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세존의 고별(157)

근와(槿瓦) 2015. 10. 18. 01:03

세존의 고별(157)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이튿날 아침, 세존은 아난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가 탁발한 후 제자들과 함께 건도(犍荼)란 마을로 향하셨다. 그 비사리를 떠나실 때 몸을 돌려 성을 뒤돌아보시고 웃으셨다.

 

“이것이 이 성을 보는 마지막 기회이구나! 이 몸으로는 또다시 이 성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 하늘에는 한 조각 구름조차 없는데도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제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 또다시 슬퍼하며 땅에 엎드린 채 몸부림쳤다. 이 사실이 모든 리차인들 사이에 퍼졌으므로 사람들은 놀라서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슬픈 일이로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누구의 가르침에 의지해야 좋단 말인가? 가서 세존을 만나 뵙고 세간에 머무르실 것을 말씀드리자.”

 

곧 수레를 달려 성을 나와 멀리서 세존의 일행을 바라보자 아난과 여러 제자들의 괴로워함을 보고 더욱더 슬픔이 짙어져, 그 앞으로 나아가 족하에 절하고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만약 지금 세존께서 입멸하신다면 세인들은 그 눈을 잃은듯이 또다시 무명(無明)의 어두운 길에서 헤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찌 가르침의 길을 판별할 수 있겠나이까. 그저 원하옵건대 일겁일지라도 이승에 더 머물러 주시옵소서.” 이와 같이 세 번 앙원하였다.

 

세존께서 조용히 밝히셨다.

“지어진 법은 모든 것이 다 무상하다. 설령 지금 일겁의 수명을 연장했다 한들 역시 한번은 죽지 않으면 안 된다. 리차인들이여, 수미산이 높을지라도 끝내는 무너지고, 대해원이 깊을지라도 이 역시 반드시 고갈할 때가 있다. 해와 달은 밝게 비추고 있으나 멀지 않아 서쪽으로 지며, 대지는 견고하여 모든 것을 싣고 있으나 겁이 다하여 업화가 불타기 시작할 때는 역시 멸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회자는 정리(定離)라, 과거의 여러 부처의 몸도 역시 장소를 바꾸었다. 그러니 나만 어찌 만들어진 정한 이치를 거슬러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견디랴. 너희들은 그저 나의 일에 대하여 그와 같이 근심하고 괴로워하지 말라.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시현하리라.”

 

모든 리차인들은 슬픔을 억누르면서 말하기를,

“모쪼록 설해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반드시 가르침대로 행할 것입니다.”

 

세존이 밝히시기를,

“리차인들이여, 너희들은 서로 기뻐하고 화목하되 거슬려서는 안 된다. 서로가 설유하여 좋은 일을 생각하고 계를 지키며 예를 행하여 부모와 장자를 공경하고 친척과 의좋게 지내고 서로가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 안에 있는 조상이나 성현의 탑묘에 제사를 드려라. 불법을 믿는 제자들을 공경하고 청정한 신앙을 갖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두호해야 한다. 사람들이여, 바른 법에 의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사곡으로 백성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인과의 이치를 배우고 다만 한 가지 참된 도를 믿어, 설사 육신은 멸할지라도 법 속에 살아 있는 부처의 멸하지 않는 진리를 알아야만 한다.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참괴의 의복을 입은 사람인 것이다. 부처는 항상 이 사람을 두호할 것이다.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도를 이룰 것임이 틀림없다. 이리하여 나라는 번영하고 백성은 풍족하게 되리라. 너희들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것을 받아들임이 좋다.”

 

리차 사람들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은 생명이 있는 한 반드시 이 가르침을 지키게 될 것입니다.”

 

잇따라 세존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자들이여, 너희들 역시 기뻐해 주고 화동하여 물과 젖이 같이 서로가 화합하되 사이가 어그러져서는 안 된다. 항상 같이 모여 도를 익히고 또 계를 지켜 이를 범하려고 하는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스승과 상좌를 공경하고 조용한 곳에서 도에 힘쓰는 동학(同學)들을 사랑해야 한다. 또 남을 권하여 도량(道場)에 법의(法儀)를 영위하고 힘써 불법을 수호하여라. 제자들이여, 너희들은 재가자들과 같이 자생(資生)의 업을 영위해서는 안 된다. 희롱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잠을 좋아하여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효과가 없는 일에 이러니저러니 해서도 안 된다. 악우를 멀리 하여 착한 벗을 가까이하고 사악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라. 법에서 얻는 바가 있다면 더 나아가서 향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때에 모든 리차인들의 아내들도 역시 세존은 멀지 않아 멸도에 들어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수레를 달려 세존의 좌하에 절하고 많은 공양을 바치고 울면서 세존에게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다만 소원컨대 이 세상에 머무르시어 이끌어 주십시오. 만약 세존께서 입멸하신다면 지혜의 눈이 먼 저희들은 언제까지나 진실의 도를 볼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저희들은 덕이 엷어 태어나기를 여자가 되었기에 항상 매사에 장애를 받아 자주 세존을 뵈러 올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만약 세존이 멸도에 들어가신다면 저희들이 상서롭게 생각하는 일은 날로 쇠퇴해 갈 것이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함부로 슬퍼할 것이 아니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애써 계를 지니고 사람의 눈을 수호함이 좋다. 마음을 곧게 가지고 아첨하거나 질시를 하지 않음이 좋다. 그렇게 하면 항상 나를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모든 리차의 아내들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면서도 물러나 앉았다.

