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圓覺經)

원각경(1)-10

근와(槿瓦) 2015. 11. 21. 00:24

원각경(1)-10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대당(大唐) 계빈(罽賓)삼장 불타다라(佛陀多羅) 한역

송성수 번역

김두재 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 : 박가범(薄伽梵)이라고도 쓰며, 세존(世尊)ㆍ중우(衆祐)ㆍ파정지(破淨地)라 번역. ?대지도론? 3권에는 네 가지 뜻을 들어 설명하였다. ①바가(婆伽)는 덕을 말하고, 바(婆)는 유(有)를 말한 것으로, 덕이 있다는 뜻. ②바가는 분별, 바는 교(巧)라 이름하니, 이는 공교하게 모든 법의 총상(總相)과 별상(別相)을 잘 분별한다는 뜻. ③바가는 명성(名聲), 바는 유(有)를 말한 것으로, 명성을 얻은 것이 부처님과 같은 이가 없다는 뜻. ④바가는 파(破), 바는 능(能)이란 말로 능히 음(婬)ㆍ노(怒)ㆍ치(癡)를 없애버렸다는 뜻. 보통 바가범의 6의(義)라고 하니, ?불지론? 1권에 있다. ①자재(自在), ②치성(熾盛), ③단엄(端嚴), ④명칭(名稱), ⑤길상(吉祥), ⑥존귀(尊貴)를 말한다.]께서 신통대광명장(神通大光明藏)에 드시어 삼매(三昧)를 바르게 누리시니, 일체 여래께서 빛나고 장엄하게 머무시는 자리이고, 중생들의 청정한 깨달음의 자리였으며, 몸과 마음이 적멸하여 평등한 근본 자리였다. 시방에 원만하며 둘이 아닌 것[不二]을 수순하고 둘이 아닌 경지에서 모든 깨끗한 국토를 나타내시니, 대보살마하살(大菩薩摩訶薩) 10만 인과 함께 계셨다.

 

그 이름은 문수사리보살(文殊師利菩薩) · 보현(普賢)보살 · 보안(普眼)보살 · 금강장(金剛藏)보살 · 변음(辯音)보살 · 정제업장(淨諸業障)보살 · 보각(寶覺)보살 · 원각(圓覺)보살 · 현선수(賢善首)보살 등이 우두머리가 되어

 

                                                                                                                                [2 / 46] 쪽

여러 권속들과 더불어 모두 삼매에 들어가서 똑같이 여래의 평등한 법회에 머물렀다.

 

이때에 문수사리 보살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아래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두 무릎을 세워 꿇어 앉아 합장하고 아뢰었다.

 

“대비하신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설법을 듣기 위하여 이 모임에 온 대중들을 위하여 여래께서 본래 일으키셨던 청정한 인지(因地)에서의 법다운 수행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보살들이 대승법(大乘法)에 대하여 청정한 마음을 내어 모든 병(病)을 멀리 여의는 방법도 말씀하시어 장차 다가올 말법 세계에서 대승을 구하는 중생으로 하여금 사견(邪見)에 빠지지 않게 해주옵소서.”

 

이렇게 말하고 오체투지(五體投地)하며 이와 같이 세 번 되풀이하여 청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문수사리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선남자야. 그대들은 이제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여래의 인지(因地)의 법에 맞는 수행을 물어, 말법 세계의 일체 중생들로서 대승을 구하는 이로 하여금 바른 자리에 머무를 수 있게 하여 삿된 소견에 떨어지지 않게 하니, 그대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지금 그대들을 위해 말해 주리라.”

 

그때 문수사리 보살이 분부를 받들어 기뻐하면서 대중들과 함께 조용히 듣고 있었다.

