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이교도 수발타라의 입멸(167)

근와(槿瓦) 2015. 10. 28. 00:02

이교도 수발타라의 입멸(167)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아난이 세존께 또 아뢰었다.

“세존께서 세간에 나오신다면 이 세간의 덕이 청정한 사람이나 행이 돈독한 사람이 와서 세존을 배알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때문에 법을 듣고 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만, 지금 세존께서 입멸하시면 그 사람들이 올 리도 없습니다. 그때 저희들은 여하히 하면 좋겠습니까?”

 

세존께서 답하셨다.

“아난이여, 걱정할 것은 없다. 내가 태어난 가비라 성의 룸비니 동산을 염함이 좋다. 또 내가 도를 이룬 니련선하 근처의 보리수 밑을 생각함이 좋다. 또 내가 처음으로 법륜을 굴린 베나레스의 녹야원을 염함이 좋다. 그리고 내가 멸도에 들어가는 이 구시나라 성 밖의 사라수 동산을 염함이 좋다. 그렇게 하면 너희들은 모두 복을 받게 될 것이다.

 

아난이여, 만약 신심이 있어 부처의 공덕을 염하고 한 송이 꽃이라도 공양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으로써 능히 열반에 이를 수 있으리라. 아난이여, 만약 마음만이라도 부처를 염하고 단지 한번이라도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켰다면 역시 반드시 열반을 얻게 될 것이니라. 아난이여, 또 만약 부처의 이름을 듣는 자는 열반에 들어갈 것이다. 아난이여, 부처는 여러 복전 중에서 제일이다. 나는 무릇 귀취(歸趣)없는 자를 위하여 귀치가 되어 주고, 무릇 집 없는 자를 위하여 집이 되어 주고, 어둠 속에 있는 자를 위하여 등불이 되어 주고, 눈 먼 자를 위하여 눈이 되어 주는 것이다.”

 

아난이 또 물었다.

“천나(闡那)라는 제자가 있습니다만 성질이 조급하고 욕하기를 즐기며 자주 많은 제자들과 다툽니다. 세존께서 입멸하신 후에는 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세존 : “너희들은 그와 말하지 않도록 함이 좋다. 그는 반드시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고칠 것이다.”

 

아난 : “만약 많은 여자들이 와서 제자들을 만나려고 할 때에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옵니까?”

세존 : “만나게 해서는 안 된다.”

 

아난 : “만약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려고 할 때에는 어떻게 하면 되옵니까?”

세존 : “말을 하지 않도록 함이 좋다.”

 

아난 : “만약 도를 듣고 싶다고 청했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되옵니까?”

세존 : “말할 것도 없이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해야 한다. 다만 늙은 사람은 어머니로 생각하고 연장자는 누이로 생각하며, 그리고 연소자는 누이동생으로 생각하여 능히 너의 몸과 말과 뜻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아난 : “재세하실 때와 멸하신 뒤에 세존을 공양해 받드는데 그 공덕에 차이가 있습니까?”

세존 : “차이는 없다. 그것은 부처의 법신은 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난이여, 부처를 보는 것은 곧 불법을 보는 것이다. 불법을 보는 것은 곧 승가를 보는 것이다. 승가를 보는 것은 곧 열반을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삼보는 상주해 있으며 변하는 일이 없고 능히 중생들의 귀처(歸處)가 되는 것임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아난 : “세존께서 멸도에 드신 후에는 어떠한 법으로 장의를 행함이 옳습니까?”

세존 : “너는 이 일을 위하여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다만 도만을 지켜라. 자신을 위해 애쓰고, 너의 선근을 위해 너의 전신을 바침이 좋다. 또 나에게 들은 바를 즐겨 남을 위하여 설함이 좋다. 나의 장례는 반드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지내 줄 것이다.”

 

아난 : “그들은 어떠한 법으로써 장례를 지내는 것이옵니까?”

세존 : “여러 왕 중 왕을 장례하는 법으로 나를 장례 지낼 것이다.”

 

아난 : “그 법은 무엇입니까?”

