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식(神識)에 관하여-6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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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나타나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약아, 모든 하늘의 궁전에 태어나면 하늘의 묘한 음식을 먹으면서 안녕과 쾌락을 누리게 되나니, 이 모두는 업의 과보에서 오는 것이니라. 마치 사람이 몹시 목이 말라서 너른 들판을 찾아 돌아다닐 때 한 사람은 맑고 시원한 맛있는 물을 만났고 한 사람은 만나지 못하여 몹시 목이 타는 고통을 받게 되었다고 하자. 찬 물을 만난 이에게 누가 그 물을 가져다 준 것도 아니고, 목마른 고통을 받는 이에게도 누가 그 물을 주지 못하게 막은 것도 아니니라. 그것은 각자의 업의 인연으로 받는 고통과 쾌락의 과보이니라.
대약아, 마땅히 이렇게 착한 업과 악한 업을 보아야 하느니라. 마치 공중에 뜨는 달에는 백월(白月)과 흑월(黑月)로 나누어 있는 것과 같고, 또 열매가 생길 적에 불의 요소[火大]로 더욱 완숙해져서 빛깔이 달라지는 것과 같으니라. 그와 같아서 이 몸도 복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에 훌륭한 가문에 태어나서 재산이 풍부하고 금은 보화가 가득 차며 훌륭한 모습[相]으로 빛나고 왕성하며 혹은 모든 하늘의 궁전에 태어나서 즐거움이 자재하나니, 이 모두는 착한 업과 복의 모양에서 나타나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마치 종자를 땅에 심으면 열매는 나무 끝에 열리는데 그렇다고 그 종자가 가지로부터 가지로 들어가서 나무의 끝으로 간 것도 아니고, 나무의 몸을 베어 쪼개본다 하여도 역시 그 종자는 보이지 않으며 사람이 종자를 가져다가 가지 위에다 놓은 일도 없으며 나무를 이룬 견고한 뿌리에서 그 종자를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이처럼 이 모든 착한 업과 악한 업도 모두가 몸에 의지하기는 하나 그것을 몸에서 찾는다 하여도 역시 그 업은 보이지 않느니라.
마치 종자로 인하여 꽃이 피지만 종자 속에는 꽃이 없으며, 꽃으로 인하여 열매가 생기지만 꽃에는 열매가 없으며, 꽃과 열매는 더욱 진화(進化)하여 가지만 그 진화하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몸으로 인하여 업이 있고 업으로 인하여 몸이 있으나 몸 안에는 업이 없고 업 안에는 몸이 없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마치 꽃이 완숙하여 떨어져야 그 열매가 바로 나타나는 것처럼 몸이 성숙한 뒤 죽고 나서야 그 업의 과보는 비로소 나오는 것이니라. 마치 종자가 있음으로써 꽃과 열매의 인연이 갖추어 있게 되는 것처럼 이 몸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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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써 선업과 악업의 인연이 갖추어 있게 되거니와 그 업은 형상도 없고 또한 성숙하여 가는 모양도 없느니라. 마치 사람 몸의 그림자는 바탕도 없고 걸림도 없어서 붙잡을 수도 없고 사람에 매달리지도 않으며, 나아가 정지하고 가고 오는 일도 그 사람의 움직임을 따르면서도 역시 그 그림자는 몸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업과 몸도 그러하여 몸이 있어서 업이 있게 되거니와 그 업이 몸에 매달린 것을 볼 수가 없고 또한 몸을 떠나서 업이 있을 수도 없느니라. 마치 맵고 쓰고 떫은 특수한 약들은 몸을 깨끗이 세척해서 온갖 병을 없애주어 몸을 충실하게 하고 얼굴빛을 빛나게 하므로 그를 보는 사람들이면 좋은 약을 먹은 줄 알 수 있게 하는데 그 약의 맛을 취할 수는 있어도 그 효험이 나는 재주는 형상이 없는지라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나아가서 얻을 수도 없느니라. 하지만 사람의 몸을 도와 용모와 빛깔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업은 형질이 없는데도 몸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착한 업이 돕는다 함은 음식과 의복 등 안팎의 모든 살림이 풍요하고 미려하며 손발이 단정하고 형용이 잘 생기며 집은 화사하고 마니(摩尼)와 금은의 많은 보배는 가득 차며 안녕과 쾌락으로 몸을 즐겁게 하고 뜻을 기쁘게 하나니, 이런 것이 착한 업의 모양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하천하고 변두리 땅의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살림이 궁핍하고 남이 누리는 쾌락을 부러워하게 되며 음식은 추악하고 먹지도 못하며 형용이 초라하게 생기고 사는 데나 옷차림이 허술하게 되면 이것은 악한 업의 모양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마치 밝은 거울로 얼굴의 잘생김과 못생김을 비추어 볼 때 거울 속에 있는 형상은 바탕이 없으므로 취하여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이 식도 착함과 착하지 않은 업에 의지하여 인간과 천상에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지옥과 축생 등의 안에 태어나기도 하느니라.
