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거사(維摩居士,유마경)

119-하-유마경-13

근와(槿瓦) 2015. 10. 27. 23:56

119-하-유마경-13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110 / 121] 쪽

유마힐이 말하였다.

"만약 일체법이 환상(幻相)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어째서 '그대는 어느 나라에서 죽어서 여기에 태어났습니까?'고 묻습니까? 사리불이여, 죽는다[沒]고 하는 것은 허망한 것이 무너져 망하는 모습이며, 생한다고 하는 것은 그 허망한 것이 계속해서 존속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보살은 비록 죽기는 하지만 선의 근본[善本]은 없애지 않으며, 비록 태어나도 온갖 악을 증장하지는 않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묘희국(妙喜國)이라고 하는 나라가 있는데, 부처님의 이름은 무동(無動)이다. 이 유마힐은 그 나라에서 죽어서 이곳에 와서 태어난 것이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미증유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분이 청정한 나라를 버리고 이같이 성냄과 해가 많은 곳을 즐겨 찾아온 것입니다."

 

유마힐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햇빛이 날 때 어둠과 함께 있습니까?"

 

사리불이 답하였다.

"아닙니다. 햇빛이 날 때는 어떠한 어둠도 없습니다."

 

유마힐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태양은 무슨 까닭으로 이 염부제(閻浮提)에 뜨는 것인가요?"

 

사리불이 답하였다.

"밝게 비춤으로써 어둠을 없애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유마힐은 말하였다.

"보살도 이와 같아서 비록 부정한 불국토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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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생을 교화하고자 하기 때문이지 결코 어리석고 마음이 어두운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고, 오직 중생의 번뇌의 어둠을 없앨 뿐입니다."

 

그 때 대중들이 마음속으로 묘희국의 무동여래(無動如來)와 보살과 성문들을 보고 싶다고 원하니, 부처님께서는 모인 대중 전부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을 아시고 유마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대중을 위하여 묘희국의 무동여래와 제보살과 성문들을 나타내 보여 주어라. 대중들 모두가 보고 싶어 하노라."

 

이 때에 유마힐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신통력으로) 묘희국의 철위산(鐵圍山)과 시내와 계곡과 강하(江河) · 대해(大海) · 수원[泉源] · 수미산과 여러 산들 및 해와 달 · 별 · 하늘 · 용 · 귀신 · 범천 등의 궁전과 또 수많은 보살들과 성문들, 성읍(城邑) · 취락(聚落)과 남녀 노소들, 내지는 무동여래와 보리수, 갖가지 묘련화가 시방에서 불사(佛事)를 이룩하는 것을 이곳으로 가져와야 되겠다. 보석과 구슬로 장식된 세 갈래의 계단이 염부제(閻浮提)로부터 도리천(忉利天)을 향하여 걸려 있고, 이 보배로 장식된 계단으로 제천(諸天)들이 내려와 모두 무동여래에게 예경하고 그 가르침[經法]을 들으며, 염부제의 사람들이 그 계단으로 도리천에 올라가 그곳의 제천들을 만나 묘희국이 이같이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한 것이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膩咤天)으로부터 아래로는 물가[水際]에 이르기까지 하며, 오른손으로 떼어 내기를 마치 도공[陶家]의 물레를 잡듯이 하고 이 세계에 가져오기를 꽃다발을 손에 든 것처럼 보여 주어야겠다.'

 

이같이 생각하고 삼매에 들어 신통력을 부려서 오른손으로 묘희세계를 떼어 내어서 이 땅 위에 놓았다. 그러자 신통력을 얻은 그 나라의 보살들과 성문들과 그 밖의 천인들은 함께 소리내어 말하였다.

"아, 세존이시여, 누가 저희들을 데리고 가는 것입니까? 바라옵건대 구하여 주십시오."

 

무동불(無動佛)이 말하였다.

 

                                                                                                                         [112 / 121] 쪽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유마힐이 신통력으로 하는 것이다."

 

그 밖에 신통력을 얻지 못한 자들은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였다. 그리고 묘희세계가 이 사바세계 안에 들어왔지만 증감(增減)하는 일이 없고, 이 세계도 또한 좁아지지도 않고 본래와 같이 조금도 다름없었다.

