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대용 왕자, 아호(餓虎)에 투신(155)

근와(槿瓦) 2015. 10. 16. 02:01

대용 왕자, 아호(餓虎)에 투신(155)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이어서 세존은 보리수의 신, 선녀천(善女天)의 물음에 응하여, 이 회중에 모인 1만 신들의 과거의 인연을 설하셨다.

 

“선녀천이여, 헤아릴 수 없는 먼 옛날, 지수(持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의술에 정통하여 갖가지 병을 낫게 하였다. 그 아들은 유수(流水)라 불렀으며 용모가 바르고 성질은 민첩하여 갖가지의 학예에 뛰어났다. 그때 나라에 유행병이 돌아 수많은 사람들이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었는데, 인정 많은 그는 생각하기를 ‘아버지는 의술에 뛰어났으나 이제는 나이 많아 지팡이를 의지하여 겨우 걸음을 옮길 정도이다. 나는 지금 아버지로부터 의술의 비법을 배워 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구하리라.’ 이리하여 마음을 정하고 아버지 곁에 가서 그 취지를 말하자, 아버지는 기뻐하며 상세히 병상과 병 원인을 이야기했다.

 

‘유수여, 이와 같이 병인을 알았다면 그 병에 따라 투약하고 설사병 증상으로 괴로워하더라도 첫째 그 근본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그 병자에게 사상(死相)이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구명할 수 있는 것이다. 사상이라 함은 눈이나 귀나 코등의 작용이 도착되어, 높여야 할 사람이나 의사에 대하여 만심을 일으킨다든지 친한 친구에게 노여움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 왼쪽 눈이 희게 되고 혀가 검으며 콧날이 쫑긋 서고 혹은 귓불이 옛날과 다르고 아랫입술이 밑으로 쳐지는 것과 같은 것도 사상(死相)인 것이다.’ 이와 같이 말하고 다음은 자상히 약품을 가르쳐 주고 다시 ‘의사는 첫째 자애심을 일으키되 재물 모으는 일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는 너를 위하여 병을 고치는 욧점을 설했다. 너는 이로써 병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구하고 그렇게 하면 무량 과보가 얻어지리라’고 말하였다.

 

이리하여 장자의 아들 유수는 능히 아버지의 가르침을 분별하여 스스로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을 알고 널리 성과 읍을 취락 등에 이르러 간곡히 병자를 위로하고 ‘나는 의사이다. 이제부터 너희들의 병을 고치리라’하며 돌보아 주었다. 앓던 사람들은 몸도 마음도 뛸 듯이 기뻐하게 되어, 드디어 많은 사람들은 병에서 구출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유수는「자비의 보살」로서 나라 사람들에게 찬양 받았다.

 

어느 날, 그는 두 아들을 데리고 국내를 돌면서 인가와 떨어져 있는 산골짜기를 지나가는데 늑대, 여우, 수리(鵰)와 독수리 등의 육식(肉食) 금수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여 화살처럼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괴상하게 생각하고 그 뒤를 쫓아가 보았더니 거의 바닥이 드러난 큰 못이 있는데, 못 속에 많은 고기가 괴로워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때 수신(樹神)은 반신을 나타내어 유수에게 말하기를 ‘선인이여, 그대의 이름처럼 이 고기들을 불쌍히 여기시오. 유수라는 말은 물을 흘리는 것, 물을 부여(賦與)하는 것의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소. 모쪼록 이름과 같이 행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는 수신으로부터 이 고기의 수가 수만 마리나 된다는 것을 듣고 또 눈 앞에서 햇빛에 드러내어진 채 얼마 남지 않은 물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마음 속 깊이 연민의 정을 일으켰다. 고기도 또한 유심한지 그를 지켜보는 듯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제쳐놓고 고기들을 구하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사방을 쫓아다녔지만 물을 구할 수가 없었으므로 우선 나무의 지엽을 꺾어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못물의 수원(水源)을 찾아본즉 큰 강이 있었는데, 어부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험난한 상류의 한곳을 절단하여 물을 다른 곳으로 흘렸으므로 이 못물이 말랐음을 알아냈다. 절단한 곳을 보수하기 위해서는 몇 백명의 인부를 사역하더라도 3개월 이상은 걸릴 듯 했다. 여기에 곧장 성으로 돌아가 국왕께 출원하여 20마리의 큰 코끼리를 빌고 또 술집에서 가죽 부대를 빌어 강에서 물을 운반하여 물을 댄 얼마 후에 복구하여 못물을 채웠다. 그리고 많은 먹이를 가져오게 하여 고기에게 주어 실컷 먹게 하였다.

