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거사(維摩居士,유마경)

20-상-유마-2

근와(槿瓦) 2015. 8. 7. 00:39

20-상-유마-2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니다."

"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중생의 죄 때문에 여래의 불국토가 깨끗하게 장엄되어 있는 것을 보지 못할지언정 여래의 잘못이 아니니, 사리불아, 나의 국토가 깨끗하지만 그대가 보지 못하는 것이니라."

 

그 때 나계범왕(螺髻梵王)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그러한 생각으로 이 부처님의 나라를 깨끗하지 못하다 말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제가 보기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의 불국토가 깨끗하기가 마치 타화자재천궁[自在天宮]과 같습니다."

 

사리불이 말했다.

"제가 보기에 이 나라[土]는 언덕[丘陵]과 험한 구덩이[坑坎]와 가시밭[荊]과 모래와 자갈, 그리고 흙과 돌과 온갖 산과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계범왕은 말하였다.

"그대의 마음에는 높고 낮은 차별[高下]이 있어 부처님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으므로 이 나라를 보고 깨끗하지 않다고 할 뿐입니다. 사리불이여, 보살은 모든 중생을 한결같이 평등하게 여기고, 깊은 마음[深心]도 청정합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지혜에 의지하면 능히 부처님의 나라가 깨끗함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셨다. 곧바로 삼천대천세계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귀한 보배로 장식된 것이고, 마치 보장엄불(寶莊嚴佛)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덕으로 장엄한 나라[寶莊嚴土] 같았다. 모든 대중들이 지금까지 아직 한 번도 본 일이 없다고 찬탄하였다. 그리고 자기들 모두가 이 세계에서 보련화(寶蓮華)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이 불국토가 깨끗하게 장엄된 것을 보았는가?"

 

사리불이 대답했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는 것들이 여기 불국토에 깨끗하게 장엄되어 나타난 것을 모두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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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국토는 항상 이같이 깨끗하지만, 이 나라의 어리석은 사람들을 건지고자 하기 때문에 이러한 온갖 악으로 가득 찬 더러운 땅을 보여 준 것뿐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여러 천신들[諸天]이 보옥(寶玉)으로 된 그릇으로 함께 밥을 먹는다 해도 그들이 지은 복덕(福德)에 따라서 밥의 빛깔[飯色]이 다른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만약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면 곧 이 불국토가 공덕으로 장엄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나라의 깨끗하게 장엄된 것을 나타낼 때 보적이 이끄는 5백 명 장자의 아들들이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8만 4천의 사람들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일으켰다.

 

부처님께서 신통력[神足]을 거두어들이시자 지금까지 있던 세계는 원래대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성문승(聲聞乘) 3만 2천 인과 천신들과 인간들까지도 유위법(有爲法)이 무상함을 알았고, 모든 번뇌를 멀리 떨쳐 버리고 법안(法眼)이 청정해짐을 얻었다. 또 8천의 비구들은 온갖 존재에 집착하지 않고[不受諸法]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2. 방편품(方便品)

그 때 비야리 대성(大城)에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유마힐(維摩詰)이라고 불렸다. 그는 오래전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선근(善根) 공덕을 깊이 심어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뛰어난 말솜씨는 거침이 없었고, 신통력을 마음껏 부렸으며, 온갖 다라니[總持]를 지녔고, 무소외(無所畏)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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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 악마의 재앙을 물리쳤고, 심원한 법문(法門)에 들어 훌륭하게 반야바라밀[智度]을 닦았고, 방편에 통달해 있었다. 큰 서원(誓願)을 성취하였고, 중생들의 마음이 끌려서 바라는 바를 명료하게 알고 있었다. 또한 중생들이 지니고 있는 근기[根]의 예리하고 무딤을 잘 가릴 줄 알았다. 오래도록 불도(佛道)를 닦아서 마음이 이미 맑고 순수하였고[純淑], 대승의 가르침에 마음을 전하고, 해야 할 모든 것을 행하는 데는 잘 생각하고 헤아렸으며, 부처님과 같은 위의(威儀)에 머물러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었으므로, 모든 부처님들이 칭찬하였고, 부처님의 10대제자와 제석천·범천과 사천왕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사람을 제도하고자 원하는 까닭에 훌륭한 방편으로 비야리성에 살고 있었다.