 

그 때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모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묘희세계의 무동여래와 그 나라의 장엄함과 보살들의 청정한 행과 제자들의 청백함을 보았는가?"

 

모두가 말하였다.

"예,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이같이 청정한 불국토를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무동여래가 행한 길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묘희국이 이곳에 나타났을 때, 이 사바세계의 14나유타(那由他)의 사람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고 모두 묘희 불국토에 태어나기를 발원하였으므로, 석가모니부처님은 곧 그들에게 수기를 주셨다.

"그대들은 반드시 저 나라에 태어나리라."

 

그 때 묘희세계는 이 세계에서 중생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모두 마친 뒤 본래의 곳으로 되돌아가니, 모든 대중들은 다 그것을 보았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묘희세계와 무동불을 보았는가?"

 

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예,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일체 중생이 청정한 불국토를 얻는 것이 무동불과 같게 하고, 신통력을 얻는 것이 유마힐과 같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기쁘게도 뛰어난 은혜[善利]를 얻어 이 같은 분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 현재 혹은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다음이라도 이 경전을 듣는 모든 중생들 또한 지금과 똑같은 은혜를 입을 것입니다. 하물며 들은 다음에 믿고 이해하며, 받아 지니고[受持], 독송하며, 해설하고, 법답게[如法] 수행하는 사람은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113 / 121] 쪽

만약 이 경전을 손에 쥔 사람은 이미 법보의 창고를 얻게 되고, 만약 독송하고 그 뜻을 해석하고 설한 대로 수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수많은 부처님의 가호[護念]를 받게 될 것입니다. 또 이 같은 사람을 공양하는 것은 곧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이라고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이 경전을 서사(書寫)하여 지닌 사람이 있다면, 마땅히 그 방 안에 여래가 있다고 알아야 합니다. 만약 이 경전을 듣고 마음으로부터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정 일체지를 얻게 될 것이며, 만약 이 경전을 믿고 이해하여 한 구절의 사구게(四句揭)라도 남에게 설하여 들려 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라는 수기[記]를 받게 될 것이라고 알아야 할 것입니다."

 

13. 법공양품(法供養品)

그 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대중들 가운데에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과 문수사리로부터 백천(百千)의 경을 들었습니다만, 지금까지 이렇게 불가사의하고 자유자재하며 신통한 결정적 실상의 경전[不可思議自在神通決定實相經典]을 들어 본 적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말씀의 뜻과 취지[義趣]를 제가 이해한 대로 말씀해 드리자면, 만약 어떤 중생이 이 경전의 가르침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며 받아 지니고 독송한다면 반드시 이 법을 얻게될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하물며 설하신 그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이 사람은 온갖 악취(惡趣)를 닫아 버리게 되고, 모든 선문(善門)을 열게 될 것이며, 선의 과보로 항상 제불의 보호와 염려를 받을 것이며, 또 이교도[外學]를 항복시키고 마군과 원수들을 꺾어서 물리치고 보리를 닦으며, 도량에 편안하게 거처하여 여래께서 수행하신 발자취를 밟아 실천해 갈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이 경을 받아 지니고 독송하며 설하신 그대로 수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반드시 권속과 함께 공양을 올리고 받들겠습니다. 취락이나 성읍 · 숲 · 광야, 그 어디이든 이 경전이 있는 곳이면 저와 저의 권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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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르침을 듣고 받아들이기 위하여 그곳에 찾아가고, 아직 믿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믿게 하고, 이미 믿는 사람은 당연히 지키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천제(天帝)여, 그대가 말한 그대로이므로 나도 그대가 기쁜 마음으로 하는 일을 도우리라. 이 경전은 과거 · 현재 · 미래의 제불의 그 불가사의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널리 설한 것이다. 그러므로 천제여, 만약 선남자 · 선여인이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독송하며 공양하는 이가 있다면, 곧 과거 ·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한 것이 된다. 천제여, 지금 (이곳에) 설령 삼천대천세계에 여래가 충만하기가 비유컨대 사탕수수[甘] · 대[竹] · 갈대 · 벼 · 삼[麻] · 숲과 같다고 하더라도, 만약 어떤 선남자 · 선여인이 혹은 1겁 동안, 혹은 1겁 남짓까지 (이들 여래들을)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며 공양하여 모든 필요한 것을 다 바치거나, 제불이 입멸한 다음에 하나하나의 전신사리(全身舍利)를 모아서 7보(寶)로 장식된 탑을 세우고, 그 넓이[縱廣]는 1사천하(四天下)에 달하며, 높이는 범천에 이를 만큼 높게 하고, 사리탑을 표시하여 장엄하기를 온갖 꽃이나 향 · 영락(瓔珞) · 당(幢) · 번(幡) · 음악, 미묘하기가 제일인 것들로써 혹은 1겁 동안, 혹은 1겁 남짓 동안 이 탑에 공양한다면, 천제여,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사람이 심은 복덕은 어찌 많지 않겠는가?"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복덕을 백천억 겁에 걸쳐 설하여도 다 설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천제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이 선남자 · 선여인이 이 불가사의해탈경전(不可思議解脫經典)을 듣고 받아 지니고, 이해하고 기억하며 독송하고 수행하면, 그 복덕은 앞에서 말한 그 사람보다도 훨씬 많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제불의 보리가 모두 이 경전에서 나온 것이며, 그 보리의 모습은 헤아릴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인연으로 그 복덕은 헤아릴 수가 없느니

