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수마제와 세존(137)

근와(槿瓦) 2015. 9. 28. 01:43

수마제와 세존(137)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시다가 사위성으로 돌아와 기원 정사에 머물었다. 사위성의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는 세상에 이름 높은 부호였다. 금은 재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곳간마다 가득하고 부리는 남녀의 수도 많았다. 그 무렵 만부성(滿富城)에 만재(滿財)라는 장자가 있어 그 부는 산과 같았으며, 급고독 장자와는 어렸을 적부터의 친구 사이라 잠시도 잊을 수 없는 사이였다. 급고독 장자는 그의 상품을 만부성에서 팔고 만재 장자는 사위성에서 장사를 하는 게 습관이었으므로 항상 왕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만재 장자는 볼 일이 있어 사위성으로 가 급고독 장자의 집에서 묵었다. 급고독 장자의 딸 수마제(須摩提)는 그 아름답기가 복숭아꽃 같아서 세상에 드문 아리따움을 갖추고 있었다. 손님이 왔다는 말을 듣고 조용히 방에 이르러 부모를 배례하고 빈객인 만재 장자에게 인사하고서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만재 장자는 주인의 딸임을 알고서 말하기를,

“나에게 아들이 있지만 아직 정한 곳이 없으므로 맞이하여 며느리로 삼고 싶소.”

 

“그것은 거절하겠습니다.”

“어째서입니까? 문벌과 신분이 다르기 때문입니까, 또는 재산이 비교가 안 된다는 것입니까?”

 

“문벌이나 신분이나 재산은 나무랄 데 없습니다만,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종교가 다릅니다. 저의 딸은 석가모니 세존의 제자이지만 당신은 이교(異敎)를 믿고 계시기 때문에 거절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 종교가 다르더라도 아무 것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마다 따로따로 존숭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므로 꼭 따님을 주십시오.”

 

급고독 장자는 이러한 말을 듣고 거절할 말이 궁하여 금전으로써 거절하리라 생각되어 준비금으로 심히 큰 액수를 요구했지만 만재 장자는 곧 승낙하므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일은 일단 석가모니 세존께 여쭙고 나서라고 말하며 확답의 여유를 청하고, 즉시 세존 앞으로 나아가 이 일을 말씀드렸다.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장자여, 만일 그대의 딸 수마제가 만부성에 출가한다면 중생들을 구하는 일을 더할 데 없으리라.”

 

이 말씀을 듣고서 급고독 장자는 마음을 작정하고 집에 돌아와 다시 잔치를 새로이 하여 만재 장자를 대접했고, 그 요구에 응한다는 뜻을 말하여 이에 약혼을 맺게 되었다.

 

좋은 일은 서두르라고 즉시 혼례의 준비를 했다. 정해진 날, 만재 장자는 보물인 깃털 수레에 아들을 태우고 며느리의 마중을 내보냈다. 급고독 장자 역시 오늘이야말로 경사스럽다고 수마제를 아름답게 꾸미게 하여 칠보로 아로새긴 수레에 태우고 중도에서 맞이하는 사람들을 만나도록 꾀하였다. 무사히 도중에서 만나고 만부성에 돌아가 성대한 혼례식을 올렸다.

 

이 무렵 만부성에는 하나의 법이 있어 타국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금하고, 만일 이 금하는 바를 범하면 수천 명의 바라문 행자(行者)를 맞이하여 성대한 피로연을 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벌칙이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한량없는 부를 누린 만재 장자로서는 물론 이만한 것쯤은 아무런 고통이 아니었기 때문에 곧 많은 행자를 초대하여 잔치를 열게 되었다.

 

그날이 오자 행자들은 잇달아 장자의 집으로 모였다. 그들은 모두 나체였다. 장자는 그들을 맞이하여 자리를 권했고 향응을 베푼 뒤 수마제를 불러 말했다.

“그대는 몸의 화장을 끝내고서 이 방에 와 우리들의 스승에게 예배를 드려라.”

 

수마제는 이를 물리치며 말하기를,

“저는 발가숭이에게 배례할 수 없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스승으로서 배례할 수는 없습니다.”

 

장자 말했다.

“뭐, 이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몰라서 나체로 있는게 아니다. 원래 가진 법복을 몸에 걸치고 있을 뿐이다.”

 

“나체로 있는 자를 법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 세존은 두 가지의 일이 세간에서 가장 존귀한 것이라고 가르치고 계십니다. 그것은 참과 괴로써 이 두 가지가 없다면 부모, 형제, 자매, 친족의 구별도 없고 닭이나 개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이들은 그 참과 괴의 두 가지가 없고 발가숭이이므로 닭이나 개와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어찌 그곳에 가서 배례할 수 있겠습니까?”