 

“선남자야, 위없는 법왕[無上法王]의 큰 다라니문(陀羅尼門)이 있으니, 그 이름은 원각(圓覺)이니라. 일체의 청정한 진여 · 보리 · 열반과 바라밀을 흘려내어서 보살들을 교수(敎授)하시나니, 일체 여래의 본래 일으켰던 인지[因地 : 수행(修行)이 아직 부처를 이루기 전의 지위(地位)를 말한다.]는 모두가 청정한 깨달음의 모습을 원만하게 비춤에 의지하여 무명(無明)을 영원히 끊어야 비로소 부처님의 도를 이루느니라.

 

                                                                                                                                [3 / 46] 쪽

어떤 것이 무명인가 하면, 선남자야, 일체 중생이 한없이 먼 과거로부터 갖가지로 뒤바뀐 것이 마치 길 잃은 사람이 방위를 잘못 아는 것과 같나니, 4대(大)를 잘못 알아 제 몸이라 하고, 6진(塵)의 그림자를 제 마음이라고 하느니라. 비유하면 눈병이 나면 허공의 꽃[空中花]과 헛것으로 비추는 달[第二月]을 보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실로 허공에는 꽃이 없거늘 눈병 난 이가 망령되이 집착하는 것이니, 망령된 집착으로 말미암아 이 허공의 제 성품을 잘못 알았을 뿐만 아니라, 또 실제로 그 꽃이 나오는 자리까지도 모르느니라. 이런 이유로 망령되이 생사를 바퀴 돌 듯 반복하나니, 그러므로 무명(無明)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 무명이란 것은 실제로 본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꿈을 꾸는 사람이 꿈을 꿀 때에는 없지 않다가 깨고 나면 마침내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경우와 같다. 또 숱한 허공의 꽃[空花]이 허공에서 사라질 때에 사라진 곳이 일정하게 있다고 할 수 없는 것과도 같으니라. 왜냐하면 본래 생겨난 곳이 없기 때문이니라. 일체 중생들은 나는 것이 없는 가운데에서 허망하게도 나고 없어짐이 있다고 여기나니, 그러므로 생사에 바퀴 돌 듯 한다고 말하느니라.

 

선남자야, 여래의 인지(因地)에서 원각(圓覺)을 닦는 이가 이러한 모든 것이 본래 허공 꽃과 같은 줄을 알면 헤맴이 즉시 없어져, 그 생사(生死)를 겪는 몸과 마음도 없어질 것이니, 인위적으로 없애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성품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 알거나 깨닫는 것도 마치 허공과 같은 것이고, 허공인 줄 아는 것도 곧 허공 꽃의 모양이거니와, 알거나 깨닫는 성품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나니,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을 다 버려야 이를 곧 청정한 깨달음을 수순하는 것이라 하리라.

 

왜냐하면 허공의 성품이기 때문이며, 항상 요동치지 않기 때문이요, 여래장[如來藏 : 본래부터 중생의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는 부처가 될 가능성. 중생의 마음속에 저절로 갈무리되어 있는 부처님의 청정한 씨앗. 중생이 모두 갖추고 있으나 번뇌에 가려져 있는 부처님의 성품을 말한다.]안에서는 일어나고 소멸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며, 알거나 보는 것이 없기 때문이요, 법계의 성품 똑같이 끝끝내 원만하여 시방에 두루한

 

                                                                                                                               [4 / 46] 쪽

것 같기 때문이니라. 이것을 일러 인지(因地)의 법다운 수행이라 하나니, 보살은 이것을 의지하여 대승법의 청정한 마음을 내는 것이며, 말법 세계의 중생들도 이것을 의지하여 닦아 행하면 삿된 소견에 빠지지 않으리라.”

 

그때 세존께서 이런 이치를 거듭 펴시기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문수여, 그대는 마땅히 알라.

모든 여래께서 본래 발심했던 인지(因地)로부터

모두 이 지혜의 깨달음으로

무명을 분명히 깨치셨느니라.

저것이 허공 꽃과 같은 줄 알면

생사에 굴러다님 면할 수 있으리니

마치 꿈을 꾸는 사람이

깨고 나면 얻은 것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깨달아 안다는 것도 허공 같아서

평등하여 요동함이 전혀 없나니

깨달음이 시방에 두루하므로

곧 불도(佛道) 이루게 되리라.

