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대안락(大安樂)의 법문이라 한다. 그러므로 선병이라는 말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선을 잘못 이해하고 그릇된 마음가짐과 방법으로 지어갈 때 거기에는 당연히 잘못된 결과가 오게 마련이다.
선이 잘못되는 원인을 살펴보면 대개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큰 믿음과 큰 서원이 없는 것이다. 선은 자성을 요달하여 불성 본분을 회복하고 나아가 일체중생을 제도하여 불국토를 이루겠다는 서원이 없을 때 기본출발부터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선을 한낱 정신건강법으로 알거나 정력강건법으로 알거나 업장소제법으로 알거나 묘술을 얻는 기법으로 안다면 그것은 선일 수가 없다. 불보살의 가호를 입지 못하고 중도에서 퇴실하거나 외도에 빠지게 된다.
둘째는 선지식을 믿지 않는 것이다. 선지식에 의지함이 없이 그 가르침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신봉하지 아니하고 자기 나름대로 지식을 조합하여 선을 하는 것이다. 허허망망한 바다를 나침반 없이 가는 것과 똑같다. 이러고서는 길을 그르칠 수 밖에 없게 된다.
세째는, 五개(蓋)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오개라 함은, 참마음을 덮어서 착한 공덕이 나지 못하게 하는 다섯가지 번뇌이다. 즉 탐욕과 성냄과 혼침과 도회(掉悔)와 의심이다. 오개 중, 혼침은 잠들거나 정신이 혼매(昏昧)한 것을 말하는 것인데 거기서는 심신이 어둡고 기상을 침참시킨다. 탁한 물과 같다. 명철하고 적극적인 기상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잠을 즐기거나 혼미하면 선을 방해한다. 다음 도회라 하는 것은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들떠 있거나 산란하고, 또는 그 반대로 우수에 빠지고 후회하는 감정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의심은 선법을 의심하거나 선이 자신의 분이 아니라고 의심하거나 본참공안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것을 말한다. 오개는 전적으로 공부를 방해하고 진전시키지 못한다.
네째는 경계를 보고 경계를 집착하는 것이다. 경계란 눈으로 보고 귀에 들리는 바깥 경계 뿐만 아니라 마음에서 느끼고 생각에 떠오르는 마음경계까지를 포함한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경계나 마음에 느끼고 생각에 떠오르는 그 모두는 상(相)이다. 이런 경계나 형상을 인정하고 그것에 끄달렸다면 이미 공부는 삐뚤어진 것이다. 화두를 잊어버린 때이다. 원래 이 도리는 형상이 없는 것이다(無相). 그래서 형상을 인정하는 마음으로는 얻어질 수 없는 것인데 형상을 인정하는 마음을 잡았다면 잘못될 수 밖에 없다. 맑고 고요하다든가 밝고 시원하다든가 불국토를 보았다든가 부처님 설법을 들었다든가 그 모두는 경계이다. 형상이다. 여기에 떨어진 것은 잘못된 것이며 병이다. 이런 경계에 떨어지면 공부에 진취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혹은 사도에 떨어지고 혹은 큰 병을 얻게 된다. 경계를 취하지 말고 오직 간절하게 화두만을 잡두리하므로써 이 병을 면할 수 있다. 대개 경계가 나타나는 것은 화두가 순일하지 않고 혼매하거나 치구심이 있고 견고한 서원이 없는데서 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다섯째는 화두에 간절히 의정을 내지 아니하고 욱체의 힘으로 화두를 지켜가려는 병이다. 이런데서 몸을 구속하고 육단심(肉團心)을 내어 억지로 화두를 지어가게 되니 심신에 장애가 생긴다. 피로하고 퇴굴심이 나고 또는 상기병(上氣病)이 나타난다. 두통이 나고 눈이 침침해지며 소화불량도 생기는 것이다. 이런 증세가 나면 공부는 크게 퇴실하게 된다. 선병을 막자면 좌선의(坐禪儀)를 착실히 배워서 좌선작법이 몸에 익어야 한다. 좌선의를 등한히 하면 공부에 진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용맹심을 내어 정진한다 하더라도 도리어 심신에 병이 생기고 상기병을 얻는다. 이것은 근일 많이 목도하는 바이다. 그러고서는 참선은 있어도 힘을 얻는 사람은 드물고 시작하는 사람은 많아도 중간에 폐하는 사람이 많으며 마침내는 참선이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으로 알거나 참선에 영험이 없다고까지 말하게 되는 것이다.
종래 무자(無字)화두를 지어가매 특별히 경계해야 할 열 가지를 일러오는데 이것을 「무자十병」이라 한다. 대주해(大珠海)선사가 무자화두를 지어가는데 있어 열가지 병통을 들어 경계한 것이다. 이 경계는 무자화두만에 한한 것이 아니다. 다음에 간략히 적어둔다.
(1) 의근하복탁(意根下卜度) 생각으로 알아맞히려 하는 것을 말한다.
(2) 양미순목처타근(揚眉瞬目處桗根) 눈썹을 오르내리고 눈을 껌벅이는 곳에 지견을 내어 들어앉아 있는 것.
(3) 어로상작활계(語路上作活計) 말길에서 알아맞추고자 하며, 그것으로 공부를 삼는 것.
(4) 문자중인증(文字中引證) 경전이나 어록에서 끌어다가 인증을 삼으며 알려고 하는 것.
(5) 거기처승당(擧起處承當)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 맞히려는 것.
(6) 양재무사갑리(颺在無事甲裡)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리고 일없는 곳에 들어 앉아있는 것.
(7) 작유무회(作有無會) 있는 것이거나 없는 것으로 아는 것.
(8) 작진무회(作眞無會) 참으로 없는 것으로 아는 것.
(9) 작도리회(作道理會) 도리가 그렇거니 하고 알음알이를 짓는 것.
(10) 장미대오(將迷待悟) 자기가 미했다고 하여 깨치기를 기다리는 것 등이다.
출처 : 이것이 선의 길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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