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3155-63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치 사람이 밝고 맑은 거울을 잡고 그 거울 속에서 자기의 얼굴 모습을 보다가 만일 거울을 치우면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것과 같나니, 이 식도 그러하여 사람의 몸으로부터 옮아가면서 그 식계(識界)는 오직 죄와 복만을 보느니라. 비유하면 태어날 때부터 눈이 먼 소경은 해가 처음 뜰 때나 정오 때나 저녁 때를 보지도 못하고 밤에도 역시 달이 나올 때나 캄캄할 때를 모두 다 보지 못하는 것과 같나니, 이 식도 역시 그러하여 그 몸 안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니라. 대약아, 이 몸 안에서 애착하고 취하고 생각하는 것을 지혜 있는 이는 식이 있어서 그러한 줄 알뿐이니라. 이 몸에 화합하고 쌓여 모인 모든 계(界)와 입(入)과 음(陰) 등, 모든 색(色)인 눈·귀·코·혀와 색 등, 모든 느낌과 괴롭거나 즐거움을 받는 모든 뜻 등으로서 모든 색을 지닌 것을 바로 식이라 하느니라. 대약아, 마치 사람이 혀로 달기도 하고 맵기도 한 맛을 볼 때 그 사람의 혀에는 색이 있으나 그 맛은 색이 없으며, 이 몸 안에 있는 모든 뼈와 골수와 살과 피는 모두 색이 있지만 느끼는 것은 색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것을 죄와 복을 받는 식이라 하느니라.”
그 때 발다라파리는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죄와 복을 받는 자는 누구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발다라파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나는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진실을 볼 수 있는 이가 있으니 그는 이 식을 보느니라. 하지만 이 식을 얻을 수는 없으리니 마치 손바닥에 놓인 암바라(菴婆羅) 열매를 보듯이 이 식은 눈의 길에 머무르지 않고 또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저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수의 여래께서 이 식을 보신 것처럼 나도 볼 수 있는 색이 있으나 오직 어리석은 무리들이 볼 수 없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위하여 식이란 이름이 있다고만 말을 하는 것이요, 볼 수는 없느니라.
발다라파리야, 이 식이 죄와 복을 받는 것과 같은 일을 나는 너에게 말하리니, 너는 자세히 들을지니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음귀(陰鬼)나 양전귀(羊顚鬼), 혹은 건달바귀(乾達婆鬼)나, 천신(天神)에게 홀렸을 적에 발다라파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사람의 몸 안에서 그런 모든 귀신이나 음귀 등을 볼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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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다라파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귀신 등이 사람 몸 속이나 또는 바깥에 있다 하여도 실로 볼 수 없사옵니다. 그 모든 귀신들은 다만 사람 몸 속에 있을 뿐이요 역시 색은 없나이다.”
“발다라파리야, 마치 저 가장 훌륭한 천신이 사람 몸 속에 있으면 가장 묘한 향과 꽃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이며 그리고 모든 꽃다발과 음식 등에서 가장 으뜸가고 훌륭한 것을 취하나니, 그와 같아서 이 몸도 가장 수승한 업을 취할 때에는 식으로 말미암아 받나니, 혹은 왕위(王位)를 취하여 다스림과 교화함이 자재하기도 하고 혹은 부유한 대장자의 집에 태어나기도 하며 혹은 천상의 과보를 받기도 하는 등 이와 같이 이 식은 복을 받는 것이니라. 