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布施)

설함이 없는데 네가 앎이여

근와(槿瓦) 2016. 7. 27. 17:42

설함이 없는데 네가 앎이여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또 유마회상(維摩會上)에서 32보살이 각각 불이법문(不二法門)에 대하여 설하게 되어서 여러 보살들이 나름대로 알고 있는 불이법문을 설하고 내려가고 문수보살의 차례가 되자 문수보살은,나는 일체법(一切法)에 대하여 언설이 없는 것(無言無說)이 불이법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거사께서 설하여 주십시오.라고 청하자, 유마거사는 정좌하고 아무말 없이 선정(禪定)에 들었습니다. 그러자 문수보살이 크게 찬탄하여,


장하고 훌륭하십니다. 참으로 둘이 아닌 불이법문을 옳게 설하셨습니다.라고 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 무주(務州)의 금화산(金華山)에 계셨던 구지화상(俱胝和尙)이 어느 날 당신의 암자에 있을 때의 해질 무렵 어느 비구니 한 분이 암자를 찾아들었습니다. 구지화상은 날도 저물었으므로 비구니가 걱정이 되었던지,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비구니는 여기서 자고 가시오.

라고 말하자 비구니가 구지화상을 보고,

스님께서 무상(無上)의 선도리(禪道理)를 한 마디 일러주시면 모르려니와 그렇지 못하면 가겠나이다.


하였는데 그때 구지화상은 선지(禪旨)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멍 하니 앉아 있자 그 비구니는 그냥 그곳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구지화상은,

내가 비록 사내대장부이지만 장부의 노릇을 하지 못하였으니 이제부터라도 행각(行脚)을 떠나 여러 곳의 선지식을 친견하고 선법(禪法)을 배우리라.하고 결심하였다고 합니다.


다음날 떠날 행장을 차리고 잠자리에 들자, 꿈에 누군인가 나타나서,

이곳을 떠나지 마시오. 머잖아 큰 스님이 오셔서 스님을 위하여 설법하실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구지화상은 괴이한 꿈이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 열흘이 지나자 천룡화상(天龍和尙)이 과연 암자를 찾아왔습니다.


구지화상은 천룡화상을 크게 반기면서,

제가 비구니에게 무안을 당하여 선지식을 구하기 위하여 이곳을 떠나려고 하던 날 꿈에 누구인가 큰 스님이 오실 것이니 기다려보라고 하여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즉 소승을 위하여 무상의 선법(禪法)을 가르쳐 주십시오.


라고 청하자 천룡화상은 아무말 없이 손가락 하나만 번쩍 세워보였습니다. 그때 비로소 크게 깨친 구지화상은 뒤에 납자들이 와서 선지식을 물으면 한결같이 손가락만 세워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님이 입적할 때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천룡화상에게서 일지선(一指禪)을 얻어 평생을 쓰고도 남았노라.


또 중국 낭주자사(朗州刺使) 이고(李翶)라는 사람은 약산화상(藥山和尙)의 선풍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듣고 오셔서 설법 좀 해달라고 청하였습니다. 약산화상이 오지 아니하자 스스로 약산화상을 찾아갔으나 약산화상은 이고를 거들떠보지도 아니하자, 화가 몹시 났던 이고는,

얼굴은 본 것이 차라리 명성을 들은 것만 못하구나!

하고 토라져 나가려고 하자, 약산화상이 이고를 불러서,


태수(太守)는 어이하여 듣는 귀만 귀하게 생각하고 보는 눈은 천하게 여기오?

라고 묻자 이고가 감탄하여 되돌아와서,

스님, 어떤 것이 도입니까?


그러자 약산이 손을 들어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안에 있느니라(雲在音天 水在甁)이렇게 말하자 이고는 화상의 이 말을 듣고 도를 깨쳤다고 합니다.


이 이외에도 정법안장의 예는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지만 이러한 선행(禪行)은 절대로 흉내내서는 안됩니다. 깨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지만 우리 불자는 열심히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전을 읽어 먼저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이며 불자들의 바람직한 보시행(布施行)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웃에 자비를 베풀어야 하겠습니다. 사이비 선행(禪行)은 본인은 물론 많은 불자들의 명예를 손상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출전 : 무심유심(서경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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