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5)-50

근와(槿瓦) 2015. 11. 5. 18:13

대반열반경(5)-50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41 / 10007]

이 있어서 마치 물거품 같으니라. 그러니까 너는 울지 말지어다."

 

그 때 순타는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하오이다. 그러하오이다. 참으로 부처님 말씀과 같습니다. 여래께서 방편으로 열반에 드심을 보이는 줄 아나이다. 저는 근심을 품지 아니할 수 없사오나, 한편 스스로 생각하면 다시 기쁨을 내게 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순타를 칭찬하시었다.
"순타여, 훌륭하고 훌륭하다. 여래가 중생들과 같음을 보이기 위하여 방편으로 열반하는 줄을 네가 아는구나. 순타여, 너는 지금 들을지어다. 사라사(娑羅娑)새가 봄철이 되면 저 아누달(阿耨達) 못에 모이듯이 부처님들도 그와 같이 모두 이곳에 이르느니라.

 

순타여, 너는 지금 부처님이 장수하거나 단명한다고 생각하지 말지어다. 모든 법이 모두 곡두[] 모양과 같은 것인데, 여래는 그 속에 있으면서도 방편의 힘으로 물들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부처님들은 으레 그렇기 때문이니라.

 

순타여, 내가 이제 너의 받드는 공양을 받으려 함은 너로 하여금 나고 죽는 모든 무리들을 건지어 해탈하도록 하려 하기 때문이니라. 만일 인간이나 천상 사람이 마지막으로 나에게 공양하는 이는 모두 변동 없는 과보를 얻어 항상 안락을 받으리니, 그 까닭은 내가 중생들의 좋은 복전인 연고니라. 네가 만일 중생들의 복전이 되려거든 빨리 공양을 마련하고 오래 지체하지 말지어다."

 

그 때 순타는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기 위하여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복전이 되는 것을 감당하게 될 때라면 여래의 열반하심과 열반하지 않으심을 분명히 알 수 있겠사오나, 우리들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의 지혜는 마치 모기나 하루살이 같으니, 진실로 여래의 열반하심과 열반하지 않으심을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 때 순타와 그의 권속들은 수심에 잠겨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을 에워 돌면서, 향을 태우고 꽃을 흩어 마음껏 공경하여 받들다가 이윽고 문수사리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 공양거리를 마련하였다.

 

                                                                                                                       [42 / 10007]

3. 슬픈 탄식[哀歎品]

 순타가 물러간 지 오래지 않아 이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범천에까지 그러하였다. 땅이 진동하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지동(地動)과 대지동(大地動)이다. 조금 동하는 것을 지동이라 하고, 크게 동하는 것을 대지동이라 하며, 조금 소리 나는 것을 지동, 크게 소리 나는 것을 대지동이라 하며, 땅만 동하는 것은 지동, 산과 바다와 숲들이 모두 동하는 것은 대지동이라 하며, 한쪽으로만 동하기만 하는 것은 지동, 두루 도는 것을 대지동이라 하며진동만 하는 것은 지동, 진동할 적에 중생의 마음까지 동하는 것을 대지동이라 한다. 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염부제로 내려올 때는 대지동이라 하고, 처음 나서 출가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법수레를 운전하고 열반에 드는 것도 대지동이라 하나니, 오늘 여래께서 열반에 들려 하시기 때문에 이 땅이 그같이 크게 진동하는 것이었다.

 

이 때에 하늘과 용과 건달바 · 아수라 · 가루라 · 긴나라 · 마후라가 · 사람과 사람 아닌 이들이 이 소리를 듣고 털이 곤두서고 같은 소리로 슬피 울면서 게송을 읊었다.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합니다.
저희들이 오늘날 간청하오니
인간의 신선님을 멀리 여의면
영원히 구호할 이 없겠나이다.

 

부처님의 열반하심 이제 뵈오면
저희들은 고통 바다 빠져 헤매며
슬프고 연모하며 수심에 잠겨
어미 잃은 송아지가 되오리이다.
가난하고 곤궁하고 돌볼 이 없어

 

                                                                                                                       [43 / 10007]

오랫동안 시달리던 병난 사람이
지켜보는 의사 없어 제 마음대로
못 먹을 것 먹은 것과 같사오리다.

 

중생들의 번뇌 병도 그와 같아서
잘못된 소견들의 해를 받나니
바른 법의 의사를 멀리 여의면
나쁘고 독한 약을 먹게 되오리.

