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식(神識)에 관하여-1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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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하리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대약에게 말씀하셨다.
“대약아, 마치 저 바람의 경계[風界]가 연약하고 색신이 없는 것처럼 그 식도 역시 그러하여 연약하고 또 없느니라. 그러나 그것은 큰 몸을 성취할 수도 있고 미세한 작은 몸을 성취할 수도 있어서 아무 방해될 것이 없으므로 저 식은 모기나 코끼리가 한 종류이어서 조금도 다름이 없느니라. 대약아, 비유하면 마치 작은 등불의 광명이 방벽에 있어 그 어두운 것을 소멸시키는 것처럼 이 식도 역시 그와 같아서 비록 또 미세하고 작다 하더라도 크고 작은 색을 이룰 수 있나니, 모두가 업으로 인하여 받기 때문이니라.”
그 때 대약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업은 어떤 색이 있고 어떤 몸을 하고 있으며 몇 가지 인연으로 관찰해야 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대약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업의 경계는 바로 미묘하여 쾌락을 받기도 하고 하늘의 음식을 받기도 하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어떤 두 사람이 같이 여행을 하면서 넓은 들판에 이르렀을 때,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홀연히 맑고 시원한 물을 만나서 마시게 되고 또 한 사람은 배고프고 목이 말라서 목숨을 마치게 되었다 하자. 그러나 그 물은 저절로 그 사람의 입에 들어간 것이 아니요 또한 다른 한 사람에게도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한 것도 없나니, 다만 인연 때문에 한 사람은 맑고 시원한 물을 만나서 먹게 되었고 한 사람은 만나지 못하였을 뿐이니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착하고 착하지 않는 모든 법도 역시 그러하여 마치 흑월(黑月)과 백월(白月)과도 같나니, 착하고 착하지 않은 것도 마땅히 그렇게 보아야 하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열매가 생겨서 익은 뒤에는 다른 빛깔로 변하여지고 그리고 그 빛깔은 화계(火界)의 힘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성숙되게 하는 것과 같나니,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몸은 복의 힘 때문에 큰 부자 장자의 집에 태어나 재보가 넉넉하여 쾌락을 받게 되고 하늘의 궁전에 있으면서 하늘의 쾌락을 받게 되느니라. 그러나 뒤에 천상의 자재한 세력을 잃게 되면 곧 복이 없는 세력이 나타나게 되나니, 마치 종자를 땅 위에 뿌리면 나무가 있게 되나 뒤에 그 종자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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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위에 나타나지 않고 또 가지 사이로 옮아가지도 않으며 나무 속에서 나타나지도 않고 어떤 사람이 손으로 그 종자를 가져다가 나무 위에 놓아둔 것도 아니며 또한 뿌리에서 옮아가 그 종자가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모든 업의 선과 악이 몸 안에 의지하여 있으면서 나타나지 않느니라. 마치 종자가 있고 난 후에야 꽃이 피게 되고 꽃이 피고 난 이후에야 종자가 생기게 되나 그 꽃은 종자 안에 있지도 않고, 그 종자 역시 꽃 안에 있는 것도 아니니 종자와 꽃은 다른 몸이 아닌 것과 같다. 그와 같아서 이 몸 안의 모든 업은 업으로부터 몸이 있되 그 몸은 업 안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업도 몸 안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마치 꽃이 완전히 성숙한 연후에야 종자가 있게 되는 것처럼 이 몸도 성숙한 뒤에는 모든 업이 나타나게 되느니라. 마치 종자를 어느 지방에 심으면 그 지방에서 꽃이 피게 되고 꽃이 핀 후에는 종자가 생기게 되나니,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몸이 어떤 곳에 태어나면 그 곳에서 선과 악이 곧 나타나게 됨을 보느니라.
그리고 그 모든 업의 뿌리에는 색이 없나니, 마치 사람은 몸으로 인하여 그림자가 있지만 그 그림자는 일정함도 없고 색도 없어서 도리어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 행한다. 그러나 그 그림자는 사람에 의지하여 머무르지도 않고 또한 몸을 떠나서 그림자가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과 같으니라.
그와 같아서 이 몸 안에 나타나는 선과 악도 서로 따르면서 서로 여의지 않나니, 몸이 행하는 것을 따라 행하고 그 업은 곳곳마다 따라다니므로 그 업은 몸의 존재를 여의지도 않으며 또한 몸을 여의고서 업이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라.
마치 맵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한 모든 약들을 사람이 마시거나 먹은 뒤에는 모든 병이 낫게 되고 그 몸에 모든 악이 없어지게 되면 그 몸이 부드러워지면서 좋은 얼굴빛이 나타나게 되므로 여러 사람들이 그런 형상을 보고 '이 사람은 좋은 약을 먹었구나'라고 알게 되나니 그러나 그 모든 약에 있는 맛과 힘에는 색이 없고 그 맛과 힘에 나타나게 되는 색은 없지만 오직 사람의 몸에 있어서만은 색이 단정하게 나타나는 것과 같으니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착한 업은 형색이 없으면서도 사람의 몸에 이르게 되어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고 몸에는 좋은 옷을 입게 되며 그 사람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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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감관이 두루 갖추어지기 때문에 몸으로 쾌락을 누리게 되느니라. 또 금은의 진기한 보물로 그 몸을 장엄하게 되고 부귀한 형세가 있게 되나니, 이것은 모두가 그 착한 업의 경계인 것이니라. 그가 세력을 잃게 되어 복된 업이 없어지면 가난하고 고달파지면서 재물을 멀리 여의게 되고 항상 모자라서 남에게 물건을 구하게 되며 음식은 거친 것을 먹으면서 가고 서고 앉고 눕는 일이 모두 다 하천하고 비열해지며 좋은 복의 과보로 신체를 양육함이 없기 때문에 생긴 것도 추하고 더럽나니, 이 모두는 착하지 않은 업의 경계인 것이니라. 마치 밝은 거울과 같아서 그 밝음 때문에 곱고 추한 얼굴의 형상이 분명하게 나타나지만 그 거울 속의 그림자에는 색이 없는 것처럼 선과 악의 힘으로 말미암아 이 식은 인간 세계에 나타나기도 하고 지옥·아귀·축생 세계에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니라.
