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큰스님 말씀

「퇴옹」(退翁)이라는 호(號)

근와(槿瓦) 2015. 11. 26. 19:13

「퇴옹」(退翁)이라는 호(號)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상 사람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나아가고, 높아지고자 하는 것이 통례인데도 성철대종사는 일생에 단 한 번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어느 날, 어느 책 서문을 지으시고는「물러가는 늙은이」라는 뜻으로 호를 자작하시어 오늘에도 쓰고 계신다.

 

평소 승속의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말씀이「실로 높아지고 싶으면 먼저 내려 서라」는 하심(下心)의 실천을 강조하신 대종사께서는 자신의 말을 실천궁행하고 지금도 물러서고만 계신다.

 

다른 종교인들의 시위 내지 선전용으로 느껴지는 여의도 대집회를 보다 못해 우리도 한번 그러한 방법으로 대처해 보이겠다고 여의도 광장에서 대법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때 종단 집행부측은 대종사를 하산, 상경케 하여 법회참석을 강력히 주장하였고, 대대적인 환영계획도 세웠었다.

 

그러나 산속에 계시는 대종사께서는 과시적인 포교도 중요하지만 불교가 갖는 본래 면목은 그보다 다른 차원에 있는 것이라 하시고, 집행부의 법회 포교를 격려하시면서도 대종사가 지켜야 할 자리는 그대로 고수하시는 고집을 보이시기도 하였다.

 

평생 물러서기만 하시는 대종사의 하심 사상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사람 보다 과연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한때 합천 해인사 주지 자리를 서로 하려는 사람들로 분쟁이 있었다. 각기 지지하는 사람들이 좌우로 나눠서 분쟁하다가 양측에서 최종 대안으로 대종사를 해인사 주지로 추대했었다.

 

그때 대종사는 역시 한걸음 물러나 주지직을 절대 사양했다. 주지자리를 다투어 하겠다는 사람과 도시 안 하겠다는 차이는 무엇일까? 그때 대종사는 한걸음 물러나 귀감을 보이셨던 것이다.

 

정부에서 숨은 인재를 발굴할 때도 대종사는 결연히 산을 지키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셨다.

오늘날 일부 종교인들이 종교인인지 정치인인지 불분할 정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는 달리 대종사는 종교인의 위치를 몸소 증명하시었던 것이다. 이러한 대종사의 관념은 결코 개인의 권위의식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신성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성스럽게 하기 위함이며, 그 권위가 곧 교단의 권위이며 나아가 겨레의 권위와 직결된다는 높은 차원의 가르침이리라.

 

어느 때보다 질서가 아쉬운 우리 주변에「한걸음 물러설 수 있는 마음」이것이 가장 아쉬운 일이라는 것을 대종사는 오래전부터 실천해 보이고 있으셨던 것 같다.

 

「퇴옹」(退翁), 물러가는 늙은이. 얼핏 노래(老來)가 주는 쓸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진실로 그 뜻은 중생들에게 평범하면서도 귀한 이치를 보이심이요, 아귀다툼으로, 서로 가진 자만이 승리한다는 가르침이 아닌 안 가진 것이 남는다는 진리를 보이고 계시는 것을 이 시대의 눈, 푸른 사부대중은 확연히 깨우쳐야 할 것이다. <천제스님>

 

 

출전 : 큰빛 큰지혜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