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왕국의 깃발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우리들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할 때, 그것은 곧 <목숨>이라고들 합니다. 그것은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원동력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흔히 세상에서는 자기 목숨은 소중히 여기면서도, 남의 목숨은 무시해 버리거나 혹은 무자비하게 죽이는 수가 일쑤입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당연한 일처럼 여기고 있는 슬픈 현실입니다. 나를 살찌게 하기 위해서 남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야 하다니...
힘센 놈이 약한 자를 짓밟고도 버젓할 수 있는 잘못된, 너무나 잘못된 이 풍습!
우리들이 갇혀 있다가 혹은 죽음의 절망에서 풀려났을 때의 그 홀가분한 자유로움. 그것은 환희(歡喜)입니다. 그것은 푸른 하늘입니다. 이 환희와 푸른 하늘을 우리와 모양을 달리한 생물에게 베푸는 일을 불교에서는 방생(放生)이라고 합니다. 산 목숨을 죽이지 않을 뿐더러 한 걸음 나아가 그것을 살리는 자비!
짐승이나 물고기들이 비록 겉모양은 우리와 다르더라도 그 목숨에 있어서는 조금도 다를 수가 없습니다. 모성애의 숭고함이 우리 인간사회의 전유물만은 아닙니다. 동물들의 모성애를 보고 눈시울을 뜨겁게 한 일을 우리는 가끔 경험하고 있으므로.
자비가 메말라가는 이 살벌한 오늘의 현실에, 이 나직한 목소리들이, 우리들 이웃에 두루 번지어 메마른 가슴들을 울려줄 때, 우리들의 눈매는 살기 대신 따뜻한 사랑으로 빛날 것이며 가슴마다 이웃에 대한 포근한 자비로 철철 넘칠 것입니다. 해가 기울어도 문단속할 수고조차 없어질 것이며, 담장 위에는 철조망이나 유리병의 시퍼런 서슬 대신에 부드럽고 환한 꽃을 올려 놓게 될 것입니다. 날으던 새들도 우리 팔에 내려와 마음 놓고 쉬어갈 것이고, 물론 살아있는 생명의 푸른 나뭇가지에서처럼....
그날 우리는 슬기로운 식물성 왕국의 푸른 깃발을 하늘 높이 올리면서 환희를 합창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일 수 있습니다. 의젓한 인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출전 : 마음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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