 

그러하기 때문에 부처님께선
버리고 떠나시지 마시옵소서.
임금 없는 나라에 백성 굶듯이
저희들도 보호를 잃으리이다.

 

부처님 열반한다는 말씀 듣고
저희들의 가슴이 답답하올 뿐
그 같은 큰 지동이 일어나오면
방향을 살필 정신 없으리이다.

 

세존께서 열반에 들게 되시면
지혜 해가 땅속에 꺼질 것이고
불법 물이 한꺼번에 말라 버리어
저희들은 결정코 죽게 되리라.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중생들이 한없이 고통하옴은
비유컨대 장자네 어떤 아들이
부모를 잃어버림 같사오이다.

 

                                                                                                                         [44 / 10007]

여래께서 열반에 한번 드시고
다시는 이 세상에 안 오신다면
우리와 천상 인간 모든 중생들
뉘라서 구원하고 보호하오리.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사람은 말도 말고 축생들까지
너도 나도 수심에 가득 잠기어
괴로움이 모든 마음 태우옵나니

 

하물며 오늘날에 저희 중생들
어찌 애닯지 않사오리까.
여래께서 저희들 버리시기를
예사로 침 뱉듯이 하시옵니까.

 

동녘 하늘 떠오르는 아침 햇빛이
밝은 광명 한없이 찬란하여서
그 자체를 스스로 환히 비치고
온 세상의 어둠을 없애 버리듯

 

부처님 신통 광명 그와 같아서
우리들의 괴로움을 없애 주시고
의젓하게 대중 속에 계시는 것은
수미산이 우뚝하게 솟아 있는 듯하네.

 

 "세존이시여, 마치 임금이 여러 아들을 두었는데 용모가 단정하여 항상 사랑하면서, 먼저 기술을 가르쳐 잘 통달케 하고, 그 뒤에 내버려 천한 전다라(旃陀羅)가 되게 한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오늘 법왕의 아들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자와 바른 소견을 갖추었사오니, 바라옵건대 버리지 마

 

                                                                                                                        [45 / 10007]

시옵소서. 만일 버리신다면 저 버림받은 임금의 아들과 같습니다. 바라옵건대 오래 세상에 머무르시고 열반에 드시지 마옵소서.

 

세존이시여, 마치 어떤 사람이 여러 가지 논리를 배우고 도리어 그 논리에 공포를 내듯이, 부처님도 그와 같아 모든 법을 통달하고 도리어 모든 법에 공포를 내는 듯하오니, 만일 여래께서 세상에 오래 계시면서 감로 같은 법을 말씀하시어 모든 이 같은 중생들을 만족케 하시면 다시는 지옥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

 

존이시여, 마치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할 일을 배우다가 법관에게 붙들려 옥에 갇혔을 적에 누가 묻기를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느냐 하면 '내가 지금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만일 이 일을 벗어나면 안락을 얻겠노라' 하듯이, 세존도 그러하여 저희들을 위하여 괴로운 행을 닦으셨는데, 저희들이 아직도 나고 죽는 고통을 면하지 못하였거늘, 여래께서 어찌 안락하시리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어떤 의사가 약과 방문을 잘 알고서 비밀한 방문으로 그 아들에게만 가르쳐 주고, 다른 데서 온 제자들에게는 가르치지 아니하듯이, 여래도 그러하여 깊고 깊은 비밀한 법장으로 문수사리만 가르치시고, 우리들은 버려 두시고 불쌍히 여기지 않으시나이까. 여래께서는 법에 대하여 감추심이 없을 것이온데, 저 의사가 그 아들에게만 가르치고 밖에서 온 다른 제자에게는 가르치지 않는 것은, 낫고 못하다는 관념이 있어 널리 가르치지 못하므로 아끼는 것이오나, 여래의 마음으로서는 낫고 못하다는 것이 없으실 것이거늘, 어찌하여 이같이 가르치지 않으시나이까. 바라옵건대 오래도록 세상에 머무르시고 열반에 들지 마시옵소서.

