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3110-62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106 / 3476] 쪽
같았다. 부처님께 와서 여래의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한 용모와 고요하고 맑고 안정된 공덕이 간직한 몸이 마치 금나무의 광명처럼 빛나고 번쩍거리면서 대나무 숲[竹林]에 두루 가득 찬 것을 자세히 살펴보며 있었다. 이 때 현호는 곧 부처님께 청정한 신심(信心)을 내면서 합장하고는 '세간 안에 큰 명문(名聞)을 얻으셔서 살바야(薩婆若)요,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아라하(阿羅訶)·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라 하시더니, 헛된 말이 아니라 진실이로구나'라고 생각한 뒤에 곧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다. 그리고 나서 두 무릎을 땅에 대고 일심으로 고개 들고 세존을 자세히 보면서 눈을 잠시도 깜박이지 않았다. 이렇게 여래를 우러러보고 있을 때 그의 몸은 엄연(儼然)하여 기울지도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 때 세존은 발다라파리 장자가 마음속으로 이와 같이 간절히 우러르는 것을 보시고 다시 몸에서 묘한 광명을 내시니, 광명이 비출 때에 그 발다라파리 장자는 곧 두려움이 없음[無畏]을 얻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다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는 길게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가엾이 여겨 주소서.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에게 가르쳐 보이소서. 큰 성인이신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 곁에서 신심을 낸 지 오래지 않았사오니, 저를 위하여 현재의 일을 좇으면서 한 법문만이라도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지금 간절히 우러르면서 모든 법을 듣고 싶어하나이다. 나고 죽는 가운데서 번뇌에 핍박받아 의혹이 많이 있고 마음은 항상 분별하고 있나이다. 가엾이 여기셔서 설법을 하시어 저로 하여금 의혹을 끝내 끊게 하소서. 큰 성인이신 세존이시여, 저는 바른 지견[正知]이 없기 때문에 미혹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번뇌의 나루를 벗어날 줄 모르나이다. 오직 큰 성인 세존께서는 바로 일체지(一切智)시라 세간에서 희유함은 마치 여의주(如意珠)와 같으시니, 모든 중생들에게 즐거움을 주시어 성취하게 하시기 때문이옵니다. 또 세존께서는 부모와 같으셔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좋은 과보를 얻게 하는 바로 그 근본이시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발다라파리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발다라파리야, 만일 의심이 있으면 이제 너 마음대로 물어라. 나는 너를 위하여 분별하며 해설하여 주리라.”
[3107 / 3476] 쪽
그 때 발다라파리 장자는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기뻐하면서 마음에 의심난 것을 묻고자 곧 일어나서 물러나 한 쪽에 가 섰다. 한쪽으로 가 선 그의 몸의 위엄과 광명이 너무나도 원만하고 구족하였으므로 그 때 장로 아난 비구가 그를 보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장자의 아들 발다라파리는 몸의 광명과 덕의 힘이 그 어떤 왕의 위덕보다 훌륭하오며 뛰어나고 절묘하여 무리에서도 출중하고 단정하여 사랑 할만 하나니 세간 안에서는 짝할 이가 없겠나이다.”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로 아난아, 너는 이제 이 발다라파리 장자의 집안에 있는 모든 즐거운 일들을 듣고 싶으냐. 그 즐거움을 누리는 과보에 이르기까지 모두 말하여 주리라. 설사 도리천(忉利天)의 제석천왕이라 하더라도 미칠 수가 없겠거늘 하물며 이 중생이겠느냐. 이 염부제에서 그에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옳지 못한 일이니라. 다만 장자의 사내아이 소마부지(蘇摩浮抵)[수(隋)나라 말로 진월(眞月)이라 한다] 한 사람만은 그렇지 않느니라.”
그 때 아난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이 발다라파리 장자의 집안에 무슨 훌륭함이 있기에 세존께서는 그렇게도 칭찬하시옵니까?”