대약아, 이 모든 업은 이 식을 따르는 것이니, 대약아,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하고 이와 같이 보아야 하느니라.”
대약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식은 어찌하여 모든 감관을 성취하면서 큰 몸을 받게 되며 어찌하여 모든 감관을 버리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약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사냥꾼이 억센 활을 들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독약을 그 화살촉에 바르고 나서 큰 코끼리를 쏘았다고 하자. 그 독이 비록 적기는 하나, 가죽으로 들어가 피에 이르러 독기가 온몸 속으로 스며들면서 모든 감관에 퍼지게 되면 감관이 막히고 모든 뼈마디가 휘며 온몸의 피가 변색되어 마침내 그 몸을 버리게 되고 그 독은 도로 본래 들어갔던 그 처소로 와서 저절로 밖으로 나오는 것과 같나니, 대약아, 그 독약 한 방울은 아주 작은 것이요 그 코끼리의 몸은 극히 큰 것인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대약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독약은 지극히 작은 것이요, 그 코끼리 몸은 마치 수미산과 같지만 독약이 옮아가면서 온몸에 퍼진 것이라 생각되나이다.”
부처님께서 대약에게 말씀하셨다.
“그와 같아서 이 신식이 몸을 버릴 적에 모든 감관을 버리고 모든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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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게 되는 차례도 역시 그와 같고 그와 같으니라.”
대약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이와 같은 광대한 몸을 버리면서도 두려워하거나 어려운 일이 없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약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수미산의 높이가 8만 4천 유순이며 그 산에는 난타(難陀)와 우파난타(優波難陀)라는 두 용왕이 있는데 둘레를 세 바퀴 돌고 그 산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 용왕이 숨을 헐떡이면 바다의 물도 마실 수가 없으며 그 용왕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그 수미산도 곧 움직이느니라. 마치 그 용왕의 몸이 광대하고 힘이 많은 것처럼 저 바수길(婆修吉) 용왕과 덕차가(德叉迦) 용왕도 역시 그러하느니라. 대약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용왕 등의 식과 모기의 식이 어찌 똑같지 않겠느냐. 너는 달리 보지 말지니라.”
대약 왕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소견으로도 그 용왕과 모기의 식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대약에게 말씀하셨다.
“마치 바차나바(婆磋那婆)라는 한 독약이 있고 또 가라가라(揀羅揀羅)라는 독약이 있는데 이 독약을 겨자씨만큼 가져다가 난타와 바라난타 등에 먹여도 이내 죽게 되느니라. 대약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용의 독과 약의 독 중에 어느 독의 힘이 더 크겠느냐. 용의 독이 크겠느냐, 약의 독이 크겠느냐?”
대약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의 의견으로는 그 난타와 바라난타의 독이 크고 그 바차나바의 독은 적은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대약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비록 큰 몸으로 구천 마리의 코끼리를 대적하는 힘이 있다 하더라도 거리낄 것이 없으며 그 식이 비록 작다 하더라도 일정함이 없고 색을 볼 수 없지만 다만 이 식은 업연(業緣)으로 인하여 큰 몸을 성취할 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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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약아, 비유하면 니구타(尼拘陀) 종자는 그 형상은 비록 작다 하더라도 큰 나무가 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며 가지와 줄기가 길고 넓어서 수백천의 땅을 덮어 주는 것과 같으니라. 대약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씨의 형상과 나무 덩치의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크다고 여기느냐?”
대약이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마치 작은 구멍으로 허공에 비교함과 같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대약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나무는 씨 안에서 볼 수가 없고 또한 씨를 여의고서 나무가 생길 수도 없느니라. 대약아, 마치 저 미세한 씨에 광대한 나무가 있게 되는 것처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색이 없는 식이 큰 색신을 성취하나니, 식으로 인하여 색신을 나타내는 것이요, 식을 여의고서 색신은 볼 수가 없느니라.”
그 때 대약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식은 견고하기가 마치 금강과 같거늘 어떻게 이약(羸弱)한 몸을 성취하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가난하여 혼자서 살아가지 못하다가 우연히 여의주(如意珠) 보배를 얻어 손에 들고는 뜻대로 누관[樓觀]과 지대(地臺)와 성문(城門)과 구덩이와 해자[坫塹] 등의 둘레에 높은 문을 만들고, 동산 숲과 꽃과 열매며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그 위를 덮게 하였으며, 그 밖의 재산과 모든 물건들도 모두 다 마음먹은 대로 저절로 변화로 만들었느니라.
대약아, 그런 일들은 모두 이약한 것이어서 속히 파괴되고 흩어지며 떠나가는 법이다. 마치 그 사람은 손에 여의주를 들고 있다가 그만 떨어뜨려 잃게 되었으므로 그 즐거운 일들은 이내 사라져 보이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대약아, 마치 여의주가 천 개의 금강으로 깨뜨려도 끝내 파괴되지 않고 뜻과 생각한 대로 모두 다 이루게 하는 이런 공능(功能)이 있듯이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식의 견고함도 마치 금강과 같으면서도 그 몸을 받는 것은 견고하지 않느니라.”
그 때 대약이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식은 이미 연약한 것이어늘 어떻게 견고한 몸을 파괴하면...
출처 : 대보적경-3160-632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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