 

세존이시여, 마치 늙은이 · 어린이 · 병든 이들이 평탄한 길은 버려 두고 험난한 길을 가면서 갖은 고초를 당할 적에, 어떤 다른 이가 보고 딱하게 여겨 곧 평탄한 길을 가리켜 줌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우리도 그와 같으니, 어린이란 것은 아직 법신이 자라지 못한 사람에 비유하고, 늙은이란 것은 번뇌가 많은 데 비유하고, 병든 이란 것은 생사를 해탈하지 못한 데 비유하고, 험난한 길은 생사의 과보가 있는 25()에 비유한 것이니, 바라옵건대 여래께서는 우리에게 감로의 바른 길을 지도하시며 오래도록 세상에 머무르고 열반에 들지 마시옵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비구여, 다른 범부나 천상과 세간 사람들처럼 근심하며 울지 말고

 

                                                                                                                         [46 / 10007]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바른 생각에 매어 둘지어다."

 

그 때 모든 하늘과 인간들과 아수라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울음을 그치는 것이, 마치 아들 죽은 사람이 장사를 치르고 나서는 억지로 울음을 참는 듯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을 위해 이런 게송을 말씀하였다.

 

너희들은 마음을 활짝 풀고서
그렇게 수심하고 괴로워 말라.
부처님의 모든 법 그런 것이니
그러므로 마땅히 잠잠하여라.

 

방일하지 않는 행을 좋아하면서
마음을 잘 지키고 바로 생각해
잘못된 모든 법을 멀리 여의면
저절로 즐거움을 받게 되리라.

 

 "또 비구들이여, 만일 의혹이 있거든 이제 모두 물을지어다. ()한가 공하지 않은가, 항상한가 무상한가, 고통인가 고통이 아닌가, 의지할 덴가 의지할 데 아닌가, 간 것인가 가지 않은 것인가, 늘 있는 것인가 늘 있는 것 아닌가, 아주 없는 것인가 항상 있는 것인가, 중생인가 중생 아닌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진실한가 진실하지 않은가, 참인가 참이 아닌가, ()인가 멸이 아닌가, 비밀한가 비밀하지 않은가, 둘인가 둘이 아닌가, 러한 가지가지 법에 대하여 의심이 있으면 지금 모두 물을지어다내 마땅히 묻는 대로 대답하여 줄 것이며, 또는 너희에게 먼저 감로 같은 법을 말하고 그런 뒤에 열반에 들리라.

 

모든 비구들이여, 부처님이 세상에 나기 어려운 것이고 사람 되기도 어려우며, 부처님을 만나 믿는 마음을 내기는 더욱 어렵고, 참기 어려운 일을 참기가 또 어려우며, 계행을 빠짐없이 성취하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기는 더구나 어려운 것이어서 금싸라기나 우담바라를 구하기와 같은 것이거늘 너희들 모든 비구들이 여덟 가지 어려운 것을 여의고 사람의 몸을 얻었으며,

 

                                                                                                                      [47 / 10007]

또 너희들이 나를 만났으니 속절없이 지내가지 말아야 할지니라. 내가 지나간 옛적에 가지가지 고행을 하고서야 지금 이같이 더할 수 없는 방편을 얻은 것이다. 너희들을 위하여 한량없는 세월에 몸과 손발과 머리와 눈과 골수까지 버리었으니 그러므로 너희들은 방일하지 말지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법보의 성곽을 어떻게 장엄할 것인가. 가지가지 공덕 보배를 갖추고 계행과 선정과 지혜로써 성벽과 해자를 삼을 것이니라. 너희가 지금 불법의 보배 성을 만났으니, 이 헛된 가짜 것을 가져서는 안 되리라. 마치 장사꾼이 진짜 보배의 성을 만나고도 기왓장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듯이, 너희들도 그와 같이 불법 보배 성을 만나고서 헛된 가짜 것을 가지는도다. 너희 모든 비구들은 용렬한 마음으로 넉넉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지어다.

 

너희가 지금 비록 출가는 하였지만 이 대승에는 사모하는 마음을 내지 못하였으며, 너희 모든 비구들이 몸에는 물든 가사를 입었으나 마음은 대승의 깨끗한 법에 물들지 못하였으며, 너희 모든 비구들이 비록 걸식하느라고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되 대승의 법식은 아직 구하지 못하였으며, 너희 모든 비구들이 비록 머리카락과 수염은 깎았으나 바른 법으로 번뇌의 맺힌 것을 끊지 못하였으니, 너희 모든 비구들아, 이제 참으로 너희를 가르치노라. 내가 지금 대중에 화합하여  있으매 여래의 법의 성품이 진실하고 뒤바뀌지 아니하였으니,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정진하여 용맹한 마음으로 모든 번뇌를 꺾어 버릴지어다. 10력을 가진 지혜의 해가 꺼져 버리면 너희들은 무명에 가리워지고 말 것이니라.