 

유수가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먹이를 베풀어 많은 물고기의 생명을 구했지만 다음은 법의 먹이를 베풀어 후세에도 언제까지나 이들을 구하리라’하고 못 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위하여 부처의 어명을 듣게 하고 또 망집과 각의 인과를 설하여 들려 주었다.

 

후일 이들 물고기는 법을 들은 공덕에 의해 죽은 뒤에 천계에 태어나 숙세의 은혜를 갚고자 하여 고루에 잠자는 유수 곁에 이르러 수많은 목걸이를 바치고 광명으로 빛나는 꽃을 무릎에까지 뿌리면서 그 수복을 축원했다.“

 

세존은 이 인연 이야기를 끝내고 선녀천(善女天)에게 고하시기를,

“이 이야기의 유수는 나였으며 1만의 물고기는 지금 이 자리에 모인 1만의 신들이다. 나는 이와 같은 긴 생사간에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베풀어 점차로 각에 이르게 했던 것이다. 너희들도 모두 망집을 털어, 버릴 것은 버리고 힘써 방일해서는 안 된다.”

 

이때 사람들은 모두 교지를 깊이 깨닫고 우리들도 또한 대자비로써 중생을 구하고 힘써 수행하여 무상의 각을 얻게 될 수 있음을 믿고 기뻐하였다.

 

세존은 그로부터 사람들을 이끌고 반사라촌의 어떤 숲에 도달하였다. 그곳의 땅은 평탄하고 형국이 없어 아름다운 꽃과 부드러운 풀들이 가득하였다. 아난에게 명하여 자리를 만들게 하고 그 위에 결가(結迦)하고 앉아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사람들에게 고하시기를,

“너희들은 옛날 보살의 고행한 유골을 보고 싶은가?”

 

사람들은 모두,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세존은 손으로 대지를 가리켰다. 이때 땅은 육종(六種)으로 진동하여 벌어지고, 일곱 개의 보물로 아로새긴 탑이 솟아났다. 세존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하시고 우로 돌아 본래 자리에 앉아, 아난에게 명하여 탑의 문을 열게 하셨는데, 그 속에 칠보의 함이 있고 눈과 같이, 백려화와 같이 신묘한 유골이 쌓여 있었다. 세존은 조용히 이 유골을 받들어 사람들에게 고하시기를,

“이는 실로 고행을 닦은 보살의 유신(遺身)이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게송하셨다.

 

보살의 뛰어난 덕, 이에 어울리는 지혜, 용감하게 힘써 여행하여, 육도(六度)의 행을 언제나 원만하게 닦고 쉬지 않음은 각을 얻기 위해서인 것, 시혜하는 일은 변하지 않고 마음을 태만히 함이 끝내 없도다.

 

“너희들, 보살의 이 본래의 몸을 예배할지어다. 헤아릴 수 없는 계와 선정과 지혜의 향기가 엉겨 있는 것이다. 이것은 위 없는 복전인 것이다. 흔히 만나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말씀에 따라 유골에 예를 드리자, 세존은 이에 이 유골의 인연을 설하셨다.

“아난이여, 지난 세상에 대사(大事)라고 이름하는 왕이 있었는데, 나라는 부하여 번영하고 군병은 용맹하여 언제나 정법으로 백성을 이끌었다. 왕비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형을 대거(大渠), 동생은 대천(大天), 막내아들은 대용(大勇)이라 이름지었다. 어느 날, 세 사람은 손을 잡고 숲에서 놀았다. 이때 일곱 마리의 새끼를 낳은 어미 호랑이는 굶주림에 몰려 여읠 대로 여위어 누워 있었다. 호랑이가 당장 자기 새끼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의 형인 왕자도 적지 않게 연민의 정이 들었지만, 막내 왕자를 향하여 ‘호랑이는 표범이나 사자와 마찬가지로 평소 뜨거운 피와 고기를 먹이로 삼았다. 그 밖의 먹이로는 이 호랑이의 굶주림을 구할 수 없다’고 들려 주고 이 자리를 떠났다. 막내 왕자는 마음 깊이 생각하기를 ‘사람은 모두 자기 몸을 사랑하고 남에게 베풀 줄 모른다. 그저 뛰어난 사람만이 대자비의 마음을 가지고서 내 몸을 잊고 남을 구한다. 그런데도 나는 백천번 생을 받았으면서도 그 때마다 썩어 문드러졌던 것이다. 지금 나는 이 몸을 타액처럼 내뱉아 이 호랑이의 굶주림을 구하리라. 잠깐 사이에 이 몸은 바뀌어 가는 것으로, 항상 구하더라도 채우기 어렵고 또 유지하기 어렵다. 이제야 이 몸을 버리고 큰 업을 이루어 각을 얻기 위하여 바치자’는 생각을 정하고, 조금도 주저하는 일이 없이 곧장 옷을 벗어 옆의 대나무에 던져 걸고,

