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장애와 神氣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현대의 과학은 물질적인 분야에서는 상당히 많은 성과를 거두고 발전해왔지만 정신적인 분야나 영혼의 세계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다 깊은 의식의 차원이나 영적(靈的)인 현상에 대해 얘기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하거나 미신(迷信)이라고 합니다.
현대 과학으로는 아직 증명을 할 수 없지만 현상계 · 물질계를 초월하지 못한 분상에서는 지옥이나 천상이 존재하며 귀계(鬼界)도 있습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일체가 공(空)하므로 이런 세계가 벌어지지 않지만, 중생들이 관념에 의지하여 현실을 있다고 믿는다면 영계(靈界) · 천상계(天上界) · 극락(極樂) · 지옥(地獄)도 모두 있는 것이 됩니다.
깨달음을 얻은 자리에서 본다면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서방정토 극락세계까지도 중생들의 업, 즉 관념이 만들어낸 허상입니다. 그래서 「원각경」에서는 ‘모든 부처님 세상일지라도 허공에 아물거리는 꽃과 같다’고 했습니다. 불국토가 허공꽃에 지나지 않는데, 천상신들이 사는 천상계가 따로 있으며 지옥과 귀계가 따로 있겠습니까? 깨달은 눈으로 보면 일체가 공(空)하여 모두 없는 것입니다.
깨닫지 못한 중생들의 분상에서 볼 때에는 엄연히 존재하는 귀계(鬼界)에도 법과 질서가 있습니다. 인간계에서 나름대로의 법도와 질서를 정해놓고 그것을 어기면 사회적 관습에 의해 제재를 가하거나 법률에 의지하여 벌을 주듯 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는 귀계의 질서를 알 수 없으므로 종종 그것을 어기게 됩니다. 그러면 법을 어겼다고 해서 귀계의 중생들이 인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현대 과학은 이런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신(迷信)이라고 하겠지만 중생계에서는 이러한 도리가 어길 수 없게 착착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은 정해진 형식, 법도를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유가(儒家)풍속에 따라 집안에서 조상님들의 제사를 모시는 데도 정해진 법도가 있습니다. 요즘은 제사를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편의(便宜)를 따라 큰집 갔다가 작은집 갔다가 제 마음대로 하는데, 유가법(儒家法)도 법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다가는 그것이 허점이 되어 화(禍)가 쳐들어오게 됩니다. 질서를 어겼다고 귀계중생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 법 안에서, 절에서 부처님과 조상님께 정중히 고하고 약속을 바꾸거나 질서를 변경하면 괜찮습니다.
모든 것이 다 법의 흐름이 있습니다. 제멋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에서 신주(神主)를 모시거나 다른 종교를 믿다가 불교로 개종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 자신이 모시던 신주나 성물(聖物) 등을 모두 불태우거나 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가는 큰일납니다. 거기에 접한 귀신이나 잡신(雜神)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했다가는 큰 환란이 일어납니다. 그럴 때는 절에 모셔와서 부처님 법에 따라 잘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병(病)에 걸렸을 때 현대인들은 병원의 치료에만 의존하지만, 불교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그 원인이 바로 귀계의 영향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계의 질서를 어겨서 법을 받거나, 선망(先亡)부모형제가 구해달라고 하소연을 하기 때문에 병이 나는 것입니다. 영가에게 집착심이 남아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떠돌면서 후손들 주변을 맴돌아도 재앙이 닥쳐옵니다. 후손들이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리고 몸에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영가장애’라고 합니다.
영가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구제 방법을 설해놓은 곳에는 매우 많지만 부처님 정법 가르침에 기준해서 바르게 풀어가는 곳은 드뭅니다. 영가장애가 있을 때 선망 조상님들을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을 읽어드리고 천도재를 올려드리면 큰 힘이 되고 영가장애가 무난히 잘 풀릴 수 있습니다.
질병이 심할 때에는 ‘구병시식(救病施食)’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병시식은 마치 귀신을 쫓는 의식인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구병시식은 사람이 귀계의 질서를 잘 모르고 어겼으니 부디 용서해달라는 참회의 뜻으로 올리는 불공 의식입니다. 그러므로 구병시식을 할 때는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귀신을 쫓아낸다고 무당 같은 마음을 가지고 시식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구병시식 재자(齋者)는 병이 나았는데 영가가 법사에게 씌워서 애를 먹게 되기도 됩니다.
