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修心訣)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으라(수심결)

근와(槿瓦) 2015. 10. 29. 22:43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으라(수심결)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질문) 깨달은 뒤에 닦는 법문 가운데 선정(定)과 지혜(慧)를 고루 가진다는 이치를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자세히 설명하여 의혹을 풀고 해탈의 문으로 들어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대답) 법과 이치를 말한다면, 이치에 들어가는 천 가지 문이 선정과 지혜 아님이 없다. 그 요점을 들면 자성의 본체와 작용 두 가지 뜻인데, 앞에서 말한 공적 영지가 바로 그것이다. 선정은 본체고 지혜는 작용이다. 본체의 작용이기 때문에 지혜는 선정을 떠나지 않고, 작용의 본체이기 때문에 선정은 지혜를 떠나지 않는다. 선정이 곧 지혜이므로 고요하면서 항상 알고, 지혜가 곧 선정이므로 알면서 항상 고요하다.

 

육조스님께서 말씀하신 '마음이 어지럽지 않음이 자성(自性)의 선정이고, 마음이 어리석지 않음이 자성의 지혜다'라고 하신 것과 같다.

 

이런 도리를 깨달아 고요함(寂)과 앎(知)에 자재하여 선정과 지혜가 둘이 아니게 되면, 돈문(頓門)에 들어간 이의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것이 된다. 그러나 먼저 적적(寂寂)으로써 흩어지려는 생각을 다스리고 그 다음 성성(惺惺)으로써 흐리멍덩을 다스린다 하여, 앞과 뒤에 대치하여 혼침(昏)과 산란(亂)을 고루 다스려 고요함에 들어가는 이는 점문(漸門)에 속하는 낮은 근기의 소행이다.

 

그는 성성과 적적을 고루 가진다고 하지만, 적적만을 취한 수행이 될 뿐이다. 어찌 할 일을 마친 사람의 본래 고요함(本寂)과 본래 앎(本知)을 떠나지 않고 자유자재로 겸해 닦는 것이 되겠는가.

그래서 육조스님께서는 '스스로 깨달아 수행하는 것은 따지는 데 있지 않다. 앞뒤를 따진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라고 하신 것이다.

 

통달한 사람의 경지에서는 선정과 지혜를 고루 가진다는 뜻은, 힘씀과 작용(功用)에 떨어지지 않고 원래 저절로 무위(無爲)이어서 따로 특별한 때가 없는 것이다. 빛을 보고 소리를 들을 때도 그러하고, 옷 입고 밥 먹을 때도 그러하며, 대소변을 볼 때도 그러하고, 남과 만나 이야기할 때도 그러하다. 다니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말하거나 잠잠하거나 기뻐하거나 성내거나 항상 그러하여, 마치 빈배가 물결을 타고 높았다 낮았다 하고, 흐르는 물이 산기슭을 돌 때 굽었다 곧았다 하는 것과 같아서 마음마다 분별이 없다.

 

오늘도 유유자적(悠悠自適) 내일도 유유자적하면서, 온갖 인연을 따라도 아무 장애가 없고 악을 끊거나 선을 닦지도 않으며, 순진하고 거짓이 없어 보고 들음이 예사로와 한 티끌도 맞서는 것이 없다. 번뇌를 떨어버리려는 노력도 필요없고, 한 생각도 망령된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얽힌 인연을 잊으려는 힘을 빌릴 것도 없다. 그러나 업장은 두텁고 익힌 버릇은 무거우며, 관행(觀行)은 약하고 마음은 들뜨며, 무명의 힘은 세고 지혜의 힘은 약해서, 선악의 경계에서 움직이고 고요함이 서로 번갈아든다. 그러기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지 못한 이는 얽힌 인연을 잊고 번뇌를 떨어버리는 공부가 있어야 한다.

 

옛사람은 이와 같이 말씀하였다. '여섯 감관(六根)이 대상을 거두어 마음이 인연을 따르지 않는 것을 선정(禪定)이라 하고, 마음과 대상이 함께 공하여 비추어보아 미혹이 없는 것을 지혜(慧)라 한다.'

이것이 상(相)을 따르는 문의 선정과 행할 바이지만 대치하는 문에서는 어쩔 수 없다. 만약 들뜸이 심하면 먼저 선정의 문으로써 산란을 거두어 마음이 인연을 따르지 않고 본래의 고요함에 계합하도록 하며, 혼침(昏沈)이 많으면 지혜의 문으로써 공(空)을 관하여 비추어보아 미혹을 없애고 본래의 앎에 계합하도록 한다.

 

선정으로써 어지러운 생각을 다스리고 지혜로써 무기(無記 : 선도 악도 아닌 것)를 다스려, 움직이고 고요한 자취가 없어지고 대치하는 공부를 마치면, 어떤 대상을 대하더라도 생각마다 근본으로 돌아간다. 인연을 만나도 마음마다 도에 계합하여 걸림없이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아야 비로소 일 없는 사람(無事人)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참으로 선정과 지혜를 고루 가져 불성을 분명하게 본 이라 할 것이다.

 

 

출전 : 밖에서 찾지 말라(수심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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