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因果)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복업

근와(槿瓦) 2016. 8. 12. 02:27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복업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옛날 어느 나라에 선광(善光)이라는 왕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총명하고 그 용모가 단정하여 부모들이 무척 귀여워하고 궁중에서도 다들 사랑스럽게 여겼다.


왕이 딸에게 말했다.

너는 내 힘을 입어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과 귀염을 받는다.”


딸은 대답했다.

아버지의 힘을 입어서가 아니라 제게 그럴만한 복업의 힘이 있기 때문이겠지요.”왕은 이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내면서,

너한테 그럴만한 복업의 힘이 있는지를 어디 한번 시험해 보리라.”


하고 좌우에 명령하였다.

이 성안에서 가장 헐벗고 굶주린 거지를 한 사람 데려오너라.”


신하들은 왕명을 받고 가장 가난한 거지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왕은 딸 선광을 거지한테 아내로 삼으라고 주면서 딸에게 말했다.

네 복업의 힘 때문인지 아닌지 두고 보면 알 것이다.”


그러나 선광은 여전히,

내가 지어놓은 업의 힘 때문이지요.” 라고 하며 그 거지를 데리고 왕궁을 떠났다.


그녀는 거지인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는 부모님이 계세요?”


거지는 대답했다.

우리 아버지는 전에 이 성안에서 첫손 꼽는 부자였는데, 양친 다 돌아가시고 나서는 나는 의지할 곳이 없이 이렇게 거지 신세가 되었소.”


그녀는 다시 물었다.

당신은 예전의 그 집터를 아시나요?”

터야 알지만 지금은 집도 담장도 다 허물어져 빈터만 남아 있지요.”


그녀는 남편을 데리고 옛 집터를 찾아가 여기저기 살펴 보았다. 이때 흙더미 속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있었다. 흙을 헤치고 보니 그것은 보물궤였다. 그녀는 그것을 팔아 그 터에 집을 새로 짓고, 세간살이에 하인과 종들을 두루 갖추어 놓고 호화롭게 살았다.


왕은 어느날 딸 선광에 대한 생각이 문득 일어났다.

내 딸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도다.”


곁에 있던 신하가 아뢰었다.

집과 재물 등이 왕궁에 못지 않사옵니다.”


왕은 감탄하여 말했다.

과연 세존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다. 제가 선악을 지어 스스로 그 갚음을 받는다더니.”


딸은 남편을 보내어 왕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였다. 왕은 딸이 사는 집에 가 보고 선광의 말이 옳은 줄을 뒤늦게 알았다.


왕은 부처님을 찾아가 물었다.

제 딸은 전생에 무슨 복업을 지었기에 왕가에 태어나 몸에서 빛이 납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과거 비바시불이 계실 때, 반두라는 왕이 있었소. 비바시불이 열반에 든 뒤 그 왕은 탑을 세워 부처님의 사리를 공양했고, 왕비는 비바시불의 등상을 조성하고 나서 이렇게 발원했었소.


이 다음 세상에 내 몸에서는 금빛광명이 나고, 부귀를 누리면서 삼도(三途)와 팔난(八難)을 만나지 않게 하여지이다.


왕이여, 그 때의 왕비가 바로 오늘의 선광입니다. 그리고 가섭 부처님 때에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공양하는데 남편이 들어와 그것을 만류하려 하였소. 그러자 그녀는 손님들이 맛있게 공양하도록 방해하지 말라고 하였었소. 그 때의 남편이 오늘의 저 남편입니다.


남편은 아내의 공양을 만류한 인연으로 항상 가난하게 살다가, 공양을 허락했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아내 덕으로 부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내가 떠나면 다시 가난해질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선악의 업이 마치 몸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어긋남이 없습니다.” <雜寶藏經 2>


*** 이 설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다는 인과관계이다. 그러나 그녀가 왕녀의 몸을 받은 것도, 거지 남편을 만나 잘 살게되는 것도 그녀의 말대로 아버지의 후광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일찍이 그럴만한 복을 지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지어놓은 복이 다하면 그 혜택권에서 벗어난다는 것도 인과의 법칙이다.



출전 : 인연이야기(법정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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