 

남편도 계속 인사를 나누도록 권하기도 하고 부탁도 했으나, 그러나 비록 갈기갈기 찢기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사견에 떨어지는 일은 않겠다고 수긍하지 않았다.

 

이것을 어렴풋이 안 수많은 행자들은 크게 화를 내고 소리높여 말한다.

“장자여, 그만 둬라. 이 천한 여자에게 부질없이 욕설을 내뱉도록 함은 무슨 까닭인가. 우리들은 이미 초대되어 온 것이므로 먼저 공양할 음식을 내놓는 게 좋지 않는가?”

 

여기에 이르러 장자도 부득이 수마제의 일을 중지하고 선미(善美)를 다한 음식을 내어 행자들을 공양했다. 그들은 마음껏 그 공양을 받고 그 집을 물러갔다.

 

장자는 마음이 즐겁지 않아 혼자 높은 다락에 올라가 ‘아아, 엉뚱한 며느리를 맞이했구나. 이렇다면 집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집을 파괴하는 것이나 같다. 이번처럼 우리 일문이 모욕된 일은 없다’고 탄식하고 있었다. 그 무렵 만부성에 수발(須跋)이라는 행자가 있었다. 다섯 가지의 신통(神通)을 갖추고 모든 선정을 얻은 사람으로 오랜만에 장자와 만나고자 찾아왔으나 장자가 혼자 높은 다락에 올라가 무슨 일인가 깊이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라는 말을 듣고 급히 장자의 처소에 이르러 그 걱정하는 까닭을 물었다.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고 계신가. 무엇인가 관헌(官憲)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라도 들었는가? 또는 도둑이나 수화(水火)의 피해라도 받았는가? 혹은 가정에 재미 없는 일이라도 생겼는가? 그 까닭을 말해 보는 게 좋으리라.”

 

“친절은 참으로 고맙지만 관헌이나 도둑의 해를 본 것도 아니고 수화의 재난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단지 가정에 조금 재미 없는 일이 생겼던 것입니다. 즉 다름 아니라 얼마 전 며느리를 맞이하였는데 그 때문에 나라의 법을 어겼다 하여 바라문의 스승들을 초대하여 향응을 베풀자, 며느리가 저의 명령을 좇지 않고 막무가내로 스승들에게 예배 하지를 않았던 것입니다.”

 

“그는 누구의 딸입니까?”

“사위성의 급고독 장자의 딸입니다.”

 

이 말을 듣자 수발은 뛰어오를 듯이 놀라 양손으로 귀를 가리고 말하기를,

“며느님은 그 분부를 듣고서 높은 다락에서 몸을 던져 죽으려고 하지 않았단 말씀입니까. 며느리의 스승은 참으로 수승하고 청정한 행을 지키는 사람, 거룩한 위신력(威神力)을 나타내는 분입니다.”

 

“당신은 또 가르침을 달리하고 있는 교답마를 그와 같이 찬탄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닙니까?”

“천만에요, 교답마의 위신력은 우리들이 상상도 못합니다. 내가 본 것만을 말씀드리죠. 조금 전의 일이지만, 내가 설산(雪山) 북쪽에 들어가 탁발한 뒤 아뇩달(阿耨達)의 못가에 이르렀더니 그곳의 신들이 나타나 나에게 도검(刀劍)을 들이대고 말하기를 ‘수발이여, 이 못가에 머물러 못의 물을 더럽혀선 안 된다. 만일 명령에 순종하지 않으면 딱하기는 하지만 목숨을 뺏지 않을 수 없다’고 했소. 나는 이 말에 겁이 나서 못 곁을 떠나 식사하면서 보고 있으려니까 석가모니의 가장 어린 제자인 주나(周那)가 더러운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옷을 손에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앞서 나를 위협한 신들이 공손히 맞이하여 정중한 대접을 했습니다. 못 속에 황금의 대(臺)가 있었는데 그는 먼저 그 더러운 옷을 물에 담그어 놓고 식사를 하고서 바리때를 씻은 뒤, 그 대 위에서 선정에 들어갔습니다. 이윽고 선정에서 나와 옷을 빨려 했다. 그러자 신들의 어떤 자는 함께 옷을 빨고 어떤 자는 물을 쏟아 주고 이리하여 빨고 나자, 그 옷을 갖고 하늘을 날아 처소로 돌아갔던 것이다. 나는 이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리해도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장자여, 며느님의 스승의 가장 어린 제자조차 이렇듯 신기한 힘이 있는 터라 깨달음을 얻으신 석가모니불의 신력은 상상도 할 수가 없으리라. 그 며느님에게 오늘, 가르침을 달리하는 출가자들에게 배례하라고 강요한 것이므로 며느님이 몸을 던져 죽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크게 기뻐하지 않으면 안 될 일입니다.”

