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齋)

천도재

근와(槿瓦) 2016. 5. 22. 00:02

천도재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천도재(遷度齋)는 주변의 귀게중생(鬼界衆生), 인연있는 중생들을 모두 청해 모셔서 부처님의 위신력(威信力)을 빌려 베푸는 의식입니다. 또한 기도하고 수행한 공덕을 법계에 회향하는 의식이기도 합니다.

 

천도재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의 보살도(菩薩道)를 실천하는 중요한 의식이기도 합니다. 천도재는 귀계의 중생들이나 여타의 인연있는 중생들을 청해 모셔놓고 주린 배를 채우게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심지법문(心指法門)을 설해줌으로써 이들을 밝은 진리의 세계, 참사실의 세계, 자기 본마음을 깨닫는 자리로 이끌어나가는 의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체중생을 근기 따라 제도하는 보살행이 되는 것입니다.

 

천도(遷度)옮길 천(), ‘법도 도()’자를 씁니다. 법도(法度)에 옮겨서 확실한 견성의 자리에 들어가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자기 본마음자리를 깨닫게 하는 것이 천도입니다. 다시 말해 성불(成佛)이 곧 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천도의 본뜻이 이처럼 사뭇 깊고 광대하기 때문에 제사 제()’자를 쓰지 않고 재계 재()’자를 씁니다. 재계를 지킨다는 뜻인데, 재계를 지키는 것은 바로 본심을 찾는 수행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조상님들 천도재를 몇 번 올리고 나서 천도가 다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조상님들을 견성시켰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조상님들이 견성하고 천도가 다 되었을까요.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임종을 당하는 그 순간까지 수행의 끈을 놓지 않듯 미래세(未來世)가 다하도록 천도를 해야 합니다. 몇 번 천도재를 올리고 천도가 다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무당들이거나 부처님의 정법을 탁하게 흐려놓는 이들입니다.

 

특히나 임종을 당했을 때 천도재는 영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정신을 잃고 헤매는 영가에게 사실의 이치를 낱낱이 일러주는 심지법문을 해주는 것입니다. 영가가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서로 울고 세월을 보낸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집착을 못 버리고 자녀 곁을 맴돌며 자꾸 어루만지면 생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자녀는 큰 병에 걸리고 재앙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영가는 제 갈 길을 가야 합니다. 이런 사실을 영가에게 천도재를 통해서, 또 법문을 통해서 49일 동안 자꾸 일러주는 것입니다.

 

천도재는 항상 지극한 정성심을 가지고 올려야 합니다. 지극정성은 좋은 밭에 씨앗을 심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만큼 지극한 정성을 들였는가에 따라서 기름진 옥토인지 황폐한 박토인지가 판단됩니다. 정성을 통해서 조상님들께 복을 지어 드리고 자신도 유루복(有漏福)을 성취하는 의식이 천도재입니다.

 

불보살님들의 이름을 빌려 천도재를 하여 공덕을 얻으면 조상님들에게 그 복력(福力)이 고스란히 가게 되어 있습니다. 조상님들은 천도재를 올릴 때 모시는 위패에 접()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새 몸을 받아 다른 세계에 나셨거나 이 사바세계에 다시 오셨을 수도 있습니다.

 

조상님들께서 어느 세계에 어떤 몸을 받아 나셨든 간에 정성을 들여 천도재를 올리면 그 정성이 헛되지 않게 전부 전달됩니다. 8(), 즉 잠재의식 작용으로 시간도 걸리지 않고 공간의 원근(遠近)에 구애받지도 않고 즉각적으로 조상님들에게 전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빛으로 몇억 광년을 가는 먼 거리에 가서 조상님이 태어나셨다고 해도 정성이 모두 전달됩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인과법칙입니다. 온라인 송금한 돈이 통장에 들어가듯 후손들이 정성들인 결과로 생겨난 이익이 조상님들께로 모두 들어가는 것입니다.

 

천도재는 보살행을 실천하고 많은 중생을 밝은 이치의 세계로 이끌어들이는 수승한 의식이기 때문에 천도재를 올리면 그것은 선한 행()을 하고 좋은 공덕을 지은 셈이라 인과의 도리에 따라 선과(善果)를 받게 됩니다. 그 이익은 조상님들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천도재를 올린 재자(齋者) 본인에게도 돌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도 유루복을 성취하는 것이 됩니다. 복이 있어야 공부를 하는데 장애가 적고 성취가 빠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들은 무루복을 근본 목적으로 삼되 평소에 유루복 짓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무루복은 본심을 깨달아 번뇌없는 자리에서 짓는 복을 일컫는 말입니다. 유루복은 번뇌 망상에 의지하여 사는 중생들이 그나마 맑은 망상에 의지하여 짓는 선업의 결과로 받게 되는 복을 말합니다. 비록 유루복일지라도 복혜양족(福慧兩足)이 되어야 합니다. 복과 지혜를 두루 갖추는 것입니다. 그래야 수행에 도움이 됩니다. 중생들의 모든 생김새가 바로 인과의 기록장부이기 때문에 천도재를 올려 유루복을 지은 대가도 바로 얼굴과 모양새에 빠짐없이 기록이 됩니다.

 

최상승법인 화두 참선을 하는 이들 가운데는 그 높은 법에 치우쳐서 천도재를 낮은 수준의 의식(儀式)이라고 경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참선을 해서 이르게 되는 본심 경지에 일체중생들을 섭수(攝收)해 들어가는 것이 천도재이고 자타가 일시에 성불하는 도리가 천도재이며, 대승보살의 서원을 실천하는 보살행이 천도재인데 참선을 한다고 이런 의식을 낮추어보면 불법의 근본도리를 낮추어보는 셈이 되어 크게 감복(減福)합니다.

 

인연있는 중생들을 청해 모셨으면 정성껏 대접해야 하는데, 낮추어보고 기분을 나쁘게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의식이 참으로 공덕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천도재를 낮추어보는 것은 불법의 근본 이치를 모르는 것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중생의 근기에 수순해줄 것을 서원한 보현보살님의 행원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출전 : 정일선사법어집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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