세존 : “더운 물로 씻고 솜으로 덮어 이를 금관에 넣어 향유를 뿌리고 좋은 향으로 싸서, 이를 태우고 사리를 거두어 탑을 세울 것이다. 길가는 사람은 이에 예배하며 꽃을 바치고 향을 바치며, 덕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것이 여러 왕 중 왕을 장례하는 법이다.”

 

이 말을 들은 아난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몰래 뒷방으로 숨어 문에 기댄 채 홀로 탄식하였다.

“나는 아직도 학지(學地=배우는 사람의 자리)에 있으면서 여태껏 깊은 도를 얻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부처는 지금 나를 버리고 멸도에 드신다. 나는 언제 해탈의 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차후 나는 누구를 위하여 아침에는 물을 바치고 저녁에는 침구를 펴며 또 그 얼굴을 씻고 발을 씻어드릴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손으로 문 밖의 나뭇가지를 붙들고 가슴을 치며 울었다.

 

여러 제자들이 세존을 옆에서 모시고 있었는데 세존께서 물으시기를,

“아난은 어디에 있는가?”

 

“저쪽 나무 밑에서 울고 있사옵니다.”

“아난을 불러 오도록 하라.”

 

전갈을 받고 아난은 돌아와서 세존께 예하고 옆에 섰다. 세존은 이를 보고 밝히시기를,

“아난이여, 나는 앞서 이미 너를 위하여 말하지 않았느냐. 일체 제행(諸行)은 모두가 다 무상한 것이다. 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너는 지금 무엇을 슬퍼하고 있는 것인가? 아난이여, 너는 전부터 나를 섬겨, 나를 위하여 무슨 일이든 해 주었다. 또 너의 몸도 입도 뜻도 모두가 언제나 청정했으며 티도 더러움도 없었다. 면려하라, 네가 얻을 수 있는 복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여러 제자들이여, 아난에게 그와 같이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그는 멀지 않아 해탈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제자들이여, 옛날 모든 부처에게는 아난과 같은 시자가 있었다. 또 뒤의 모든 부처에게도 있을 것이다. 제자들이여, 아난은 신심이 견고하고 마음은 곧으며 몸에는 병이 없고 항상 부지런하며 교만하지 않다. 그 지혜는 깊고 미묘하여 내가 설한 법을 모두 기억하며 잊지 않는다. 또 제자들이여, 아난은 능히 때를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나를 만나려고 할 때에는 아난은 먼저 나를 위하여 그 시간이 좋은가 어떤가를 생각하고서 정한다. 내가 언제 제자들과 만날 것인가, 혹은 언제 재가의 신자를 만날 것인가, 또 외도들과 만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들이 와서 나를 만나고 또 나로부터 법을 듣고 모두 많은 공덕을 얻었던 것이다. 이는 모두 아난이 시의(時宜)를 도모하여 나에게 그들을 인도했기 때문이다. 제자들이여, 법왕을 뵙는 것은 누구나 모두 그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혹은 침묵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또 헤어질 때에는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여, 마치 굶주린 사람이 배부름을 모르는 것과 같은 심정이 되는 것이다. 대중들이 아난을 대하는 경우도 역시 이와 같은 것이다. 온아(溫雅)한 덕은 그에게 충만되어 있다. 제자들이 오면 그 건강을 묻고 이중(尼衆)이 오면 훈계하기를, 자매여, 불계(佛戒)를 받들라고 말하였다. 게다가 재가자들이 왔을 때에는 삼보에 귀의하라, 불계를 지켜라, 너의 부모를 공경하라, 성자를 공경하라고 격려하였다. 이 말을 들은 자는 모두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잠자코 있는 것을 보면 어찌된 일이냐고 묻는 것이 예사였다. 그리고 떠날 그 때에는 덕을 그리워하고 의(誼)를 염하는 것이다. 제자들이여, 아난에게는 이러한 뛰어난 덕이 있다.