 

“저희들은 저의 며느리의 스승이라는 분을 배례할 수가 있을까요?”

“그것은 나에게 묻기보다는 며느님에게 묻는 편이 좋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리하여 장자는 수마제를 불러,

“그대의 스승을 배례하고 싶은데 이곳에 초대할 수가 있을까?”

 

하고 물었다. 수마제는 크게 기뻐하고 장자가 청하는 대로 향로를 손에 들고 높은 다락 위에서 합장하고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무슨 일일지라도 알고 계십니다. 지금 저는 이곳에서 곤혹을 겪고 있사오니 부디 가엾이 여기시어 수적(垂迹)을 시현하여 주십시오.”

 

널리 세간을 관하시어 귀신을 항복시키고 귀자모(鬼子母)를 가르치시고 어머니를 베고자 하는 지만(指鬘)을 구하고 왕사성에서 술취한 코끼리를 교화하셨네. 저는지금 괴로움 속에 있사오니 원컨대 와주시어 구해 주시옵소서.

 

이 노래를 하자 이상하게도 향기는 구름처럼 달려 기원 정사의 숲에 자욱하자 신들은 기뻐하며 꽃을 비오듯이 내려 주어 수마제의 원을 찬양했고, 부처는 이 광경을 보시고서 미소를 지으셨다. 아난도 또한 숲에 깃들인 신비로운 향기의 구름을 보고서 진귀한 일이라 생각하고 세존의 처소에 가서 그 까닭을 물었고 그래서 수마제가 내일 초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존은 말씀하시기를,

“그러한 까닭에 번뇌를 다하여 깨달음을 얻은 성자 중 내일은 제비를 뽑아 만부성에 가기로 하자.”

 

아난은 분부를 받자 제자들을 모아 그 일을 전했다.

이 제자의 모임 중에 구타다나(鳩吒陀那)라는 자가 있었는데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출가하여 이미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번뇌를 다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가 없다. 주나는 이 교단에서 가장 연소한데도 불구하고 번뇌를 다하여 깨달음을 얻고 내일은 세존과 함께 만부성에 갈 수가 있다. 오늘이야말로 면려하여 열반의 경지에 들자’라고 했다. 과연 그 소망처럼 깨달음을 얻고 그날 제비를 뽑아 첫째에 당선되었으므로, 세존은 내 제자 중 제비를 뽑아 얻은 첫째는 구타다나라고 말씀하셨다.

 

이튿날 세존의 명을 받아 목련, 대가섭, 아나율, 리바다(離波多), 수보리, 우루비라 가섭(優留毘羅迦葉), 라후라, 주리반특(朱利槃特), 주나 등 신족(神足)의 성자(聖者)들은 신통에 의해 만부성으로 향했다. 절머슴인 건도(乾荼)라는 자도 스스로 큰 솥을 지고 맨 먼저 성으로 갔다. 장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높은 다락에서 멀리 세존이 다가오시는 것을 배례하고 있었는데, 건도를 보고서 수마제에게 묻는다.

 

“저 흰옷을 걸치고 머리를 기른 채 큰 솥을 지고 질풍처럼 오고 있는 것이 너의 스승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건도라는 절머슴인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주나는 또 갖가지 빛깔로 만든 오백 그루의 꽃나무에 둘러싸여 나타났다.

“얼마나 많은 꽃들일까. 하늘에 가득히 넘치고 있다. 저 이가 너의 스승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수발 선인이 말씀하신 주나라는 사람으로서 사리불 존자의 제자입니다.”

주리반특은 털빛이 파아란 5백 마리의 소를 거느리고 스스로 소 등에서 좌선하며 왔다.

 

“저 털빛이 파아란 수많은 소를 몰고 좌선한 채 오시는 것이 너의 스승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이는 주리반특이라는 분입니다.”

