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32)-320

근와(槿瓦) 2015. 12. 4. 18:48

대반열반경(32)-320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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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고 끝이 없어서 백천만억으로 말할 수 없거든, 하물며 부처님들의 가진 공덕이야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 때에 대중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무구장왕(無垢藏王)이었다. 큰 위덕이 있고 신통을 성취하였으며, 큰 총지(摠持)를 얻고 삼매가 구족하여 두려울 것이 없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로 부처님과 보살들의 성취하는 공덕과 지혜가 한량없고 끝이 없어 백천만억으로 말할 수 없거니와, 나의 생각으로는 오히려 이 대승경전만 못하리라 하옵나니, 왜냐 하면 이 대승 방등경의 힘으로 인하여 부처님 세존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는 까닭이옵니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칭찬하여 말씀하시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그대의 말대로 대승 방등경전이 비록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지만 이 경전에 견주어보면 비교도 되지 아니하여, 백곱 천곱 백천만억 곱이며, 내지 산수와 비유로도 미칠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비유컨대 마치 소에서 우유가 나오고 우유에서 낙이 나고 낙에서 생소가 나고 생소에서 숙소가 나고 숙소에서 제호가 나는데, 제호는 가장 훌륭하여서 먹기만 하면 모든 병이 소멸되며, 온갖 약이 모두 그 속에 들어 있음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에게서 12부경이 나오고 12부경에서 수다라가 나오고 수다라에서 방등경이 나오고 방등경에서 반야바라밀경이 나오고 반야바라밀경에서 대반열반경이 나오나니, 대반열반경은 제호와 같으니라. 제호는 불성에 비유한 것이니, 불성은 곧 여래니라. 선남자야, 이런 뜻으로 여래의 가진 공덕은 한량없고 그지없어 헤아릴 수 없다고 말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대반열반경을 칭찬하시기를 '제호와 같아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하고 먹기만 하면 모든 병이 모두 소멸되며, 온갖 약이 그 속에 들었다' 하시었습니다. 제가 듣고 가만히 생각하오니 이 경을 듣고 받들지 못하는 이는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며 선한 마음이 없다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나는 지금 가죽을 벗겨 종이를 삼고 피를 뽑아 먹을 삼고 골수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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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삼고 뼈를 꺾어 붓을 삼아서 이 대반열반경을 쓰고, 쓰고는 읽고 외워서 익히 통달한 후에, 다른 이들에게 일러주는 일을 감당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이 재물을 탐하면 나는 재물로써 보시한 뒤에 이 대반열반경을 읽으라 권하겠사오며, 지위가 높고 귀한 이에게는 먼저 사랑하는 말로 그의 뜻을 순종하고 다음에 이 대승의 대반열반경을 점점 권하여 읽게 하겠사오며, 만일 보통 범부들이면 위엄으로 위협한 뒤에 읽게 하며, 교만한 이는 내가 그의 종이 되어서 마음을 순종하여 기쁘게 한 뒤에 대반열반경을 가르쳐 인도하며, 대승경전을 비방하는 이는 세력으로 꺾어 굴복시키고 그러한 뒤에 대반열반경을 권하여 읽게 하며, 대승경전을 좋아하는 이는 내가 몸소 가서 공경하고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하겠나이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그대가 대승경전을 매우 좋아하고 대승경전을 탐구하고 대승경전을 받아 지니고 대승경전을 맛들이고 대승경전을 믿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공양하는구나. 선남자야, 그대는 이 선심의 인연으로써 마땅히 한량없고 그지없는 항하의 모래 같은 대보살들을 뛰어넘어서, 그들보다 먼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며, 또 오래지 않아서 나와 같이 대중을 위하여, 여래며 불성이며 부처님들이 말씀한 비밀한 법장인 대반열반경을 연설하리라.

