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坐禪,참선)

수식관

근와(槿瓦) 2017. 11. 19. 02:39

수식관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불교의 기본적인 명상법 혹은 수행법을 흔히 수식관(數息觀)이라고 한다. 수식관이라는 말은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헤아려 관찰한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지만, 이것이 실제로 가리키는 것은 붓다가 닦은 선정의 구체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불교의 독특한 용어로는 이것을 안반념법(安般念法) 또는 안반수의법(安般守意法)이라고 한다.



안반수의의 안(安)은 아나(ana)를 축약한 음역으로서 들숨(入息)을 가리키고, 반(般)은 아파나(apana)를 축약한 음역으로서 날숨(出息)을 가리키며, 수의(守意) 또는 염(念)은 사티(sati)의 번역으로서 사고의 집중을 뜻한다. 그러므로 안반수의법은 호흡에 생각을 집중하여 마음을 진정시키는 명상법이다.


이 명상법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경전이 「불설안반수의경」인데, 여기서는 그 원리를 수식(數息)ㆍ상수(相隨)ㆍ지(止)ㆍ관(觀)ㆍ환(還)ㆍ정(淨)이라는 여섯 단계로 제시한다. 이것을 해설하는 「해탈도론(解脫道論)」이라는 불전에서는 네 단계로 설명하는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 수식관의 특징과 방법을 우선 쉽게 이해하는 데는 이 요약형의 네 단계가 더 적절하다.

 

이 법을 닦는 사람은 먼저 숨이 나가는 것을 하나, 숨이 들어오는 것을 둘, 다시 나가는 것을 셋이라는 방식으로 호흡의 수를 열까지 세되, 열이 넘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또는 날숨과 들숨을 합하여 하나로 한다면, 다섯 까지만 세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마음이 한결같이 안정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때에는 수를 세면서도 그 숫자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그저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 따라 생각이 한결같이 머물게 할 뿐이다. 이렇게 일정한 수를 세면서 그 수에 집착됨이 없이 숨의 출입에만 마음이 머물게 하는 첫 단계를 산(算)이라고 한다. 수식관이라는 말도 여기서 연유한다.

 

둘째 단계는 수를 세지 않고 생각 만이 날숨과 들숨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다. 이 단계를 수축(隨逐)이라고 한다.


셋째 단계에서는 코끝이나 입술에서 바람이 나가고 들어오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념한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코와 입이기 때문이다. 이 단계를 안치(安置)라고 한다.

 

끝으로 수행자는 자기가 접촉하는 모든 대상에 대하여 그 모습을 따라서 관찰하고 여기에서 일어나는 기쁨이나 즐거움 등의 온갖 것을 일어나는 그대로 관찰한다. 이 단계를 수관(隨觀)이라고 한다.


이상의 과정을 요약하면, 첫째는 의식 작용을 없애서 대상에 집착하지 않게 하는 단계이고, 둘째는 외부의 자극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호흡의 흐름에 따라서만 생각이 걸림없이 머물게 하는 단계이고, 셋째는 산란심을 없애고 동요가 없는 모습을 유지하는 단계이며, 넷째는 한결같은 집중력으로써 대상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생긴 그대로의 모습을 진실하게 아는 단계이다.

 

「해탈도론」에서는 이 수행의 과정을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 내용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선정을 닦는 사람은 먼저 숲이나 나무 밑 혹은 고요한 곳으로 가서 결가부좌하고 몸을 곧게 한다. 그리고는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생각하되, 만일 날숨이 길면 '나의 숨이 길게 나간다.'라고 알며, 만일 들숨이 길면 '나는 길게 숨을 들여 마신다.'라고 안다. 또는 짧은 날숨과 들숨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나의 숨이 짧다고 안다.


다음에는 마음을 코 끝에 머물게 하거나, 혹은 입술에 머물게 한다. 이것은 호흡이 이곳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곳에 마음을 집중하고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이 때에는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톱질할 때 톱이 오고 가는 것에 생각을 두지 않고 톱의 힘으로만 자르는 것과 같다. 만일 이 때 숨이 들고 나는 사실에 대해 생각을 일으키면, 마음이 산란하게 된다. 마음이 산란하면 몸과 마음은 해이함과 동요를 초래하며, 모든 대상이 산란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숨을 길게 쉬든 짧게 쉬든 간에 거기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마음의 느슨함이나 초조함도 있어서는 안된다. 만일에 마음을 느슨하게 하면 해이함과 동요를 초래하고, 만일에 초조하게 하면 들뜬 마음을 일으켜서 흥분하게 된다.


다음으로 선정을 닦는 사람은 맑은 마음으로 바로 지금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관찰한다. 이 경우에는 마치 솜이 몸에 닿아 부드러운 감촉을 일으키는 것과 같고, 서늘한 기운이 몸에 닿아 쾌적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의 기운은 코나 입술에 닿고 마음에 바람이 오고가는 형상을 짓는다. 이와 같은 모습을 관찰하는 명상을 오래 닦으면 그 힘으로 코끝이 증장하며, 미간이나 이마 등 여러 곳에 그 모습을 머물게 하면 그 기운이 머리에 가득 찬다. 이러한 기운이 점점 확장하여 온 몸이 즐겁고 좋은 기운으로 가득하게 된다.