 

그는 한량없이 많은 재산으로 수많은 가난한 사람을 도왔고, 계율을 깨끗하게 지킴으로써 계를 범하는 많은 사람들[毁禁]을 구했으며, 마음을 가누어 인내함[忍調行]으로 해서 사람들의 분노를 가라앉혔고, 정진(精進)함으로 해서 게으른 사람들을 이끌었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정(禪定)을 닦아서 마음이 혼란한 사람들을 이끌었고, 결정적인 지혜로써 무지한 사람들을 제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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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재가자[白衣]라 하여도 사문(沙門)의 청정한 율행(律行)을 받들어 행하고 있었고, 비록 세속에 살지만 삼계(三界)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처자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항상 범행(梵行)을 닦았고, 권속이 있는 것을 보여주더라도 항상 세상을 멀리 떨어져 있기를 좋아하였다. 보석 등으로 몸을 치장하고는 있었지만 32상과 80종호[相好]로 몸을 꾸미고 있었고, 또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선(禪)의 기쁨을 맛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 만약 노름판에 이르면 그 사람들을 제도하였고, 여러 가지 다른 종교[異敎]의 가르침을 듣는다 해도 올바른 믿음을 깨뜨리지 않았으며, 세간의 전적에 밝다고 하지만 항상 불법을 좋아하였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공양(供養)을 받는 사람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정법(正法)을 굳게 지녀 어른은 어른대로 잘 모시고,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잘 포용해서 모든 생활을 잘하며 화목하였다. 비록 세속의 이득을 얻을지라도 그것을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는 모든 사람이 사는 거리거리[四衢]를 돌아다니며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고, 정치와 법률에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고 보호하였다. 강론(講論)하는 곳에 가면 대승의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이끌었고, 학교에 가서는 아이들을 이끌어 깨우쳤으며, 유곽에 들어가면 욕망의 허물을 가르쳤고, 술집에 가게 되면 정신을 차려 뜻을 바로 세우게 하였다.

 

만약 장자들과 함께 있으면 장자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을 위하여 뛰어난 진리를 설하였고, 거사(居士)들과 함께 있으면 거사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의 탐욕과 집착을 끊게 하였다. 또 만약 왕족[刹利]과 함께 있으면 왕족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인욕을 가르쳤으며, 바라문과 함께 있으면 바라문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의 아만(我慢)을 없애게 하였고, 대신(大臣)들과 함께 있으면 대신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정법(正法)으로 가르쳐 주었다. 만약 왕자들과 함께 있으면 왕자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충효(忠孝)를 가르쳤으며, 내관(內官)들과 함께 있으면 내관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궁녀들을 바르게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서민들과 함께 있으면 서민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에게 복덕의 힘이 일도록 해 주었고, 만약 범천(梵天)과 함께 있으면 범천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뛰어난 지혜를 갖도록 일깨워 주었으며, 제석천과 함께 있으면 제석천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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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함을 나타내 주었고, 사천왕[護世]과 함께 있으면 사천왕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온갖 중생을 지키게 하였다. 장자 유마힐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방편으로 중생에게 이익되게 하고 있었느니라.

 

또 그는 방편으로써 몸에 병이 있음을 나타내었고, 그 병 때문에 국왕·대신·장자·거사·바라문 등과 또 여러 왕자와 함께 그 밖의 관리[官屬] 등 헤아릴 수 없는 수천의 사람들이 모두 찾아와 문병하게 되었다. 유마힐은 그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몸의 병을 예로 들어가면서 널리 설법을 했다.

 