 

모든 비구들이여, 마치 땅과 모든 산의 약초가 중생을 위하여 쓰이듯 나의 법도 그러하여 묘하고 좋은 감로의 법맛을 내어 중생들의 가지각색 번뇌병을 고치는 약이 되느니라. 내가 이제 모든 중생과 나의 제자인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모두 비밀장(秘密藏) 속에 머물게 하며, 나도 역시 그 가운데 머물러서 열반에 들려 하노라. 어떤 것을 비밀장이라 하는가. 마치 이자(伊字 : )의 세 점이 나란히 있어도 ''자가 되지 못하고, 세로로 있어도 ''가 되지 못하거니와 마혜수라(摩醯首羅)의 얼굴에 있는 세 눈과 같아야 ''자가 되는 것이고, 세 점이 따로 있어도 ''자가 되지 못하느니라. 나도 그와 같아 해탈법도 열반이 아니고 여래의 몸도 열반이 아니고 마하반야도 열반이

 

                                                                                                                         [48 / 10007]

아니며, 세 가지 법이 제각기 달라도 열반이 아니니, 나는 지금 이러한 세 가지 법에 있으면서 중생을 위하여 열반에 든다 하는 것도 세상의 ''자와 같은 것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결정코 열반에 드실 줄을 알고는 모두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수없는 바퀴를 돌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음을 통쾌하게 말씀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온갖 중생의 발자취 중에 코끼리의 발자취가 가장 으뜸이듯이, 무상하다는 생각도 그러하여 여러 생각 중에 가장 제일이어서, 만일 부지런히 닦는 이가 있으면 온갖 욕계의 탐애(貪愛)와 색계 · 무색계의 탐애와 무명(無明)과 교만과 무상하다는 생각을 제할 수 있으리이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만일 무상하다는 생각을 여의었사오면 지금 열반에 들지 않으실 것이옵고, 일 여의지 못하였을진댄 어찌하여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으면 삼계의 탐애와 무명과 교만과 무상하다는 생각을 여의리라 말씀하시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농사꾼이 가을에 땅을 깊이 갈면 여러 가지 풀을 제할 수 있듯이, 무상하다는 생각도 그러하여 온갖 욕계의 탐애와 색계 · 무색계의 탐애와 무명과 교만과 무상하다는 생각을 제할 수 있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밭을 가는 데는 가을에 가는 것이 으뜸이요, 발자취 중에는 코끼리 발자취가 가장 승하고, 모든 생각 중에는 무상하다는 생각이 제일이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어떤 제왕이 목숨이 다한 줄 알고 천하에 은사(恩赦)를 내려 옥에 갇힌 죄수들을 모두 놓아 주고 그 뒤에 목숨을 마치듯이, 여래께서도 그와 같이 중생들을 제도하여 모든 무지(無知)와 무명의 속박에서 해탈케 한 뒤에 열반하실 것이온데, 저희들이 아직 제도를 얻지 못하였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 저희들을 버리옵고 열반에 들려 하시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귀신에게 들린 사람이 주문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주문의 신력으로 말미암아 귀신을
떼어 버릴 수 있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모든 성문들에게 무명의 귀신을 떼어 버리고 마하반야와 해탈과 법신의 법에 머무르게 하기를 ''자의 세 점과 같게 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향상(香象)이 사람에게 잡혔을 적에 비록 길 잘 들이는 사람이 있더라도 억누를 수 없고 필경에

 

                                                                                                                      [49 / 10007]

굴레나 사슬을 끊고 제 뜻대로 달아나듯이, 저희는 쉰일곱 가지 번뇌의 얽힘을 벗어나지 못하였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 저희를 버리시고 열반에 들려하시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어떤 사람이 학질에 걸렸을 적에 좋은 의사를 만나면 학질을 뗄 수 있듯이, 우리는 그와 같아서 모든 고통과 근심과 나쁜 열병에 걸렸는데, 비록 여래를 만났으나 병이 낫지 못하고 위없는 편안과 즐거움을 얻지 못하였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 저희를 버리시고 열반에 들려 하시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술취한 사람이 자기도 알지 못하고, 친척인지 남인지 어미인지 딸인지 누나인지 동생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면서, 혼미하고 황당하게 음탕한 말을 함부로 지껄이며 방자하게 부정한 속에 누웠을 적에, 어떤 의사가 좋은 약을 주어 먹고 토하고는 본 정신이 돌아와서 지난일을 생각하고 부끄럽게 여기고 후회하옵나니, 술이란 물건이 본래 좋지 못하여 여러 가지 나쁜 죄의 근본이므로, 만일 영원히 끊을 수 있다면 모든 죄악을 멀리 여읠 수 있으리이.

