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대강좌(36)-소유일체중생지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원문]
所有一切衆生之類 若卵生 若胎生 若濕生 若化生 若有色 若無色 若有想 若無想 若非有想非無想
[解義]
「소유일체 중생지류(所有一切衆生之類)」란 광대 무변한 우주에 무수한 중생들이 살고 있음을 말합니다. 그 많은 중생들은 그 종류와 수가 많아서 사람 · 벌레 · 물고기 · 날짐승 등 온갖 것이 다 있는데, 금강경에서는 이 중생들을 대체로 아홉가지로 분류합니다.
첫째, 난생(卵生)인 알로 까는 중생이 있고, 둘째 태로 나온 중생(胎生)이 있고 셋째 습생(濕生)은 습하고 썩은 데서 나오는 세균 같은 벌레들을 말합니다. 또 화생(化生)이란 꿈의 몸뚱이, 지옥천당의 몸을 말합니다.
꿈에 있는 몸뚱이는 아버지 어머니한테 받는 몸뚱이가 아니고 우리 마음으로 만든 몸뚱이인데 이 몸뚱이는 기억에 의해 생겨 나온 기억의 몸뚱이며, 이것은 난생 · 태생도 아니고 습생도 아니며 이 몸뚱이는 허공에서 생긴 것이라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허공에서 생긴 것도 아닙니다. 지옥 중생의 몸뚱이도 영혼이 바로 지옥으로 들어가 받은 몸으로 꿈에 있는 몸뚱이와 똑같습니다. 그곳에는 부부 생활을 통해 태어나는 난생, 태생류의 출생(出生)이 아니고 영혼이 바로 천당 지옥에 가서 태어나는 출생입니다. 천당사람은 영혼이 그대로 하늘 나라에 태어나며 극락 세계는 빨간 연꽃이 피어 나와 가지고 그 속에서 사람이 저절로 생깁니다.
일정(日政)때 원산서 있던 실화로서 화생의 실제를 말해주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번뇌가 있어서 크게 고민하고 있던 한 청년이 밝은 달밤에 명사십리(明沙十里)로 나갔습니다. 사람들을 피해 한 쪽에 자리를 잡고 눈을 감은 채 이 생각 저 생각 얼마를 고민하다가 눈을 떠보니 달도 지고 오고가는 사람도 없는 한밤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청년은 이제 집에나 들어가보자 생각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얼마쯤 가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나이도 자기와 비숫하고 키도 비숫한 웬 처녀가 자기 앞을 지나갑니다. 이 깊은 밤에 처녀가 혼자 가는 것을 보니 저 처녀도 나처럼 번뇌가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나 해 보려는 마음으로 자꾸 가까이 붙어 따라가는데 그 여자는 뒤도 보지 않고 급히 가기만 합니다.
이 처녀는 무슨 번뇌인지는 모르지만 나와 동지적 입장일 것이라는 호기심에 끝까지 따라가기로 마음 먹고 가는데 나중에는 어떤 집으로 들어가더니 마루에 올라서서 건너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청년은 닭 쫓던 개처럼 그집 마당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게 되었는데 갑자기 여러 사람이 나와서「너 이놈 웬 놈인데 밤중에 남의 집에 왔느냐. 도둑놈 아니냐.」하고 끌어내어 파출소로 붙들려 갔습니다.
청년은 범인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사실 이야기를 했습니다.「나는 어떤 고민이 있어서 명사십리에 나갔다가 정신없이 저녁 늦게까지 있게 되었는데, 마침 깊은 고민에 잠기어 걸어가는 처녀를 보고 나와 같은 입장인가 싶어 동정하는 뜻에서 끝까지 따라 왔을 뿐입니다.」「이놈아 우리집 딸은 몸이 아파 석달째나 몸져 누워서 바깥 출입을 못하고 지금도 미음을 못마시는데 명사십리를 어떻게 갈 수 있겠느냐.」하며 그 딸의 아버지가 호통을 합니다.
