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반니원경(4)-40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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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움직이는 데는 세 가지 인연이 있느니라. 첫째는 땅은 물에 의지하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고 바람은 허공에 의지하였으니, 큰바람이 일어나면 물이 흔들리고 물이 흔들리면 땅이 움직이느니라. 둘째는 도를 얻은 사문과 신묘천(神妙天)이 감응(感應)을 나타내고자 하면 땅이 움직이느니라. 셋째는 부처의 힘에 의함이니, 내가 부처가 되기 전후하여 이미 움직였으니, 3천 해와 달과 1만 2천의 천지가 감동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천상 · 인간 · 귀신이 많이 듣고 알았느니라."
아난은 탄식하며 여쭈었다.
"묘하십니다. 부처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이 없나이다. 자연법의 온갖 것이 감동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지극한 도와 덕이 거룩하기가 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니라. 아난아, 부처의 덕이 적은 것이 아니니 저 무수한 겁으로부터 공덕을 쌓아 온갖 좋은 일을 행하여 스스로 부처가 되었으므로 신묘한 자연의 법화(法化)가 있느니라.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아서 들어가지 않음이 없고 변화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생각하건대 내가 옛적에 자비한 마음으로 천하의 모든 왕들이나 사대부들에게 약간의 백천 인으로 몸을 변화하여 나타나서 대면하고, 그들의 형상과 모습을 따라 위안하며 경과 도를 말하여 두루 교화하여 좋은 뜻을 얻게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변화하여 나타나서 팔방에 두루 하니 그 나라의 풍속과 의복과 언어를 따르며, 그 사람에게 어떤 법을 행하고 어떤 경을 알릴까를 자세히 보아서 연설하고 바른 도로써 가르쳤느니라. 이론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경전의 가르침을 베풀고, 도리를 이해하는 이에게는 가장 핵심적인 법을 말하여 그 뜻을 견고하게 세우게 하고는 숨어 버렸느니라. 설사 왕과 사대부들이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할지라도 뒤에 다 도에 재미를 들여 법의 교화를 공경해 받들었느니라. 이것이 여래의 맑고 미묘한 자연법이니라.
또 아난아, 부처의 신통력으로 두루 들어가서 여래의 의법(儀法)으로써 변화하여 나타나되, 사문들에게 가서는 스승이 되어 지도하고, 다음에 변화하여 바라문들에게 들어가며, 또 거사(居士) · 유림(儒林 ) · 외도의 무리에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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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그들의 의복 · 음성 · 언어 따위를 따라서 경과 도를 가르쳐 주어 일체를 성취시켜 주며 모범을 베풀고는 숨어 버리느니라. 그들이 모두 나의 가르침을 받지만 나를 알지 못하나니, 이것이 여래의 있기 어려운 자연법이니라.
여래가 또한 위로 첫 번째 사천왕천(四天王天)에 오르고, 두루 두 번째 도리천, 세 번째 염천(焰天), 네 번째 도술천(兜術天), 다섯 번째 불교락천(不憍樂天), 여섯 번째 화응성천(化應聲天)에 오르며, 두루 마군(魔軍)의 세계에 머무르고, 또 일곱 번째 범천(梵天), 여덟 번째 범중천(梵衆天), 아홉 번째 범보천(梵輔天), 열 번째 대범천(大梵天), 열한 번째 수행천(水行天), 열두 번째 수미천(水微天), 열세 번째 수무량천(水無量天), 열네 번째 수음천(水音天), 열다섯 번째 약정천(約淨天), 열여섯 번째 변정천(遍淨天), 열일곱 번째 청명천(淸明天), 열여덟 번째 수묘천(守妙天), 열아홉 번째 현묘천(玄妙天), 스무 번째 복덕천(福德天), 스물한 번째 의순천(懿淳天), 스물두 번째 근천(近天), 스물세 번째 쾌견천(快見天), 스물네 번째 무결애천(無結愛天)을 두루 다니면서 약간의 백천 사람의 형상과 모양을 따라 서로 만나서 청정한 것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청정한 법을 말하고, 도리를 통달한 이에게는 교화를 펴도록 권하고, 깨끗하고 인자한 이에게는 큰 도에 들도록 하며, 그 법을 아는 이에게는 법의 요점으로 가르쳐 권유하고 교화하여 도를 얻게 하고는 문득 숨어 버리나니, 저 모든 하늘이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느니라. 이것이 부처의 있기 어려운 자연법이니라.