한편 이러한 수행 도중에 처음부터 헛것을 보는 경우가 있다. 연기나 안개나 티끌이나 쇳가루와 같은 것, 혹은 바늘이나 가시 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고, 개미에게 물리는 것과 같은 여러 가지 형상을 보게 된다. 만일에 마음에 보이는 이러한 헛것이 명료하지 않으면 그 헛것이 전도를 일으켜서 수식관은 더 진전하지 않게 된다. 만일에 그것이 명료하면 더 이상 그 형상을 짓지 말고 곧바로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여 다른 상념을 짓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헛것이 다시 나타나지 않고, 마음이 평안한 채로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면서 어떠한 형상에도 걸림이 없게 된다. 형상에 걸림이 없으면 수행을 더욱 바라게 되고, 이에 따른 자재로운 수식관으로 환희를 일으킨다. 이미 환희가 자재하면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을 버리는 자유 자재의 경지를 얻는다.

 

이상의 설명은 「불설안반수의경」에서 제시한 수식관의 여섯 단계를 이해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전에서는 이것을 농사에 비유하여 말하길, "수식은 땅(地)과 같고, 상수(相隨)는 쟁기(犁)와 같고, 지(止)는 멍에(軛,액)와 같고, 관(觀)은 씨앗(種)과 같고, 환(還)은 비(雨)와 같으며, 정(淨)은 노력(行)과 같다. 이와 같은 여섯 가지가 바로 도(道)에 따름이다"라고 한다.


여기서 첫 단계인 '수식'이란 호흡의 장애를 제거함으로써 호흡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즉 눈이나 귀로 들어오는 번잡한 것들이 호흡을 방해하므로, 그런 것들로부터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수식이다. 이것은 호흡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므로 땅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땅이 있으면 그것을 갈아야 농사가 이루어지듯이, 그 호흡이 잘 되도록 조건을 맞추어 주는 것이 둘째 단계인 '상수'이다. 즉 땅을 쟁기로 갈아서 씨앗이 발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듯이, 정신을 호흡에 집중시켜서 들숨과 날숨이 조화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상수이다.


다음에는 밭갈이할 때 쟁기질하는 소를 멍에로써 제어하여 땅이 편편하게 잘 골라지도록 하듯이, 호흡할 때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하게 하여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셋째 단계인 '지(止)'이다.

밭갈이가 잘 이루어졌다면 씨앗을 뿌려야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깨달음이라는 수확을 얻기 위한 수식관에서도 깨달음을 이끄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나아가는 것이 넷째 단계인 '관(觀)'이다. 이 때 앞 단계인 '지'는 깨달음을 이끄는 간접적인 요인이 된다. 즉 '지'로써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면서 그 숨과 함께 자기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5온(蘊)을 관찰해야 한다. '나'라는 존재는 5온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5온을 바르게 관찰함으로써 5온이 바로 자기 생명의 실상(實相)임을 알게 된다. 이같은 관찰에 의해서 호흡은 의식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진행된다.

 

씨앗은 손상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한 채 땅 속의 적당한 위치에 보존되어 있다가 비가 오면, 씨앗은 발아하여 그 속에 간직된 원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씨앗과 여기서 터져 나온 싹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5온을 관찰함으로써 본래의 자기를 깨달아 주관과 객관이 하나가 되는 것이 다섯째 단계인 '환(還)'이다. 이것은 5온을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4념처(念處)에 대한 명상과 7각지(覺支)등을 일으킴으로써 가능하다. ¹


이제 수행자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모두 자연 그대로의 상태와 합치하면서 모든 번뇌를 정화해 간다. 마치 농부가 싹이 돋아 난 밭에서 잡초를 제거해 나가는 것과 같다. 이 마지막 단계가 '정(淨)'이다. 여기서는 행해지는 그대로가 모두 바른 도(道)이며, 이 때의 호홉은 모든 것을 정화함으로써 온갖 장애나 번뇌가 사라진 깨달음을 성취하게 된다. 이 때에는 기쁨과 안락을 알고,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 그 작용을 멸하게 하며, 마음을 교화하고 환희하게 하고 해탈하게 한다.


1. 여기서 4념처란 명상의 대상이 되는 육신 · 감각 · 상념 등 일체의 대상을 가리킨다. 7각지란 선과 악을 구별하는 지혜, 선과 악의 진실을 아는 지혜, 게으르지 않고 수행하는 지혜, 마음에 선함을 얻어 기뻐하는 지혜, 그릇된 것을 없애고 올바른 것을 행하는 지혜, 잘못된 것을 버리고 다시는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지혜, 정신 통일로 더 이상 망상을 일으키지 않는 지혜이다. 수식관과 함께 초기불교의 명상법을 대표하는 부정관(不淨觀)은 4념처 중의 첫째인 육신을 대상으로 삼아 명상하여 무상을 깨닫는 방법이다. 부정관은 묘지 등에 있는 사체가 변모하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10단계로 나누어 관찰한다. ① 피부가 팽창하는 모습. ② 피가 푸르게 변하는 모습. ③ 곪아가는 모습. ④ 육신이 허물어져 갈라지는 모습. ⑤ 들개 등에게 먹히는 모습. ⑥ 파헤쳐져 산란한 모습. ⑦ 산산이 조각난 모습. ⑧ 피가 뒤엉킨 모습. ⑨ 구더기가 들끓는 모습. ⑩ 백골이 된 모습을 관찰하여 온갖 욕구가 밖으로 작용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참고

범소유상(凡所有相) : 대저 온갖 모양은,

개시허망(皆是虛妄) : 모두 허망한 것이니,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 아닌 줄을 본다면,

즉견여래(卽見如來) : 바로 여래를 보리라.



출전 : 선과 자아(동국대 출판부)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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