 

그러니 아난이여, 너는 스스로 괴로워하여 스승이 멸도에 들어가고 나면 역시 해탈할 때도 없을 것이라고 슬퍼할 것은 없다. 내가 도를 이룬 이래 설해 온 일체의 법과 계야말로 곧 너의 스승인 것이다. 너를 두호하는 것이다. 너의 의지할 곳이다. 나는 세간의 아버지이며 세간의 친구이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친구로서 이루지 않으면 안 될 일을 모두 마쳤다. 이렇게 되었으니 너는 내가 멸한 후에 이것을 염하고 이것을 행하되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고 마하가섭(摩訶迦葉)과 함께 세간을 이끌어 크게 불사를 닦아 달라. 아난이여, 헛되이 심로(心勞)해서는 안 된다. 너는 반드시 해탈한다. 그리고 나의 정법은 널리 흘러 중생들에게 보시하게 되리라.”

 

이 말을 듣고 아난의 근심은 조금 제거되었다. 그러자 세존께 앙청하기를,

“세존이시여, 저의 마음은 열렸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물어 볼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모쪼록 가르쳐 주십시오.”

 

세존 : “무엇이냐?”

아난 : “세존이시여,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비사리가 있고 왕사성과 사위성이 있으며 베나레스(波羅奈斯)와 담바(胆波)가 있는데, 어느 곳이나 나라는 풍부하고 백성은 번성하여 불법 또한 성행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이러한 성으로는 가시지 않고 이 벽촌인 구시나라에 오셔서 멸도에 드시려고 하옵니까?”

 

세존 : “아난이여,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천한 자의 집이라도 왕이 만약 찾아갔다면 세상에서는 귀하게 생각할 것이다. 값싼 약이라도 이것으로 병이 낫고, 썩은 시체라도 배가 갑자기 파손되었을 때 이것을 부표(浮標)로 하여 뭍에 오를 수 있다면 사람들은 반드시 기뻐하리라. 아난이여, 미묘한 공덕이 이 성에 의하여 크게 장엄되었다. 그것은 이곳이 모든 부처나 보살이 수행한 곳이기 때문이다. 전세에 내가 이곳에 와서 왕이 된 일도 있다. 그때 성은 번영하고 전당은 아름답고 위광은 치성하고 백성은 모두 잘 따랐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세간의 영화도 오래도록 부유할 수 없으며 몸은 썩어야 할 그릇이다. 다만 도만이 참된 것이다. 밝히 이것을 보는 자만이 족함을 아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지위를 버리고 오로지 도를 닦았다. 생각하건대 이러한 일이 일곱 번 있었다. 때문에 나는 이미 일곱 번까지도 뼈를 이곳에 남겼던 것이다. 이곳은 이처럼 나와 숙연(宿緣)이 있다. 지금 이곳에 와서 열반에 드는 것은 이곳에서 왕석(往昔)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난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뜻 깊은 일이옵니다. 이 땅이 그러한 숙연이 있는 곳이옵니까. 저는 다시는 이 땅을 더럽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세존은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성 안으로 가서 백성들에게 오늘 야반에 내가 멸도에 들어갈 것을 알리고, 만약 의문이 있다면 급히 찾아와서 묻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라. 그리고 때를 놓쳐서 뉘우침이 없도록 하라고 고하라.”

 

아난은 명을 받고 한 제자를 데리고 성 안으로 향하였다.

때에 성 안에 일이 생기어 여러 말라족(末羅族)의 대중들이 모여 상의하고 있었는데, 아난은 그곳에 가서 널리 세존의 명을 전했다. 대중들은 놀라 슬퍼하면서 탄식하는 소리가 항간에 가득했다. 그 소리가 왕궁에도 들렸으므로 왕은 괴이하게 여겨 좌우 시신들에게 물어 그 이유를 듣고 놀라며, 왕자인 아신(阿晨)에게 바로 세존의 좌하에 나아가 이 궁전에 들어오시어 멸도하시도록 앙청하고 오도록 명하였다. 아신은 달려가 아난을 통하여 그 소원을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곳으로 부르라.”고 말씀하시므로,

 

아신은 나아가 예를 드리고

“중생들은 망집의 웅덩이에 빠져 있습니다. 다만 부처님만이 이를 제도해 주십니다. 그러하온대 지금 돌아가신다는 것은 참으로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모쪼록 제 부왕의 궁전에서 멸도에 드시옵소서. 숲 속에서 입멸하시지 마시옵소서. 이것이 부왕의 소원이옵니다.”하고 아뢰었다.