이 가장 수승한 천신의 영(靈)이 사람 몸 속에 있으면 가장 훌륭한 제사를 받으면서 혹은 왕위를 받기도 하고 혹은 부유한 몸을 받기도 하여 그 사람의 몸을 윤택하게 하고 기쁘게 하듯이 이 식이 복을 받는 과보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발다라파리야, 마치 저 청정하지 못한 비사사(毘舍闍) 귀신이 사람 몸 속에 의지하여 있으면 청정하지 못한 더러운 물건들을 받아서 혹은 뒷간에서 온갖 제사를 받기도 하며 제사를 받은 뒤에는 곧 기쁨을 내듯이 그 사람은 청정하지 못한 귀신의 힘을 입었기 때문에 항상 더럽고 부정한 곳을 좋아하게 되고 마음으로는 이미 좋아한 뒤에 더럽고 악취 나는 물건을 얻어서 기쁨을 내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이 신식은 나쁜 과보를 얻어 청정하지 못한 뜻을 내면서 혹은 빈한하고 천한 집에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낮고 비열한 집에 가 나기도 하며 혹은 아귀로 나기도 하여 항상 더러운 찌꺼기를 먹으면서 기쁨을 느끼니 이 식은 이와 같이 나쁜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마치 저 수승한 천신의 영(靈)은 비록 색과 형상이 없다 하더라도 가장 훌륭하고 으뜸가는 제사를 받듯이 이 식도 비록 형색이 없다 하더라도 다만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한 과보를 받을 뿐이니라. 업을 따르면서 몸을 받는 것은 마치 저 형색이 없는 부다나(富多那) 귀신이 사람 몸에 붙어서 의지하여 있으면 항상 모든 똥이나 찌꺼기를 먹는 것을 좋아하듯이 이 식도 청정하지 못한 업 안에 있으면서 항상 낮고 천한 곳을 좋아하느니라. 발다라파리야, 너는 청정하지 못한 식도 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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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줄 알아야 하느니라. 발다라파리야, 마치 저 귀신의 형상이 사람 몸 안에 있으면서도 색이 없듯이 이 식이 착하고 착하지 않은 과보를 받는 것도 저 귀신과 같다고 이와 같이 알아야 하고 보아야 되느니라.”
그 때 대약 왕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음욕을 받는 것은 어떠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약에게 답하셨다.
“어떤 사람이 각각 화합하는 까닭에 음욕의 생각을 낸다고 보아야 하나니, 비유하면 마치 나무를 뚫으면서 불을 낼 적에 사람 몸의 힘으로 인하고 그런 뒤에야 불이 나오는 것처럼 음욕을 행하려 할 때에도 남자의 뜻으로 인하여 접촉을 느끼게 된 뒤에 음욕 하는 일이 생기게 되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꽃으로 인하여 종자가 생기되 그러나 그 꽃 안에는 처음부터 종자는 없으며, 꽃이 있기 때문에 그런 뒤에야 종자가 맺히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이 몸도 생긴 연후에야 식을 볼 수 있되 이 몸 안에서는 역시 볼 수 있는 식은 없으며 그럼에도 식으로 인해 몸 안에는 뼈와 골수와 피와 살 등의 청정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 것이니라. 마치 종자를 심은 뒤에 꽃이 생기고 꽃으로 인하여 빛깔과 향기와 맛 등을 느끼며 열매가 성숙한 뒤에는 도로 소멸해 버리듯이 이 식도 몸을 이룬 뒤에는 다시 소멸하면서 다만 선과 악을 취하고 마음과 생각과 뜻을 받으면서 식이 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니라. 저 남녀가 화합하여 기뻐하는 마음을 내고 그들의 교합(交合)으로 인하여 부정(不淨)한 것을 내고, 부정한 것을 낸 뒤에는 도로 저마다 서로가 떨어지게 되며 그 두 사람이 욕락(欲樂)을 받을 적에 마음으로 기뻐하고 이미 욕락을 받고 나면 다시는 음욕의 생각이 없이 저마다 도로 떨어지는데 혹은 싫어하면서 떨어지게 되나니, 음욕의 생각은 이와 같고 이와 같은 것이니라.
이 식은 몸으로 인하여 반연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서 느낌과 생각이 더욱 자라나니, 마치 사람 몸이 여색을 봄으로 인하여 곧 음욕의 생각을 내어 저마다 몸이 달라붙고 음욕이 끝난 뒤에는 도로 다시 싫어하고 떨어지면서 떠나가는 것과 같으니라. 이 식도 역시 그러하여 이미 몸을 받은 뒤에는 도로 다시 버리고 떠나게 되며 싫어하면서 떠나려는 생각을 내는 것이니라. 또 부모가 음행을 함으로써 오며, 중음(中陰)이 와서 몸을 받는 반연의 업으로, 이 식이 그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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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서 그 음욕의 인연으로 몸이 성취되지만 그 업은 색이 없으며 그 남자와 여인이 되는 인연 역시 색은 없고 다만 인(因)을 받아서 반연하기 때문에 음욕의 생각을 내어 곧 색을 갖나니 이 때문에 욕심이 생각을 느낀다고 하며 색이 욕심의 생각을 느끼기 때문에 욕심을 받는다[受欲]고 하느니라.