그런데 집에서 딸이 아버지하고 그 청년을 부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보니 딸의 이야기가「아버지 제가 조금 전에 꿈을 꾸었습니다. 제가 평소에도 명사십리 한번 나가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따라 밝은 달이 창문에 비춰 오는 바람에 명사십리 생각을 몹시 하다가 깜박 잠이 들어 꿈 가운데서 명사십리로 나갔습니다. 꿈속에서 저도 너무 늦도록 오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부지런히 집으로 오는 중인데 웬 청년이 제 뒤를 자꾸 따라 왔습니다. 저는 걸어가는 사람들도 없는 밤중에 가뜩이나 무서운데 청년이 따라 오므로 더 무서워져서 부지런히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꿈이 깨었는데 지금 그 청년이 꿈에 본 청년인 것 같습니다.」하는 꿈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이 처녀의 꿈은 단순한 꿈이 아닙니다. 여러달 명사십리만 자꾸 생각하다 보니 자기 화신(化身 : 마음으로 화하여 된 자기의 분신(分身)이 꿈으로 나타나서 그 화신이 명사십리로 가게 된 것이고 그 청년과 만났던 것입니다. 이런 예는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다 자기 생각이 자기 몸으로 나타난 것인데, 꿈의 경우보다도 한층 더 강한 마음의 힘에 의해 나타난 화신의 현실적 예라 할 것입니다.
요새 미국이나 영국이나 독일 일본의 심령학계(心靈學界)에서는 자기 화신(化身)을 외국에 보내서 같이 말도 하고 같이 일도 보고 그런 사람도 있고, 말은 못하고 나타나서 얼마동안 있다가 없어지는 것도 있고 그런 화신이 있습니다.
부처님도 백억화신(百億化身)을 나타내시어 교화하셨습니다. 싣달타태자도 사실은 부처님의 천억 백억의 몸 가운데 해당하는 화신입니다. 그래서 화신 보신(報身 : 공덕의 과보로 받는 불신의 하나)하는 것이 다 꿈에 육신이 마음으로 나타난 것이듯 다 같은 이치로 나타난 몸입니다.
인도의 싣달타태자(悉達太子)는 천백억분의 일의 화신으로써 정반왕(淨飯王)의 아들로 마야부인(摩耶夫人)의 뱃속에 들어가서 열달 동안 커가지고 나오느라 애썼고,「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제일성(第一聲)을 하신 것 그것이 다 마치 화신이 나타난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꼭 엄마 뱃속에서 나온 역사적 인물임에 틀림없는 것 같지만 그러나 역사적 인물 그대로가 화신이라는 것입니다. 요컨대 화신(化身)이란 꿈에 그 몸뚱이가 단순한 죽은 물질이 아니어서 꼬집으면 아프고 참으로 육신이 있는 것으로 느끼듯이 그런 마음으로 화해서 나서 사는 생명을 말합니다.
유색(有色)이란 사람이든 짐승이든 벌레이든간에 몸뚱이가 있는 중생세계를 말하고, 무색(無色)이란 정신만 있는 것 마음으로만 사는 중생을 말합니다. 하늘나라의 경우와 귀신의 세상이 그런 세상입니다.
유상(有想)은 정신활동을 하고 있는 중생세계, 무상(無想)은 아무 생각 없이 있는 하늘나라의 세계를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 생각도 없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잠재의식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나라 무색계천(無色界天)에 가면 현상계를 초월하고 있지만 그러나 아직 어떤 근본적인 번뇌, 잠재의식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상이란 잠재의식만 있는 상태의 생활, 다시 말하면 잠재의식이 근본적으로 끊어진 건 아니고 우리한테 비하면 잠재의식까지도 끊어진거나 한가지인 세계를 말합니다.
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의 중생세계는 무슨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생각 없는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있고 없고를 다 초월하고 나면 마음속에 저절로 이런 경지가 나옵니다. 인간 세상에서도 공부를 해서 무아지경(無我地境)에 들어가면 자꾸 깊이 들어갈수록 재미납니다. 마치 고단할 때 잠이 푹 들어 깊어지면 그럴수록 재미있어서 잠을 깨기가 싫은 것처럼 선정(禪定)도 그와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없는 것도 아닌 상태에 사는 하늘나라의 중생을 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의 중생이라고 합니다.
하늘나라의 가장 높은 최고의 하늘나라에 가면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이 있는데 이곳의 하늘나라가 바로 그런 정신의 경지에서 사는 중생들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이 하늘나라도 생사(生死)를 완전히 해탈(解脫)한 것은 아닙니다.
출전 : 금강경대강좌(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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