위에 남은 네 하늘은 다 형상과 소리가 없으므로 부처가 가지 않으니, 스물다섯 번째 공혜입천(空慧入天), 스물여섯 번째 식혜입천(識慧入天), 스물일곱 번째 불용혜입천(不用慧入天), 스물여덟 번째 불상입천(不想入天)이 그것이니라.
이와 같이 아난아, 부처의 은혜가 넓고 커서 성취시켜 제도하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그러나 만나기 또한 어려우니 부처가 세간에 출현하는 것은 구바라화(漚波羅華)가 피는 것과 같이 드물기 때문이니라. 부처가 말한 법도 또한 듣기가 어려우니 이미 경법을 들었거든 마땅히 잘 보호해 지닐지니라. 어떻게 보호해 지니느냐 하면, 내가 열반[滅度]한 뒤에 만일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내가 부처님을 보고 입으로 이 법과 이 계율과 이 가르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의 말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깝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아서 법을 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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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법의 구절[句]과 경에서 말한 대로 또 율에서 말한 대로 잘 해설해 주어라. 만일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과 어긋나거든 마땅히 타이르기를 '현자여, 들어라.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말씀하시지 않으셨으니 그대가 망령되이 받은 것은 법의 뜻과 어긋나도다. 그것은 법이 아니며 율도 아니요 또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지 않으니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고 할지니라.
만일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내가 얻은 것은 성중(聖衆) 가운데서 법과 계율이 있는 이에게 의지하여 직접 이 법과 이 율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가 말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가깝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아서 정법(正法)을 훼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법의 구절과 경의 뜻과 율에서 말한 것을 가지고 잘 해설해 주어라. 만일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과 어긋나거든 마땅히 타이르기를 '현자여, 들으시오. 비구들이 이 법을 알고 율에 밝다고 하는 이것은 부처님의 법과 율이 아니로다. 그대가 망령되게 받은 것이니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과 어긋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지 않으니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고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내가 직접 나이 많은 장로에게 이 법과 율, 그리고 이 가르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가 말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가깝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아서 정법을 훼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법의 구절과 경의 뜻과 율에 말한 것을 가지고 잘 해설해 주어라. 만일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에 어긋나거든 마땅히 타이르기를 '현자여, 들으시오. 나이 많은 장로가 이 법을 알고 계율에 밝다고 하는 이것은 부처님의 법과 율이 아니로다. 그대가 망령되게 받은 것이니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에 어긋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지 않으니 마땅히 그런 소견을 버려라'고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내가 뛰어나고 밝으며 큰 복과 지혜 있는 이들이 받들어 섬기는 이에게 가까이하여 직접 이 경과 법과 율과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말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가깝지 않고 따르지도 않아서 정법을 훼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법의 구절과 경의 뜻을 가지고 해설해 주어라. 만일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과 어긋나거든 마땅히 타이르기를 '바른 현자여, 들으시오. 뛰어나고 밝아서 법과 율을 잘 안다는 이것은 부처님의 법과 율이 아니로다. 그대가 망령되게 받은 것이니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에 어긋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지 않으니 그런 소견을 버려라'고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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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아난아, 만일 어떤 이가 '내가 부처님께 이 법의 말씀을 들었노라'하더라도 그 말이 그릇되어 경법(經法)에 맞지 않으며, 또 만일 어떤 이가 '내가 성중(聖衆)으로서 법을 받드는 이에게서 받았노라' 하더라도 그 말이 그릇되어 경법에 맞지 않으며, 만일 다시 말하기를 '내가 입으로 나이 많은 장로에게 이것을 받았노라' 하더라도 그 말이 잘못되어 경법에 맞지 않으며, 또 '내가 뛰어나고 밝으며 큰 복덕과 지혜 있는 이에게 직접 이 말을 들었노라' 하더라도 그 말은 경법에 맞지 않는 것이니,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을 가지고 설득시켜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경의 뜻에 들어가고 율을 받들게 하며 자세히 불경의 법과 가르침을 말해 주어라. 그리하여 성중(聖衆)의 이어받은 것과 장로의 밝힌 것과 뛰어난 이[賢才]의 아는 것과 현자의 자세히 들은 것들이 율과 가르침과 같이하여 다툼이 없게 하여서 마땅히 이 네 가지를 지닐지니라.