또 대약아, 계율을 지니는[持戒] 반연으로 인하여 뒤의 과보를 받은 이 일이 어떠한가를 나는 너에게 말하여 주리라. 계율을 지닌다 함은 몸으로 살생을 하지 않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고, 싸움이나 문란을 삼가면서 방일하지 않는 것이니라. 이것을 반연하여 뒤의 세상에 수다원(須陀洹)의 과위와 사다함(斯陀含)의 과위를 받으려고 곧 후생의 몸으로 하늘의 몸이나 사람의 몸을 받으면서 그는 유루(有漏)나 무루(無漏)의 착한 업으로 모든 음(陰) 등을 성취하여 그 곳의 식을 윤택하게 하며, 착하거나 착하지 않은 모든 업을 받아 지니면서 식 등을 성취하나니, 모든 욕심의 일을 받은 뒤에는 도로 스스로 싫어하며 여의느니라. 이 때문에 이 계율을 지님으로 인하여 뒤의 과보를 받는다 하느니라.”
그때 대약 왕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식이 어떻게 하늘의 몸을 받으며 또 어떻게 지옥의 몸을 받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약 왕자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대약아, 자세히 들어라. 나는 너를 위하여 그 일을 해설하리라.
대약아, 이 식은 법계(法界)를 지님으로써 하늘의 마음으로 보는 견(見)이 생기는데 그 하늘의 견[天見]은 육안에 있지 않고 그 견 자체로 보는 것이 곧 수인(受人)이니, 그러므로 견의 수인이라 하느니라. 그리고 이 사람이 보는 하늘의 견은 복의 반연으로 선(善)이 성취되었으면 곧 하늘의 궁전과 욕계의 하늘[欲天] 가운데서 갖가지 5욕의 즐거운 일들을 누리는 것을 보게되나니, 이렇게 보고 나서는 곧 욕심을 내면서 이러한 일로 인하여 생각하는 지혜[會智]를 일으키면서 '나는 이제 마땅히 그 곳에 가 나야겠다'라고 할 뿐이니라. 그는 이러한 욕심을 내고 나서 염착(染著)하는 생각을 일으켜 마음에 존재의 모양[有相]을 취하면서 다시 그의 옛 몸이 시체[尸陀林]로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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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 있음을 보고 그는 곧 이와 같이 생각하느니라. '나는 하늘의 식이로구나. 이것은 선근을 지었기 때문에 나는 마땅히 천상을 향하고자 한다.'”
그 때 대약 왕자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식은 이와 같이 옛 몸에 붙어 있었거늘 어찌하여 곧 옛 시체에 들어가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약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대약아,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수염과 머리를 깎았을 적에 수염과 머리카락이 벌써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나의 이 수염과 머리카락은 검고 향기롭고 깨끗하구나. 나는 이 머리칼을 도로 머리 위에 예전처럼 붙여야겠다'라고 하면, 대약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머리카락을 다시 머리에 붙일 수 있느냐?”
대약이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약아,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사람의 식도 몸을 버리고 나서 도로 그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의지하여 머물고자 하지 않느니라.”
그 때 대약 왕자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식은 이미 미세하고 바른 색도 없으면서 광대하고 끝이 없거늘 어떻게 와서 크고 흰 코끼리의 몸에 나아가게 되며 또 금강을 깨뜨릴 수 있는 몸을 성취하나이까? 이미 코끼리 천 마리의 힘이 없는데 어떻게 사람으로 태어나서 곧 코끼리 천 마리의 힘을 지닐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약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바람은 색도 없고 볼 수도 없지만 산골짝 사이에 머물러 있다가 그 바람이 산골짜기로부터 나오게 되면 어느 사이엔가 수미산과 같은 높고 큰 산을 꺾어뜨리고 무너뜨리면서 부수는 것과 같나니, 대약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바람에 무슨 색이 있으며 그 산에는 또 무슨 색이 있더냐?”
대약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바람은 부드럽고 연약하며 또 색신(色身)도 없다고 보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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