 

나는 이제 법계의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각을 얻으려고 소원하노라. 대자비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아끼는 몸뚱이를 던지리. 각은 근심이 없고 고뇌도 없다. 모든 지자의 좋아하는 바, 괴로움의 바다에 가라앉는 사람을 나는 지금 구제하여 안식을 얻고 싶구나.

 

하고 노래하고 자진하여 굶주려 허덕이는 호랑이 옆에 몸을 바쳤다. 그러나 호랑이는 보살의 자애력에 감동하여 잡아먹으려 들지 않았다. 왕자는 이것을 보고 벼랑에서 몸을 던져 뾰족한 대나무에 스스로 목을 찔러 피를 흘리면서 호랑이에게 다가갔다. 이때 땅도 산도 진동하고 바다도 놀라 거꾸로 소용돌이쳤다. 호랑이는 흐르는 피를 보자 곧장 달려들어 살을 물어뜯어 모두 삼켰다. 뒤에는 그저 백골이 근방에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두 왕자는 천지의 변동을 보고 동생의 신상이 걱정되어 이곳에 이르러 본즉 참담하기 이를데 없었다. 동생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저 대나무 위에 유물인 의복이 걸려 있을 뿐, 피에 젖은 백골만이 겨우 자취를 남기고 있음을 보고 기절할 만큼 비탄해 하였다.

 

이때 모부인은 누각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꿈에 두 젖이 벌어지고 두 이빨이 빠졌으며, 손에 들었던 세 마리의 비둘기 새끼 가운데 한 마리를 매에게 빼앗겨 놀라 깨었다. 천지는 어둡고 유방은 떨리고 마음은 화살에 맞은 것처럼 괴로웠다. 때마침 시녀가 와서 ‘세 왕자의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라고 한다. 고뇌로 마음이 떨리는 부인은 왕과 함께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마을에 들어가 널리 찾아 헤맨 끝에 두 왕자는 찾아냈지만 막내 왕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일의 전말을 자상히 알자 양친은 왕자가 몸을 던진 곳으로 달려가서 바람에 넘어지는 나무처럼 대지에 쓰러져 통곡했다.

 

이리하여 보살의 유골은 칠보탑에 안치되어 눈물로써 간곡히 받들어졌다. 이제야 무량 시간을 거듭하여 땅에 묻힌 이 보탑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다시 대지에서 솟아났던 것이다. 아난이여, 그때의 막내 왕자는 현재의 나의 몸, 아버지는 정반왕, 어머니는 마야 부인인 것이다.”

 

사람들은 이 인연을 듣고 각각 도를 구하는 마음을 일으켰다. 드디어 세존은 신력을 거두시자 보탑은 저절로 대지 속으로 사라졌다.

 

세존이 이 경을 설하시자 시방 세계의 무량 보살들이 회좌에 모여들어, 세존께 절하고 일심으로 합장했으며 음성을 같이하여 덕을 찬양하였다.

 

모습은 신묘하여 빛은 황금의 산과 같아, 널리 시방의 나라를 비추어 인연 따라 구하시도다. 번뇌와 사랑의 더럽힘을 제거하고, 법의 등불은 켜져 그치지 않네. 연민의 정은 드리워져 이 세상 저 세상의 즐거움을 주시네. 부처의 덕은 넓고 부처의 지혜는 깊어 대비의 방편으로써 구제에 힘쓰시도다. 우리들 지금, 공덕의 바다의 물방울 끝을 찬양하오니, 원컨대 이 복을 윤회케 하시어 사람들에게 베푸시고 속히 득도에 이르게 하소서.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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