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거울과 다섯 가지의 손실(149)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이제야 세존은 입멸의 때가 다가온 것을 깨달으시고 아난을 불러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바다리부타 시(市)로 가자.”
아난은 승복을 갖추고 바리때를 들고 여러 제자들과 함께 세존을 따라 왕사성을 나시어 북녘의 바다리부타로 향하였다.
도중 알파라치의 마을을 지났는데 세존은 그 죽원(竹園)에서 쉬면서 제자들에게 고하셨다.
“제자들이여, 도에 뜻하는 자는 사성제를 알지 못하면 안 된다. 이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랜 망집의 길을 헤매어 그치는 일이 없다. 제자들이여, 사성제는 고, 집, 멸, 도인 것이다. 고(苦)라는 것은 생, 노, 병, 사의 괴로움, 사랑하는 자를 여의는 괴로움, 원수를 만나는 괴로움, 구해서 얻지 못하는 괴로움인 것이다. 이 괴로움을 야기하면 번뇌의 집, 그 인과를 멸한 것이 멸, 그리고 그 멸에 이르는 길이 도인 것이다. 너희들은 이 괴로움을 알고 그 집을 끊는다면 바로 마음의 눈을 얻은 자이다. 그 사람에게는 망집이 없고 괴로움은 길이 끊어지리라. 때문에 제자들이여, 마음을 한결같이 하여 부처의 말을 좇음이 좋다. 욕심을 멀리 하여 세상과 다투지 않고 죽이지 않으며 훔치지 않고 남의 여자를 범해서는 안 된다. 속여 비난하고 아첨하여 꾸미고 마음을 검게 지녀 의심해서는 안 된다. 몸이란 무상한 것, 부정스러운 것임을 염하고 드디어는 티끌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염함이 좋다. 옛날의 모든 부처들은 모두 이 성제(聖諦)를 보고, 이 성제를 가르치셨다. 후세의 부처도 역시 모두 이 성제를 보고, 이 성제를 가르치실 것이다.
제자들이여, 집에 있는 것을 탐하며 은애를 그리워하고 세상의 영명을 좋아함은 끝내 각의 도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는 마음에서 생긴다. 마음이 청정하다면 도는 저절로 얻어지리라. 지금 부처는 세상을 위하여 망집을 벗어나 바른 도를 열었다. 모름지기 악도를 끊으려고 생각한다면 마음을 하나로 하여 법과 계를 가짐이 좋다. 계를 닦게 되면 선정을 얻게 되고 선정을 닦으면 지혜를 얻게 되고 지혜를 닦으면 마음이 맑아지리라. 제자들이여, 분명히 이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세존이 이 마을에 묵으셨을 때, 사리불은 세존의 슬하에 나아가 공손히 세존을 배례한 다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상에 세존보다 뛰어난 사람 또는 세존과 동등한 법을 깨달은 사람이 과거나 현재 또는 미래에도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존이 말씀하셨다.
‘너는 어째서 그것을 알았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삼세를 자세히는 알 수 없습니다만 세존에 의하여 법을 알 수는 있었습니다. 세존은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갖추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세존은 무상의 어른이시며, 모든 번뇌를 벗어나 모든 덕을 갖추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세존은 암바라치 마을에서 나란타의 고장으로 들어가시자 이 고장 사람들은 기뻐하며 영접하였다. 세존은 그들에게 도를 밝히셨으며 잠시 여기에 머무르셨다.
세존은 아난을 따르게 하여 나란타를 떠나 여러 제자들과 함께 파타리불타에 이르러 성 어귀의 나무 밑에 앉으셨다. 이 도시는 항하를 사이에 두고 인국을 잇는 마갈타의 국경에 있었다.
성 사람들은 세존이 오신 것을 전해 듣고 다투어 성문을 나서서 그 나무 밑으로 향하였다. 멀리 세존의 엄숙한 위용을 바라보고 기뻐하며 달려와서 좌하에 이르러 발 밑에 절하고 곁에 앉았다. 세존은 그들을 위해 도를 설하시자 사람들은 끝까지 들은 다음,
“저희들은 삼가 부처와 법과 승가에 귀의하옵니다. 모쪼록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들이 신자가 됨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금후 살생, 투도, 간음, 망언 및 음주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하고 말하고 나섰으므로 세존은 이것을 허락하셨다.
사람들은 세존과 제자들을 위하여 공양을 바치고 싶다고 원하자, 그 허락을 얻었으므로 시의 공회당을 치워 물을 뿌리고 향을 뿌려 자리를 만들어 세존을 맞이하였다. 세존은 제자들과 함께 이르러 발과 손을 씻고 방으로 들어가, 중앙의 기둥을 뒤로 하여 동쪽을 향해 앉으시고 제자들은 그 뒤에 시좌하고 시민은 그 앞에 줄지어 앉았다.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탐을 좋아하고 마음을 자행하면 다섯 가지의 상실이 있다. 첫째로는 재물이 날로 감소하고, 둘째는 도를 잃어 몸이 위태롭고, 셋째로는 남에게 공경받지 못하고 죽음에 임하여 후회하며, 넷째는 악성(惡聲)이 세상에 퍼지고, 다섯째로는 죽은 후에도 역시 괴로움의 세상에 들어갈 것이다.