 

선남자야, 지나간 옛적 부처님이 나시기 전에 내가 바라문이 되어 보살행을 닦으면서, 모든 외도들의 경전을 모두 통달하고, 고요한 행을 닦으며 위의를 구족하고 마음이 깨끗하여, 탐욕을 낼 만한 외부의 물건에 파괴되지 않을 만하였으며, 성냄의 불을 소멸하여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법을 받아 지니고서, 여러 방면으로 대승경전을 구하여도 마침내 방등경의 이름도 듣지 못하였다. 내가 그 때에 설산에 있었는데, 산이 깨끗하고 흐르는 물, 목욕하는 못, 나무 숲, 약풀들이 간 데마다 가득하였고, 바위 틈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들이 두루 장엄하였으며, 아름다운 새와 진기한 짐승이 헤아릴 수 없고, 맛나는 과실이 번성하여 종류가 한량없으며, 한량없는 연근 · 감근(甘根) · 청목향 뿌리들이 있었다. 내가 그 때에 혼자 산중에 있으면서 과실만을 따 먹고, 그리고는 전심으로 좌선하는 일을 행하면서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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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세월을 지났으나, 여래가 세상에 나셨다거나 대승경전의 이름을 듣지 못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그렇게 어려운 고행을 닦을 적에 제석천왕과 천상 사람들이 마음에 크게 놀라고 이상하게 여겨 한곳에 모이어 서로서로 말하면서 게송을 읊었다. "아름답고 깨끗한 설산 가운데 고요히 앉아 있어 욕심 벗은 님 공덕으로 장엄한 거룩한 이를 번갈아 서로서로 가리키노니 욕심 · 교만 · 성내는 일 다 여의었고 어리석은 무명을 아주 끊어서 추악하고 더러운 나쁜 소리가 입에서 나오는 일 보지 못했네. 이 때에 대중 가운데 환희(歡喜)라는 천인이 또 게송을 말했다. 저렇게 모든 욕심 떠난 사람이 깨끗하게 부지런히 정진하다가 그러다가 제석이나 천상 사람이 되기를 구하지나 아니할는지. 흔히는 세상에서 도 닦는 사람 여러 가지 괴로운 일 닦아 행할 때 제석천왕 앉아 있는 높은 자리를 외람되게 희망하는 욕심 있나니. 그 때에 어떤 신선이 곧 제석천왕을 위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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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늘 임금이신 교시가시여 행여나 그런 염려 하지 마시오. 외도들이 고행을 닦아 행함이 하필이면 제석 자리 희망할라구. 이러한 게송을 읊고 나서 또 이렇게 말하였다. "교시가여, 세상에는 갸륵한 사람들이 중생을 위하므로 자기의 몸을 탐내지 아니하며, 중생들을 이익케 하기 위하여 한량없는 고행을 닦는 이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나고 죽는 속에 걱정이 많음을 보았으므로, 가령 땅에나 모든 산에나 큰 바다에 보배가 가득 찼더라도, 탐내지 아니하고 뱉은 침을 보듯합니다. 그런 이들은 재물이나 사랑하는 처자나 자기의 머리 · 눈 · 골수 · 손 · 발 · 팔 · 다리 · 살던 집 · 코끼리 · 말 · 수레 · 노복 · 하인 따위를 모두 버리고, 천상에 나기도 구하지 아니하며, 다만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쾌락을 받게 하려는 일을 구할 뿐이오니, 내가 생각하기에는 저 보살은 깨끗하여 물들지 아니하고 모든 번뇌가 아주 없어졌으매, 다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함뿐인가 하나이다."

 

제석천왕이 또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의 말과 같다면 저 사람은 세간의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줄 것이다. 대선(大仙)이여, 이 세상에 부처라는 나무가 있다면, 모든 천상 사람 · 세간 사람과 아수라들의 번뇌 독사를 덜어 줄 것이며, 모든 중생이 부처라는 나무의 서늘한 그늘에 가서 있으면, 번뇌의 독기가 모두 소멸할 것이다. 대선이여, 저 사람이 만일 오는 세상에서 부처를 이룬다면, 우리들도 한량없이 뜨거운 번뇌를 소멸하게 되련만 그런 일은 진실로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한량없는 백천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더라도 조그만 인연만 보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흔들리게 되나니, 마치 물 속의 달이 물이 흔들리면 따라서 흔들리는 것 같고, 또 초상이 그리기는 어려우나 부서지기는 쉬운 것 같아서, 보리의 마음도 내기는 어려우나 물러가기는 쉬운 것이다. 대선이여, 마치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무기로 견고하게 몸을 단속하고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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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나아가서 도적을 토벌하려 하다가도, 막상 다다라서 두려움이 생기면 문득 흩어지는 것처럼,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내어 견고하게 몸을 장엄하였다가도 나고 죽는 허물을 보고는 두려운 마음을 내어 물러가는 것이다. 대선이여, 나는 이러한 많은 중생들이 발심하였다가 뒤에는 모두 동요하는 것을 보았으므로, 지금에 비록 이 사람이 고행을 닦으면서 번뇌도 없고 시끄러움도 없으며 험난한 길에 있어 행실이 깨끗함을 보지만, 믿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그이에게 가서, 참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무거운 짐을 감당할 수 있는지 시험하여 보려 한다. 대선이여, 수레는 두 바퀴가 있어야 짐을 실을 수 있고, 새는 두 날개가 있어야 날아다닐 수 있나니, 고행하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내가 비록 그가 계율을 굳게 가짐을 보지만 깊은 지혜가 있는지는 알지 못하나니, 만일 깊은 지혜가 있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무거운 짐을 감당할 줄을 알 것이다. 대선이여, 마치 물고기가 알을 많이 낳지만 고기가 되는 것은 적고, 암마라나무가 꽃은 많지만 열매는 적은 것처럼, 중생도 발심하는 이는 한량없지만 끝까지 성취하는 이는 말할 수 없이 적으니라. 대선이여, 내가 당신과 더불어 함께 가서 시험하리라. 대선이여, 진금은 세 가지로 시험하면 참인지를 아나니, 녹이고 두들기고 갈아보는 것인데, 수행하는 이를 시험함도 그와 같으니라."

