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구감

선가구감(序文)

근와(槿瓦) 2013. 9. 28. 02:33

선가구감(序文)

 

옛날의 부처 배우는 이들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말하지 않았고, 부처님의 행실이 아니면 행하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보배로 여기는 것은 오직 패엽의 거룩한 글뿐이더니, 지금의 부처 배우는 이들은 전하여 가면서 외는 것이 세속 선배들의 글이요, 청하여 지니는 것이 벼슬아치들의 시(詩)뿐이다.

그리하여 그것은 울긋불긋한 종이에 쓰고, 알록달록한 비단으로 꾸미어서 아무리 많아도 족한 줄 알지 못하고, 가장 큰 보배로만 생각하니, 아! 예와 지금의 부처 배우는 이들의 보배 삼는 것이 어찌도 이다지 같지 않는고?

 

내가 비록 답지 못하나, 옛글에 뜻을 두어 패엽의 거룩한 글로써 보배를 삼기는 하지마는, 그 글이 너무도 번다하여 장경(藏經)바다가 하도 넓고 아득하므로, 뒷날의 동지들이 가지를 헤쳐 가면서 잎을 따는 수고를 면하지 못할 것 같아서 글 가운데 가장 요긴하고도 간절한 것 수백 마디를 추려서 한 장에 써 놓고 보니, 참으로 글은 간단하나 뜻은 다 갖추어졌다 할 만하다.

 

만일 이 글로써 스승을 삼아 끝까지 연구하여 오묘한 이치를 깨닫게 된다면 마디마디에 산 석가 여래(釋迦如來)가 나타나실 것이니, 부디부디 힘들 써 보소.

 

그러나 글자를 떠난 한 마디와 틀에 벗어난 기묘한 보배는 쓰지 않으려는 것도 아니지만, 아직 특별한 기틀을 기다릴 수밖에.

 

                                                                                                            청허당(淸虛堂) 백화도인 씀

 

참고

부처 : 범어의 「부따」를 한문으로「佛陀」로 쓰고, 줄여서「佛」이라고만 하는데,「깨쳤다」는 말이

         요, 부처님이라 함은「깨친 어른」이란 뜻이다. 가장 크고 높고 참된 이치를 자기가 깨치고, 남들

         까지 깨치게 하여 그 지혜와 복이 끝없이 둥글고, 이치와 일에 갖추 걸림없는 이를 말함이니, 그

         참이치를 가르쳐서 누구나 부처 되고, 어디나 밝고 깨끗하고 평등하고 싸움 없는 세상이 되게 하

         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치심, 곧 불교이다.

 

패엽 : 인도에서 종이가 나기 전에 종려(棕)의 열매를 엷게 썬 것이나, 또는 패다라나무의 잎을 증기로

         쪄서 장방형으로 만들어 가지고, 긴 편으로 가로 글을 썼다. 중국에 온 불경의 원서는 대개가 그러

         하였으므로 불경을 패엽이라고 하게 되었다.

 

장경(藏經) : 석가 여래께서 49년 동안 많은 사람이 모인 큰 법회(法會)에서 연설하신 것이 3백여 회였고,

                  개인이나 몇 사람 상대로 말씀하신 것은 한정 없었는데, 부처님이 세상 떠나신 뒤에 제자들

                  이 부처님의 말씀을 경(經) · 율(律) · 논(論)의 삼장(三藏)으로 결집(結集)하니, 모든 이치와

                  온갖 도리가 그 속에 다 갖추어 있으므로, 큰 창고(庫藏)와 같다 하여 대장경(大藏經)이라고

                  하며, 또한 그 글의 분량이 하도 많고 그 뜻이 너무도 깊고 넓기에 장경 바다(藏海), 또는 교

                  바다(敎海)라고 하는 것이다.

 

석가여래 : 범음(梵音)으로「샤꺄무늬」인데, 한문으로 음대로 써서「釋迦牟尼」또는「釋迦文」이라 하

               고 뜻으로 번역하여「能仁寂默」또는「能寂」「能儒」라 한다.「샤꺄」는 종족(種族)의 이

               름이요,「무늬」는 존칭(尊稱)이니, 곧「샤꺄 종족에서 나신 거룩한 어른」이란 뜻이다. 서력

               기원 전 565년 곧 우리 단기로 1768년에 중인도의 가빌라바쯔 나라의 태자로 나시었다. 어려

               서 온갖 학문과 무예를 고루 배워서 정통하고, 열 일곱 살에 결혼하여 한 아들을 두었다. 그

               나라의 제도가 종교의 학문을 차지한 바라문족과 정치와 군사를 차지한 왕족(王族)과 그 다음

               으로 평민과 노예족의 네 가지 계급이 있으므로, 이것을 개혁할 뜻을 늘 품고 있더니, 농부들

               의 밭 가는 것을 보고 똑같은 사람으로 어떤 이는 불볕에 죽도록 일하고, 어떤 이는 놀기만 하

               는 것이 옳지 못한 것과, 사람이 동물을 학대하는 참혹한 일을 아프게 생각하여 모든 것이 평

               등하고 싸움과 슬픔이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국가 문제와 사회 문제에 대하여 번민하더니, 다

               시 인간에는 살아가고, 늙고, 병들고, 죽는 큰 고통이 있음을 느끼어 누구나 다 같이 참다운

               행복을 받게 할 도리를 찾고 있었다. 또 다시 나아가 우주(宇宙)의 온갖 것에 대하여 생각하여

               갈수록 의문 아님이 없었다.

 

               그리하여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19세에 왕궁을 뛰어나와 산중으로 가셨다. 처음 6년 동

               안은 바라문 교도들의 하는 대로 지극한 고행(苦行)을 하다가 육체를 고통스럽게만 하는 것이

               바른 길이 아님을 깨닫고, 몸을 붙들어 가면서 마음을 닦아 30세에 비로소 참이치(眞理)를 크

               게 깨치시어 부처가 되시고(成佛), 49년 동안 발 벗고 쉴새없이 돌아다니면서 묘한 법을 가르

               치어 한량 없는 중생을 건지시고, 80세에 그의 육신은 세상을 떠나셨다.

 

출전 ; 선가구감(著 淸虛 西山大師)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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