 

이리하여 세존은 널리 이곳에 모인 자들을 위하여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계를 지켜 범해서는 안 된다. 계를 파한 사람은 신들이 미워하는 바로, 또 세인이 보는 것을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이 끝나려고 할 때에도 두려움에 휘감겨 길이 악도에 떨어지리라. 이에 반하여 계를 지니는 사람은 신들이 공경하는 바가 되며, 세인이 보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생명이 끝나려고 할 때에도 바른 생각을 가지며 죽어 청정한 곳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60명의 제자들은 이를 배청하고 도를 성취했으며, 수많은 사람들과 신들 역시 번뇌를 멀리했다.

세존은 다시 건도 마을에 이르러 성 북쪽 숲속에 들어가시어 나무 밑에 쉬시었다.

 

그때 여러 제자들에게 고하시기를,

“제자들이여, 너희들은 계를 지키고 선정을 닦고 지혜를 구하여 해탈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계를 지키는 자는 악에 따르지 않으며 선정을 닦는 자는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지혜를 구하는 자는 욕을 여의고 자유로운 행을 할 수 있다. 이리하여 덕이 높고 영예는 넘치어 끝내는 청정한 길에 들어갈 것이다. 나도 오랜 동안 이것을 듣지 못했던 탓으로 각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너희들도 힘써 이행하여 이것을 닦음이 좋다.”

 

세존은 나아가 암바라 마을에 들어가시어, 숲속에 앉아서 제자들에게 고하셨다.

“계와 선정과 지혜를 닦은 자는 미해(迷海)를 건널 수가 있을 것이다. 이미 계를 갖는다면 선정이 되고, 선정이 되면 지혜가 밝게 된다. 예컨대 천이 깨끗하면 아름답게 물들여지는 것과 같이, 이 세 가지가 있으면 도는 얻기 쉽다. 너희들은 힘써 이 세 가지를 닦는 것이 좋다. 예컨대 골짜기의 물이 깨끗하면 저변에 있는 밑바닥도 모두 보이는 것과 같이 도를 얻은 자는 단지 마음이 청정한 것만으로도 밝게 일체의 법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도를 구하는 자는 반드시 그 마음을 청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을 청정하게 하면 도는 저절로 얻어진다.”

 

세존은 암바라 마을에서 염부(閻浮)마을로 가시어 또 그 근처 마을을 순회하셨다. 그 사이에 설하신 바가 많았는데, 요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마음에 세 가지 때가 있다. 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인 것이다. 계는 욕의 때를 물리치고, 선정은 노여움의 때를 제거하고, 지혜는 치(癡)의 때를 벗기는 것이며, 이야말로 세상을 구하는 도인 것이다. 너희들은 이에 의하여 슬픔과 근심과의 근본을 끊음이 좋다.”

 

세존은 아난을 불러 밝히셨다.

“너희들은 모두 의발을 정리하라. 나는 이제부터 부가(負伽)에 가련다.”

 

아난은 제자들과 함께 세존의 앞뒤를 둘러싸고 부가 시에 들어가 성의 북쪽에 있는 시사바(尸舍婆) 나무의 숲에서 쉬셨다.

 