온갖 환(幻)이 소멸하는 흔적이 없듯이

부처님 도 이루는 것도 역시 그러하니

본 성품이 본래부터 원만하기 때문이니라.

보살은 이에 의지해서

보리의 마음을 내어야 하며

말법 세계의 모든 중생들도

이 법을 닦으면 삿된 소견 면하리라.

 

                                                                                                                                [5 / 46] 쪽

이때 보현보살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단정히 몸을 세운 채 꿇어앉아 합장하고[長跪叉手]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비(大悲)하신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이 모임에 모인 여러 보살들과 말법 세계의 일체 중생으로서 대승을 닦으려는 이들을 위하여 말씀해 주시옵소서. 이 원각(圓覺)의 청정한 경계를 듣고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세존이시여, 저 중생들이 환(幻)과 같은 것임을 아는 이들이라면 그의 몸과 마음도 환이거니, 어떻게 환으로써 다시 환을 닦으오리까? 만일 온갖 환의 성질이 다 없어지는 것이라 하면 곧 몸과 마음마저도 없어지리니 누가 수행하는 것이오며, 어찌하여 또 환과 같은 것을 수행하라고 말씀하시옵니까?

 

만일 모든 중생들이 처음부터 수행하지 않는다면 생사 속에서 항상 환화(幻化)에 묻혀 있어서 일찍이 환과 같은 경계임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리니, 망상(妄想)의 마음에서 어떻게 벗어나오리까? 바라옵건대 말법 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어떠한 방편과 점차(漸次)를 닦아 익혀야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온갖 환을 영원히 여의도록 하겠나이까?”

 

이렇게 말하고는 오체투지하며, 이와 같이 세 번 청하여 거듭 되풀이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보현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선남자야. 그대는 이제 모든 보살들과 말법 세계의 중생들을 위하여 보살이 환(幻)과 같은 삼매를 닦아 익히는 방편과 그 점차(漸次)를 물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온갖 환을 여읠 수 있게 하는구나. 그대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지금 그대들을 위해 말해 주리라.”

 

그때 보현보살은 분부를 받들고 기뻐하면서 대중들과 함께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선남자야, 일체 중생들의 갖가지 환화(幻化)가 모두 여래의 원각묘심(圓覺妙心)에서 나온 것이니, 마치 허공의 꽃이 허공에 생긴 것과 같다. 환(幻)인 허공의 꽃은 없어지더라도 허공의 본성은 무너지지 않나니, 중생의 환인 마음도 다시 환에 의하여 없어질 것이나, 모든 환이 다 없어진다 하더라도 본각(本覺)의 마음만은 움직이지 않느니라. 환에 의하여 본각을 말할지라도

 

                                                                                                                                [6 / 46] 쪽

그 이름은 환이며, 만일 본각이 있다고 말할지라도 오히려 환을 여의지 못한 것이며, 본각이 없다고 말할지라도 역시 그러하니라. 그러므로 환이 없어져야 동요하지 않는 경지라고 이름할 수 있느니라.

 

선남자야, 일체의 보살과 말법 세계 중생들은 온갖 허깨비인 허망한 경계를 멀리 여의어야 할 것이니, 멀리 여의려는 마음을 굳게 잡아 지니어서 환과 같은 마음도 멀리 여의어야 하며, 환을 멀리 여의겠다는 생각은 물론 또한 멀리 여의었다는 그 생각까지도 멀리 여의어서 더 이상 멀리 여읠 것이 없게 되면, 곧 모든 환은 없어지느니라. 비유하건대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키려 할 적에 두 개의 나무를 서로 비벼 불이 일어나 나무가 다 타서 없어지면 재는 날아가고 연기는 사라지는 것처럼, 환으로써 환을 닦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모든 환은 비록 다 없어지더라도 아주 없어지는 것[斷滅]에 들어가지는 않느니라.

