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타(純陀)의 공양과 불가사의(159)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밤이 새자 세존은 여러 제자들을 데리고 순타의 집에 이르러 그 공양을 받으셨다. 순타는 몸소 식사를 세존과 제자들에게 올리고 별도로 전단(栴檀)의 버섯을 장만하여 세존께 바쳤다. 그런데 한 제자가 자기 그릇으로 물을 마시고 잘못하여 이것을 깨뜨리고 말았다.
식사를 끝마치자 순타는 작은 괴상을 들고 세존 앞에 나아가 물었다.
“세존이시여, 세상에 어느 만큼의 출가승이 있사옵니까?”
세존 : “능히 도를 행하여 근심과 두려움의 바다를 건너 높이 인간과 천계와의 길을 넘어서 열반에 이르는 자가 출가승의 하나인 것이다. 능히 제일의를 설하여 더럽히는 일이 없이 자애가 있으며 밝게 모든 의문을 정하는 자가 이의 그 제이 출가승인 것이다. 멀리 무구와 땅을 바라보고 남을 뒤돌아 보지 않고 힘써 싫증 내지 않고 수법하여 스스로 기르는 자는 이의 그 제삼의 출가승인 것이다. 밖은 청정하지만 안은 탁하고 성의가 없고 더러움을 행하는 자는 이의 그 제사의 출가승인 것이다. 순타여, 한 사람을 가지고 많은 사람을 책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좋은 일과 좋지 못한 일이 있으며 청정한 것과 더러운 것이 섞여 있으므로 하나로 간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때문에 모양에 의해 조급하게 상친(相親)해서는 안 된다. 모양이 좋은 자는 반드시 착한 자가 아니다. 마음이 정갈한 자야말로 진실한 착한 자이다.”
순타가 말했다.
“일찌기 세존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에게 시혜하는 것은 찬양할만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이 마음은 어떠한 마음이옵니까?”
세존이 밝히셨다.
“단지 하나만을 제거함이 좋다.”
순타 : “그 하나가 무엇이옵니까?”
세존 : “계를 깨뜨리는 사람이다. 계를 깨뜨린다고 하는 것은 선근을 단절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순타 : “그것은 어떠한 사람이옵니까?”
세존 : “만약 엉성한 말로 정법을 비방하고 끝내 그것을 고치지 않고 참괴할 줄 모르는 자인 것이다. 만약 네 가지 무거운 금계를 범하고 다섯 가지의 역죄를 만들고도 마음에 포외도 참괴도 없고 길이 정법을 지키는 마음이 없이 도리어 이것을 가벼이 하고 천시하며, 비방 훼손하여 말에 과실이 많은 것은 이 또한 선근을 끊은 자이다. 또 만약 부처도 법도 승가도 없다는 것을 설하는 자가 있다면, 이 역시 선근을 끊는 자이다. 이것을 배제한 외에 시혜하는 자는 모름지기 칭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이다.”
순타 : “이러한 계를 깨뜨리는 사람일지라도 구제될 수 있는 것이옵니까?”
세존 : “인연만 갖추어지면 구제될 것이다. 만약 후회하고 참괴하고 두려워하여 법에 입각하여 스스로 ‘어쩌다가 이 중죄를 범했던 것일까. 정법 밖에는 나를 구할 자는 없다. 정법에 입각하여 반드시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신을 책하게끔 되면 오역죄라고는 일컫지 않는다. 만약 이 사람에게 베풀면 그 복은 한이 없다. 순타여, 한 여인이 있어 임신하여 산기가 다가왔다. 때마침 나라가 어지러워졌으므로 외국으로 도망 가서 어떤 묘(廟)에 머물면서 그 아들을 낳았다. 이미 고향이 평정해진 것을 듣고 그 아이를 데리고 귀로에 올랐는데, 도중에 강물이 넘쳐 범람했으므로 아이를 업고 건널 수가 없었다. 이에 생각하기를 오히려 아이와 함께 죽자, 아이를 버리고 혼자서 건널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마음을 정하고 드디어 함께 빠져 죽었다.
이 여자의 성은 나빴지만 자식을 사랑한 그 일에 의하여 죽은 뒤에 천계에 태어났다. 순타여, 정법을 지키는 마음 또한 이와 같은 것이어서 전에 좋지 않은 업이 있을지라도 정법을 지키는 일에 의하여 그는 세간의 이 위 없는 복전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순타여, 도를 닦는 자는 남을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 남의 말에 헷갈려서도 안 된다. 또 다른 사람이 일하는가 하지 않는가를 보고 있어서도 안 된다. 단지 자신의 선과 악에 마음씀이 긴요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도를 얻는 바가 빠를 것인가 생각하고 스스로 마음을 닦아 어떠한 일에도 방일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순타는 말씀을 다 듣고 나자 환희에 넘쳤다.
세존은 순타의 집을 나와 여러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구시나라로 향하셨다. 순타도 가족과 함께 그 뒤를 따랐다.
노정의 반쯤 왔을 때, 또 다시 병이 일어났다. 조용히 길가의 나무 밑에 쉬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등에 통증을 느낀다. 여기에 자리를 깔아 주었으면 한다.”
아난은 바로 말씀대로 자리를 깔아드렸다.
세존은 그 위에 쉬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목이 타서 안 되겠다. 강에 가서 정갈한 물을 떠다 달라.”