 

                                                                                                                           [115 / 121] 쪽

라."

 

부처님께서 천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무량아승기겁(無量阿僧祇劫)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약왕 여래(藥王如來) · 응공(應供) · 정변지(正遍知) · 명행족(明行足) · 선서(善逝) · 세간해(世間解) · 무상사(無上士) · 조어장부(調御丈夫) · 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이라고 이름하였다. 그 세계를 대장엄(大莊嚴)이라 하고, 그 때[劫]를 장엄(莊嚴)이라고 하였다.

 

부처님의 수명은 20소겁(小劫)이며, 그 성문승(聲聞僧)은 36억 나유타(那由他)이고, 보살승(菩薩僧)은 12억이었다.

 

천제여, 그 때에 전륜성왕이 있었는데, 보개(寶蓋)라고 이름하였다. 7보를 갖추었고, 사천하의 주인이었다. 이 왕에게는 1천 명의 왕자가 있었으며, 단정하고 용감하고 강건하여 능히 적을 항복시킬 수가 있었다."

 

이 때 보개왕은 그 권속과 함께 약왕여래에게 공양을 올리고,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을 베풀기를 5겁 동안 하였다. 이윽고 5겁이 지난 다음 그 1천 명의 왕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도 나와 같이 깊은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1천 명의 왕자들은 부왕(父王)의 명을 받들어 약왕여래에게 공양을 올리고, 온갖 좋은 것들을 베풀기를 5겁 동안 하였다.

 

그 왕자 중에 월개(月蓋)라고 하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홀로 고요히 앉아 생각하였다.

'도대체 이보다 더 훌륭한 공양이 또 있단 말인가?'

 

그 때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공중에 천인으로 나타나 말하였다.

"선남자여, 법공양(法供養)이 모든 공양보다도 훌륭한 것이다."

 

왕자가 곧 물었다.

"무엇을 법공양이라 하는 것입니까?"

 

천인이 말하였다.

"그대가 약왕여래에게 가서 물어보도록 하라. 그대를 위하여 반드시 법공양

 

                                                                                                                          [116 / 121] 쪽

을 자세하게 설해 주실 것이다."

 

그 때에 월개 왕자는 곧 약왕여래를 찾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모든 공양 가운데 법공양이 가장 훌륭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법공양입니까?"

