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 말씀

도 닦는 두 가지의 길

근와(槿瓦) 2015. 7. 5. 00:55

도 닦는 두 가지의 길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禪門撮要達摩四行論-

(1) 대개 도(道)를 닦는 데는 그 방법이 한량없으나 그것을 묶어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정신으로써 들어서는 법이요,

둘째는 행동으로써 들어서는 법이다.

 

먼저 정신으로써 들어서는 방법은, 불도(佛道)를 닦아서 이 마음을 깨달아 죽지 아니하고 우주에 자유스런 본래 사람이 되고자 하면 먼저 부처님의 말씀과 조사(祖師)들의 말씀을 자세히 배우고 철저히 들은 다음에 백 번 죽는 일이 있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아니할 발심(發心)과 정신(正信)을 성취하여, 부처님과「달마」조사에 지지 아니할 용기로써 저 청산(靑山) 깊숙이 들어가서 조용히 앉아 생각하되 모든 중생들이 다같이 진실하고 허망하지 아니하며 천지 만물에 걸림없이 자유자재한 이 마음 하나만이 자아일 뿐인데, 다만 이 육신을 자아라고 착각하여 일어나는 번뇌 망상 때문에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허망한 일을 버리고 마음의 고장으로 돌아가고자 하거든, 먼저 이 마음을 꽈악 막힌 벽(壁)과 같이 부동하게 하여, 앞뒤가 뚝 끊어져 적멸무위(寂滅無爲)하며 청정본연(淸淨本然)한 고장 마음이 되게 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나도 남도 없으며 범부와 성인도 없나니, 이에 굳게 멈추고 어떠한 일을 막론하고 절대로 딴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여기에서 명심해야 할 일은 아예 경전이나 어록(語錄)같은 것은 공부에 손해가 되는 것이니, 보지 말고 일심으로 정진만 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천진한 본 고장 마음이므로 새삼스러이 이것을 되따지거나 또한 딴 망상을 내지 말고, 그대로만 정진하여 고요하고 깨끗하게 나아가면, 이 마음을 크게 깨칠 날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정신 놀음으로 들어서는 방법이다.

 

(2) 다음 행동으로 들어서는 방법은 이른바 네 가지 방법이 있는데 8만4천 가지 수도 방법이 다 이 가운데 들어 있다. 그 네 가지 방법이란 원수풀이와 인연맡기기와 아무 것도 구하지 않는 것과 조작 없는 본연의 마음 그대로 살기이다.

 

첫째,「원수풀이」란 것은, 만일에 공부하는 도인이 어떠한 고생을 당할지라도 스스로 생각하되 내가 과거 무량겁에 이 본연의 마음을 등지고 허망한 업보육신(業報肉身)을 가지고「나」라고 하여 천당 지옥으로 생사에 윤회하면서 한량없이 남에게 원수도 맺었을 것이며 남의 가슴을 태우기도 했을 것이며, 남을 손해보게 하고 남의 생명까지 죽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금생에는 큰 죄를 지은 일이 없지마는, 이것은 다 나의 전생에 지은 죄로 인과응보가 닥치는 것이요, 저 하늘이나 인간들이 만드는 일은 아닌 것이니, 달게 받고 추호도 원망하지 말아야 할 것인 줄 알고, 진실로 부끄러워하여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고생을 당하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다.」고 하셨다.

왜 그러냐 하면, 이러한 마음가짐이 근본 마음과 합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원수를 만날 때일수록 도는 더 높아지고 무량겁에 한량없이 지은 죄를 다 청산하게 되는 것이므로, 이렇게 참으로 발심하여 도를 닦는 사람은 저 천당과 지옥에 걸림이 없어서, 자유자재로 때와 곳이 다 수도장이어서 도만 높아지고 본래 마음은 점점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이 수행 방법을「원수풀이」라고 한다.

