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악마의 시험과 입멸의 계(誡) (152)

근와(槿瓦) 2015. 10. 13. 01:46

악마의 시험과 입멸의 계(誡) (152)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아난을 데리고 비사리를 향해 여행길에 나섰고, 항하의 강변에서 다시 사리불과 목련과의 죽음을 애석해 하셨다. 항하를 건너 비사리에 닿은 이튿날 아침, 읍에서 탁발하고 그 귀로에 자화라의 사당을 지나시다가 잠시 쉬면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비사리도 즐겁고 16개 국의 여러 고장도 그 어느 곳이나 모두 즐거웠다. 희련(熙連)강은 황금이 많이 나고 염부제의 땅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아난이여, 자재의 힘이 있는 사람은 뜻대로 그의 수명을 이곳에 머물게 할 수가 있다.”

 

세존은 세 번이나 같은 말을 간곡하게 되풀이하셨다. 그러나 아난은 그때 마음이 어두워져 있었기에 그 말뜻을 짐작할 수가 없어서 무어라고 확실하게 답하지 못했다. 세존은,

 

“물러가서 조용히 생각하라.”

하며 아난을 물러가게 하고 일어나시어 시냇가의 나무 그늘에 이르러 앉으셨다.

 

그때 악마가 세존의 좌하에 다가와 이르기를,

“세존이시여, 속히 멸도에 들어가야 합니다. 세존의 교화는 이미 끝났으니, 지금이 바로 이 세상을 떠나실 때이옵니다.”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사라져라, 악마여, 나로서는 능히 그 시간을 알고 있다. 아직 멸도에 들 때는 아니다. 나는 나의 제자와 모든 사람이 모름지기 이 도를 받을 수가 있을 때까지는 멸도에 들지 않겠다.”

 

악마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니련선하(尼連禪河)의 강변에 계시면서 각을 열으셨을 때에, 나는 세존의 좌하에 나아가 즉각 멸도에 들어가시도록 권했습니다. 그때 세존은 ‘사라져라, 악마여, 나는 스스로 때를 알고 있다. 아직 멸도에 들어갈 수는 없다. 나는 나의 제자들이 모여들어 천계도 인계도 빠짐없이 부처의 신변(神變)을 보게 되기까지는 멸도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야 제자들은 벌써 모였고 천계도 인간도 다 함께 신변을 배견하지 않으셨습니까.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좋은 때입니다. 왜 빨리 멸도에 드시지 않는 것이옵니까?”

 

라고 말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라져라, 악마여. 부처는 스스로 때를 알고 있다. 차후 3개월 지나 내가 나의 전세와 연유가 있는 구시나라의 사라쌍수 사이에서 멸도에 들 것이다.”

 

악마는 이 말씀을 듣고 부처의 말씀에 거짓은 없으니 멸도에 들어가심도 이제 멀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는 뛰어올라 기뻐하며 홀연히 그 모습을 지워버렸다.

 

세존은 자리를 단정히 하고 다시 사유(思惟)에 들어가 조용히 멸도에 관해 관(觀)하셨다. 그리고 혼잣말로 말씀하셨다. ‘세 가지 망집을 벗어나는 것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과 같이 쉬운 일인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은 편안하다. 마치 적을 격파하고 전장에서 돌아온 장군과도 흡사한 심정이다’고. 때에 대지는 크게 진동하였다. 아난은 놀라 깨어 세존의 좌하에 나아가 묻기를,

 

“세존이시여, 지금 대지가 움직인 것은 무엇 때문이옵니까? 저는 숲에 있으면서 잘 자란 나무가 갑자기 폭우 때문에 흔적도 없이 넘어진 것을 꿈꾸었습니다. 자칫하면 세존께서 멸도에 들어가시는 것은 아니옵니까?”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아난이여, 나는 3개월을 지나서야 멸도에 들 것이다.”

 

아난은 놀라고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이제 일겁(一劫)만 혹은 그 반이라도 수(壽)를 머무르시어 길이 천상과 인간계에 시혜하시옵소서.”

 

이와 같이 세 번이나 원했으나 세존은 아난에게 고하시기를,

“지금은 청할 때가 아니다. 나는 이미 차후 3개월이 지나면 바로 멸도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악마에게 고했다. 아난이여, 너는 나를 섬기고부터 내가 말을 이중으로 쓰는 것을 들은 일이 있는가?”

하고 말씀하셨다.

 

“아직껏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에 자재력이 있는 사람은 생각하는대로 수명을 머물게 할 수가 있다고 일찍이 듣고 있습니다.”