"여러분, 이 몸은 무상한 것이고, 강하지 못한 것이며, 무력하고, 견고하지도 못하며, 재빠르게 썩어 가는 것이므로 믿을 것이 못 됩니다. 괴로움이 되고 근심이 되며, 온갖 병이 모이는 곳입니다. 여러분, 이와 같이 몸은, 지혜가 밝은 사람은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몸은 물방울[聚沫]과 같아서 잡거나 만질 수도 없고, 이 몸은 물거품[泡]과 같아서 오래도록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이 몸은 불꽃[炎]과 같아서 갈애(渴愛)로부터 생겨난 것이며, 이 몸은 파초(芭蕉)와 같아서 속에 견고한 것이 있지 않습니다. 이 몸은 허깨비[幻]와 같아서 잘못된 생각[顚倒] 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이 몸은 꿈과 같아서 허망한 망견(妄見)으로 된 것입니다.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업연(業緣)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며, 이 몸은 메아리와 같아서 온갖 인연을 따라 생기는 것입니다. 이 몸은 뜬 구름과 같아서 잠깐 사이에 변하고 사라지며, 이 몸은 번개와 같아서 한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이 몸은 주인이 없으니 땅[地]과 같으며, 이 몸은 아(我)가 없으니 불[火]과 같습니다. 이 몸은 영원한 수명[壽]이 없으니 바람[風]과 같으며, 이 몸은 물과 같아서 실체로서의 개아[人]가 없습니다. 이 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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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가 아니라 지·수·화·풍의 4대(大)를 집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몸은 공(空)한 것이니, 자아[我]와 자아에 소속되는 것[我所]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몸은 무지(無知)한 것이니, 풀과 나무와 기왓장과 조약돌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 몸은 지음이 없으니[無作] 바람의 힘[風力]으로 (인연을) 따라 굴러갑니다. 이 몸은 깨끗하지 않으니,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몸은 거짓인 것이니, 설사 몸을 씻고 옷을 입으며 밥을 먹는다 해도 반드시 닳아서는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몸은 재앙이니, 백한 가지 병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몸은 언덕의 메마른 우물[丘井]과 같아서 늙음에 쫓기고 있습니다. 이 몸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이 몸은 독사와 같고, 원망스러운 도둑과 같고,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空聚]과 같아서 5음(陰)과 18계(界)와 모든 입처[入]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 입니다.

 

여러분, 이 몸은 근심스러워하고 꺼려야 할 것이요, 마땅히 부처님의 몸[佛身]을 즐겨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의 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실한 모습 그 자체[法身]이기 때문입니다.

                                                                                  [17 / 121] 쪽

그것은 헤아릴 수 없는 공덕과 지혜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계(戒)·정(定)·혜(慧)·해탈(解脫)·해탈지견(解脫知見)으로부터 생기고, 자(慈)·비(悲)·희(喜)·사(捨)로부터 생기며, 보시(布施)하고 계를 잘 지키며[持戒], 잘 참고[忍辱], 마음을 온화하게 갖고[柔和], 힘써 수행해 정진하고[勤行精進], 선정(禪定)으로 해탈(解脫)하여 삼매(三昧)에 들고, 많은 가르침을 듣고[多聞], 지혜(智慧)를 닦는 등 온갖 바라밀(婆羅蜜)로부터 생깁니다. 또 그것은 뛰어난 방편을 따라서 생기고, 여섯 가지 신통력[六通]으로부터 생기며, 세 가지 초인적인 능력[三明]으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37도품(道品)으로부터 생기며, 지관(止觀)하는 것으로부터 생기고,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不共法)으로부터 생깁니다. 선(善)하지 않은 모든 것을 끊고 선한 모든 것을 모으는 것으로부터 생기고, 진실로부터 생기며, 방종하지 않는 것[不放逸]으로부터 생깁니다.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이 청정한 법으로부터 여래(如來)의 몸은 생기는 것입니다.

 

여러분, 부처님의 몸을 얻어 모든 중생의 병을 끊고자 원한다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일으켜야 됩니다."

 

이와 같이 장자 유마힐은 문병 온 모든 이들을 위하여 그들에게 알맞은 설법을 하여 헤아릴 수 없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하였다.

 

3. 제자품(弟子品)

그 때 장자 유마힐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몸져 누워 있는데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큰 자비를 베푸시지 않으실까?'

 

부처님께서는 유마힐의 그러한 마음을 아시고 곧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유마힐을 찾아가 문병을 하도록 하라."

 

사리불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

                                                                                 [18 / 121] 쪽

하면 생각해 보니, 저는 예전에 숲 속 나무 밑에서 좌선[宴坐, phatisa layana]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이여, 반드시 이렇게 앉아 있다고 해서 그것을 좌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좌선이란 것은 몸과 마음의 (작용이) 삼계(三界)에 드러나지 않는 것입니다. 멸정(滅定)을 일으키지 않고서도 온갖 위의(威儀)를 나타내는 것, 이것이 좌선입니다. 진리의 법[道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세속의 일상 생활[凡夫事]을 나타내는 것이 좌선이며, 마음이 안으로 닫혀 있(어서 고요함만을 탐닉하)지 않고 밖을 향하(여 혼란하)지 않는 것이 좌선입니다. 온갖 견해에도 요동하지 않으면서도 37도품(道品)을 닦는 것이 좌선이며, 번뇌를 끊지 않고서도 열반에 드는 것이 좌선입니다. 만약 이같이 앉을 수 있는 자라면 부처님께서는 인가하실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저는 이러한 말을 듣고서도 말문이 막혀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그에게 찾아가 문병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목건련(大目犍連, Mahmaudgalyyana)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을 찾아가서 문병을 하라."