대약아, 이와 같이 업과 식은 화합하였다가 변천하여 가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대약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그 작은 식이 모든 감관을 지닐 수 있고 큰 몸을 취할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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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약아, 비유하면 사냥꾼이 활과 독화살을 가지고 산 속으로 들어가서 코끼리[香象]를 쏘았을 때, 그 독화살이 피를 적시면서 독은 온몸으로 퍼져 들어가 팔다리를 못쓰게 되고 감관과 경계가 동시에 상실되며 독은 몸의 중요한 부분으로 흘러 들어가 몸빛이 푸르고 붉게 되어 마치 멍이 들고 피가 맺힌 것같이 되다가 독이 코끼리의 온몸에 퍼지면 코끼리는 영영 죽게 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독과 코끼리 몸 사이에서 크고 작음을 비교할 수 있겠느냐?”
대약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독과 코끼리 몸의 크고 작음은 그 크기가 너무나 현격히 다르므로 비교할 수 없사오니, 마치 수미산을 겨자씨에 견주는 것과 같나이다.”
“대약아, 그와 같아서 식이 이 몸을 버리고 모든 감관을 취하며 이 모든 경계를 버리고 업을 따라 변천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대약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그 미세한 식이 큰 몸을 맡아 지니면서도 고달퍼하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약아, 수미산은 높이가 8만 4천 유순이니라. 난타(難陀)와 오파난타(鳥波難陀)의 두 큰 용왕은 저마다 세 바퀴를 돌면서 두 용이 크게 숨을 쉬면 수미산이 흔들리게 되며 바닷물조차 한꺼번에 독으로 변하게 할 수 있으니, 이 두 용왕은 장대하고도 힘이 세느니라. 그리고 화수길(和修吉 )용왕과 덕차가(德叉迦) 용왕의 이 두 용도 그들과 똑 같은 힘을 지녔느니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네 용왕의 식과 모기와 등에의 식은 과연 차이가 있는 것이냐?”
대약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네 용왕과 모기와 등에의 식은 차이가 없나이다.”
“대약아, 마치 한 방울의 적은 발착나바(跋錯那婆)를 이 네 마리 용의 입에 다 넣으면 이 네 용은 즉사하게 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한 방울의 적은 독약과 용의 입 속에 있는 독과 비교할 때 어느 독이 더 크다고 생각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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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약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용의 입 속의 독이 더 크며 한 방울의 독약은 아주 적사옵니다.”
“대약아, 큰 몸을 지닌 중생과 아홉 마리 코끼리를 대적할 만한 힘이 있는 이 미묘한 식은 색도 없고 형상도 없으며 양으로 분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로되 업을 따라 맡아 지니는 것은 역시 그와 같으니라. 마치 니구타(尼拘陀)의 씨는 지극히 미세한 것이나 그것을 심으면 나무가 나고 바사(婆娑)만큼 광대하여지면서 가지와 줄기가 백천이나 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씨와 나무의 크고 작음을 비슷하다고 여기겠느냐?”