부처님 법은 대자대비한 것이고 일체중생의 근기에 수순(隨順)해주는 법이기 때문에 말썽을 부리는 ‘깡패귀신’이든 ‘무당집 귀신’이든 모두 받아들여서 베풀어 먹이고 따뜻하게 보듬어서 부처님의 밝은 가르침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깡패귀신이라고 해서 부처님 문중에서조차 발길로 걷어차버린다면 그 중생들은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럴수록 따뜻하게 베풀어 먹이고 개과천선하는 법을 일러주어서 본마음을 깨닫고 함께 성불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무당들은 귀신을 쫓아버리는 법을 씁니다. 불교나 기독교 등의 종교를 믿으며 기도를 하다가 무당이 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기도를 하다가 식(識)이 맑아지면 남의 생각이나 미래를 알게 되는데, 그것이 무슨 대단한 능력인 줄 알고 써먹으면 매(昧)해서 정신이 희미해지게 됩니다. 그때 자꾸 힘을 달라고 구하는 기도를 하면 ‘내가 부처다’‘내가 하나님이다’하면서 잡신이나 깡패귀신이 들어오게 됩니다. 염불이나 기도를 할 때 정견(正見)을 가지고 바르게 해야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삿된 마음으로 염불과 기도를 하기 때문에 이런 경계에 걸려들기 쉽습니다.
기도를 하다가 무당이 되는 일이 없게 하려면 우선은 정법 도량에서 바르게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식(識)이 맑아지는 경계가 났을 때에는 부처님이 50가지 변마(辨魔)에 대해 설해놓으신 「능엄경」을 읽고 스스로 경책을 하거나 선지식에게 세밀히 물어가야 합니다. 또 기도나 염불을 사다리. 즉 방편 삼아 하더라도 종국에는 화두를 들어서 이런 기운이 붙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기도를 해도 언제나 선(禪)의 사상에 의지하여 바르게 해야 합니다. 선(禪)의 사상은 중생들이 관념과 망상을 의지해서 건립하는 허상의 세계를 부수고 참된 진리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또한 어둠을 밝혀 밝은 이치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의 사상에 의지하여 바르게 기도한다면 이런 어두운 귀신 기운이 붙을 수 없고, 설혹 와서 뒤흔든다고 해도 그것이 허상임을 알아 자기중심을 잘 지키고 앞만 보며 똑바로 나가기 때문에 이런 경계에 팔리지 않습니다.
삿되게 기도를 해서 무당이 되었을 때 제법 영특한 고급 신이 들리면 알아맞히기도 잘하고 여러 가지 능력도 생기지만 그것도 오래 못 갑니다. 3년이 지나면 신(神)이 권태증을 내어 자기보다 낮은 수준의 신에게 무당을 인계하고 가버립니다. 그렇게 20년 동안 일곱 번 정도만 귀신이 번갈아들면 나중에는 수준이 매우 낮은 귀신에 씌게 됩니다. 저질 귀신이 접하면 점도 하나도 안 맞고 진저리가 날 정도로 혹독한 시집살이를 당하게 됩니다.
큰무당은 고급 신을 위하면서 자기보다 힘이 약한 귀신들을 두들겨 내쫓아버립니다. 이렇게 자기보다 약한 귀신이라고 해서 함부로 내쫓는 일을 밥먹듯이 하다가 나중에 큰 봉변을 당하게 됩니다. 무당이 힘이 셀 때는 못 덤비다가 세월이 흘러 저질 신이 씌었을 때 그간 쫓겨나던 약한 귀신들이 원한을 갚겠다며 모두 합세해서 쳐들어와 작살을 냅니다. 하지만 부처님 법은 이런 것이 없습니다. 전부 자비심으로 안아들이고 부처님 법을 일깨워주어 밝은 길을 걷게 함으로써 구제를 해주기 때문에 그런 원한이 없습니다.
무당의 세계에 대해 말하면 비과학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를 살펴볼 때 무당이 없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증거만 하지 못할 뿐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인 것입니다. 요즘은 신세대 무당이라고 해서 대학까지 다 마친 인텔리 무당들도 있고 연예인 무당들도 있습니다. 무당에 대해 말하면 미신(迷信)이라고 배척하지만 이렇게 세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없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미신입니다. 말 그대로 어리석은 믿음인 것입니다.
