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경-75-1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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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은 부처님과 법과 스님께 귀의(歸依)하고자 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게 여겨 허락하시고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지금부터는 생물을 죽이지 않고[不殺], 도둑질하지 않으며[不盜], 음탕하지 않고[不淫], 속이지 않으며[不欺], 술을 마시지 않고[不飮酒], 계(戒)를 받들어 잊지 않겠습니다. 내일은 저희가 공양을 올리고자 하오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들과 함께 자비를 베풀어 돌보아 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침묵으로써 허락하셨다. 청신사들은 부처님께서 침묵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들은 곧 여래를 위하여 큰 강당을 지어 계실 곳을 마련하고 물 뿌려 소제하고 향을 사르며 보배로 장식한 자리를 깔았다. 모든 공양의 준비가 끝나자 곧 세존께 나아가 아뢰었다. “모든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성자(聖者)께서는 때를 아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대중들과 함께 그 강당으로 나아가셨다. 거기서 손발을 씻으시고 그 복판에 앉으셨다. 그 때 비구들은 왼쪽에 앉고 청신사들은 오른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청신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계를 범하면 다섯 가지 손해가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재물을 구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요, 두 번째는 비록 얻은 것이 있더라도 날로 점점 줄어드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이요, 네 번째는 추한 이름과 나쁜 소문이 천하에 퍼지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목숨을 마쳐 죽은 뒤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또 청신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계를 지키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바라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것이요, 두 번째는 자기가 가진 재산은 더욱 불어나 손해가 되지 않는 것이며, 세 번째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요, 네 번째는 좋은 이름과 착한 칭송이 천하에 두루 퍼지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목숨을 마쳐 죽은 뒤에는 반드시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밤이 깊어 자정을 넘기자 부처님께서는 여러 청신사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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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이제 그만 돌아가라.” 모든 신도들은 부처님의 분부에 따라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그 발에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밤이 지나고 동이 틀 무렵에 고요하고 한가한 곳으로 나아가셨다. 거기서 맑고 트인 천안(天眼)으로 모든 큰 하늘신[天神]들이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시고, 중간 계층의 신[中神]들과 아래 계층의 신[下神]들도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곧 강당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셨다. 세존께서는 때를 아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세존지시고문아난(世尊知時故問阿難)'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시(時)'가 '이(而)'자로 되어 있다. '이(而)'자로 바꾸어 해석할 경우 '세존께서는 아시면서 일부러 아난에게 물으셨다'가 된다.] “누가 이 파릉불성을 지었는가?”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성은 우사(禹舍) 대신이 쌓은 성입니다. 이것으로써 발지국을 막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성을 쌓은 사람은 바로 하늘 뜻을 얻었다. 내가 밤이 지나 동이 틀 무렵에 한가하고 고요한 곳으로 나가 천안으로 보니 모든 큰 하늘신이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중간 계층의 신과 아래 계층의 신도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난아, 마땅히 알라. 모든 큰 하늘신이 차지한 영토에 사는 사람은 크게 안락하고 불꽃처럼 성하리라. 중간 계층의 신이 차지한 곳은 중간 사람[中人]이 살 곳이요, 아래 계층의 신이 차지한 곳은 아래 사람[下人]이 살 곳이다. 공덕이 많고 적음을 따라 각각 그 사는 곳이 다를 것이다. 아난아, 여기는 현인(賢人)이 사는 곳이니, 상인(商人)이 모여들 것이요 나라의 법이 진실하여 서로 속이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 성은 가장 훌륭하여 모든 곳에서 추앙하므로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뒤에 이 성이 파괴되려 할 때에는 반드시 세 가지 일[事]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홍수요, 두 번째는 큰 불이며, 세 번째는 나라 안의 사람이 나라 밖의 사람과 서로 음모하여 이 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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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뜨리는 것이다.” 그 때에 파릉불성의 모든 청신사는 밤을 새워 공양을 준비했다가 때가 되자 부처님께 아뢰었다. “음식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소서.” 청신사들은 곧 공양을 차리고 손수 시중을 들었다. 공양이 끝나자 물을 돌리고 따로 작은 방석을 깔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너희들이 있는 이곳은 현인과 지자(智者)들이 거처하는 곳으로서 계를 지키는 자들이 많고 범행(梵行)을 청정히 닦으므로 모든 착한 신(神)들이 기뻐하며 곧 복을 빌어주고[呪願] 있다. '존경할 만한 자를 존경할 줄 알고, 섬길 만한 사람을 섬길 줄 알며, 널리 베풀고 서로들 사랑하며 자비로운 마음이 있어 모든 하늘들이 칭찬하는 바라 항상 선(善)과 함께하고, 악과 함께하지 않게 하소서.'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해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시자 대중들이 둘러싸 모시고 돌아갔다. 대신 우사는 부처님의 뒤를 따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사문 구담께서 이 성문으로 나가셨으니 이 문을 구담문(瞿曇門)이라 이름하자.' 또 여래께서 강을 건너시는 것을 보고는 그곳을 구담하(瞿曇河)라고 이름지었다. 그 때 세존께서 파릉불성을 나와서 강가에 이르렀다. 그 때 언덕 위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 중에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 사람도 있고, 혹은 뗏목을 타고 건너는 사람도 있었으며, 또는 작은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는 사람도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셨다. 세존께서는 이런 이치를 관찰해 마치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는 바다의 사공이요 법의 다리 놓아 강을 건너는 나루 되시며 대승도(大乘道)의 큰 수레로 일체의 천상과 인간을 건네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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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스로 번뇌를 끊고 저 언덕으로 건너 신선이 되며 또 그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결박을 풀어 열반을 얻게 하시네.