그러나 아난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조금 전에 상인의 5백 대의 수레가 줄지어 강의 상류를 지나갔으므로 물이 더럽습니다. 아마 마실 수가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가굴차하(迦屈蹉河)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청정한 물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시어 갈증을 풀고 또 발을 식히는 것이 좋을까 하옵니다.”
그렇지만 세존은 세 번을 전과 같이 말씀하시므로 아난은 하는 수 없이 세존의 바리때를 들고 하안에 이르러 보니, 어느 새 물은 깨끗이 맑아져 있었다. 아난은 놀라고 두려워하며 탄성을 질렀다.
“불력은 어찌하여 이렇게도 영험하단 말인가?” 곧 물을 떠서 세존께 바쳤다.
그때 아라라가마라의 제자로 나이 많은 말라족(末羅族)의 불가사(弗迦奢)라는 자가 구시나라에서 파바라는 도시에 가려고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때마침 나무 밑에 계시는 세존의 귀한 성자(聖姿)를 뵙자 앞으로 나아가 예를 드리고 여쭈었다.
“교답마시여, 성도에 있어서는 선정이 제일인가 하옵니다. 저의 스승인 가라마는 일찍이 어느 노변의 나무 밑에 쉬실 때, 50대의 수레가 그 앞을 지나갔지만 스승은 적묵(寂黙)을 지켜 몸을 움직이는 일조차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 선정의 존귀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세존이 말씀하셨다.
“불가사여, 나는 일찍이 아차마 마을의 어느 나무 밑에 앉아서 도를 염하고 있을 때 5백 대의 수레가 내 옆을 지나갔다. 또 일찍이 아월(阿越)마을의 초려에 있으면서 인세의 생사를 관하고 있을 때, 뇌성이 울려퍼졌는데 마을 안의 두 형제와 네 마리의 소가 그 때문에 놀라 죽은 일이 있다. 그때 나는 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도 않고 또 들리지도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용하다고 찬양했다.”
불가사는 이 말을 듣고 감탄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의 선정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저의 스승은 도시 세존께 미치지 못하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의 가르침을 받고는 감격하여 눈물에 목이 메었다.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법을 사랑하는 자는 누워 있을 때에도 안온하여 기쁨을 얻고 뜻도 청정하다. 현인은 참된 사람의 설한 법을 행함을 즐겨 만물이 비에 젖듯이 덕에 의지하는 것이다.”
말을 끝마치자 불가사는 종자를 돌아보고 말하기를,
“금란 가사 두 벌을 가져다 달라. 그것을 세존께 바치고자 한다.”
이리하여 그 옷을 바치고 무릎 꿇고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모쪼록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세존께서 불가사에게 고하시기를,
“나는 지금 너를 위하여 그 한 벌만을 받으리라. 다른 한 벌은 아난에게 주었으면 좋겠다. 아난은 낮이나 밤이나 친히 나의 시중을 들고 또 오늘도 나의 간호를 해 주고 있다. 병든 자와 그것을 간호하는 자에게 베푸는 것은 커다란 보시를 다하는 자인 것이다.”
불가사는 기뻐하며 그 옷 한 벌을 세존의 좌하에 권했고, 한 벌은 아난에게 바쳤다. 아난은,
“불가사여, 아름다운 일이로다. 그대는 훌륭하게 인간 세상의 스승의 분부에 따랐다. 나도 기쁘게 받으리라.”고 말하며 이것을 받았다.
불가사는 옷을 바치고 나서 한쪽에 앉았다. 세존은 또 그를 위하여 도를 가르치셨다. 그는 다 듣고 난 뒤에 또 세존께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와 법과 승가에 귀의하여 받들겠나이다. 원컨대 모쪼록 저에게 정법의 신자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저는 이제부터 수명이 다하도록 죽이는 일, 도둑질, 간음, 망언, 그리고 음주함을 금하겠습니다.”
세존은 이것을 허락하시었다.
불가사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바쁜 몸이옵니다. 이것으로 물러가겠습니다. 세존께서 다른 날에 파바를 지나치실 때에는 모쪼록 저의 마을에 수레를 세워 교화해 주십시오. 저는 그때 집에 가지고 있는 식량과 옷과 약을 세존께 바치려고 생각하옵니다.”
이렇게 하여 절을 올린 뒤 기뻐하며 떠났다.
불가사가 떠난 뒤 얼마 후, 아난은 그 금빛 옷을 세존께 바쳤다. 세존은 그 뜻을 불쌍히 여겨 이것을 받으시어 성체에 입으셨다. 그때 성용(聖容)은 한층 엄숙해졌으며 위광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아난은 이상한 생각을 하며,
“세존이시여, 제가 세존을 모신 지 25년이나 되옵니다만 아직껏 지금과 같이 엄숙한 위광을 뵌 일은 없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옵니다. 모쪼록 그 내력을 들려 주시옵소서.”하고 물었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나의 위광이 평소와 다른 것은 두 번이었다. 한 번은 도를 깨달았을 때이며, 또 한 번은 멸도에 들어가려는 때였다. 너는 이제야말로 알아야 한다. 나는 오늘 밤중에 반드시 멸도에 들어갈 것이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울었다. 세존은 나아가 가굴차하(迦屈蹉河)에 이르러 강으로 내려가 성체를 씻고 나와서 걸음을 강 언덕 나무 그늘로 옮기셨다. 위광은 황금과 같이 또 두 강기슭을 비쳤다.
그때 아난은 세존이 벗은 옷을 빨아 말리기 위해 뒤쪽에 있었으므로, 세존은 춘다에게 명하여 자리를 펴게 하고 그 위에 쉬셨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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