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의 병과 진실한 공양(165)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순타(純陀)는 그때 옆에서 세존을 모시고 있었다. 세존이 자기가 드린 음식을 받으셨기 때문에 병이 나시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을 책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아난이 왔으므로 옆으로 물러났다.
세존은 순타가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아난을 돌아보고 물으셨다.
“순타에게 무엇인가 뉘우침이 있지 않느냐?”
아난 : “세존이시여, 순타는 세존께 음식을 드린 것을 뉘우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옵니다.”
세존 : “아난이여, 너희들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내가 옛날 깨달음을 얻을 때 스자타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나에게 공양을 했다. 지금 멸도에 임해서는 순타가 있어 마찬가지로 나에게 공양해 주었다. 이 공덕은 바로 같은 것이지만 그러나 이번은 더욱 크다. 너는 가서 순타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좋겠다. ‘너의 행한 덕은 크다. 길이 복을 얻으리라’고 내 뜻을 말해 주는 것이 좋겠다.”
아난은 말씀대로 순타에게 전했다.
순타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렇게까지 복을 쌓았다고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때 세존은 게송으로 설하셨다.
주는 자에게 덕이 있고 어여삐하는 자는 죄의 원한을 막고 덕이 충만하여 탐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을 끊고 마침내 열반에 들게 되리라.
“순타여, 너는 반드시 이것을 널리 펴서 듣는 자에게 장야(長夜)의 평안을 얻게 함이 좋다.”
이리하여 세존은 아난에게 고하시기를,
“아난이여, 나는 다시 등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 나는 지금 눕고 싶다. 자리를 깔아 달라.”
아난은 곧 말씀대로 따랐다. 세존은 누워서 고요히 사유(思惟)에 드시었고, 잠시 후에 다시 아난을 불러,
“아난이여, 나에게 칠각분(七覺分)을 설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아난은 말씀대로 이것을 설하였다.
세존 : “정진을 설했는가?”
아난 : “설했나이다.”
세존 : “아난이여, 오로지 정진하여 빨리 도를 얻어야 한다.”
이와 같이 말씀을 마치고 또 사유에 들어가셨다. 한 제자가 매우 감동하여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정법의 왕이시면서도 병을 참고 도를 들으시는 것이다. 더구나 여타의 사람들에 있어서는 더욱 마음을 전일하게 하여 가르침을 듣지 않으면 안 된다.”
때에 겁빈나(劫賓那)가 아난이 있는 곳에 와서 말하기를,
“저는 지금 세존께 여쭈어 볼 말이 있사옵니다.”
아난 : “세존의 법체가 편안하지 않으시므로 마음을 어지럽혀 드리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이 말을 들으신 세존은,
“아난이여, 겁빈나를 불러라. 이야기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하고 명하셨다. 허락을 받은 겁빈나가 들어와서 세존께 절을 올렸다.
세존 : “묻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물어도 좋다.”
겁빈나 : “세존이시여, 부처는 천상 천하의 지존이십니다. 어찌하여 신들에게 약을 가져오게 하여 병을 고치지 않으십니까?”
세존 : “겁빈나여, 집을 세우고 오래 되면 모두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지는 언제나 편안하다. 나의 몸은 오래된 건물과 같은 것, 마음은 대지와 같은 것이다. 몸은 비록 병 때문에 위태롭지만 마음은 항상 편안한 것이다.”
겁빈나 : “제비 새끼는 어미에 의해 길러지고 또 오래 생존하옵니다. 지금 만약 세존께서 입멸하신다면 저희들은 누구를 의지해야만 하겠습니까?”
세존 : “나는 태어나서 죽지 않는 자가 없다는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설해 왔다. 겁빈나여, 반드시 부처를 생각하고 또 계를 중히 여김이 좋다.”
이 말을 듣고 겁빈나는 예를 드리고 물러났다.
세존은 일찍이 이 근처에서 구시나라의 연소한 사람들이 도로를 보수하고 있는 곳에 이르렀는데, 그 사람들의 힘으로는 옮길 수 없는 큰 돌을 옮긴 일이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깊이 세존의 위신(威神)에 진심으로 감탄하였다.