 

그 때에 제석천왕이 몸을 변하여 나찰이 되니, 형상이 흉악하였다. 설산에 내려가서 멀지 아니한 곳에 섰으니, 그 때에 나찰은 두려운 마음이 없고, 용맹하기 짝이 없으며, 조리 있는 변재와 맑은 음성으로 지난 세상의 부처님께서 말씀한 반구 게송을 말하였다. 변천하는 모든 법 항상치 않아[諸行無常] 이것이 났다가는 없어지는 법[是生滅法] 이 반구 게송을 말하고는 앞에 섰는데, 얼굴이 험상스럽고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사방을 노려보았다. 고행하던 이는 이 반구 게송을 듣고 마음이 대단히 기뻤으니 마치 장사치가 험난한 길에서 밤에 동행을 잃고 여러 곳으로 찾아다니다가 동무를 만나서는 기쁜 마음으로 한량없이 뛰노는 듯하며,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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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앓던 이가 용한 의원과 간호할 사람과 좋은 약을 만나지 못하다가 나중에 만난 듯하며 바다에 빠진 이가 배를 만난 듯, 목마른 이가 찬물을 만난 듯, 원수에게 쫓기다가 벗어난 듯, 오래 갇혔던 사람이 놓임을 얻은 듯, 농사꾼이 오랜 가뭄에 비를 만난 듯, 길 떠났던 사람이 집에 돌아오자 가족들이 보고 기뻐하는 듯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그 때에 반구 게송을 듣고 마음에 기쁘기가 그와 같아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머리카락을 거두어 들고 사방을 살펴보면서, 지금 들려준 게송을 누가 말한 것이냐고 물었으나,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고 나찰만이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누가 이러한 해탈의 문을 열었으며, 누가 능히 모든 부처님들의 음성을 우레처럼 우렁차게 외쳤는가. 나고 죽는 잠꼬대에서 누가 혼자 깨어 이런 게송을 읊었는가. 생사에 흉년 든 중생에게 누가 위없는 도의 맛을 보여 주었는가. 한량없는 중생이 나고 죽는 바다에 헤매는데, 누가 능히 이 속에서 뱃사공이 되었는가. 모든 중생들이 번뇌의 중병에 걸렸는데, 누가 용한 의원이 되었는가. 이 반 게송을 말하여 나의 마음을 깨워 주니, 마치 반쪽 달이 연꽃을 점점 피게 하는 듯하구나.'

 