때는 황혼이 다가와 있었지만 아난은 나무 밑에 앉아 조용히 대지가 흔들리는 인연을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 세존의 좌하에 이르러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땅이 움직이는 것은 무엇 때문이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땅은 물 위에 있으면서 유지되며, 물은 바람 위에 있으면서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바람이 동하면 물을 움직이며, 물이 움직이면 땅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땅의 움직이는 한 원인인 것이다. 다음은 도를 얻은 자가 감응을 나타내려고 땅을 움직이는 수가 있다. 이것이 둘째 원인인 것이다. 또 부처가 그 힘을 가지고 땅을 움직이는 수가 있다. 이것이 그 셋째 원인인 것이다. 아난이여, 부처의 위신(威神)은 단지 땅을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고 또 하늘까지도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이 정심(正心)의 힘이다. 아난이여, 나는 영겁의 옛날부터 공을 쌓아 덕을 보여 모든 것을 알며 감화를 미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없다. 생각건대 나는 옛날 자비에서 널리 여러 나라를 찾았으며 그 나라의 풍속에 따라 또 그 말을 사용하여 출가자를 찾고 학자를 찾았으며, 왕을 만나고 백성을 찾아 몇 번이고 왕래하며 가르침을 내렸다. 그리고 이들을 편안히 했으며 이들을 위로하고 굳게 그 뜻을 세우게 하여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내가 누구임을 알지 못했다. 이리하여 또 천계에 올라 여러 신들을 향하여 청정을 즐기는 자에게는 그 때문에 청정을 설하고, 도의 취지에 이르고 있는 자에게는 힘써 가르침을 펴게 하고 갖가지로 유도한 뒤 또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그들도 역시 끝내 내가 누구임을 알지 못했다. 아난이여, 나의 힘은 넓고 그리고 크며 안 되는 일이라고는 없다. 아난이여, 또 나에게 보이지 않는 곳은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 단지 열반만을 가장 즐거운 것으로 한다.

 

너희들도 틀림없이 이 도를 궁구하고 또 힘써 남을 위해 설함이 좋다. 부처가 세상에 나옴은 우담화가 피듯 매우 만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그 법 또한 듣기 어렵다. 그러기에 한번 들었으면 이것을 지키고 이것을 시현하되 장 속에 깊이 감추어서는 안 된다.

 

제자들이여, 내가 떠난 후에도 만약 어떤 사람이 나는 친히 부처님으로부터 또는 상좌인 제자로부터 이와 같은 법을 들었다고 말하며 이것을 설하는 자가 있다면, 너희들은 이것을 듣고 틀림없이 경과 율과 법에 의해 그것이 거짓인가 아닌가를 생각하여 그 본말(本末)을 궁구해야 한다. 만약 그 밝히는 바가 경에 의한 것도 아니고, 율에 의한 것도 아니며 또 법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그것은 마의 가르침인 것이다. 너희들은 틀림없이 부처의 말로써 이것을 밝히고 그로 하여금 경에 들어 율에 의하여 받아들이도록 함이 좋다. 만약 그가 가르침에 따르지 않는다면 너희들은 적당히 물리치지 않으면 안 된다. 악초(惡草)가 없어지지 않으면 좋은 모종이 곤욕을 당하기 때문이다. 만약 세상의 가르침에 밝은 사람이 있다면 장로이거나 신참이거나 틀림없이 찾아가서 이에게 묻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이다. 또 신자도 찾아가서 옷, 밥, 좌구, 탕약 등을 공양함이 좋다. 너희들은 길을 같이 하고 있다. 어찌 화목하지 않고 견딜 것인가. 그 악도에 떨어지는 것은 모두가 화목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너희들은 서로간에 나야말로 많은 도를 알고 있으나 너희는 가르침을 많이 모른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아는 일이 많거나 적거나 스스로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말이 가르침에 합당하면 사용함이 좋다. 그렇지 않은 것은 버려라. 제자들이여, 다만 반드시 법에 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야말로 참으로 존승(尊勝)의 곳인 것이다. 만약 법을 잊은 것이라면 마음은 어지러워질 것이다. 검을 잡는 데는 그 길을 따르지 않으면 도리어 그 손을 상하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존은 이곳에 계시면서 또 사성제를 설하셨다. 그러자 많은 제자들은 각을 열었다.

 

세존은 부가 시에서 구바(鳩婆) 마을로 들어가셨다. 마을에는 불바육제(佛婆育帝)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세존께서 오셨다는 말을 듣고 많은 바라문이 부호들과 함께 달려와 좌하에 절하고,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이 마을에 오셨습니까?”하고 물었다.

 

“나는 삼 개월 후에 멸도에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비사리를 떠나 여러 도시를 빠짐없이 찾다가 이곳에 온 것이다.”라는 대답을 듣고 놀라 슬퍼하며 땅에 엎디어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세존은 밝히시기를,

“마음 아파할 것은 없다. 만들어진 법의 성상(性相)은 이와 같은 것이다. 너희들은 근심을 버리고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얘기하는 바를 조용히 듣는 것이 좋다. 너희들은 부모를 공경하고 효도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항상 착한 길로 처자를 이끌고 노복을 불쌍히 여기며 그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신경을 쓰고, 착한 사람을 가까이하되 악한 사람과는 떨어지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너희들은 이승에 있어서는 남들로부터 공경을 받고 후세에서는 항상 좋은 곳에 태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불바육제여, 집에 있되 남의 도움에 의지하지 말고, 창피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낙인 것이다. 자신도 쓰지 않고 남에게도 주지 않고 크게 돈을 모으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라 하겠다. 큰 부자가 되어 자신을 위해서도 쓰고 또 부모 권속에게도 주고 성자, 학자에게 바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인 것이다. 신, 구, 의에 곡(曲)을 하지 않으며 지혜가 총명하여 많은 것을 듣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인 것이다. 그러나 네 가지 중에서 앞의 두 가지는 즐거움 중의 하인 것이며, 다음의 하나는 즐거움 중의 중, 뒤의 하나는 즐거움 중의 상인 것이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장유(長幼)를 서로 가르쳐 모두 이끌어 이 선의 중과 상을 행함이 좋다.”