 

세존 : “아신이여, 세간은 참이 아니므로 즐길만한 곳이 없다. 현명한 자는 반드시 부처를 만나 법을 들으려고 원하며 신심과 계행과 보시에 입각하여 많이 듣고 널리 배우려 한다. 그러니 때(垢)를 여의고 세세로 부를 누리며 영예는 멀리까지 알려져 드디어는 열반을 얻게 될 것이다. 아신이여, 돌아가서 나를 대신하여 너의 부왕에게 전하도록 하라. 이 땅은 나에게 숙연이 있다. 내가 최후로 몸을 이곳에서 묻히려고 한다고.”

 

아신은 급히 환궁하여 이 사유를 부왕께 전하였다. 왕은 울면서 영을 내려 백성들을 이끌고 곧장 사라의 숲으로 갔다. 때는 2월 15일로 해가 바로 넘어가려는 즈음이었다.

 

아난은 이 사람들에게 일일이 세존을 뵙게 하려면 밤을 세워도 다하지 못할 것 같아 함께 뵙게 함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세존에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구시나라의 여러 말라족 사람들이 여기에 다 함께 모여 세존을 뵙고자 하옵니다.”

세존은 간곡히 이들을 위로하셨다.

 

왕은 앞으로 나아가 엎드려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가르침을 내리시옵소서. 저희들은 근행(謹行)하겠나이다.”

 

세존 : “사람도 신도 모두 죽음으로 향한다. 너희들은 슬퍼해서는 안 된다. 나는 오늘부터 다함이 없는 청정한 곳에 이르리라. 그곳은 항상 적정하며 영원히 근심이 없다. 너희들은 나 때문에 조금도 슬퍼할 것은 없다. 너희들은 반드시 선을 염하고 악을 멀리하여 범한 과실을 고쳐 다가올 선을 닦고 덕을 쌓아 어진 이와 가까이하며, 일이 생겼을 때에는 생각을 거듭해서 결코 졸포(卒暴)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인명(人命)은 얻기 어렵다. 마땅히 만민을 어여삐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 밝은 자는 높이고 어리석은 자는 용서하고 가난한 자에게는 베풀어 주고 부족한 자에게는 보시하여, 백성 보기를 자식과 같이 하고 정사를 바르게 하여 남에게 베풀고 이익을 같이하여 아래 사람들과 함께 즐기도록 해야 한다. 이야말로 영겁으로 복이 되는 길이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邪)가 있다. 너희들은 반드시 자애(自愛)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이 하면 다만 나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괴로움의 나망(羅網)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도를 행하는 것은 마음에 달렸다. 반드시 나를 볼 필요는 없다. 마치 병자가 의사를 만나지 않더라도 처방에 따라 약을 쓰면 병이 낫는 것과 같다. 만약 내 가르침대로 행하지 않는다면 나를 만난들 보람이 없는 일이다. 설령 나와 함께 앉아 있더라도 그는 나를 멀리 떠나 있는 것과 같다. 만약 도를 행한다면 설령 몸은 나와 떨어져 있을지라도 그야말로 나와 가까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너희들은 마음을 닦아야만 한다. 방일에 흘러서는 안 된다. 세간에는 갖가지 악이 있으며 괴로움이 닥치고 있다. 만사가 어지럽게 움직여 스스로 안존하는 일이 없다. 마치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다. 제발 너희들로 하여금 장수하고 병과 고통을 없애 주고 싶구나.”

 

때에 라후라는 ‘나에게 무슨 기쁨이 있을 것이라고 세존의 입멸하시는 것을 보고 있을 것인가’고 생각하자 숲을 나와 동북방으로 떠났는데, 그때 아버지를 생각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그러나 생각을 돌이켜 ‘밤이 새면 보름달이 여러 별에 의해 둘러 싸이듯 여러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법을 설하시는 나의 아버지 세존을 다시 뵐 수는 없을 것이다’고 생각하고 다시 되돌아와서 세존의 옆에 앉았다.

