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경-210-4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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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지금은 내 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으니, 모든 바라문이 너희들을 싫어하고 꾸짖지 않겠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큰 은혜를 입고 도를 닦고 있으나 사실 저희들은 저 모든 바라문들에게 혐오와 꾸짖음을 받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들이 무슨 일로 너희들을 혐오하고 꾸짖는가?”
그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들은 '우리 바라문 종족이 가장 으뜸이고, 다른 종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 종족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 세계에서 청정한 깨달음을 얻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청정한 종족을 버리고 저 구담(瞿曇)의 다른 법으로 들어갔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들은 우리가 불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을 보고 이런 말로 우리를 꾸짖어 나무라곤 합니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보아라. 모든 사람들이 마치 짐승처럼 어리석고 미련하고 무식하여 거짓으로 스스로 일컫기를 '바라문 종족이 가장 으뜸이고, 다른 종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 종족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바실타야, 이제 나의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 가운데에서는 종성(種姓)도 필요 없고 자신들에 대한[吾我] 교만한 마음도 품지 않는다. 세속의 법에서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 법은 그렇지 않다. 만일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으로서 자기의 종성을 믿고 교만한 마음을 품는다면 나의 법 가운데서는 끝내 무상(無上)의 도를 이루지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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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만일 능히 종성의 관념을 버려 여의고 교만한 마음을 없애면 곧 내 법 가운데서 도를 이루어 정법(正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낮은 부류를 미워하지만 내 법은 그렇지 않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족성(族姓)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선한 것도 있고 악한 것도 있어 지혜로운 사람이 칭찬하는 것도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 나무라는 것도 있다. 어떤 것을 네 가지 족성이라 하는가? 첫째는 찰리종(刹利種)이요, 둘째는 바라문종(婆羅門種)이며, 셋째는 거사종(居士種)이요, 넷째는 수다라종(首陀羅種)이다. 바실타야, 너는 듣거라. 찰리종 중에도 살생(殺生)하는 자가 있고 도둑질하는 자도 있으며, 음란한 자도 있고 속이고 거짓말하는 자도 있으며, 이간질하는 자도 있고 욕설을 하는 자도 있으며, 말을 꾸미는 자도 있고 간탐하는 자도 있으며, 질투하는 자도 있고 삿된 견해를 가진 자도 있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또한 이와 같아서 온갖 열 가지 악행이 섞여 있다. 바실타야, 대개 착하지 않은 행(行)에는 착하지 않은 과보[報]가 있고 검고 어두운 행에는 곧 검고 어두운 과보가 있다. 만일 이 과보가 유독 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만 있고 바라문종에는 없다고 한다면 곧 저 바라문종은 마땅히 스스로 '우리 바라문종이 가장 으뜸이요, 다른 종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종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착하지 않은 행을 행하며 착하지 않은 과보가 있고 검고 어두운 행을 행하면 검고 어두운 과보가 있음이, 바라문종ㆍ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도 반드시 있는 것이라면 곧 바라문종만 유독 '우리 종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바실타야, 만일 찰리종 가운데는 살생하지 않는 자가 있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란하지 않으며, 거짓말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으며, 욕설을 하지 않고 말을 꾸미지 않으며, 간탐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 자도 있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또한 그와 같아서 다같이 열 가지 선행[善]을 닦을 수 있다. 대개 착한 법을 행하면 반드시 착한 과보가 있고 청정하고 깨끗한[淸白] 행을 행하면 반드시 청정한[白] 과보가 있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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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만일 이 과보가 유독 바라문종에만 있고 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는 없다면 곧 바라문종은 마땅히 '우리 종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네 가지 족성에 다같이 이 과보가 있다면 곧 바라문만 유독 '우리 종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현재 바라문종을 보면 서로 결혼하여 출산하고 하는 것들이 세간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거짓으로 '우리는 범천의 종성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서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자랑하고 있다. 바실타야,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의 내 제자들은 종성이 한결같지 않고 출신이 각기 다른데도 내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묻기를 '너는 누구의 종성이냐?'고 하거든, 마땅히 그에게 '나는 바로 사문 석가종[釋種]의 아들이다'라고 대답하여라. 또 스스로 말하되, '내가 바로 바라문종이다. 친히 범천의 입에서 나왔고 법화(法化)를 좇아 생겨나서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청정할 것이다'라고 하여라. 