ᄇ(비읍)

보고 듣는 놈은 어디에 있는가

근와(槿瓦) 2018. 5. 13. 01:29

보고 듣는 놈은 어디에 있는가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어떤 사람은 입만 열면 나는 선객(禪客)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어떤 것이 선인가?하고 물으면 어름어름하다가 마침내 입을 다물고 마니, 이 어찌 딱한 일이 아니며 굴욕이 아니랴. 버젖하게 불조(佛祖)의 밥을 얻어 먹고 본분사(本分事)를 까맣게 알지 못하면서 다투어 말귀나 세속 지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또 어떤 자는 부모에게서 낳기전 본래면목은 찾으려 하지 않고, 두툼한 방석 위에 앉아 부질없이 품팔이 방아(졸고 있다는 뜻)나 찧으면서 복이 되기를 바라며 업장을 참회한다 하니, 도하고는 참으로 십만팔천리(十萬八千里 : 아득하게 멀다는 뜻, 즉 어긋난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은 마음을 한곳으로 굳히고 생각을 거두어 사물을 보고 공()으로 돌리며 생각이 일어나면 곧 눌러 막는다. 이런 견해는 공에 떨어진 외도(外道)이며 혼이 돌아오지 않는 산 송장이다. 어떤 사람은 망녕되이 성내고 기뻐하면서 보고 듣는 사물로써 명백히 알아마친 것을 삼고 일생 공부 다 마쳤다 하니, 내 잠깐 그런 사람에게 묻겠다. 문득 죽음이 닥쳐와 불구덩이 속의 한줌 재가 되면, 성내고 기뻐하고 보고 듣는 놈은 어느 곳에 있는가?

 

참고

초석(楚石) : 중국 승려. 이름은 梵琦, 자는 楚石이다. 원나라 叟端에게 법을 얻다. 75세로 명나라 3(1370)에 입적.


시중(示衆) : 여러 사람에게 訓示.

 


출전 : 불교성전(楚石·示衆)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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