 

선남자야, 환(幻)인 줄 알면 곧 여의게 되나니, 방편을 쓸 필요가 없으며, 환을 여의면 곧 깨달음이니, 또한 점차(漸次)의 계위(階位)도 없느니라. 일체의 보살들과 말법 세계의 중생들은 이것을 의지하여 수행해야 할 것이니, 이렇게 하여야 비로소 모든 환을 영원히 여읠 수 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런 뜻을 거듭 펴시기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현이여, 그대 마땅히 알라.

일체 중생들의

끝없이 오래된 환(幻)의 무명(無明)은

모두가 모든 여래의

원각의 마음에서 생겼나니

마치 허공 꽃은 허공에 의지해

그 형상이 생기는 것과 같으니라.

만일 허공 꽃이 없어진다 해도

허공은 조금도 변동이 없나니

환은 원각으로부터 생긴 것이기에

 

                                                                                                                               [7 / 46] 쪽

환이 없어져도 각(覺)은 본래 그대로이니

본각의 마음은 동요하지 않는 까닭이니라.

만일 그 보살들이나

말법 세계의 모든 중생들은

언제나 환을 멀리 여의어야 하나니

환들을 모조리 다 여의면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켜

나무가 다 타고 나면 불도 꺼지는 것처럼

깨달음에 점차가 필요 없고

방편도 또한 그러하니라.

 

이때 보안(普眼)보살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무릎을 세워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비하신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이 모임에 온 보살들과 말법 세계의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보살이 수행하는 순서와 단계[漸次]를 말씀하여 주옵소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머무르며, 중생들이 깨닫지 못하면 어떤 방편을 써야 두루 깨닫게 하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만일 저 중생들이 바른 방편과 바른 생각이 없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런 삼매를 들을 때에 마음이 헛갈리고 답답하여 원각(圓覺)에 대하여 깨달아 들어갈 수 없을 것이옵니다. 바라옵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들과 말법 세계 중생들을 위하여 방편을 한번 말씀하여 주옵소서.”

 

이렇게 말하고 오체투지하며, 이와 같이 세 번 청하여 거듭거듭 되풀이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보안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선남자야. 그대들은 모든 보살들과 말법 세계 중생들을 위하여 여래에게 수행하는 점차(漸次)와 생각하는 법과 마음 머무는

 

                                                                                                                               [8 / 46] 쪽

법을 묻고 또 갖가지 방편을 말해 달라고 하는구나. 너희들은 지금 자세히 들으라. 이제 그대들을 위해 말해 주리라.”

 

그때에 보안보살은 분부를 받들고 기뻐하면서 대중들과 함께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선남자야, 저 새로 배우는 보살과 말법 세계의 중생들이 여래의 청정한 원각의 마음을 구하려 하면, 바른 생각으로 모든 환(幻)을 멀리 여의어야 하느니라.

 

먼저 여래의 사마타[奢摩他 : 비바사나 수행법 이전부터 있었던 인도의 정신집중 수행법. 사마타(奢摩他)는 의역하여 지(止)ㆍ지식(止息)ㆍ적정(寂靜)ㆍ능멸(能滅)이라 번역한다. 산란한 마음을 멈추고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수행법이다. 그래서 비바사나가 관(觀) 수행법(修行法)이라면 사마타는 지(止)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합쳐 지관(止觀)이라 하며 불교 천태종(天台宗)의 근본교리이기도 하다. 사마타와 비바사나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선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사마타에 의해 자아몰입에 들어간 후 지혜를 끌어내어 대상을 보는 비바사나 수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집중과 관찰은 불도수행에 있어서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여기서 사마타는 정(定)에 해당되고, 비바사나는 혜(慧)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지관불이(止觀不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수행을 의지하고 계율을 굳게 지니며, 대중들과 편안하게 지내고 조용한 방에 단정하게 앉아서 항상 이렇게 생각하라.