 

목련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그에게 찾아가 문병하는 일을 저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생각해 보니, 저도 비야리 대성으로 들어가 거리에서 많은 거사들을 위해 법을 설하고 있었는데, 그 때 유마힐이 다시 와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대목련이여, 백의거사(白衣居士)를 위해서 설하는 설법은 그대가 설하듯이 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설법이라고 하는 것은 마땅히 여법(如法)하게 설해야 합니다. 법에는 중생이 없으니, 중생의 번뇌[垢]를 떠났기 때문이며, 법에는 자아의 존재[有我]가 없으니, 나[我]의 번뇌[垢]를 떠났기 때문이며, 법에는 수명(壽命)이 없으니, 생사를 떠났기 때문이며, 법에는 인(人)이 없으니, 과거의 생과 미래의 생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19 / 121] 쪽

법은 항상 고요하니[寂然], 모든 상(相)을 없애 버렸기 때문이며, 법은 상을 떠나 있으니, 인식의 대상[所緣]이 없기 때문입니다. 법은 이름이 없으니, 언어로 미칠 수 있는 길이 끊겼기 때문이며, 법은 말[說]이 없는 것이니, 크고 작은 생각[覺觀]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법은 모양이 없으니, 허공과 같기 때문이며, 법은 부질없는 말[虛論]이 없으니, 필경공(畢竟空)이기 때문입니다.

 

법에는 내 것[我所]이 없으니, 내 것, 네 것을 다 떠났기 때문이며, 법에는 분별이 없으니, 식별(識別)하는 작용[識]이 없기 때문입니다. 법은 비교할 수가 없으니, 상대(相對)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법은 근본적인 원인[因]에 속한 것이 아니니, 간접적인 원인[緣]에 관계되지 않기 때문이며, 모든 존재에 골고루 나타나 있으므로 법성(法性)과 같기 때문입니다. 법은 여여(如如)함을 따르니, 다른 것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며, 법은 실제(實際)에 머무르니, 어떠한 환경[邊]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에는 동요함이 없으니, 6경[塵]에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며, 법은 오고 감[去來]이 없으니, 시간[常] 속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은 공(空)을 따르고 무상(無相)을 따르고, 작위함이 없어야[無作] 하니, 법은 아름다움과 더러움의 (차별을) 떠났으며, 법은 더하거나 덜함이 없으니, 법은 생멸(生滅)이 없기 때문이며, 법은 돌아가야 할 바도 없으니, 법은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心]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며,

                                                                                  [20 / 121] 쪽

법에는 높고 낮음이 없으니, 법은 상주(常住)하여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며, 법은 일체의 분별하는 관찰(觀察)과 소행에서 떠났습니다. 대목련이여, 법상(法相)은 이와 같은데, 어찌 설할 수 있겠습니까? 무릇 법을 설하는 것은 설함도 없고, 가리킴도 없으며, 그 법을 듣는 것도 들음도 없고 얻음도 없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마술사[幻士]가 마술로 만든 인형[幻人]을 위하여 법을 설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땅히 이러한 생각을 갖고서 법을 설하여야 합니다. 마땅히 중생의 능력[根]에 예리하고 무딘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만 하며, 중생을 보고 지견(知見)이 어떠한 것에도 걸림이 없어야 하고, 커다란 자비심으로 대승(大乘)을 찬탄하며,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염원하여 3보(寶)가 끊어지지 않도록 한 다음에 설법해야 합니다.'

 

유마힐이 이와 같이 법을 설하였을 때, 8백 명의 거사들이 한결같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이러한 말재주[辯才]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를 찾아가 문병을 하기에 적당치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가섭(大迦葉, Mahkyapa)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을 찾아가 문병을 하도록 하라."

 

가섭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에게 찾아가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생각해 보니, 저는 옛날 가난한 마을에서 걸식을 하였는데, 그 때 유마힐이 저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대가섭이여, 자비심을 가지면서도 널리 펴지 못하고, 이같이 부잣집을 내버려두고 가난한 사람만 쫓아가 걸식을 하니, 가섭이여, 평등한 법에 머물러 마땅히 차례대로 걸식해야 합니다. 먹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마땅히 걸식을 해야 하며, (5온에 의해 임시적으로)뭉쳐진 (육신에 대한 집착을)깨뜨리기 <종>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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