그 때 부처님께서 장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이 장자 아들이 지니고 있는 자재(資財)와 선근은 너무도 넓고 크나니,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차례로 말하리라. 아난아, 이 장자의 아들에게는 무릇 6만이나 되는 최대의 거상(巨商)들이 항상 그의 뒤를 따랐으며, 그 모든 거상들은 저마다 한량없는 기이한 재보를 지니고 있어서 부유하고 풍요로우니라. 그 발다라파리의 집안에는 항상 사방과 위와 아래에 으뜸가고 묘하게 만든 6만 개의 평상과 와탑(臥榻)이 펼쳐져 있고 여러 색깔이 섞인 상보로 그 위를 덮었으며, 다시 아주 진한 붉은 색이 섞인 비단으로 안석과 비게가 만들어졌고, 그 양 곁에는 여러 색깔이 섞인 예쁜 천과 교사야(憍奢耶) 등이 있으며 곳곳마다 일제히 네 가지의 제구가 있느니라. 또 화완포(火浣布)와 삼·모시 등등 사방의 토지에서 나오는 갖가지 의복과 여러 가지 기이한 물건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3108 / 3476] 쪽
그 집을 장엄하였고, 그들의 모든 의상(衣裳)은 부드러워서 마치 손바닥처럼 깨끗하고 윤기가 났으며, 그 집안 곳곳에는 진주와 영락을 두루 갖추어 매달아 놓고 장식으로 삼았느니라. 또 6만의 채녀(婇女)들은 단정하고 뛰어나게 잘 생긴데다 살결은 곱고 매끄러웠으며 실없이 웃지도 않고 하는 말은 묘하며 자태는 아름다웠고, 사람들의 뜻을 잘 맞추었으므로 성을 냈던 이들도 그들을 보기만 하면 저절로 기뻐하였고, 근심과 걱정이 있던 사람도 그들을 만나기만 하면 이내 위안이 되었으며, 그들의 우스갯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트이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하였으며, 그들은 모두 효행이 있고 유순하였느니라. 자기 남편을 우러르면서 아내로서 예절을 완전히 갖추었고, 다른 남자에 대하여는 음욕의 마음을 여의었으며, 혹은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알면서 합장하고는 눈썹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몸을 굽히면서 공경하였고, 오로지 그의 남편만을 향하면서 딴 데는 돌아보는 일이 없었느니라. 이따금 저마다 그들의 남편을 유달리 사랑한 까닭에 마음에 질투를 내고 서로 싸우고 혐오하면서 눈썹을 찌푸리고 코를 찡그리는 것이 마치 굽은 갈고리 같았으나 이것을 핑계로 삼아 장난을 하는 것이요 실은 질투하는 마음이 없었느니라. 손톱은 가늘면서 길고, 손가락 마디는 둥글면서 곧았으며, 복사뼈와 팔목은 세밀하게 생기어 간드러진 몸매를 지녔으며, 요염한 맵시로 뒤돌아보면서 걸음을 조용히 걸었고, 행동 거지는 몸을 뒤틀면서 아양을 부렸으며, 머리칼은 감청색(紺靑色)이면서 부드럽고 윤기가 흘렀으며 머리를 땋고 빗질한 교묘한 솜씨는 남을 놀라게 하고 유혹 할만 하였느니라. 이러한 모든 채녀들 가운데는 시중을 들거나 몸을 기대거나 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 모든 채녀들은 모두가 오로지 자기 남편만을 받들었으므로 청정한 명성은 널리 퍼져 있었으며, 이 채녀들은 최대의 종성(種姓)을 자랑하는 터라 그들의 집안에 있을 때에도 평판이 좋았으므로 다 같이 대갓집으로 시집가게 되었느니라.
이와 같은 갖가지 장엄을 갖춘 장자 현호의 집안은 헤아
릴 수도 없이 크고 넓었느니라. 또 그 장자가 음식을 먹으려 할 때에는 6만 가지나 되는 국과 밥 등의 진수성찬이 나왔는데 마치 천상의 주방과 똑같았으며, 그 밥은 전부 쌀밥이고 빛과 맛이 뛰어나서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느니라. 그리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입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이내 녹아버리고, 먹은 뒤에는 속이 갑갑하
[3109 / 3476] 쪽
지 않고 시원해졌으니, 그가 받는 과보는 마음에 맞도록 저절로 이르렀으며, 또 먹고 나면 몸에 빛이 나고 가뿐해지면서 모든 악취가 없어졌느니라. 또 그 장자의 집안에는 6만 대의 수레가 있었는데 수레마다 갖가지 진기한 장식품을 장엄하였고, 진주를 위아래에 똑같이 사이사이에 섞어 넣었으며, 모든 예쁜 천으로 그 위를 덮었느니라. 또 향과 꽃을 저마다 널리 흩어 놓았고 땅에는 물을 뿌려서 먼지가 없었으며 청정하면서 윤이 났느니라. 또 그의 집안에는 다시 온갖 최상의 음악이 울렸는데 손으로 치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타기도 하며 입으로 불기도 하는 등 그 음향들은 미묘하여 거의 신비한 경지에 이르렀고, 노래와 곡조가 맞아들어 어울림은 마치 집비둘기들이 내는 소리와 같아서 아주 마음에 들었고 듣기 좋았으니, 이와 같이 미묘한 것들로 그 집을 장엄하였느니라. 