아난아, 저와 같은 네 가지의 잘못[暗]이 있어 정법을 훼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잘 분별하여 삿된 것을 버리고 네 가지의 바른 뜻을 받게 하여라. 이것이 법을 받아 지니고 수호하는 것이니라. 경과 계율을 받들지 않는 이는 여러 비구들이 마땅히 내쫓아 버려라. 피와 가라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의 싹을 해치는 것처럼 제자가 잘하지 못하면 나의 도법(道法)을 무너뜨리나니, 마땅히 서로 검사하고 교정하여 부처가 세상을 떠났다 하여 가르침을 실행하지 않음이 없도록 하여라. 세상에 사문이 경전과 계를 받들어 행하면 천하가 복을 얻고 천신이 다 기뻐하느니라. 만일 어느 곳에 경을 밝게 아는 비구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장로 비구거나 새로 들어온 학자거나 마땅히 찾아가서 물어라. 이렇게 하면 청신사 · 청신녀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옷 · 음식 · 좌상 · 이부자리 · 의약 따위를 갖다 줄 것이니라. 비구나 같이 길을 가는 이[同道]들이 옳지 않고 화합하지 않아서 지옥 등 3악도에 떨어지는 것은 다 화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끼리 서로 흉보며 비웃으며 '나는 경을 많이 알며 너는 경을 조금 안다'고 헐뜯지 말아라. 많이 알든 적게 알든 간에 제각기 스스로 행할 것이니라. 또 말이 경전에 맞거든 그대로 쓰고 맞지 않거든 내버려라. 이렇게 하는 것이 부처가 말한 바이며, 비구가 받을 바이니, 반드시 잘 지닐지니라.
만일 지금이나 후세에 경을 강론할 적에는 마땅히 말하기를,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 아무 비구들과 함께 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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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이 경을 말씀하셨다'고 해야 하느니라. 만일 그 경에 그런 말을 구차한 말이라 하여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처가 말한 바가 아니니라. 서로 교법을 이어갈 때 이와 같이 하면 비구법이 가히 오래 머무르리라."
이 때에 부처님께서 현자 아난에게 명하시어 함께 파순국(波旬國)으로 가시니 제자들이 다 같이 따라 나섰다.
부처님께서 부연읍(夫延邑)을 좋아하시어 성안을 지나가서 성 밖 선두원(禪頭園)에 머무르셨다. 파순국에 호성(豪姓)인 여러 화씨(華氏)가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오셨다는 말씀을 듣고 다 나와서 공손히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화씨들에게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이는 집을 다스리며 공손하고 검소하여 쓰는 것을 절약하느니라. 그가 받드는 것에 네 가지가 있으니, 행하면서 기뻐하느니라. 첫째는 부모와 처자를 공양하는 것이요, 둘째는 빈객과 노비(奴婢)를 지키는 것이요, 셋째는 친속(親屬)과 친구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요, 넷째는 임금 · 정신(正神) · 사문 · 도사를 받들어 섬기는 것이니라. 이러한 것을 살 줄 안다[生知]고 이르나니, 몸을 온전히 하고 가정을 편안히 하며 힘을 얻고 물질을 얻어 재산이 풍족하고 명예를 날리며 죽어서는 하늘에 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화씨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모두 기뻐하며 물러갔다.
화씨의 아들 순(淳)이란 이가 혼자 남아 있다가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변변하지 못하오나 공양을 올리려고 하오니 제자들과 함께 위신(威神)을 거두시고 왕림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자비심으로 묵묵히 허락하셨다. 순이 기뻐하며 절을 하고 돌아가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집을 아름답게 꾸며 놓고 새벽에 자리를 차려 놓은 뒤에 다시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공양이 다 준비되었으니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소서."
부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그 집에 가시어 높은 자리에 나아가 대중 앞에 앉으셨다. 순은 직접 진지를 나르고 발우를 받들어 올렸다.