 

세존이시여, 우리도 그와 같아서 오랜 옛적부터 생사에 헤매면서 색정에 취하고 5욕을 탐하여, 어미가 아닌 이에게 어미란 생각을 내고, 누나가 아닌 이에게 누나란 생각을 내며, 중생이 아닌 데에 중생이란 생각을 가지었으므로 여러 갈래로 돌아다니면서 나고 죽는 고통을 받는 것이, 저 술취한 사람이 부정한 속에 누운 듯하옵거늘, 여래께서 지금 법의 약을 주시어 번뇌의 나쁜 술을 토하게 하시오나 아직 깨닫는 마음을 얻지 못하였사온데, 여래께서 어찌하여 문득 저희를 버리고 열반에 들려 하시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어떤 이가 파초를 속이 단단하다고 찬양한다면 옳지 못한 것처럼, 중생이 만일 칭찬하기를 나란 고집, 사람이란 고집, 중생이란 고집, 오래 산다는 고집, 양육하는 것, 알음알이 소견, 짓는 이 받는 이가 진실하다는 것도 옳지 못하거늘, 저희들은 이와 같이 내가 없다는 생각[無我想]을 닦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거른 찌꺼기는 다시 소용이 없는 것처럼, 이 몸도 그와 같아서 나도 없고 주재(主宰)도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칠엽수(七葉樹)의 꽃이 향기가 없듯이, 이 몸도 그러하여 나도 없고 주재도 없나이다. 저희들도 그와 같이 마음으로 내가 없다는 생각을 항상 닦사오니,

 

                                                                                                                       [50 / 10007]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온갖 법이 나도 없고 내 것도 없으니, 너희 비구들은 그렇게 닦으라. 그렇게 닦으면 나라는 교만이 없어지고, 나라는 교만을 여의면 문득 열반에 들리라'고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새의 발자취가 공중에 나타날 수 없듯이, 내가 없다는 생각을 닦는 이에게는 모든 소견이 있을 수 없나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찬탄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희들이 내가 없다는 생각을 잘 닦는도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내가 없다는 생각을 닦을 뿐 아니라 그 밖에 다른 생각도 닦으니, 괴롭다는 생각, 무상하는 생각 등입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사람이 술 취하면 마음이 현란하여 산이나 강물이나 성곽 · 궁전 · · · 별 따위를 볼 적에 그것들이 모두 빙빙 돌 듯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괴로운 생각 · 무상한 생각 · 내가 없다는 생각 등을 닦지 않는 이런 사람은 거룩한 이[聖者]라 할 수 없나니, 항상 방일하여 생사에 헤매는 탓입니다.

 

세존이시여그러하므로 저희들은 이런 생각들을 잘 닦나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을지어다. 너희가 말한 술 취한 사람의 비유는 글만 알고 이치를 모르는 것이다. 이치는 어떠한가. 그 취한 사람이 해와 달 따위를 볼 적에 돌지 않는 것을 도는 줄로 생각하는 것이니, 중생도 그러하여 모든 번뇌와 무명에 가리워져서 뒤바뀐 마음을 낼 적에, 나에게 대하여 내가 없다 생각하고, 항상한 것을 무상  하다  생각하고, 깨끗한 것을 부정하다 생각하고, 즐거운 것을 괴롭다 생각하는 것이니, 번뇌에 가리웠  으므로  그러한 생각을 내거니와마치 술 취한 사람이 돌지 않는 것을 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으니라.

 

나란 것은 곧 부처란 뜻이고, 항상하다는 것은 법신이란 뜻이고, 즐겁다는 것은 열반이란 뜻이고, 깨끗하다는 것은 법이란 뜻이니라. 너희 비구들은 어찌하여 나란 생각이 있으면 교만하고 잘난 체하여 생사에 해맨다고 하느냐. 너희들이 말하기를 우리도 무상하고 괴롭고 내가 없다는 생각들을 닦는다 하지만, 그 세 가지 닦는 법을 말하리라. 괴로운 것에 즐겁다는 생각을 내고 즐거운 것에 괴롭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 뒤바뀐 법이요, 무상한 것에 항상하.....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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