 

세존은 라후라에게 고하시기를,

“라후라여, 슬퍼할 것은 없다. 너는 아버지에 대하여 할 일을 다했다. 나도 너에게 할 일을 다했다. 라후라여, 마음을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두려워하는 일이 없이 또 애써 원한을 짓지 않았고 또 해를 끼치지 않았다. 라후라여, 나는 지금 멸도에 들면 다시는 남의 아버지가 되지 않는다. 너도 또한 반드시 멸도에 들어 다시는 남의 자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와 너와는 다 같이 난(難)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며 또 노여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라후라여, 불법은 상주(常住)하는 것이다. 너에게 부탁하건대 무상한 모든 법을 버리고 다만 해탈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곧 나의 가르침이다.”

라후라를 비롯하여 대중들은 모두 함께 기뻐하였다. 그리고 부처님의 대법(大法)의 심오함을 찬탄하였다.

 

때에 구시나라의 성에 한 늙은 이교도(異敎徒)가 있었는데, 이름을 수발타라(須跋陀羅)라고 했으며 그 나이 120세에 이르렀고 박학하여 사람들에게 추중(推重)되고 있었다. 이날 밤, 잠에서 깨었을 즈음 빛이 성에 가득차 있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세존이 멸도에 들어가신다는 말을 듣고 ‘나의 교의 제전(諸典)에는 부처의 출세간은 우담화처럼 극히 희소하다고 씌여 있다. 그런데 나의 마음에는 지금 의문이 있다. 교답마가 아니고서는 이것을 밝혀 줄 분은 없다. 가서 가르침을 청하자. 때를 지체해서는 안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장 세존의 좌하로 바삐 향하였다.

 

때마침 숲 어귀에서 아난을 만나,

“나는 교답마가 멸도에 들어가신다는 말을 들었다. 모쪼록 나를 인도하여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오.”하고 청했다.

 

아난 : “수발타여, 그만 둠이 좋겠소. 세존께서는 임종에 가까우셨소. 번거롭게 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수발타라 : “그러나 아난이여, 부처의 출세간은 우담화가 피는 것처럼 진귀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쪼록 저에게 한번만 교답마를 뵈올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세 번 청했는데 아난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세존은 두 사람의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시고 아난을 불러,

“아난이여, 나의 마지막 제자를 막아서는 안 된다. 수발타라를 허락하여 내게로 보내 달라. 나는 그와 만나야겠다. 그는 마음이 곧고 지혜가 밝음으로 자진하여 의문을 풀려고 하고 있다. 논의를 벌이려고 온 것은 아니다.”고 말씀하므로 아난은 수발타라를 인도하여 세존의 좌하에 안내하였다.

 

수발타라는 기쁨을 이기지 못한 채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교답마여, 물어 볼 것이 있습니다. 모쪼록 허락해 주십시오.”

 

세존 : “어떤 것이냐?”

수발타라 : “교답마여, 세간에는 여러 학자가 있는데 모두 자기 입으로 스승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란나(富蘭那)가섭, 말가리구사리자(末伽梨拘捨梨子), 산사야비라지자(刪舍耶毘羅脂子), 아기다시사흠바라(阿耆多翅舍欽婆羅), 가라구타가전연(迦羅鳩馱迦旃延), 니건타야제자(尼健陀若提子) 등이옵니다. 이들은 모두 그 설하는 바를 바른 견해라고 말하면서 다른 것은 사견(邪見)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자신의 행을 해탈의 인(因)이라고 이름하고 다른 행을 망집의 인이라고 해서 물리치고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교답마여, 어느 것이 바로 망집의 인이며 해탈의 인이옵니까. 그들은 일체의 법을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또는 그 밖에 모르는 법이 아직도 있습니까. 모쪼록 이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세존께서 설하셨다.