그 때에 한 심술궂은 비구가 음식을 먹고 나서 그릇을 가졌다. 부처님께서 이를 아시고 순도 또한 부처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을 알고 좋은 마음으로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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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으며, 물을 돌린 다음에 조그마한 좌상을 갖다 부처님 앞에 놓고 앉아 게송으로 여쭈었다.
자비하고 지혜스런 부처님께서
이미 건너서 피안에 이르셨으니
저희들의 온갖 의심 끊어 주소서.
사문들은 몇 가지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순에게 말씀하셨다.
"사문은 네 가지 무리가 있으니 마땅히 잘 알아라. 첫째는 도를 행하여 뛰어난 것이고, 둘째는 도를 통달하여 말하는 것이며, 셋째는 도를 의지하여 생활하는 것이고, 넷째는 도를 더럽히는 짓을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뛰어나다고 하는가? 부처가 말한 법은 헤아릴 수 없거늘 능히 행하여 비교할 수 없으며 마음과 태도를 항복 받고 법을 위해 근심하고 두려워하며 법의 도사가 되어 세간을 인도하나니, 이러한 사문들을 '가장 뛰어나다'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능히 말한다고 하는가? 부처가 찬탄하는 미묘한 법을 체득하여 그 뜻을 알고 행하고 의심하지 않으며, 또한 능히 다른 사람을 위하여 도법을 연설하나니, 이러한 사문들을 '말하는 데 민첩하다'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도에 의지한다고 하는가? 생각을 스스로 지키는 데 두어서 부지런히 학업을 닦으며 한결같이 물러남이 없고 부지런하여 마음을 놓지 않고 법으로써 스스로 기르나니, 이런 사문들을 '생활(生活)을 안다'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더럽힌다고 하는가? 즐거워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고 종성(種姓)에 의지하고 믿어서 오직 나쁜 행을 일삼아 대중의 물의를 일으키며 부처님의 말씀을 공경하지 않고 또한 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니, 이러한 사문들을 '도를 더럽히는 짓을 한다'고 하느니라.
무릇 사람이 보고 듣고 장차 도에 있어서 깨끗한 지혜를 배운다고 말하는 이들이 이와 같을 뿐이니라. 이 가운데 참된 자도 있고 거짓된 자도 있으며, 착한 이도 있고 나쁜 이도 있으므로 하나로 하여 같을 수 없느니라.
저 착하지 못한 이는 현자(賢者)를 비방하나니 그러므로 부처의 율법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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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 이를 내쫓게 하였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곡식 가운데 잡초가 있어서 뽑아 버리지 않으면 곡식을 해치는 것과 같으니라. 세상에도 이런 무리가 많아서 안으로는 더러운 것을 품고도 밖으로는 깨끗한 체하느니라. 만일 복 지을 줄 아는 이는 굳은 신심으로 도를 받들지만 끝내 저들에게 한탄하고 원한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한편 착함을 아는 이는 몸을 닦고 나쁜 것을 멀리하여 욕심 · 성냄 · 어리석음 따위를 버리므로 도를 빨리 얻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니 순은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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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니원경 하권
역인 부재(譯人不載)
그 때에 부처님께서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시어 함께 구이읍(拘夷邑)으로 가고자 하셨다. 가기 전에 파순(波旬)을 좋아하시어 성 가운데를 지나가셨다. 길을 가는 도중에 부처님께서는 갑자기 몸과 등이 아프기 시작하셔서 나무 밑에 앉으셨다.
그리고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발우를 가지고 구유하(拘遺河)에 가서 물을 좀 떠오너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곧 물을 뜨러 물가로 나갔으나, 그 때에 5백 수레가 상류에서 물을 건너고 있었기 때문에 물이 맑지 못하고 탁했다. 아난은 그대로 물을 떠가지고 돌아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조금 전에 여러 대의 수레가 지나갔으므로 물이 맑지 못하고 탁합니다. 이 물은 씻는 데나 쓰십시오. 그리고 희련하(凞連河)가 여기서 멀지 않으니 그 물을 길어오게 하여 드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발우의 물로 얼굴과 발을 씻으셨다. 병의 아픔을 참으신 지 꽤 시간이 지났을 때에 화(華)의 대신(大臣) 복계(福罽)라는 이가 길을 가다가 멀리서 부처님의 모습이 조용하고 마음을 잘 조종하여 선정의 적멸한 경계를 얻으시어 안색이 환하고 좋은 것을 보았다. 복계는 기뻐하여 부처님 앞에 와서 예를 올리고 공손히 인사를 여쭈고 한쪽에 물러서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복계에게 물으셨다.