 

둘째,「인연에 맡겨두기」라는 것은, 인간과 만물이 다 뚜렷한 자아의 본성을 상실하고 있다. 그것들은 웬일인지 까닭 모를 이것저것의 인연들이 뭉쳐 있다가 없어질 뿐인 것이다.

 

그리하여 더러는 고생도 하다가 잘 살기도 하지마는, 저 뜬구름 같이 인간 만사가 다 인연들이 서로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과보가 닥쳐와서 거들거리고 호강을 하지마는, 이것 역시 내가 전생에 착한 일을 한 복으로 금생에 잠시 이 행복을 누리지마는, 이것도 또한 뜬구름같아서 복이 다 되고 인연이 흩어지면 백만장자도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모여서 부자가 되고 흩어져서 거지가 되는 것이, 저 인연 그것들이 그러는 것이지만 이 마음은 털끝만큼도 변동이 없는 것이다. 행복에도 놀아나지 아니하면 이것이 이 마음의 본연 면목에 들어맞는 법이다. 그러므로 이 수행 방법을「인연에 맡겨두기」라고 한다.

 

셋째,「아무 것도 구하지 아니하기」라는 것은, 일체 중생들이 너무도 오랜 동안을 두고 거룩한 이 불멸의 마음이 있는 줄을 모르고, 항상 그 허망한 몸뚱이에만 애착해서 여기서 죽어 저곳에 나고 저곳에 죽어 여기에 나고 하여, 4생6도로 돌아가며 태어나 그 태어난 곳은 내 고장으로 애착하고 온갖 살림살이를 다 구한다. 지각이 있는 사람은 이 마음을 깨닫고 저 세속의 허망한 온갖 일을 다 버리고 진실하고 허망하지 아니하며, 인생의 고장인 이 마음으로 돌아와서 이 마음의 청정하며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서 할 일이 없는데 크게 안심하는 것이다.

 

이 몸이 비록 세상에 붙어 있으나 천지만물이 허망하여 다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소원할 것도 없으며 또한 좋아할 일도 없다. 죄와 복은 정함 없이 항상 서로 꼬리를 물고 바꿔지는 것이므로 그것을 따르다가는 잠시도 믿고 안심할 도리가 없다. 이러한 삶의 뜻조차 모르면서 한없는 허욕으로 살겠다고 눈 코도 뜰새없이 날뛰어야 하니, 마치 물에 빠진 것 같고 불타는 집안에서 헤매는 것과 같다. 이 몸이 원래 고생주머니인 것인데, 누가 감히 편하고자 할 것인가.

 

이 세상이 이러한 곳인줄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에, 온갖 생각을 다 쉬어 버리고 아무 것도 구하는 것이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구하는 것은 다 고생이니 구하지 아니하면 참 편하리라.」고 하셨다. 반드시 그러하다. 세상 일에 아무 것도 구하지 아니하면 그것이 곧 첫째 가는 행복이고 자유이며 해탈인 것으로서 또한 도인의 행세인 것이다.

 

넷째,「제대로 살기」라는 것은, 이 마음이 본래 모든 형상이 아니므로 온 우주에 두루하였나니, 청정하여 아무 욕심이 없는 것이므로 불멸(不滅)하며 자유하며 빛과 힘을 내며 우주를 창조하며 또한 그를 다스린다. 그러므로 이 마음은 일체 만물의 바탕으로서 4생6도에 묻는 때 일이 없으며, 또한 애착된 일도 없으며, 피차가 없기 때문에 이 마음을 법이니 진리이니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마음 법에는 깨쳤다는 부처의 허물도 없으며, 탐욕의 중생의 때(垢)도 없으며, 또한 나라는 아만심도 없다.」고 하셨다.

 

지혜 있는 사람이 만약 이 마음의 이치를 믿고 알아들었다면 마땅히 본래 마음으로 돌아와서 이 영원한 생명, 자유의 생명이 제대로 살 것이다.

 

 

출전 : 수상록(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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