마음을 항복받는데 도움이 됩니다.

 

 

출전 : 마음에서 마음으로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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