 

약왕여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법공양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부처님들께서 설하신 심오한 경전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세간에서는 믿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서 미묘하여 보기가 어렵고, 청정하므로 번뇌에 물들지 않으며, 분별이나 사유로써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살법장(菩薩法藏)에 포함되는 것이며, 다라니(陀羅尼)의 도장[印]으로 도장 찍힌 것이다. (이 경전의 법은) 불퇴전(不退轉)에 이르는 것이며, 6바라밀[六度]을 성취하고, 뜻을 바르게 분별하며, 보리의 법에 잘 따르며, 모든 경전의 위에 있고, 대자비에 이끌어 들이고, 모든 마군의 장애와 온갖 삿된 견해를 떠나 있으며, 인연의 도리에 따르고 아(我)도 인(人)도 중생(衆生)도 수명(壽命)도 없으며, 공(空)하며, 무상(無相)이며, 무작(無作)이요, 무기(無起)이며, 중생으로 하여금 도량에 앉게 하여 법륜을 굴리게 하며, 제천과 용신(龍神), 건달바(乾闥婆)들이 한결같이 이를 칭찬하며, 중생을 부처님의 법장(法藏)에 이끌어 들이고, 모든 현자와 성인의 일체 지혜를 모두 포용하며, 보살이 행해야 하는 길을 설하며, 제법의 실상의 의미를 따라 (제법은)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공하며 무아이고 적멸의 법을 밝혀 주며, 모든 계를 지키지 않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모든 마군과 이교도와 탐욕으로 얽힌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제불과 현성(賢聖)이 함께 칭찬하며, 생사의 괴로움을 등져 버리고 열반의 즐거움을 나타내 보이며, 시방의 3세 제불이 설하시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경전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니고 독송하고, 방편의 힘으로 온갖 중생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고 분명하게 밝혀 보여 주면, 법을 지키는 것이므로 이것을 법공양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제법을 설하신 대로 수행하고, 12인연(因緣)에 수순하고, 모든 삿된 견해를 떠나고, 무생법인을 얻고, 무아와 무중생(無衆生)이라고 결정코 믿으며,

 

                                                                                                                          [117 / 121] 쪽

인연과 과보에 거스르지 않고 다투지 않으며, 모든 내 것[我所]이라는 생각을 떠나며 (진리의) 의미를 의지하나 말에 의지하지 않으며, 지혜를 의지하지 식(識)에 의지하지 않으며, 요의경(了義經)을 의지하지 불요의경(不了義經)에 의지하지 않고, 가르침[法]에 의지하지 사람에 의지하지 않으며, 법상(法相)에 수순하여 들어갈[入] 대상이나 돌아갈[歸] 대상도 없으며, 무명(無明)이 끝내[畢竟] 멸하였으므로 제행도 끝내는 멸해지며, 내지 생도 끝내는 멸하므로 늙음도 죽음도 끝내는 멸하는 것이며, 이같이 12인연(因緣)을 관하여 다하여 없어지는 모습[盡相]이 있지 않고, 또다시 어떤 견해도 일으키지 않게 되면, 이것을 최상의 법공양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천제에게 말씀하셨다.

"왕자 월개는 약왕여래로부터 이와 같은 법을 듣고 유순인(柔順忍)을 얻고서 곧 보옥으로 장식된 옷과 장신구를 벗어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입멸하신 뒤에 저는 반드시 법공양을 행하여 정법을 지켜 나갈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위신력으로 불쌍히 여기시어 힘이 되어 주셔서 제가 마군과 원수를 항복시켜 보살행을 닦을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그 깊은 마음으로부터 바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수기를 주시며 말씀하셨다.

'그대는 먼 훗날 진리의 성[法城]을 지킬 것이다.'

 

천제여, 그 때에 왕자 월개는 법의 청정함을 보고, 부처님의 수기를 듣고 믿음으로 출가하여 선법(善法)을 닦고 모아 정진한 지 오래지 않아서 5신통(神通)을 얻고, 보살도를 완성하여 다라니를 얻고 끊임없는 변재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뒤에는 그가 얻은 신통력과 기억력[摠持]과 변재의 힘으로 10소겁(小劫)이 다하도록 약왕여래께서 굴리신 법륜을 따라 널리 베풀었다. 월개 비구는 법을 수호하고 힘써 정진함으로써 자신의 생애 동안 백만억

 

                                                                                                                         [118 / 121] 쪽

의 사람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굳게 서서 다시는 물러서지 않게 하였다. 또 14나유타의 사람들이 성문과 벽지불이 되고자 깊이 발원하였으며, 한량없는 중생들이 천상에 태어날 수가 있었다.