그 때 세존께서는 발지국을 돌아다니시다가 구리(拘利)[koṭigāma이며, 『불반니원경(佛般泥洹經)』에는 구린취(拘隣聚)로 되어 있다.]촌에 이르러 어느 나무 밑에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네 가지 깊은 법이 있다. 첫 번째는 거룩한 계(戒)이고, 두 번째는 거룩한 선정[定]이며, 세 번째는 거룩한 지혜이고, 네 번째는 거룩한 해탈(解脫)이다. 이 법은 미묘하여 알기 어렵다. 나와 너희들은 이것을 밝게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나고 죽는 가운데 끝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관찰해 마치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은 오직 부처만이 분별하시어 괴로움을 여의시고 중생을 교화해서 나고 죽음의 습기 끊게 한다네.
그 때 세존께서 구리촌에서 머무실 만큼 머무시고 나서 아난에게 나다(那陀)[Nādikā이며, 나려가취락(那黎迦聚落)이라고 하기도 한다. 『불반니원경』에는 희예국(喜豫國)으로 되어 있다.]촌으로 함께 가자고 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들어 곧 옷과 발우를 챙겨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따랐고, 발지국을 경유하여 나다촌에 이르러 건추처(揵椎處)[긴기가정사(緊耆迦精舍, Gijakvasatha)로 되어 있는데, 이는 전와당(磚瓦堂), 즉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쓰기 위해 벽돌로 조성해 놓은 건축물을 의미한다.]에서 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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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아난은 혼자 한적한 곳에서 묵묵히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나다촌에는 열두 명의 거사(居士)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가가라(伽伽羅), 두 번째는 가릉가(伽陵伽), 세 번째는 비가타(毘伽陀), 네 번째는 가리수(伽利輸), 다섯 번째는 차루(遮樓), 여섯 번째는 바야루(婆耶樓), 일곱 번째는 바두루(婆頭樓), 여덟 번째는 수바두루(藪婆頭樓), 아홉 번째는 다리사누(陀梨舍★), 열 번째는 수달리사누(藪達利舍★), 열한 번째는 야수(耶輸), 열두 번째는 야수다루(耶輸多樓)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마치고 어디에 태어났을까? 또 5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목숨을 마쳤고, 또 50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목숨을 마쳤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에 태어났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조용한 곳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갔다. 머리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고요한 곳에서 묵묵히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나다촌에 살던 가가라 등 열두 거사는 목숨을 마쳤고, 또 5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목숨을 마쳤으며, 또 500명이 있었는데 그들도 지금은 목숨을 마쳤다. 이들은 어디에 태어났을까?' 원컨대 설명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가가라 등 열두 명은 5하분결(下分結)[욕계(欲界)이고 결(結)은 번뇌(煩惱)를 뜻한다. 욕계에서 중생을 얽어매고 있는 다섯 가지 번뇌(欲貪ㆍ瞋恚ㆍ有身見ㆍ戒禁取見ㆍ疑結)를 말한다.]을 끊고 목숨을 마친 뒤에 하늘에 태어났다. 그들은 거기서 완전한 반열반(般涅槃)을 얻어 다시는 이 땅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50명은 목숨을 마친 다음 3결(結)[5하분결(下分結) 중 세 가지인 신견결(身見結)ㆍ의결(疑結)ㆍ계금취결(戒禁取結)을 말한다.]을 끊고, 음욕과 번성냄과 어리석음이 적어져 사다함(斯陀含)을 얻었다. 그래서 이 세상에 다시 한 번 돌아와 괴로움의 근본을 끊을 것이다. 또 500명은 목숨을 마친 다음 3결을 끊고 수다원(須陀洹)을 얻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정코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도(道)를 이루어 7생(生) 동안 이 세상에 오가며 태어나고서야 괴로움의 근본을 다할 것이다. 아난아, 태어나면 죽음이 있는 법이니, 이...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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