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법의 형제, 발제 장자(跋提長者) (144)

근와(槿瓦) 2015. 10. 5. 00:57

법의 형제, 발제 장자(跋提長者) (144)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그 무렵, 왕사성에 발제(跋提)라는 장자가 있었다. 부유하여 금은 보배는 한이 없고 곡물은 곳간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극히 간탐한 사나이로서 보시도 모르고 공덕을 쌓는 일도 몰라 ‘세상에는 보시도 없고 공덕도 없고 업보도 없다, 공경할 부모도 없거니와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는 일도 없다’고 하는 사견을 품고 있었다. 일곱 겹으로 문을 만들어 걸인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쇠그물을 쳐서 새가 뜰에 와 모이를 쪼아먹는 것을 막을 정도였었다. 난타라는 누님이 있으나 이도 주인 못지 않은 사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목련, 가섭, 아나율, 빈두로(賓頭盧)의 네 사람이 모여 이 성 안에서 삼보를 존신하지 않는 자를 인도해 주어야 하겠다고 의논하고 발제 장자를 뽑았다. 장자가 남 모르게 가만히 자기 방에서 떡을 먹고 있으려니까 하늘에서 내려왔는지 땅에서 솟았는지 아나율이 바리때를 내밀며 시주를 청하고 장자 앞에 우뚝 섰다. 이 뜻하지 않은 침입에 놀란 장자는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마지 못해 약간의 떡을 아나율에게 주었다. 아나율은 시주를 받고서 돌아갔다. 장자는 문지기를 불러 어째서 출가자를 집에 들어보냈느냐고 책망했지만, 문지기는 문이 엄하게 닫혀져 있으므로 출가자가 집에 들어올 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다음에 장자는 생선찜의 접시를 대하고 있으려니까 대가섭이 느닷없이 그 앞에 나타나 장자는 하는 수 없이 약소한 생선찜을 나누어 시주하고 가섭이 돌아간 뒤에 문지기를 불러 책했지만, 대답은 전대로여서 어디로부터 들어왔는지조차 알 수가 없으므로 크게 화를 내며 출가자는 환술(幻術)을 써서 사람을 홀린다고 욕했다. 장자의 아내는 불제자인 질다 장자(質多長者)의 누이였고 마사가참다(摩師迦參陀) 마을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말을 듣고서 장자를 제지하며,

 

“그렇듯 욕을 하면 좋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 두 분이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먼저 나타난 분은 가비라 성의 곡반왕 왕자이신 아나율이라는 분입니다. 태어나실 때 땅이 흔들리고 한량없는 재물이 집 둘레에 솟아났다고까지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게 듣고 보니 아나율이라는 이름은 들은 일이 있다.”

“그분은 출가하시어 옛날부터 깨달음을 얻어 천안(天眼)제일로 손꼽히고 계십니다. 다음 분은 이 성 근처의 큰 부자로 가비라 가문의 외아들 필바라야나(畢波羅耶那)라고 부르며 미인으로 이름이 높은 아내를 맞이했고 더구나 함께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었으며 두타(頭陀)를 지켜 세존께서 두타 제일이라고 칭찬을 받은 유명한 분입니다. 이제 높고 거룩한 두 분이 신통에 의해 이 집에 와 주셨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옵니다. 환술을 쓴다는 등 헐뜯어선 안 됩니다.”

 

이렇듯 이야기하고 있는 참인데 목련이 하늘에서 내려와 쇠그물을 찢고 땅에서 높지 않은 공중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장자는 놀라며 두려움을 느끼고 소리쳤다.

“신이나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이냐?”

 

그러자 목련은,

“귀신도 아니다. 식인귀도 아니다. 부처의 제자 목련이다.”

라고 이름을 대고서 법을 설하기 위해 나타났다고 대답하였다. 장자는 출가자라고 듣자 곧 보시를 청하는 걸인을 생각해 내고, 가령 요구가 있어도 베풀 것이 없다고 거절하리라 마음먹고 있으려니까,

 

부처님은 법과 재물의 두 가지 보시를 설하신다. 지금 나는 법의 보시를 설하리라. 마음 기울여 들으라.

 

장자는 우선, 이 법의 보시라고 하는 말을 듣고서 기뻐하고 비로소 설법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을 일으켰다. 목련은 설하기를,

 

“장자여, 법과 재물의 보시 중 나는 지금 법의 보시를 설하는 것이다. 부처는 이 법의 보시로써 다섯 가지의 큰 보시를 설하셨다. 다섯 가지란 첫째 살생하지 않는 것이다. 장자는 이 큰 보시를 평생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로는 도둑질하지 않고, 셋째로는 사음을 하지 않고, 넷째로는 거짓말하지 않고, 다섯째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장자는 이 같은 큰 보시를 평생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장자는 우선 이 다섯 가지 법의 보시를 아무 것도 소비하지 않고 할 수 있으므로 기뻐했다. 살생은 않는다. 이것은 자기로서는 손쉬운 일이다. 훔치지 않는다. 이것은 부유한 자기에게 있어 하기 쉬운 일이고 또한 남이 자기의 부를 훔치지 않는다면 더욱 고마운 일이다. 사음과 망어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함은 부가 줄지 않는 요결(要訣)이다. 부처의 가르침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기뻐하며 오계를 지킬 것을 맹세했다. 목련을 초대하여 비로소 스스로 식사를 베풀고 식사 후에 한 필의 옷감을 공양하리라 생각하고 광에 들어가 모직물을 찾아서, 좋지 않은 것을 고르려고 했지만 손이 절로 좋은 물건에 자꾸 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집었다가 던지고 하면서 마음 속으로 이리저리 생각을 계속하고 있으려니 목련의 목소리가 났다.

 

베풀까 말까하는 마음과의 싸움은 어진 사람이 하지 않는 바 베품은 싸우는 것이 아니므로 마음내키는 대로 하면 되리라.

 

장자는 이 노래로 자기의 마음이 드러났음을 알고 좋은 모직물을 집어 목련에게 바쳤다. 목련은 이를 받고서 다시 법을 설하고 보시의 이야기, 지계의 이야기, 신의 세계에 태어나는 이야기, 세간의 실상(實相)과 그것을 해탈하는 도의 이야기로 점차 장자의 마음을 인도하여, 그 자리에서 장자의 심안(心眼)을 열어 주었다. 장자는 크게 기뻐하고 평생 다섯 가지의 계를 지키고 부처님의 신자가 될 것을 맹세하기에 이르렀다.

 

빈두로는 장자의 누님인 난타의 교화를 담당하였다. 난타도 그에게 인도되어 세존을 뵙고서 간탐한 자성(自性)에서 깨어나 가르침에 의해 백전(百氈)이 빛깔에 물들기 쉬운 것처럼 심안을 열고 삼보에 귀의하는 신자가 되었다.

 

장자의 동생 우바가니는 형과 누이가 똑같이 부처의 가르침에 귀의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아사세왕에게 나아가 이 이야기를 하며 자기 집의 경사를 전하였다. 아사세왕도 크게 기뻐하고 우리 법의 형제로 늘릴 수가 있었다고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였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