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말없이 사는 것이란...

근와(槿瓦) 2013. 7. 13. 06:44

 

 

저는 지금 거의 이 말이란 것을 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기 때문입니다.

퇴직후 5년동안도 그랬고 방금 말씀 드린 지금도 그러합니다.

 

식구들이 퇴근한 후에야 겨우 몇마디 나눌 정도라 할 만큼 조용합니다.

그 결과 수년간 말을 거의 하지 않아서인지 혀가 굳는 것 같았고,

이를 극복해 내기 위해 궁여지책 끝에 잘 보지도 않던 책들을 펴 놓고

정독해 가면서 소리를 내어 읽고 조금씩 혀를 풀어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염려했던 굳는 증세는 다행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불법공부 즉 수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어쩌면 답답하다고

할 수 있는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묵언수행"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참자아를 완성해 가는

과정중에 이 묵언이라는 것이 철저하게 필요한 것이거든요.

그렇게 느끼는 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직 불도를 닦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수행을 할 수가 있는 것일까

라고 생각 끝에 나온 산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첫째, 말을 하지 않게 되면 소위 口業에서 자유로와진다고 봅니다.

        이 말이란 것은 한번 내뱉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거

        니와 자주 입을 열면 氣라는 것이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이치에 맞고 합리적인 수행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둘째, 제가 지금껏 말없이 살아온 바에 의하고 또한 느낀 바로는 우리가 불법을

        수행하면서 제일 고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망상, 잡념입니다.

        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이런 것들이 자동적으로 생산되지 않으니 머리 속에

        수시로 떠오르는 잡념들이 아주 소수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렇기 때문에 "默言修行"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고 감히 이 공간에

        올려보는 것입니다.

 

말이란 것과 문자 즉 글이란것은 둘다 수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전달하려고 하는

핵심에서 점점 더 멀어질 뿐인 것입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수도 없이 생산되어

지고 있는 매체들을 가만 들여다보면 전달하려는 핵심의 내용은 몇글자 되지는

않는데 그 핵심 주변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들여 붙여 긴 문장이 되고,

그 긴 문장이 많은 페이지수로 바뀌어져 가는 것을 보면, 이는 진정 낭비라고

볼 수 있는 것이요, 헛된 노력이라고 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禪修行을 하고 그 산물을 토해 낼 때 나오는 글귀는 아주 간단 명료합니다.

핵심만을 다루고 있을 뿐인 것이죠. 그 핵심을 뒷받침하는 군더더기는 필요가

없음입니다.

 

이러함을 볼 때 역시 누가 뭐라해도 禪이란 것은 진정 독보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그 많고 많은 글자를 담고 있는 팔만사천대장경을 단순하고 짧은 몇마디로

함축하여 드러내고 있는 게송과 오도송들이 그 대표적인 함축이 아닌가 하네요.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우리 불자들이 아주 난해해하고 이해를 잘 하지 못하는

"話頭". 아주 점입가경입니다.

 

얘기가 화두가지 갔읍니다만 다시 거론하고 싶은 것은 가능한한 말수를 줄여

氣를 아끼는 한편 잡념을 가능한 적게 만들어 내서 수행에 도움을 받을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말이 많아서 간혹 미칠 수 있는 禍를 면하기도 해야 함이 옳지

않겠나 생각해 보는 바입니다.

 

궁극의 경지인 그 자리에는 말이란 것이 없는 것이며, 그 亦으로 무궁무진한

才가 숨어 있기도 한 것이겠죠.

 

"槿瓦"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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