만약 능히 마음을 굴종시켜 스스로 제멋대로 하지 않는다면 다섯 가지의 얻는 바가 있다. 첫째는 재물이 날로 늘고, 둘째는 도에 다가가고, 셋째는 도처에서 공경을 받으며 죽음에 임하여 후회가 없고, 넷째로는 호명(好名)이 멀리 퍼지고 다섯째는 죽은 후 복덕의 곳에 태어날 것이리라.”
이리하여 이미 야반에 이르렀으므로,
“밤은 깊었다. 너희들은 각기 좋을 대로 함이 좋다.”하시면서 전송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여 숲으로 돌아가셨다.
세존이 아난에게 물으시기를,
“이 파타리불타의 성을 지은 자는 누구인가?”
“이것은 발기국의 습격을 막기 위해 마갈타국의 대신 우행이 동료 대신인 수니타와 함께 아사세왕의 명을 받아 지은 것이옵니다.”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참으로 우행은 현명하다. 이 성은 뒤에 반드시 번영하여 현자와 상인이 모여들어서 다른 나라에 의하여 격파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랜 후에 대홍수와 화재와 성 안팎에서의 모반의 재난 때문에 파괴될 때가 올 것이다.”
우행은 세존이 제자들을 이끌고 이곳에 오셨음을 듣고 많은 종자를 거느리고 세존의 좌하에 이르러 공손하게 예배하고 옆에 앉았다. 세존은 그를 위해 가르침을 내리시자 우행은 기뻐하며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자 내일 음식 대접을 하고자 하옵니다. 모쪼록 제자들과 함께 저의 집에 오시기 바라옵니다.”
세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하셨다. 우행은 집에 돌아오자 밤새 방을 청결하게 하고 음식을 갖추어 아침을 기다리다가 다시 뵙고 때를 알려드렸으므로 세존은 제자들과 함께 그 집에 들어가셨다. 세존은 우행이 바치는 음식을 대접받은 뒤 말씀하셨다.
“공경할 것을 공경하고 섬겨야 할 일을 섬기고 널리 시혜하며 자애를 일삼고 항상 법을 듣겠다고 원해야 한다. 우행이여, 관에 있으면서 탐내며 노여워하고 학대하여 제멋대로여서는 안 된다. 만약 이 다섯 가지 일을 없이한다면 후에 회한이 없고 죽어서 괴로움을 여의게 될 것이다. 우행이여, 이것을 힘써야 한다.”
우행은 삼가 그 가르침에 따랐다.
세존은 우행의 집을 떠나 제자들을 이끌고 성의 동문을 나와 항하로 향했던 바 물은 때마침 넘치고 있었다. 나그네들은 앞을 다투어 배를 타려 하고 있었다. 세존은 제자들과 함께 구부린 팔꿈치를 펴는 것보다도 짧은 사이에 이 강을 건너서 말씀하셨다.
“부처는 뱃사공이다. 정법에 의하여 고해를 건너 많은 사람을 인도하여 각의 피안에 이르게 한다.”
우행은 세존을 전송해 드리자 그 나가신 문을 교답마의 문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건너간 나루터를 교답마의 나루터라고 명명하였다.
세존은 전진하여 구리 마을에 닿아, 어떤 숲에 들어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자들이여, 성스러운 계와 선정과 지혜를 가지고 해탈을 얻어야 한다. 이 법은 미묘하되 쉽다. 그러나 깨치기는 어렵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래도록 망집에 부딪쳐 궁구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힘써 스스로 청정한 행을 닦아 마음을 알고 그 성(性)을 청정하게 함이 좋다. 세간과 다투지 말고 스스로 일신을 불쌍히 여기며 조용히 속으로 염함이 좋다. 그렇게 하면 마음은 맑아지고 탐, 진, 치의 세 가지 때를 제거하여 스스로 도를 얻어 마음은 달리는 일이 없고, 계박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제자들이여, 왕이 백성의 주인인 것처럼 마음은 온갖 것의 주인이므로 이것을 잘 생각함이 좋다.”
세존은 구리에서 나지가(那地迦)의 마을에 들어가시어, 어느 강변의 나무 밑에 머무르셨다. 때에 이 마을에 전염병이 유행하여 죽는 자가 많았다. 제자인 사라, 비구니인 난제, 청신사인 가릉가, 바두루, 수발다, 청신녀인 수사다 등도 그 속에 들어 있었다. 그 친척되는 사람들이 와서 아난에게 묻기를,
“그들은 역병으로 죽어서 어디로 간 것이옵니까?”
아난은 세존에게 이것을 물어 보았다.
세존이 밝히시기를,
“사라는 이승에 있어서 성자가 된다. 난제, 가릉가, 바두루, 수달다 등의 50명은 천계에 태어나 득도에 들고, 수사다 등의 5백 명은 일곱생 동안에 세 가지 때가 진하여 악도를 여의고 각에 들 것이다. 아난이여, 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이것이 세상사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와서 그 행방을 묻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나는 지금 너를 위해 법의 거울을 나타내어 내 제자들이 태어날 곳을 알리리라. 아난이여, 만약 내 제자로 굳은 신심을 일으켜 부처를 믿고 법을 믿고 승가를 믿는다면 악도를 여읠 수가 있을 것이다. 설령 천계와 인간 속을 왕래한다 하더라도 일곱생을 거듭하는 중에 저절로 괴로움의 종말을 이룰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에게는 우치 때문에 망집이 있고 현명한 사람은 도를 지니기 위해 망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너희들은 바르게 부처를 염에 두고, 길이 근심과 한탄을 여의는 것이 좋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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