또 그의 집안에 있는 동산의 숲과 나무들은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고, 화초들은 사이사이에 섞여서 붉고 선명함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나무와 숲 사이에는 새들이 저마다 낭랑하게 우짖는데 그 지저귐은 온화하고 청아하여 마치 천상의 궁전과 같으며 수미산의 뭇 보배를 한데 합쳐 놓은 것 같고 용이 사는 굴과도 같으니라. 또 온갖 등불을 켜 놓았는데 그 등불의 광명은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이 곳곳마다 환히 빛나서 밤에도 낮과 다르지 않느니라. 또 그의 집의 소유인 성(城)이 나라 안에 6만 개나 있는데 그 성에는 각각 길과 거리가 맞닿아 있고, 적을 물리치는 망루(望樓)가 두루 갖추어져 있으며, 그 성의 곳곳에는 각국의 장사문들이 왕래하고 모이면서 언어로 진기한 보물과 재화(財貨)들을 서로 사고 팔면서 교환하느라 와글거리는 시장을 이루고 있나니, 그 백천만의 대중은 헤아릴 수조차 없느니라. 또 그 성의 사방 둘레에는 동산이 있고 수백천 종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꽃과 열매가 흐드러지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므로 벌떼들이 다투어 날아와서 그 향기와 맛에 취하고 있으며, 또 그 모든 성에는 코끼리와 말과 수레들이 많이 있느니라.
아난아, 그 성안에 있는 모든 큰 부자인 장자와 거사 거상과 장사꾼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두 함께 발다라파리가 지닌 공덕을 찬탄하면서 합장하고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칭송하거늘 하물며 그의 명문(名聞)이겠느냐. 마음으로 모두가 그를 만나보기를 원하고 있느니라. 또 그 나라의 임금
[3110 / 3476] 쪽
파사닉왕(波斯匿王) 조차도 발다라파리 장자가 지닌 재보의 풍부함과 형세와 복덕을 보고는 스스로 몸을 낮추고 겸손해 하였으니 마치 가난한 사람이 그의 재보를 부러워하는 것과 같으니라.
아난아, 그리고 저 장자의 동자 진월(眞月)에게는 매양 끼니때가 되면 천 가지나 되는 진귀한 음식이 아침저녁마다 좌우에 바라는 대로 저절로 차려지느니라. 또 5천의 채녀들이 그를 에워싸고 받들어 섬기며 재미있게 즐기느니라.
아난아, 장자의 동자 진월이 받게 되는 쾌락을 제석천왕에게 비교하여도 천 배나 더 나으며, 발다라파리의 형모와 얼굴빛과 창고와 재보며 받는 쾌락의 과보에 견주어도 백 배 더 나으며 그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또 아난아, 이 발다라파리 장자에게는 탈의(奪意)라 하는 묘한 수레가 있는데, 미묘하고 곱고 정교하게 생겨서 인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느니라. 이 수레 안에는 하늘의 보배자리[天寶座]가 있으며, 그 수레는 순전히 하늘의 모든 보배를 사이사이에 섞어서 장식하였고, 그 모든 하늘보배인 마노(馬瑙)와 금강(金剛)과 진주(眞珠)와 진기한 조개에서 나오는 번쩍거리는 광명은 마치 허공에 별이 장엄한 것과 같나니, 수레가 다닐 때에는 신속하기가 마치 바람과 같았느니라.
아난아, 발다라파리가 수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바다 안으로 가서 값진 보물을 캐고 싶은 생각이 들면 그의 뜻대로 이내 가서 이르며, 즐거움을 다 누린 뒤에 만일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면 그가 마음먹은 대로 이내 와 닿느니라.”
그 때 아난은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합장 공경하면서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발다라파리 장자는 옛날에 어떠한 선근을 지었기에 금생에 이와 같은 과보를 받는 것이옵니까?”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로 아난아, 네가 알고 싶으면 마땅히 자세히 들어야 하느니라. 이 인연은 모두가 과거 세상에 부처님 곁에서 선근을 심었기에 지금 이렇게 훌륭하고 으뜸가는 과보를 얻은 것이니라.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대보적경(大寶積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보적경-3120-624 (0) | 2018.06.27 |
---|---|
대보적경-3115-623 (0) | 2018.06.26 |
대보적경-3105-621 (0) | 2018.06.24 |
대보적경-3100-620 (0) | 2018.06.23 |
대보적경-3095-619 (0) | 2018.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