 

라후라는 5백의 공작을 거느리고, 마하겁빈나(摩訶劫賓那)는 5백의 금시조(金翅鳥)를 거느리고, 우루비라 가섭은 5백의 대용(大龍)을, 대가전연(大迦栴延)은 5백의 백조를, 리바다는 5백의 호랑이를, 아나율은 5백의 사자를, 대가섭은 5백의 말을, 목련은 5백의 흰 코끼리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흰 코끼리에는 각각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어 금으로써 장식되고 아로새겨져 빛도 눈부신데 하늘에는 기악(伎樂), 땅에는 꽃떨기,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 수밖에 없다. 장자의 물음에 대답하여 수마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공덕을 말하여 주었다.

 

잠시 후 세존은 오른쪽에 교진여(憍陳如), 왼쪽에 사리불, 뒤에 불자(拂子)를 가진 아난을 거느리고 모든 신들의 수호를 받으며 공중에서 날아오셨다. 오계동자(五髻童子)는 유리금(瑠璃琴)을 퉁기며 부처를 찬탄했고 신비스러운 꽃은 비처럼 내려 부처 위에 흩날리고 사위성의 바사닉왕, 급고독 장자, 기타 대중들은 기쁘기 이를데가 없었고 저마다 묘향을 살라 공양을 올렸다. 급고독 장자가 노래하며 말한다.

 

부처님의 힘은 가이없다. 자식처럼 중생을 자애롭게 대하신다. 즐겁구나, 내 자식 수마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을지어다.

 

오계동자는 하늘에 있으며 유리금의 소리를 한결 높게 퉁기면서 노래한다.

 

미혹의 고뇌, 영구히 없어져 마음은 어지럽지가 않네.

더러움의 장애를 여의고 부처님, 이제야 찾아가시네.

마음은 청정하고 사특한 생각을 여의어 공덕은 바다와 같네.

 

용자(容姿)도 오묘(奧妙)하며 고뇌는 길이 일어날 줄 모르네.

자애에 의해 스스로 부처님을 이제야 찾아가시네.

부처님 이제야 찾아가시네. 욕류(浴流)를 건너 생사를 여의고 미혹의 뿌리를 끊으시고 부처님 이제야 찾아가시네.

 

만재 장자는 마치 수미산이 찬란히 빛나며 움직여 오는 듯한 큰 광경에 감동되어, 다만 황홀할 뿐이었다.

“저것이 일광일까. 태어나서 아직 본 일도 없는 수없는 빛이 반짝여 쳐다 볼 수조차 없다.”

 

“일광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를 제외하고서 무엇이라고 비유하겠습니까? 저 수없는 빛은 모두 중생을 위해서입니다. 저이야말로 저의 스승, 부처님이십니다. 들리는 것이란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소리. 자아, 부디 정성스러운 공양을 드리시고 큰 과보를 얻어 주세요.”

 

만재 장자는 오른무릎을 대지에 대고 합장하며 세존께 귀의했다.

 

시방 부처님께 귀의하나이다. 원만한 빛, 황금빛, 제신도 찬탄하는 바, 저도 이제 귀의하나이다.

부처님은 해의 빛, 별 속의 달빛으로, 구해 주시지 않는 것이란 없다.

저, 이제야 귀의하나이다.

거룩하신 모습은 제석신과 같고 자비 또한 범천의 신과 같은데 스스로 깨닫고 또한 사람을 깨닫게 합니다.

저 이제 귀의하나이다.

사람 중의 사람, 신 중의 신, 외도를 항복케 하시다. 저 이제 귀의하나이다.

 

수마제 역시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노래했다.

 

스스로를 조복하여 남을 조복하고 스스로를 바로하여 남을 바르게 하고 스스로 깨달아 남을 깨닫게 하고 스스로 마음의 때를 없애고 그리하여 남에게도 없애도록 하며, 스스로를 비추고 남도 비추며 모든 것을 구하지 않는 것이 없다.

다툼을 멈추고 싸움을 그치고 생각을 깨끗이 하여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부처님, 실로 이 세간을 가엾이 여기시네. 저는 이제 거듭 귀의하나이다.

 

세간에서 가장 높으신 부처님께 장자도 수마제도 심신을 다 바쳐 귀의했으므로 이제는 외도의 출가자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이 온나라 백성의 신뢰를 잃어 성을 떠나기를, 마치 백수의 왕인 사자가 골짜기를 나와 사방을 돌아보면서 세 번 부르짖자 모든 조수(鳥獸)와 힘이 센 코끼리까지 달아나 모습을 감추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에 세존은 하늘에서 내려와 예사 때와 다름없이 만부성에 들어가 성문의 문지방을 밟으시자 천지가 진동하고 아름다운 꽃이 비처럼 떨어져 땅을 덮었다. 대중들은 세존의 해맑고 숭고한 상호를 보고서 소리를 하나로 하여 노래했다.