"너는 무엇에 의하여 법의 기쁨을 얻었느냐?"
복계는 대답하였다.
"역람(力藍)이라는 비구를 통해서 얻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길을 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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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에 앉은 역람이라는 비구를 보았습니다. 그 때에 길에는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갔는데, 어떤 사람이 뒤에 도착하여 수레에서 내려 비구에게 묻기를 '앞에 지나간 여러 대의 수레를 보았습니까?' 하니, 그는 '보지 못하였습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또 묻기를 '정녕 수레 소리를 듣지 못하였습니까?' 하자, '듣지 못하였습니다'고 하였습니다. 또 말하기를 '그 때에 누워 자고 있었습니까?'라고 묻자, '나는 누워 잠자지 않았고 스스로 도를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고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찬탄하여 말하기를 '수레 소리가 시끄러웠을 텐데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였으니, 마음을 어떻게 써서 통일하였습니까? 이런 일은 참으로 있기 어렵습니다. 5백 대의 수레 소리도 듣지 못하였는데 어찌 다른 것을 들었겠습니까?' 하고는 곧 물들인 베옷 한 벌을 주었습니다. 제가 그 때에 이러한 말들을 듣고 마음이 매우 기뻐 드디어 법의 기쁨을 얻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복계에게 물으셨다.
"너는 천둥소리나 벼락 소리와 5백 대의 수레 소리 중에 어떤 것이 더하다고 생각하느냐?"
복계가 대답하였다.
"1천 대 수레의 빨리 달리는 소리가 동시에 난다 하더라도 오히려 벼락 소리만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어느 때에 내가 아침(阿沈)이란 마을을 지나갈 때 그 날 저녁에 별안간 먹구름이 돌더니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며 벼락이 떨어져 황소 네 마리와 밭 갈던 형제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세존은 홀로 듣지 못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나는 선정에서 깨어났다' 하고는 거닐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나서 나를 따라 걸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묻기를 '무엇 때문에 그리 바쁘고 급한가?' 했더니, 그 사람이 말하기를 '아까 친 벼락으로 인하여 황소 네 마리와 밭 갈던 형제 두 사람이 죽었는데 부처님께서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하였다. 내가 '듣지 못하였다'고 말하니, 그 사람은 '그 때에 누워서 주무셨습니까?' 하였다. 그래서 나는 답하기를 '누워 잠자지 않고 삼매에 들어 있었을 뿐이었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사람이 또한 찬탄하여 말하기를 '부처님같이 선정에 들었다는 분은 참으로 드뭅니다. 벼락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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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는데도 고요한 정에 드시어 듣지 못하신 분이로다' 하였다. 그 사람이 마음으로 기뻐하여 또한 법의 기쁨을 얻었느니라."
복계는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부처님을 만나 뵙는 사람이라면
그 누가 기뻐하지 않겠습니까?
복덕과 소원이 때에 맞게 모여
나에게 법의 이익 얻게 하시네.
부처님께서도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법을 좋아하는 이는 안온하여
기쁨을 내어 마음 깨끗하여라.
참다운 사람이 말한 법을
어진 이는 항상 즐거이 행하나니
법 행하는 이를 법이 보호함은
비가 생물을 적심과 같다.
그 때에 대신은 시종을 시켜 자기 집에 가서 새로 짠 황금 담요를 가져다가 손수 받들어 올리면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용하지 않으실 줄 아오나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담요를 받으시고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시고,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을 말씀하셨다. 복계는 자리에서 물러나서 아뢰었다.
"저는 오늘부터 부처님께 귀의하고 도법(道法)에 귀의하며 성중(聖衆)에게 귀의하고 청신사의 계를 받아서 몸소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남의 것을 갖지 않으며 음란하지 않고 속이거나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 마시지 않고 고기 먹지 않아서 감히 범하지 않겠습니다. 나라 일이 많으므로 돌아가야 되겠기에 이만 물러가나이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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