 

‘지금 나의 이 몸뚱이는 4대(大)가 화합하여 된 것이니, 이른바 터럭 · 치아 · 손톱 · 발톱 · 살가죽 · 근육 · 뼈 · 골수 · 더러운 몸뚱이들은 다 흙으로 돌아갈 것이요, 침 · 콧물 · 고름 · 피 · 진액 · 거품 · 가래 · 눈물 · 정기와 대소변은 다 물로 돌아갈 것이며, 따스한 기운은 불로 돌아갈 것이요, 움직이는 작용은 바람으로 돌아갈 것이다. 4대가 제각기 흩어지면 이제 이 허망한 몸뚱이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곧 이 몸은 끝내 실체가 없는데 화합하여 형상이 이루어진 것이 실은 허깨비와 같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네 가지 인연이 임시로 화합해서 허망하게도 6근(根)이 있게 된 것이니라. 6근과 4대가 합하여 안팎을 이루었는데, 허망하게도 인연으로 이루어진 기운[緣氣]이 그 안에 쌓이고 모여 인연의 모습이 있는 것처럼 되었으니, 이것을 임의로 이름을 붙여 마음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 허망한 마음이란 것은 만일 6진(塵)이 없었더라면 존재할

 

                                                                                                                               [9 / 46] 쪽

수 없는 것이며, 4대가 나뉘어 흩어지고 나면 6진도 존재할 수 없느니라. 이 가운데 인연과 6진이 제각기 흩어져 없어지면 마침내 반연하는 마음도 볼 수 없으리라.

 

선남자야, 저 중생들의 환(幻)인 몸뚱이가 멸하기 때문에 환인 마음도 멸하고, 환인 마음이 멸하기 때문에 환인 경계[塵]도 멸하며, 환인 경계가 멸하기 때문에 환의 멸함도 멸하고, 환의 멸함이 멸하기 때문에 환 아닌 것은 멸하지 않느니라. 그것은 비유하면 마치 거울과 같아서 때가 없어지면 광명이 나타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몸과 마음이 다 환의 때[幻垢]이니, 때의 모습이 영원히 사라지면 시방세계가 청정해진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만약 깨끗한 마니(摩尼) 보배 구슬에 오색(五色)을 비추면 방향에 따라 각각의 빛깔이 달리 나타나게 되는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 보배 구슬을 보고 실제로 오색이 있는 줄로 아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원각(圓覺)의 청정한 성품이 몸과 마음을 나타내어 종류를 따라 제각기 호응하면, 저 미련한 사람들은 청정한 원각에 실제로 그와 같은 몸과 마음의 제 모습이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으니라. 이런 까닭에 환화(幻化)를 멀리 여의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생겨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환의 때라고 말하며, 환의 때를 여읜 이를 보살이라 이름하거니와, 때가 다하고 상대할[對] 것도 없어지면, 상대와 때도 없고 상대니 때니 하는 이름도 없어지느니라.

 

선남자야, 이 보살과 말법 세계의 중생들이 모든 환을 증득하여 영상(影像)을 멸하면, 그때에 곧 끝없는 청정함을 얻으리니, 가없는 허공은 원각에서 나타난 것이니라. 깨달음이 뚜렷하고 밝은 까닭에 마음의 청정함이 나타나고, 마음이 청정한 까닭에 보이는 경계가 청정하고, 보이는 경계가 청정한 까닭에 눈이 청정하고, 눈이 청정한 까닭에 보는 의식이 청정하고, 보는 의식이 청정한 까닭에 들리는 경계가 청정하고, 들리는 경계가 청정한 까닭에 귀가 청정하고, 귀가 청정한 까닭에 듣는 의식이 청정하고, 듣는 의식이 청정한 까닭에 감각하는 경계[覺塵]가 청정하나니, 그리하여 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까지도 다 그와 같으니라.