대약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씨와 나무의 크고 작음은 너무도 현격하여 마치 연뿌리 실같은 구멍을 허공에다 견주는 것과 같나이다.”
“그러하느니라. 대약아, 그 나무를 씨에서 구하여도 얻을 수 없고 만일 그 씨를 떠나서도 나무는 생기지 않나니, 그 미세한 니구타 씨가 저와 같이 큰 나무를 낼 수 있느니라. 이 미세한 식도 큰 몸을 낼 수 있으나 식 안에서 그 몸을 구하면 몸을 얻을 수 없고 그렇다고 식을 떠나서는 몸도 곧 없는 것이니라.”
대약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금강같이 견고하여 무너뜨릴 수 없는 식이 위태하고 낡아빠진 곳에 머물면서 속히 몸 안을 썩게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약아, 비유하면 마치 가난한 사람이 여의보(如意寶)를 얻어 그 보배의 힘으로 나무를 새긴 높은 집과 화려한 궁실(宮室)이며 우거진 동산 숲과 흐드러진 꽃과 열매며, 코끼리·말·시녀 등의 살림과 쾌락의 도구들이 저절로 이르렀는데 그 사람이 뒷날 그 여의보를 잃게 되자 뭇 살림과 쾌락의 도구들이 모두 다 소멸하여 없어짐과 같나니, 신령한 여의보는 견고하고 곧아서 비록 천 개의 금강이라 할지라도 무너뜨릴 수 없었지만 거기에서 생긴 살림은 허망하고 덧없는 것이라 속히 흩어지고 속히 없어지느니라. 식도 역시 그와 같아서 견고하여 파괴되지 않는 것이지만 거기에서 생긴 몸은 속히 썩고 속히 없어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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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약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드럽고 묘한 식이 어떻게 거칠고 딱딱한 물질 속으로 뚫고 들어가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약아, 물의 체성은 지극히 부드럽지만 위에서 매우 세차게 떨어지는 샘물은 산의 바위를 능히 뚫나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과 바위의 단단함과 연한 성질은 어떻다고 여기느냐?”
대약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위는 실로 굳고 단단하여 마치 금강과 같거니와 물의 성질은 부드럽고 연하여 즐거운 촉감을 느끼게 하나이다.”
“대약아, 신식도 그와 같아서 지극히 묘하고 지극히 부드러워서 억세고 딱딱한 큰 몸의 색(色)에도 뚫고 들어가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대약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중생이 몸을 버리면서 어떻게 하여 모든 천상에 태어나고 어떻게 지옥에도 태어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약아, 중생이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복업(福業)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그 본래의 시력을 버리고 하늘의 묘한 시력을 얻는데 그 하늘의 묘한 시력으로 6욕천(欲天)과 여섯 갈래[六趣]까지도 보며 몸이 흔들림도 보고 하늘의 궁전과 환희원(歡喜園)과 잡화원(雜花園) 등도 보며 또 모든 하늘들이 연화전(蓮花殿)에 있으면서 아름다운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희롱하고 즐기며 모든 꽃으로 귀를 장식하고 교사야 옷[礬奢耶衣]을 입었으며 온갖 팔찌와 가락지로 장엄하고 꽃은 항상 피어 있으며 뭇 기구들이 갖추어 시설된 것을 보느니라. 하늘의 천녀(天女)들을 보고는 마음에 연정(戀情)을 느끼면서 기뻐하고 좋아하므로 얼굴이 화사해져서 마치 연꽃과 같아지느니라. 눈을 보되 어수선하지 않고, 코는 비뚤어지지 않으며, 입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고, 눈빛은 선명하여 마치 푸른 연꽃과 같으며, 몸의 마디마디와 끝에는 고통이 없고, 눈·귀·코·입에서는 피가 나오지도 않으며 대변·소변을 보지도 않고, 털이 놀라서 구멍이 드러나지도 않으며, 손바닥이 누렇게 죽지도...
출처 : 대보적경-3140-628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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