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사리불과 목련의 입멸(入滅) (151)

근와(槿瓦) 2015. 10. 12. 01:09

사리불과 목련의 입멸(入滅) (151)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어느 날, 사리불은 선정에서 나와 생각하기를 ‘과거 세상의 부처에게는 각자 상족(上足)의 제자가 있었으나 그들은 모두 스승 앞에서 멸도에 드는 것을 예사로 했다. 나도 이 이레 동안에 세존에 앞서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어머니는 아직 불법에 귀의하고 있지 않으므로 나는 지금부터 어머니를 찾아가서 인도하여 도에 들게 하고 난 후에 내가 태어난 방에서 멸도에 들기로 해야 하겠다. 그러니 먼저 세존의 허락을 앙청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면서, 곧 그 방을 치우고 일어나서 엄숙하게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아아, 이것이 이 방을 보는 마지막 시간이 되겠구나. 이제 또다시 이 방에 들어오는 일은 없으리라.”

 

이윽고 세존의 좌하에 절하며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부터 멸도에 들려고 하옵니다. 모쪼록 이를 허락해 주십시오.”

 

세존은 침묵한 채 답하지 않으셨다. 사리불은 이를 청하기를 세 번에 이르자 세존은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하여 여기에 머물지 않는가?”

 

“세존이시여, 신들이 저에게 석가모니불은 오랜 동안 재세하셨지만, 이제는 80세를 향하셨으므로 드디어는 멀지 않아 멸도에 들게 될 것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멸도를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부처가 멸도에 드실 때에는 그 상족의 제자가 이에 앞서는 것처럼 저도 세존을 앞서 멸도에 들려고 생각하옵니다.”

 

세존이 말씀하셨다.

“너는 어느 곳에서 멸도하려고 생각하는가?”

“저는 나란타의 마가사에 있는 제가 태어난 고향 집에서 멸도에 들려고 생각하옵니다.”

 

“너는 능히 때를 알고 있다. 사리불이여, 나의 제자 중에 너와 같은 사람을 얻기란 참으로 어렵다. 이제 여러 사람들을 위하여 법을 밝혀 달라.”

사리불은 분부를 받고 공손히 세존께 절한 다음, 사람들 앞에 앉아 법을 설하였다.

 

이리하여 다시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먼 옛날부터 성심을 다하여 모든 부처를 뵈려고 소원했습니다만 그 소원이 용납되어 지금 이 세상에 있어서 세존을 뵐 수가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세상은 마지막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7일 새에 무거운 짐을 내린 사람처럼 이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이것이 겨우 이승에 있어서 세존께 바치는 최후의 계수(稽首)이옵니다.”

하며 합장하고 공손히 무릎 꿇은 뒤 좌하를 물러났다.

 

모든 제자들은 꽃과 향을 들고 사리불을 따랐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제자들이 말하였다.

“존자를 공양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만 두라. 그대들은 벌써 나의 공양을 끝냈다. 나에게 한 견습 제자가 있어서 그가 나를 섬기게 될 것이니 이제 걱정할 것은 없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각자의 갈 길을 생각함이 좋다. 부처의 출세를 만나기는 어렵고 또 사람으로서 신심을 얻어 집을 나와 법을 배우는 일도 참으로 어렵다. 제자들이여, 모든 것은 무상이며 괴로움이며 무아인 것이다. 열반만이 길이 적정한 것이며 그대들은 능히 이것을 염함이 좋다.”

제자들은 모두 오열했다.

 

사리불이 나란타의 동리 어귀에 닿은 것은 저녁녘이었다. 그가 길가에 있는 용수(榕樹)의 그늘에서 쉬려고 하는데, 한 청년이 와서 그에게 절하였다. 그는 조카인 우바리바다(優波離婆多)였다. 사리불이 우바리바다에게 물었다.

“네 조모님은 지금 집에 계시냐?”

 

우바리바다가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너의 조모님께 내가 잠시 후에 집으로 가겠다고 말씀드려 달라.”

 

우바리바다는 달려가서 조모인 사리(舍利)에게 그 전갈을 전했다. 그녀는 속으로 ‘내 아들은 어릴 때부터 출가했는데 이제야 나이 많아져서 출가승을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방을 치우고는 아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저녁에 사리불은 그 집에 닿았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병이 무거워져 많은 피를 토했다. 어머니는 놀라며 그 방에서 물러났다. 신들은 하강하여 공손히 사리불의 병을 간호했다. 어머니는 괴이하게 생각하여 사리불의 시자인 주나에게 묻기를,

“어찌된 일이냐?”

 

주나가 답하기를,

“존자의 덕이 높으시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놀라며,

“내 아들이 그와 같이 존귀하면 세존은 얼마나 존귀하실까?”

그리고 청정한 기쁨이 가슴 속에 넘쳤다.

 

사리불은 도를 이야기할 때가 이르렀음을 생각하고 어머니를 향하여 말했다.

“어머니시여, 저의 스승이 나셨을 때, 그 정각을 얻으셨을 때, 또 정법을 말씀하실 때에는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했습니다. 세상에 덕과 지혜에 있어서 저의 스승을 넘어서는 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리하여 사리불이 자진하여 법을 설하자 어머니는 기뻐하며 말했다.

“내 아들아, 그대는 왜 더 빨리 이러한 법을 나에게 전해 주지 않았는가?”

 

사리불이 말했다.

“어머니시여, 저는 이제 비로소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할 수가 있었습니다. 어머니시여, 모쪼록 물러가 주십시오. 그리고 저를 홀로 이곳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주나를 불러 시간을 묻자,

“새벽이 가까웠습니다.”고 답하였다. 사리불은 드디어 몸을 일으켜 그 앞에 모인 제자들에게 이야기했다.