 

                                                                                                                             [10 / 46] 쪽

선남자야, 눈이 청정한 까닭에 빛이 청정하고, 빛이 청정한 까닭에 소리가 청정하니, 냄새와 맛과 촉감과 법[香味觸法]의 경계까지도 다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6진(塵)이 청정한 까닭에 지대(地大)가 청정하고, 지대가 청정한 까닭에 수대(水大)가 청정하니, 화대(火大)ㆍ풍대(風大)까지도 다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4대(大)가 청정한 까닭에 12처(處)와 18계(界)와 25유[有 : 유(有)는 존재(存在)란 뜻. 중생이 나서 변경하고, 죽어 변경하는 미(迷)의 존재를 25종으로 나눈 것. ① 4악취(惡趣 : 지옥ㆍ아귀ㆍ축생ㆍ아수라). ② 4주(州 : 동불바제ㆍ남염부주ㆍ서구야니ㆍ복울단월). ③ 6욕천(欲天 : 사왕천ㆍ도리천ㆍ야마천ㆍ도솔천ㆍ화락천ㆍ타화자재천). ④ 색계(色界 : 초선천ㆍ범왕천ㆍ제2선천ㆍ제3선천ㆍ제4선천ㆍ무상천ㆍ5나함천). ⑤ 무색계(無色界 : 공무변처천ㆍ식무변처천ㆍ무소유처천ㆍ비상비비상처천). 이를 줄여서 3계(界)와 6도(道)라 한다.]까지도 다 청정하느니라. 이들이 청정하기 때문에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4무애지[無碍智 : 4무애변(無礙辯), 4무애해(無礙解)라고도 함. 마음의 방면으로는 지(智) 또는 해(解)라 하고, 입의 방면으로는 변(辯)이라 함. ① 법무애(法無礙)는 온갖 교법에 통달한 것. ② 의무애(義無礙)는 온갖 교법의 요의(要義)를 아는 것. ③ 사무애(辭無礙)는 여러 가지 말을 알아 통달치 못함이 없는 것. ④ 요설무애(樂說無礙)는 온갖 교법을 알아기류(機類)가 듣기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데 자재한 것 등을 말한다.]와 불십팔불공법[佛十八不共法 : 18불공불법(不共佛法)이라고도 한다. 부처님께만 있는 공덕으로서 2승이나 보살들에게는 공동(共同)하지 않는 열여덟 가지. 신무실(身無失)ㆍ구무실(口無失)ㆍ의무실(意無失)ㆍ무이상(無異想)ㆍ무부정심(無不定心)ㆍ무부지이사(無不知已捨)ㆍ욕무감(欲無減)ㆍ정진무감(精進無減)ㆍ염무감(念無減)ㆍ혜무감(慧無減)ㆍ해탈무감(解脫無減)ㆍ해탈지견무감(解脫知見無減)ㆍ일체신업수지혜행(一切身業隨智慧行)ㆍ일체구업수지혜행(一切口業隨智慧行)ㆍ일체의업수지혜행(一切意業隨智慧行)ㆍ지혜지견과거세무애무장(智慧知見過去世無礙無障)ㆍ지혜지견미래세무애무장(智慧知見未來世無礙無障)ㆍ지혜지견현재세무애무장(智慧知見現在世無礙無障)을 말한다.]과 37조도품[助道品 : 37도품(道品)이라 하기도 한다. 열반의 이상경(理想境)에 나아가기 위하여 닦는 도행(道行)의 종류. 4념처(念處)ㆍ4정근(正勤)ㆍ4여의족(如意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분(覺分)ㆍ8정도분(正道分)을 말한다.]이 청정하나니, 이와 같이 8만 4천 다라니문까지도 모두 청정하니라.

 

선남자야, 일체 실상(實相)의 성품이 청정하기 때문에 한 몸이 청정하고, 한 몸이 청정하기 때문에 여러 몸이 청정하며, 여러 몸이 청정하기 때문에.........

 

 

출처 : 불교학술원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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