 

“나는 앞서 이것을 너에게 말했다. 그러니 그때 너는 응하지도 않고 또 청하지도 않았다. 부처의 말인데 한번 입에서 나온 이상은 어찌 달리 할 수 있으랴. 어리석은 자는 스스로 이것을 달리하지만 나는 이것을 할 수 없다.”

 

아난은 몹시 괴로워서 몸을 뒤틀며 울면서 말씀드리기를,

“부처의 멸도에 들어감이 어찌 이다지도 빠르리오. 세상의 눈이 사라지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빠른 것이랴!”

 

세존은 이렇게 애타 하는 아난을 불쌍히 여겨,

“아난이여, 슬퍼해서는 안 된다. 만들어진 것은 모름지기 이와 같은 것이다. 회자(會者)란 한 사람도 이별하지 않는 일이 없다.”

 

“그렇지만 세존이시여, 중생은 멀지 않아 자부(慈父)를 잃게 되오니 마치 태어난 송아지가 어미소에게 버림 받는 것과 같습니다.”

 

“아난이여, 근심해서는 안 된다. 설령 내가 일겁 간을 이곳에 살아 본들 만난 자와는 언젠가는 이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법의 성상(性相)은 예외없이 이와 같다. 나의 일에 대하여 그와 같이 괴로워하지 말라. 설사 이 육신은 멸할지라도 설하여 남겨진 묘법의 몸은 언제까지나 남을 것이 아니냐. 아난이여, 나의 좌구를 가져 오너라. 이젠 집(舍)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난은 좌구를 들고 세존을 따라 사라의 숲인 집으로 들어갔다.

 

저녁이 되어 세존은 아난에게 명하시기를,

“아난이여, 가서 이 숲 근처에 온 여러 제자들을 불러 강당에 모이도록 해다오.”

 

아난은 명대로 여러 제자들에게 전하자 제자들은 모두 강당에 모였다.

세존이 방을 나와 강당에 들어가시자 제자들은 일어나 예배하였다. 세존은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자들이여,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설한 갖가지 가르침을 언제나 생각하고, 또 이것을 읽고 익혀 폐해서는 안 된다. 천하 사람이 모두 스스로 마음을 바르게 한다면 신들은 이를 기뻐하고 인간은 여기에 복을 받으리라. 너희들은 바야흐로 욕심을 억제하여 극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고 말을 공손히 하라. 노여움을 버리고 악을 피하며 탐을 버리고 항상 죽음에 마음을 쓰며 만약 마음이 사(邪)를 바란다면 결코 좇아서는 안 된다. 마음에 음(婬)을 바랐을 때에도 마음을 맡겨서는 안 된다. 호귀(豪貴)를 바라더라도 역시 허락해서는 안 된다. 마음은 바야흐로 사람에게 따르는 것이어야지 사람이 마음을 따라서는 안 된다. 마음은 신이 되고 사람이 되고 축생이 되어 육도(六度)의 세계를 만들지만, 또 득도를 열어 아름다운 부처로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진정 마음을 바르게 하여 도를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도를 행하는 자만이 능히 세상에 있어서 안식을 얻을 수 있다. 이리하여 나의 청정한 도가 길이 세상에 존속하여 세간을 구하고 신들을 이끌며 모든 사람을 휴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제자들이여, 몸은 부정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탐욕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즐거움을 받더라도 드디어 괴로움을 낳는 것을 생각하여 빠져 들어서는 안 된다. 마음은 무상하고 변천하는 것을 생각하여 집착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든 법(法)은 반드시 주인 없는 무아(無我)의 것임을 알고 집착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이것이 곧 사념처(四念處)인 것이다.

 

제자들이여, 악이 일어나려는 것을 방지하라. 그것이 이미 일어난 것은 끊어야 한다. 선한 일이 이미 생긴 것은 힘써 기르라. 아직 생기지 않은 것은 힘써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곧 사정근(四正勤)인 것이다.

 

제자들이여, 항상 선을 바라며 이를 향하고, 항상 마음을 하나로 하여 법에 마음을 쓰고, 정진하되 해이해서는 안 되며, 항상 사유하여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함이 좋다. 이것이 곧 사신족(四神足)인 것이다.

 

제자들이여, 도를 믿는 길로 나아가 도에 마음을 쓰고 마음을 도에 정착시키며, 밝게 사성제의 지혜를 닦아, 이리하여 선근을 기르는 것이 좋다. 이것이 곧 오근(五根)인 것이다.

 

굳게 도를 믿어 의문과 괴로움을 차단하고 힘써 도로 나아가 게으름을 제거하고 한결같이 도에 마음을 써서 그릇된 생각을 타파하고 바르게 마음을 정하여 어지러운 생각을 물리쳐 밝게 사성제를 궁구하여 능히 망령된 생각을 버리라. 이리하여 선의 힘을 얻음이 좋다. 이것이 곧 오력(五力)인 것이다.