어째서인가? 대범(大梵)이란 곧 여래의 칭호[號]로서 여래는 세간의 눈이요, 세간의 지혜이며, 세간의 법이요, 세간의 범(梵)이며 세간의 법륜(法輪)이요, 세간의 감로(甘露)이며 세간의 법주(法主)이다. 바실타야, 만일 찰리종 중에 불(佛)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등의 10호(號)를 구족하신 분을 독실하게 믿고, 법을 독실하게 믿되, 여래의 법은 미묘하고 청정하여 현재 세상에서 수행해야 하고 언제나 설법하여 열반[泥洹]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이는 것이며, 또 그것은 지혜로운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으로서 어리석은 범부들은 미칠 수 없는 가르침임을 믿으며, 또 스님을 독실하게 믿되, 스님은 성품이 착하고 질박하고 곧아서 곧 도과(道果)를 성취하고 권속(眷屬)을 성취하며 부처님의 진정한 제자로서 법과 법을 성취한다. 이른바 대중[衆]은 계중(戒衆)을 성취하고 정중(定衆)ㆍ혜중(慧衆)ㆍ해탈중(解脫衆)ㆍ해탈지견중(解脫智見衆)을 성취한다. 수다원(須陀洹)을 향하는 이 수다원을 얻은 이, 사다함(斯陀含)을 향하는 이, 사다함을 얻은 이, 아나함(阿那含)을 향하는 이, 아나함을 얻은 이, 아라한(阿羅漢)을 향하는 이, 아라한을 얻은 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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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쌍팔배(四雙八輩)가 바로 여래의 제자중(弟子衆)이다. 그들은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한 세상의 복전(福田)으로서 마땅히 사람들의 공양을 받을 만하다고 믿거나, 또 계(戒)를 독실히 믿어 거룩한 계를 구족하여 이지러지거나 샘[漏]이 없고 모든 흠[瑕]이나 틈[隙]이 없으며 또 더러운 점이 없어 지혜로운 이가 칭찬하는 바로서 선적(善寂)을 구족할 것이라고 믿는 자 있다면 바실타야, 모든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또한 마땅히 이와 같이 독실히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고 중성취(衆成就)와 성계(聖戒)를 믿을 것이다.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 예배하는 자가 있다면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또한 모두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 예배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내 친족인 석가종족은 또한 파사닉왕(波斯匿王)을 받들어 섬기고 예경하며, 파사닉왕은 다시 와서 나를 공양하고 예경하느니라. 그렇지만 그는, '사문 구담(瞿曇)은 호족(豪族)의 출신이나 내 종성은 낮고, 사문 구담은 큰 부자요 큰 위덕이 있는 가문의 출신이나, 나는 낮고 빈궁하고 비루하며 하찮은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여래를 공양하고 예경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말하지 않는다.
파사닉왕은 법에서 법을 관찰하여 진실과 거짓을 밝게 분별하기 때문에 청정한 믿음을 내어 여래를 공경할 따름이다.
바실타야, 이제 마땅히 너를 위하여 네 족성의 본연(本然)을 설명하리라. 천지의 시작과 종말, 겁(劫)이 끝나 무너질 때에 중생들은 목숨을 마치고 모두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는데 자연 화생(化生)하여 생각[念]만으로 음식을 삼고[본문에는 '자연화생이념위식(自然化生以念爲食)'으로 되어 있으나 팔리(Pli)본에 의하면 이 부분이 'manomay pīti-bhakkh(기쁜 생각으로 음식을 삼고)'로 되어 있으니, 광음천(光音天)에 대한 설명으로는 고려대장경보다 팔리본의 내용이 더 자세하므로 독자들의 참조를 바란다.] 광명을 스스로 비쳐 신족(神足)으로써 허공을 날아다녔다. 그 뒤에 이 땅은 모두 물로 변해 온통 가득 차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때에는 해나 달이나 별도 없고, 밤이나 낮이나 연월(年月) 따위의 세수(歲數)도 없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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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 큰 어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뒤에는 이 물이 변하여 천지(天地)가 되었고, 광음(光音)의 모든 하늘[天]들은 복이 다해 목숨을 마치고는 다시 이곳에 태어났었다. 그러나 이곳에 났더라도 여전히 생각만으로 음식을 삼고 신족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며 몸에서 광명을 스스로 비추면서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며 각각 스스로 일컫기를 '중생 중생'이라고 했다. 그 뒤로는 이 땅에서 수밀(酥蜜)과 같은 단샘[甘泉]이 솟아났는데 저 처음 온 천신으로서 성질이 경솔한 자는 이 샘을 보고 스스로 생각에 잠겨 말했다.
'이것이 뭘까? 맛을 보아야겠다.'
곧 손가락을 물에 넣어다가 꺼내어 맛보았다. 이렇게 두세 번 하다가 점점 그 감미로움을 깨닫고 드디어 손으로 움켜쥐어 마음껏 그것을 마셨으나, 이러한 즐거움에 집착하여 끝내 만족할 줄 몰랐다. 그 밖의 중생들도 또 그를 본따 그것을 먹어 보았고, 이렇게 두세 번 되풀이하는 동안에 그 감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계속해서 먹어대자 그들의 몸은 점점 추하게 되고 살결은 굳어져 하늘의 묘한 색(色)을 잃게 되었다. 또 신족은 없어져 땅을 밟고 다니게 되었고 몸의 광명도 갈수록 사라져서 천지가 깜깜해지게[大冥] 되었다. 바실타야, 마땅히 천지의 정해진 법칙은 큰 어둠 이후에는 반드시 일월(日月)과 성상(星象)이 허공에 나타나고 그런 뒤에 곧 밤과 낮ㆍ어둠과 밝음ㆍ연월(年月)과 세수(歲數) 등이 생긴 것이다. 그 때의 중생은 다만 지미(地味:단 샘물)를 먹으면서 오랫동안 그 세계에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했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오히려 즐겁고 광택이 있었다. 곱고 추하고 단정함이 여기에서부터 처음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서 단정한 자는 교만한 마음이 생겨 누추한 자를 업신여겼고 거기에서 누추한 자는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단정한 자를 미워했다. 중생들은 이로부터 각각 서로 성내고 다투게 되었고, 이 때 지미는 저절로 말라버렸다. 그 뒤로 이 땅에는 저절로 지비(地肥:大地生成物)가 생겨났는데 빛깔과 맛을 갖추어 향기롭고 조촐하여 먹을 만했다. 이 때 중생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했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오히려 얼굴빛이 좋고 광택이 났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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