선남자야, 그 때에 다시는 보이는 이가 없고, 나찰만이 보였다. 내가 생각하기를 '저 나찰이 게송을 말하였는가' 하였다가, 다시 의심하되 '그가 이런 게송을 말할 수 없으리라. 왜냐 하면 저의 형상이 저렇게 흉악하니, 만일 이런 게송을 들었으면, 모든 흉악하고 무서운 모양이 없어졌을 것이거늘, 어찌 저런 모양으로 이런 게송을 말할 수 있겠는가. 불 속에는 연꽃이 날 수 없으며 햇빛에서는 찬물이 생길 수 없느니라' 하였다. 그리고 내가 다시 생각 하기를 '내가 지혜가 없구나. 이 나찰이 혹시 지나간 세상에서 부처님을 뵈옵고 부처님께 이런 게송을 들었는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 내가 한번 물어 보리라' 하고, 문득 나찰이 있는 데로 나아가서 이렇게 물었다. '대사(大師)여, 그대가 어디에서, 지나간 세상 두려움을 떠난 이가 말씀한 반구 게송을 얻었는가. 대사여, 그대는 어느 곳에서 이러한 반쪽 여의주를 얻었는가. 대사여, 이 반구 게송의 뜻은 진실로 지나간 세상 · 오는 세상 · 지금 세상의 여러 부처님의 바른 도리요. 모든 세간의 한량없는 중생이 항상 여러 가지 소견의 그물에 싸였으니, 일생을 두고도 외도의 법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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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뛰어나서 10력(力)을 가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공한 이치를 얻어 들을 길이 없는 것이오.'

 

이렇게 물었더니, 나찰이 나에게 대답하였다. '대바라문이여, 그대는 나에게 이 뜻을 묻지 마시오. 왜냐 하면 나는 먹지 못한 지가 여러 날이 되었소. 여러 곳으로 먹을 것을 구하였으나 만나지 못하여, 지금은 기갈이 심하고 정신이 어지러워 헛소리를 한 것이고 나의 본마음에서 나온 말이 아니오. 지금 나의 근력이 허공으로 날아다닐 수만 있으면, 울단월이나 천상에까지 다니면서 먹을 것을 구하련만 그렇게도 할 수 없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오.'

 

선남자야, 내가 그 때에 또 나찰에게 말하였다. '대사여, 그대가 나에게 그 게송을 마저 일러주면, 나는 일생 동안 그대의 제자가 되겠소. 대사여, 그대가 말한 반구 게송은 글로도 끝나지 않았고 뜻으로도 끝난 것 아닌데, 무슨 인연으로 마저 말하려 하지 않는가. 재물로 보시하는 일은 다할 때가 있지만 법으로 보시하는 인연은 다하지 않는 것이오. 법으로 보시함은 다함이 없고 이익이 많은 것이오. 내가 지금 그 반구 게송 법문을 듣고는 마음으로 한편 놀라고 한편 의심하는 터이니, 그대는 지금 나 의 의심을 풀어주시오. 그 게송을 마저 말하면, 나는 평생을 두고 그대의 제자가 되겠소.'

 

나찰이 대답하였다. '그대는 지나치게 꾀가 있어서, 제 일만 생각하고 남의 사정은 모르는구려. 나는 참으로 배가 고파서 말할 수가 없소.'내가 곧 묻되 '그대는 무엇을 먹는가' 하니, 나찰이 대답하되 '그대는 묻지도 마시오. 내가 만일 말을 하면, 여러 사람이 깜짝 놀랄 것이오' 하였다. 그래서 내가 또 말하였다. '여기는 우리 두 사람뿐이고 다른 이가 없지 않소. 나는 그대를 두려워하지 않을 터인데, 어찌하여 말하지 않으려 하오.'나찰이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먹는 것은 사람의 더운 살이고, 마시는 것은 사람의 끓는 피요, 나는 복이 없어서 이런 것만 먹게 되었는데, 아무리 구하여도 만날 수가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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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사람도 많지만 모두 복덕이 있고 아울러 천인들이 수호하고 있으니, 나의 힘으로는 죽일 수가 없소.'

 

선남자야, 나는 또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그대가 그 나머지 반구 게송마저 말하여 준다면, 나는 그 게송을 듣고 나서 이 몸으로 당신에게 공양하겠소. 대사여, 설사 내가 더 살다가 목숨이 다하여 죽더라도 이 몸은 다시 소용이 없소. 필경에는 호랑이나 늑대나 올빼미 · 독수리 · 부엉이 따위의 밥이 되어 조그만 복도 짓지 못할 것이므로, 나는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연약한 몸을 버리고 견고한 몸으로 바꾸려 하오.'

 

나찰이 또 대답하였다. '그대의 그런 말을 누가 믿겠소. 여덟 글자를 위하여서 사랑하는 몸을 버리겠다고 하는 것을.'