무당이 되어 모셔놓고 점을 치면서 살더라도 자살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점을 치고 굿을 해서 번 돈을 좋은 곳에 쓰면 그것이 복이 되어 귀신 시집살이를 해도 그 힘으로 그럭저럭 유지를 해나갈 수 있습니다. 수행하는 스님들 뒷바라지를 한다든지, 또 나름대로 착한 일을 한다든지 해서 복을 자꾸 지으면 그 복력(福力)으로 그나마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하게 됩니다.
이런 귀신이 들어왔을 때에는 부처님 법에 의지하여 자신을 정화하여야 합니다. 이런 기운을 절대로 미워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중생이든 자신을 미워하는 것은 싫어합니다. 어쨌든 인연이 있어서 들어온 것입니다. 과거 전생에 ‘그런 기운이 들어오소서’하고 스스로 청하는 기도를 해서 들어온 것입니다.
산신기도나 칠성기도를 잘못된 방법으로 하며 ‘내 손이 약손이 되게 해주십시오’하는 등 능력을 구하는 이들에게는 자칫하면 이런 기운이 들어오게 됩니다. 금생에 이런 기운이 안 들어오면 내생에라도 받게 됩니다. 그때에 싫다고 거부하면 들어오라고 청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함부로 내쫓으려고 하느냐고 애를 심하게 먹입니다. 나갈 때도 그냥 나가지 않습니다. ‘너 죽고 나 죽자’고 아주 작살을 냅니다. ‘네가 청해서 들어왔는데 자꾸 쫓아내니 괘씸하다. 이왕 나갈 바엔 너를 죽여놓고 가겠다’라고 고난(苦難)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번 신기(神氣)가 들면 그것을 벗어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정법에 의지하여 서서히 풀어나가면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귀신 기운이 있으면 그것을 미워하지 말고 부처님 법을 일러주어 개과천선을 시켜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신기를 이겨낼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청해서 들어온 인연이니 부처님 법에 함께 귀의해 같이 성불하자는 대자비의 마음으로 경을 읽어주어야 합니다.
경을 읽어줌으로써 ‘당신은 귀신이니 귀계(鬼界)로 가야 한다’고 바른 이치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학생이 공부도 안 하고 어른 흉내를 내며 집안 일에 간섭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기 자리를 멋대로 벗어나서 자기 할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기 망하고 집안 망하고 나라 망하고 마침내는 지구가 망합니다. 모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에 충실해야 합니다. 귀신에게도 이런 도리를 일러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과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자기가 지은 대로 받게 되어 있는 인과법을 자꾸 일러주면 귀신도 함부로 행동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지장경」을 읽고 천도재를 올려주면 좋습니다. 「지장경」에는 인과의 도리가 세밀히 들어 있고, 천도재를 올릴 때 독경하는 시식문(施食文)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담은 심지법문(心指法門)입니다.
경을 여러 번 읽게 되면 그 내용이 사람의 머리에서 계속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귀신은 그 생각을 들여다보고 인과의 도리를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부처님 법을 차근차근 가르쳐서 불법에 귀의하도록 해주면 좋은 법을 만나게 해주어서 참으로 고맙다고 하면서 귀신이 그 사람을 은인으로 모십니다.
귀계중생이든 지옥중생이든 부처님의 자비심으로 따뜻하게 안아 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무당집 귀신, 말썽 부리는 깡패귀신, 떠돌아다니는 거지귀신이라고 무시하고 함부로 내쫓는 것은 부처님의 법이 아닙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따뜻한 품으로 안아들여 배고프다고 하니까 우선 먹여주고, 그후에는 부처님의 법을 차분히 일러주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개과천선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어떤 짓을 했든 미워할 중생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리석어서 그랬을 뿐이고 잘 몰라서 미혹된 경계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일체중생을 하나도 남김없이 구제해주는 것이 불법(佛法)입니다. 마치 열 살도 안 된 자식처럼 따뜻하게 다독거려 일체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바로 보살행(菩薩行)입니다.
출전 : 正日禪師法語集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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