“44년간 그대들은 나와 함께 있었다. 그 동안에 내가 그대들에게 잘못한 일이 있었다면 모쪼록 나를 용서해 주시라.”

 

제자들이 말했다.

“스승이시여, 그림자가 모양을 따르듯이 저희들은 오랫동안 스승을 섬겼습니다. 우리들은 조금도 스승을 향하여 불쾌했던 일은 없습니다. 저희들이야말로 스승의 관대한 용서를 청할 따름입니다.”

 

사리불은 게송으로 설하였다.

 

부지런히 힘써 각을 열어라. 이거야말로 나의 가르침이다. 그럼 나는 멸도에 들어가리라. 나는 모든 것에 해탈되었으니.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저녁, 사리불은 어머니 앞에 절하고 그 산실에 들어가 누웠다. 밤새 세찬 괴로움이 덮쳤는데 그는 새벽녘이 다가오자 침구를 깔게 하여 우협으로 드러누워 조용히 멸도에 들었다. 어머니는 그 옆에 엎드려 뒹굴며 울부짖었다.

 

“아아, 내 아들아. 그대의 입술은 이제는 왜 한마디도 열리지 않는 것인가? 그대가 지니는 덕을 내가 알게 됨이 너무나 늦었구나! 만약 그것을 아는 것이 빨랐더라면 나도 수많은 성중(聖衆)을 우리 집에 초대하여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세 벌씩의 옷을 바쳤을 것인데.”

 

날이 밝았다. 사리는 그 문갑을 열고 재물을 끄집어 내어 장의를 갖추었다. 모든 사람이 찾아와 힘을 합쳤고, 사리불의 유모인 리바저는 세 개의 황금꽃을 바쳤는데 군중의 혼잡 때문에 넘어져 이 세상을 떠났으며, 그 덕에 의하여 천계에 태어났다.

 

7일 동안, 갖가지 공양이 바쳐졌고, 이어 다비(茶毘)가 행하여져, 아나율은 향수로 불을 끄고 주나는 공손히 유골을 모아 사리불의 옷과 바리때와 함께 세존의 좌하로 가지고 갔다.

 

주나는 사리불의 사랑하는 동생이었다. 그는 먼저 아난에게로 가서 사리불의 멸도한 일을 이야기하고 그 유골과 의발을 보였으므로 아난은 흐느껴 울며, 이날 사방이 어두워졌다고 한탄하였다. 그는 세존의 좌하에 이르러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리기를,

“저희들은 사리불의 멸도에 부딪쳐 마음이 산란해졌사옵니다.”고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마음 아파할 것은 없다. 길이 존재하지 못할 것을 길이 존재토록 바란다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아난이여, 과거의 제불 역시 떠나셨던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은 무상하며 생명 있는 것은 반드시 죽어 간다. 조금도 슬퍼할 것은 없다. 다만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는 열반의 주처, 그 멸이야말로 가장 존귀한 것이다. 아난이여, 사리불의 유골을 나에게 건네 달라.”

 

이에 아난은 유골을 세존께 바쳤다. 세존은 이것을 오른손으로 받아 들고 모든 제자들을 불러 말씀하시기를,

“제자들이여, 이것은 이 4, 5일 전까지 너희들에게 여러 가르침을 설했던 사리불의 유골이다. 그는 오랜 동안 덕을 닦아 자신을 완성했다. 그는 여러 부처처럼 법을 설했다. 모든 사람은 그로부터 가르침을 들었다. 그의 지혜는 크고 기쁨을 담고 있었으며, 그 마음은 민첩했고 투철했다. 그는 욕심이 적었으며 정적을 즐겼고 악을 물리쳤으며 다툼을 피하여 희론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리고 도를 펴기 위하여 대지와 같이 두터운 뜻을 가지고 있었다. 제자들이여, 능히 이 현명한 법아(法兒)의 유신(遺身)을 보는 게 좋다.”

 

이리하여 세존은 사리불을 위하여 하나의 탑을 비사리 입구 근처에 세우시고 아난을 불러 여러 제자들과 함께 다시 왕사성으로 향하셨다.

 

세존은 왕사성으로 들어가 죽림 정사에 머무르셨다. 그 동안이 오래랄 정도는 아니었지만 목련 역시 이 동안에 멸도에 들어갔다. 그 죽음의 인연은 다음과 같다. 왕사성 근처에 살고 있던 나형 외도(裸形外道)의 한 무리는 전부터 깊이 세존을 질시하고 생각하기를 ‘부처나 그 제자들이 세간에서 공경 받는 이유의 하나는 목련의 덕이 높기 때문이다’고 생각하고 목련을 공격하기로 했다.

 

그 때문에 목련이 이사기리 산의 동굴에 살고 있던 때에 두 번이나 그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나 다행이 두 번 다 난을 면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성에 들어가 밥을 얻으려는 순간, 나형 외도가 역시 덮쳐와 그를 에워싸고 끝내 그를 잡아 기와와 돌로써 그를 치고 그를 노변의 풀숲에 던져 버리고 떠나갔다. 목련은 뼈가 부러지고 살이 문드러져 아픔을 참기 어려워 끝내 멸도에 들어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아사세왕은 즉시 나형 외도들을 잡아 책형(磔形)에 처했다.

 

이리하여 세존은 목련을 위하여 또 죽원(竹園)의 입구에 탑을 세우도록 명하셨다. 그리고 모든 제자들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이여, 사리불이나 목련이 이 세상에 있었을 때, 그들 발길이 간 곳의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누렸다. 그것은 그들이 능히 외도 이교(外道異敎)를 항복시키는데 견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너희들 속에 그들은 있지 않다. 참으로 이 교단은 큰 손실을 보았도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