 

선남자야, 내가 곧 대답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지견이 없소. 어떤 사람이나 질그릇을 주고 7보 그릇을 얻으려는 것인데, 나도 보잘것없는 이 몸으로 금강 같은 몸을 바꾸려는 것이오. 그대의 말이 (누가 믿겠느냐) 하지만 내가 지금 증거를 세우겠소. 대범천왕 · 제석천왕 · 사천왕들이 모두 이 일을 증명하고, 또 천안통을 얻은 보살로서 한량없는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대승 행을 닦아서 6바라밀을 구족한 이들도 증명하실 것이고, 또 시방세계에 계시는 부처님께서도 중생을 이익케 하려는 이들 이 내가 지금 여덟 글자를 듣기 위하여 생명을 버리려 하는 것을 증명하시는 것이오' 하였다.

 

나찰이 다시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몸을 버리겠다면, 그대에게 나머지 반구 게송을 말할 터이니, 자세히 들으라.' 선남자야, 그 때에 내가 그 말을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몸에 둘렀던 사슴 가죽을 벗어서, 나찰에게 설법하는 자리로 깔아 놓고 '화상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하고는, 내가 그 앞에 합장하고 끓어앉아 말하였느니라. '원하옵니다. 화상이시여, 나를 위하여 나머지 반구 게송을 말씀하시어 구족하게 합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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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나찰은 즉시 게송을 말하였다. 났다 없다 하는 법 없어지고 나면[生滅滅巳] 그 때가 고요하여 즐거우리라[寂滅爲樂]. 그 때에 나찰이 이 게송을 읊고는 다시 말하였다. '보살마하살이여, 그대가 지금 게송의 뜻을 구족하게 들었으니, 그대의 소원은 다 만족하였소. 만일 중생을 이익하게 하려면 그대의 몸을 나에게 주어야 하오.'

 

선남자야, 내가 그 때에 게송의 뜻을 깊이깊이 명심하고 그런 뒤에 각처에 있는 돌과 벽과 나무와 길에 이 게송을 써놓고는, 몸에 입었던 옷을 다시 정돈하여 죽은 뒤에라도 살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 높은 나무로 올라갔다. 그 때에 나무 신이 또 나에게 묻되 '당신은 어찌하려는 것이냐'고 하기에, '나는 몸을 버려서 게송 들은 값을 갚겠노라'고 하였더니, 나무 신은 '그 게송이 무슨 이익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이 게송은 지난 세상 · 오는 세상 · 지금 세상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법이 공한 도리를 말한 것인데, 나는 이 법을 위하여서 몸과 목숨을 버리려는 것이고, 이양이나 명예나 재물이나, 전륜성왕 · 사천왕 · 제석천왕 · 대범천왕이나 인간 · 천상의 즐거움을 위하지 아니하며,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서 이 몸을 버리노라.'

 

선남자야, 나는 몸을 버리려 하면서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바라건대 여러 간탐하고 인색한 사람들은 모두 와서 나의 몸 버림을 보라. 또 조그만치 보시하고 뽐내는 사람들도 와서, 내가 지금 한 구 게송을 위하여 생명 버리기를 초개같이 함을 보라.' 나는 이 때에 이 말을 마치고는, 곧 손을 놓고 나무 아래로 몸을 던졌다. 떨어지는 몸이 땅에 닿기 전에 허공에서 가지가지 소리가 나며, 그 소리가 아가니타천까지 들렸다. 이 때였다. 나찰이 제석의 몸으로 돌아가 공중에서 나의 몸을 받아서 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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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내려놓으니 제석천왕과 여러 천인과 대범천왕이 나의 발에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장하여라, 당신은 참으로 보살입니다.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하려고 캄캄한 무명 속에서 법의 횃불을 켜려는 것을, 내가 여래의 큰 법을 아끼느라고 당신을 시끄럽게 하였사오니, 바라건대 지은 죄를 참회하는 정성을 받아 주소서. 당신은 반드시 오는 세상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니, 그 때에 저희를 제도하소서.' 그리고는 제석천왕과 하늘 대중들이 나에게 예배하여 하직하고 다시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지난 옛적에 반구 게송을 위하여 이 몸을 버린 인연으로, 12겁을 초월하여 미륵보살보다 먼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느니라. 선남자야, 내가 이러한 한량없는 공덕을 이룬 것은 여래의 바른 법에 공양한 까닭이니라. 선남자야, 그대도 그와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니, 한량없고 그지없는 항하의 모래 수 보살들을 벌써 뛰어넘었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대승의 대반열반경에 머물러서 거룩한 행을 닦음이라 하느니라."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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