그때 세존은 아난을 불러,
“아난이여, 나는 이제부터 구시나라 성 밖의 희련하(熙連河) 근처에 있는 사라쌍수(娑羅雙樹)의 사이로 가려고 생각한다.”
고 말씀하셨으며 이리하여 세존은 설산(雪山)과 같이 조용하게 가굴차(迦屈蹉)의 하반을 떠나 희련하를 건너서 사라의 숲에 이르셨다.
때에 춘다는 앞으로 나아가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저도 멸도하려고 생각하옵니다. 사랑도 없고 미움도 없는 곳, 저 무량한 공덕의 바다에 이를 것이옵니다.”
세존이 말씀하셨다.
“때는 되었다. 너의 해야 할 일은 이미 끝났다.”
이리하여 춘다는 세존 앞에서 등불이 꺼지듯이 명을 마쳤다.
때에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구시나라에서 파바로 가려고 이 길을 지나가던 중 때마침 세존을 보고 갈앙하는 생각을 금치 못하여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저희 마을은 여기에서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원컨대 오셔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 식사를 마치시고 구시나라에 가시옵소서.”
세존 : “그만 두라, 바라문이여. 너는 지금 나에게 공양한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바라문은 세 번 청했지만 세존은 역시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뒤에 아난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서 그 뜻을 말함이 좋다.”
고 말씀하셨다. 바라문은 아난에게 그 뜻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아난이 말했다.
“그만 두시오, 바라문이여. 그대는 지금 이미 세존을 공양해 드린 것이 아니냐. 때는 덥고 마을은 멀다. 세존은 또 지치어 계시다. 번거롭게 해드릴 수는 없다.”
사라의 숲은 구시나라의 성 밖, 희련하의 언덕 모퉁이에 있는데, 물은 그 삼면(三面)을 돌아 흐르고 있었다. 세존은 이것을 바라보시다가 아난을 보며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너는 저 숲 끝에 쌍수(雙樹)가 늘어서 있는 것을 볼 것이다. 그곳에 가서 자리를 깔고 내 머리를 북쪽으로 두게 하여 눕혀 달라. 나는 너무나 쇠했다. 내 나이 여든이다. 낡아 빠진 수레가 간신히 움직이는 것처럼 내 몸도 간신히 움직이고 있다. 오늘 야반에 그곳에서 바로 멸도에 들 것이다.”
모든 제자는 이 말을 듣고 또다시 슬퍼했다. 파바와 그 숲과는 떨어져 있는 거리가 단지 몇 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세존께서는 이 사이에서 25회나 쉬시면서 겨우 이 숲에 다다르셨던 것이다.
아난은 눈물을 뿌리며 나무 밑에 이르자 깨끗이 쓸고 물을 뿌려 법식대로 자리를 만든 다음 돌아와서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말씀대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세존은 제자들과 함께 숲에 들어가 그 자리에 이르셨다. 머리를 북으로 하고 서쪽을 향하여 우협(右脇)을 침상에 대고 발을 포개어 조용히 누우셨다. 때에 신들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또 노래소리가 크게 들렸다. 사라 나무는 또 때가 아닌데도 꽃이 피었고, 그 빛은 흰 학과도 같았으며 꽃잎은 비와 같이 세존 위에 뿌려졌다.
세존이 아난에게 물으셨다.
“너는 신들이 나를 공양하는 것이 보이는가?”
아난 : “말씀대로입니다.”
세존 : “그러나 이와 같이 함은 참으로 나를 공경하고 부처께 보답하는 길이 아니다.”
아난 : “세존이시여, 어떻게 해야만 참으로 부처를 공경하고 부처께 보답하는 길이옵니까?”
세존 : “나의 모든 제자는 그가 남자든지 여자든지 법에 주하고 법보(法步)에나 무슨 일이거나 법에 의해 행하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나를 받들고 나를 공경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난이여, 나를 따라 나에게 보답하려고 생각하는 자는 반드시 향이나 꽃이나 기악으로써 하지 않아도 좋다. 능히 이 일을 마음에 두고 힘써야 한다. 이것이 곧 비길 수 없는 진실한 공양인 것이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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