 

제자들이여, 정법에 마음을 쓰되 오매불망(寤寐不忘)해야 한다. 모든 법을 보고 그 참과 거짓을 가리고 항상 나아가며, 항상 기뻐하고 거짓을 제거하여 마음을 안존케 하고, 마음을 선정에 살게 하여 망녕된 생각을 일으키지 않게 하고, 불실(不實)의 경계를 버리고 부침하는 양단을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참으로 성스러운 지혜에 들어가는 길인 것이다. 이것이 곧 칠각분(七覺分)이다.

 

제자들이여,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얘기하고 바르게 행하고 바르게 살고 바르게 나아가고 바르게 도를 생각하고 바르게 마음을 정함이 좋다. 이것은 곧 팔정도(八正道)인 것이다.

 

제자들이여, 이러한 가르침은 바로 세상을 구하는 청정한 도인 것이다. 너희들은 뭇 사람의 복을 위해 또 세상의 융창을 위하여 이것을 닦고 이것을 전함이 좋다. 제자들이여, 이 37의 도품(道品)은 모든 선의 근원인 것이다. 이것으로써 마음을 닦고 탐하지 않고 다투지 않고 속이지 않고 희롱하지 않고 질시하지 않고 덤비지 않고 지혜와 자애와 공순한 눈으로써 나의 육체보다도 존귀한 정법의 진신(眞身)을 보는 것이 좋다. 분명히 나의 정법의 진신을 보는 자야말로 내가 현세에 있으며, 항상 그의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나는 지금 너희들을 위하여 말세에 이르기까지 고독(苦毒)의 나무를 바꾸어 감로의 과일을 열게 하려고 소원한다. 너희들은 이 법 속에서 서로 화목하고 서로 공경하여 쟁송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너희들은 한분의 스승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물과 젖처럼 화목하라. 물과 기름과 같이 다투지 말고 의좋게 나의 법을 지켜 함께 배우고 번영과 즐거움을 같이해 달라. 마음을 불요한 곳에 써서 생명을 헛되게 소모함이 없이 각의 꽃의 정(精)을 먹고 도의 과일을 익게 하여, 이어서 세상으로 하여금 모름지기 이 과일로 배부르게 하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제자들이여, 나는 스스로 이 법을 깨달아 남을 위해 설했다. 이 법은 능히 너희들로 하여금 해탈에 이르게 할 것이다. 너희들은 잘 분간하여 매사를 선하게 행하도록 하라. 나는 이 삼 개월을 넘기고 멸도에 들어갈 것이다.”

 

모든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놀라 슬퍼하고 오체를 땅에 던져 울부짖으며 말하였다.

“부처님은 어찌하여 이렇게도 일찍이 멸도(滅道)에 들어가시는 것일까. 세상의 눈이 어찌하여 이렇게도 빨리 멸하시는 것일까? 세존이시여, 원컨대 이 세상에 머무르시어 멸도에는 들어가시지 마시옵소서. 모든 사람은 모두 무명의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원컨대 언제까지나 이승에 계시어 명등(明燈)이 되어 비추어 주시옵소서. 모든 사람은 모름지기 망집의 거센 바다에 떠돌고 있습니다. 원컨대 이 세상을 제도하시는 뗏목이 되어 언제까지나 머물러 주시옵소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모든 사람은 길이 가야 할 길을 헤매고 말 것입니다.”

 

세존은 제자들을 훈계하여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잠시 조용히 하라. 근심과 슬픔을 품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무상하다. 강하고 견고한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육신은 연약하다. 마치 번갯불 같은 것이다. 하늘이란 심공(深空)의 신들까지도 죽어가며, 천하의 왕자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빈함과 부함과 귀함과 천함과의 차이점은 있어도, 나고서 죽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바뀌는 것을 못바뀌게 한다는 것은 무모하다. 너희들은 청정해야 한다. 항상 해탈을 구하여 방일하게 되지 말라. 이제야 나의 생애는 완전히 끝났다. 나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너희들은 이 세상에 남아라. 나는 지금 생각했던 대로 귀의처에 이르게 될 것이다. 너희들은 삼가 경계하여 스스로 그 마음을 수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설한 모든 법은 그야말로 너희들의 스승인 것이다. 능히 이것을 봉지(奉持)함을 나를 섬김과 같이 함이 좋다. 만약 넘어지는 일이 없이 이 길을 나아간다면 곧 이것이 정법을 지키는 일인 것이다. 그러하니 내가 세상에 있음과 같이 지켜 받들어 조금도 어겨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해야만 스스로 해탈에 이르러 모든 사람을 시혜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미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세존은 아난을 데리고 거처로 돌아가셨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