 

부처님 존귀하시네. 이교의 스승이 어찌 상대가 되랴.

내 눈이 어두워 섬길 곳을 그르쳤구나.

 

세존이 장자의 집에 들어가시자 대중들은 앞을 다투어 가며 세존을 우러러보고자 밀고밀쳐 견고한 집이 무너질 지경이었다. 세존은 대중들의 마음 속을 헤아리시고 갑자기 집을 바꾸어 파려전(玻瓈殿)으로 만드시고 투명하여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셨다. 수마제는 너무나 감격하여 기쁨과 슬픔에 견디지 못하여 자기가 신부인 것도 잊고 세존 앞에서 노래하였다.

 

일체의 지혜를 구비하시어 미혹을 여의고 고뇌를 버리신 부처님에게, 저 이제 귀의하나이다.

슬프다, 이내 몸, 정법의 집을 떠나고 이교의 집에 출가하여 사견을 가진 대중들과 사궜네. 원하옵는 것은 부처님의 은혜, 무슨 인연에서 가르침이 다른 집에 출가하여 그물에 걸린 새처럼 되었나. 원하옵는 것은 다만 부처님의 자비로소이다.

 

세존도 역시 노래로써 위로하셨다.

 

마음을 풀고 기분을 가볍게 하라. 죄의 보를 받아 이 집에 출가한 것이 아니로다.

모든 것은 본원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이니라. 그대 이 사람들과 옛날에 인연을 맺어 지금 그 열매를 얻기 위해서이다.

 

수마제는 이 노래를 듣자 뛰어오를 듯이 기뻤다. 이윽고 장자는 가족과 노복을 거느리고 세존과 제자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식사가 끝난 뒤 세존 앞에 낮게 앉았다. 세존은 고맙게 여겨 법화(法話)와 보시의 공덕을 설하고 세욕의 더러움을 설하셨으며, 점차 듣는 대중들의 마음을 조복하여 마지막으로 사성제의 오묘한 이치를 설하셨다. 만재 장자와 수마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청중은 모두 마음의 때를 여의고 법안을 얻었으며 의심을 끊고 삼보에 귀의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부처님의 귀는 청정하고 밝으시어 내 원을 들어 주시고, 왕림하셔서 가르침을 수시(垂示)하시어 많은 사람이 법안을 얻었네.

 

수마제가 이 환희의 노래를 불렀다.

 

이때 제자들이 세존께 아뢰기를,

“이 수마제는 무슨 인연에 의해 급고독 장자와 같은 부귀한 집에 태어나 가르침을 달리하는 사견의 집에 출가하여, 지금 또 이 깨달음을 스스로도 얻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도 얻게 할 수가 있었습니까?”

 

세존께서 가르쳐 주시기를,

“제자들이여, 옛날 가섭불(迦葉佛)의 세상에 애민(哀愍)이라는 왕이 베나레스에 있었는데, 그 왕녀를 수마나(須摩那)라고 이름하셨다. 왕녀는 가섭불에 귀의하여 항상 청정한 행을 지키고 보시,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의 사섭법(四攝法)을 닦고 높은 다락에서 경전을 읽으며 항상 이 원을 세우고 있었다. ‘이 사섭법을 닦아 경전을 읽는 일에 조금이라도 공덕이 있다면, 이 공덕에 의해 항상 가난하게 태어나는 일이 없고 미래에는 부처님을 만나 뵙고 여인의 몸을 바꾸는 일이 없이 청정한 법안을 얻고 싶습니다’고 했다.

 

성내의 중생들은 이 왕녀의 원을 듣고 높은 다락 아래 모여, 만일 왕녀에게 그 원이 이루어지는 날이 있다면 저희들도 마찬가지로 왕녀와 함께 그 공덕을 얻고 싶다고 원했다. 왕녀는 승낙을 하고 그 공덕을 평등하게 남에게도 베풀고 똑같이 깨달음을 얻기를 맹세했던 것이다. 제자들이여, 그때의 애민왕이란 지금의 급고독 장자이고 수마나는 즉 수마제이다. 수마제는 옛날의 맹세에 의해 나와 만났고 그때의 성내 대중들과 함께 오늘 청정한 법안을 얻었던 것이다. 제자들이여, 사섭법은 가장 수승한 복전이다. 불제자로서 이 사섭법을 가까이하면 사성제의 이치를 깨달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제자들이여, 이 사섭법을 이룩하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세존은 제자들을 데리고 자리를 일어나 다시 기원 정사로 돌아가셨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