“그렇게 번거롭게 물을 것은 없다. 그것은 보람 없는 일이다. 수발타라여, 자세히 들으라. 나는 너를 위해 설하리라. 팔정도 즉, 여덟 가지의 정도는 곧 이것이 해탈의 도인 것이다. 이 도를 가지는 것이 해탈의 인이며, 이 도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 망집의 인이다. 수발타라여, 그들은 사견을 가지고 있다. 금세와 후세에 스스로 지은 바의 과보는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믿지 않고 즐겨 귀신을 받든다든지 점복(占卜)을 행하여 복을 구하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생각은 욕과 노여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어(邪語)를 범하고 있다. 속이고 꾸며 말하며 비방하고 아첨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악한 업을 범하고 있다. 함부로 죽이고 함부로 취하고 또 음일(婬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사곡된 생활을 하고 있다. 도에 의하지 않고 옷이나 음식을 탐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곡된 정진을 하고 있다. 애써 악을 끊지 않고 선을 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항상 즐거움을 탐하여 현자를 미워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정은 사악한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욕에만 정신을 팔고 해탈의 존귀함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은 어느 것이나 바른 견해가 없으며 따라서 해탈의 인은 아니다. 수발타라여, 내가 왕궁에 있을 때에 세간은 무릇 그들 때문에 헷갈렸다. 내가 집을 나와 도를 닦고 35세 때에 보리수 밑에서 이 팔정도를 궁구하고 그후 여기에 45년 동안 정도를 보고 정도를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하고 처세하고 바르게 도모하고 바르게 염(念)하고, 바르게 마음을 수습하는 도를 밝혀 왔다.

 

수발타라여, 업이 다하면 고가 다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번뇌가 다하여야 업고(業苦)가 다하는 것이다. 수발타라여, 만약 업의 인연을 끊고 해탈을 얻을 수 있다면 일체의 성자도 해탈을 얻지 못하리라. 그것은 과거의 본업에는 처음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도는 능히 시종이 없는 무거운 업까지도 막을 수 있다. 만약 고행을 닦아서 도가 얻어지는 것이라면 일체의 축생도 또한 모두 도를 얻게 되리라. 먼저 그 마음을 조복함이 좋다. 몸을 조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참된 해탈의 인이 있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수발타라여, 나는 지금 삼계(三界)속에서 혼자 말하고 혼자 걸었다. 부처는 실로 이 일체의 종지(種智)이다. 의문이 있으면 더 묻는 것이 좋다. 나는 조금도 싫어하지 않으리라.”

 

이 말을 들은 수발타라는,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야 잘 알았습니다. 저는 이제 천한 도를 버리고 청정한 행을 닦으려고 하옵니다. 모쪼록 불쌍히 여기시고 저를 제자로 허락하여 주십시오.”하고 청하므로 세존은 이를 허락하셨다.

 

이리하여 수발타라는 바로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는 마음을 다하여 가르침을 염하였다. 마음이 청정하기가 명월과 같았다. 세존은 그를 위하여 또 사성제(四聖諦)의 도를 설하셨다. 수발타라는 이에 각을 얻었다.

 

그때 세존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먼저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를 제도했지만 오늘은 마지막으로 수발타라를 제도했다. 제도해야 할 자는 이미 모두 제도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이 서로 전하되 서로가 가르쳐 주도록 하라. 아난이여, 수발타라는 이교도(異敎徒)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 선근이 익은 것을 알고 청허하여 도에 들게 하였다. 내가 멸한 후에 여러 이교도가 와서 도에 들어갈 것을 구하는 자가 있다면, 너희들은 4개월 동안 이를 시험하여 그 뜻을 살피고 그 행을 보고 나서 그 후에 이것을 허락함이 좋다.”

 

수발타라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설령 저에게 40년 동안 법을 가르쳐 주신 후에 입도를 허락할지라도 저는 능히 이에 순종할 것입니다. 항차 단지 4개월 동안이란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발타라여, 바로 네 말대로이다. 나는 너의 뜻이 두터움도 알고 있다. 너의 말에 거짓은 없다.”

 

그때 수발타라는,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께서 멸도하시는 것을 차마 뵐 수 없습니다. 모쪼록 제가 먼저 입멸함을 허락해 주시옵소서.”하고 청하여 세존의 허락을 얻어 세존에 앞서 그 자리에서 입멸하였다.

 

 

출전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