 

불바육제들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부터 가르침에 의해 서로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다 함께 자진하여 귀의의 지성을 나타내어 다섯 가지 계를 받았다. 그리고,

“세존이시여, 원컨대 제자들과 함께 매일 저희들이 변변치 못한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라고 앙청하여 세존의 허락을 받았다.

 

이튿날 식사 자리에서 한 제자가 바르게 위의를 갖추지 못했으므로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기뻐하지 않는 빛이 있었다. 세존은 이를 살피시고 말씀하셨다.

 

“부처의 정법은 깊고 넓으며 바다와 같은 것이다. 바다에 갖가지의 생물이 살고 있듯이 부처의 법도 또한 그대로인 것이다. 여기에 이미 도를 얻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사람도 있다. 너희들은 이것 때문에 정법에 의하여 장애의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예의를 알고 모르고는 차치하고서, 부처를 공양함은 끝내 복덕에 돌아가는 것이며, 마치 여러 흐름이 모두 바다에 들어감과 같은 것이다.”

 

이어서 사람들을 위하여 더욱 널리 법을 설하시어 그들은 모두 도에 들었다. 세존은 나아가 파바(波婆)로 향하시자 사람들은 울며 전송하면서 섭섭해 하여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세존은 파바의 성에 이르러 성 밖 수원(樹園)에 머무르셨다. 바로 이 날이 2월 14일의 일이었다. 수원은 일찍이 세존의 가르침을 받은 성 안의 대장간 아들인 순타(純陀)의 소유인데 참으로 한적한 곳이었다.

 

성내 사람들은 모두 나와서 세존을 배알했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현명한 사람은 집에 있을 때에는 근검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그 첫째로는 부모와 처자에게, 둘째로는 빈객과 노복에게, 셋째로는 친척과 붕우에게, 넷째로는 국왕과 출가승에게 주며, 이로써 기쁨을 얻어야 한다. 이리하여 몸도 온전히 하고 집도 편안하게 힘과 빛과 부와 영예를 얻고 죽어서는 복을 얻게 되리라.”

사람들은 이것을 듣고 모두 기뻐하며 돌아갔다.

 

순타도 또한 세존이 여러 제자들과 함께 그 동산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의복을 갖추고 세존의 좌하를 찾아 족하에 절하고 물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이유로 이곳에 오셨나이까, 이렇다는 뜻이 있는 것은 아니옵니까?”

 

세존께서 밝히셨다.

“순타여, 나는 멀지 않아 멸도에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마지막으로 너희들을 보려고 생각한 것이다.”

 

순타는 놀라 괴로워하며 땅에 넘어져서 부르짖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지 않는 것이옵니까. 어째서 멸도에 드시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옵니까. 다만 소원컨대 일겁이라도 더 이승에 수를 머물러 주십시오. 세간의 눈이 멸하시면 우리들은 어찌하여 망집에서 나설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설유하시기를,

“순타여, 슬퍼함을 그쳐라. 일체의 법은 변천한다. 회자는 정리이니라.”

 

순타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야 무상의 지존이 서거하신다는데 어찌 괴로워하지 않고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어려운데 부처의 가르침을 받드는 일 또한 어려워, 마치 겨자씨에 낚시를 던지는 것과 같으며, 눈먼 거북이가 대해에서 부목(浮木)을 만나는 것과 같은 것이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멸도에 들어가시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세존이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러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모든 것이 무상하다. 항상 근심이 있고, 이 몸은 괴로움이 모이는 곳이다.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 진실을 깨닫고 모든 괴로움을 헤어날 수가 있었다. 나에게는 노, 병, 사도 없다. 수명이 다하는 일도 없다. 순타여, 나는 이제 멸도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불법은 언제나 그대로이기 때문인 것이다. 순타여, 사라수의 새는 봄이 되면 모두 아뇩달(阿耨達)의 못에 모여들듯이 모든 부처 역시 모름지기 멸도에 이르는 것이다.”

 

순타는 다 듣고 나자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매일 자기의 공양을 받아 주십사고 앙청하였다. 세존은 이를 허락하셨으므로 곧 물러나 좌하를 떠나 밤새도록 진심을 다하여 식사를 갖추었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