 

제석천이여, 그 때의 보개왕(寶蓋王)이 어찌 다른 사람이었겠는가? 지금 부처가 되어 보염여래(寶炎如來)라고 불리며, 그 왕의 1천 명의 왕자들은 곧 현겁(賢劫)의 1천 불(佛)이다. 가라구손태(迦羅鳩孫駄)부처님께서 처음 부처가 되신 이후로 최후의 부처님은 루지(樓至)였다. 그리고 월개 비구는 곧 지금의 나이니라.

 

천제여, 이와 같이 마땅히 알아야 한다. 법공양을, 모든 공양 중에 제일 으뜸이고 최고이며 제일이어서 비교할 수가 없는 공양으로 여겨라. 그러므로 천제여, 마땅히 법의 공양으로써 부처님을 공양하여야 할 것이니라."

 

14. 촉루품(囑累品)

 

그 때에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내가 이제 무량억(無量億) 아승기겁(阿僧祇劫)에 걸쳐 모아 온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그대에게 부촉(付囑)하고자 한다.

 

이 같은 종류의 경전은 부처가 입멸한 뒤의 말세(末世)에 너희들이 마땅히 신통력으로 널리 설하여 유포시켜 염부제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왜냐 하면 미래세에는 마땅히 선남자 · 선여인과 천인 · 용 · 귀신 · 건달바 · 나찰(羅刹) 등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고, 대승법을 좋아하는 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경전을 듣지 못하게 한다면, 그 때는 뛰어난 이득[善利]을 잃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사람들은 이들 경전을 들으면 반드시 대부분 마음으로부터 믿고 기뻐하여 희유한 마음을 낼 것이다. 마땅히 이 경전을 받들어서 모든 중생들의 근기에 맞게 이익을 얻는 것에 따라서 널리 설해 주어야 한다.

 

미륵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보살에게는 두 가지 모습이 있으니, 어떤

 

                                                                                                                          [119 / 121] 쪽

것이 두 가지 모습인가 하면, 하나는 잡다한 글귀나 화려한 문장의 수식을 좋아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심오한 뜻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실하게 깊이 깨달아 들어가는 것이다. 만약 잡다한 글귀나 화려한 문장의 수식을 좋아한다면, 마땅히 알아라. 그것은 처음으로 수행에 들어선[新學] 보살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같이 번뇌에 물듦이 없고 집착이 없는 심오한 경전에 대해 두려움 없이 그 안에 깨달아 들어갈 수 있고, 듣고 나서는 마음이 청정해지고, 받아 지니고, 독송하며, 설하신 대로 수행한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사람은 오래도록 진리의 수행을 닦은 사람[久修道行]이라는 것이다.

 

미륵이여, 또 처음으로 수행에 들어선 보살에게는 두 가지가 있다. 매우 심오한 진리에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다. 무엇이 둘이냐 하면, 하나는 아직 듣지 못한 심오한 경전을 듣고 놀라고 두려워 의심이 생겨서 수순하지 못하고 훼방하고 믿지 않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 들어 본 일이 없다. 어디서 온 것일까?'

 

둘째는, 이같이 심오한 경전을 지키고 지니며 해설하는 사람이 함께 있어도 친근히 하지 않고, 공양하려 하지 않고 공경하지 않으며, 때로는 그 가운데에 있으면서 비방까지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경우는 마땅히 알아라. 처음 수행을 시작한 보살이 스스로를 상처 입히고, 심오한 진리를 들으면서도 그 마음을 조복하여 다스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미륵이여, 또 두 가지가 있다. 보살이 비록 심오한 진리를 믿고 이해하더라도 오히려 스스로 상처를 입히므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을 수가 없다. 무엇을 둘이라 하는가 하면, 첫째는 처음 수행에 들어선 보살을 가벼이 여기고 가르쳐 교화하고자 하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비록 심오한 가르침을 알고는 있으나 겉모습[取相]만을 가지고 분별하는 것이다. 이것을 두 가지라 한다."

 

미륵보살이 이같이 설하는 것을 듣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미증유(未曾有)한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대로 저는 이 같은 나쁜 것을 멀리하고, 여래의 무수한 아승기겁에 걸쳐 모여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진리를 받들겠습니다. 만약 미래세에 선남자 · 선여인으로서 대승.....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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