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修心訣)

수행의 권함(勸結)

근와(槿瓦) 2015. 12. 19. 00:25

수행의 권함(勸結)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바라노니 수도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잘 음미하여 다시는 의심을 내어 스스로 물러서는 일이 없도록 하라. 만일 대장부의 뜻을 갖추어 위 없는 불도를 구하는 이라면 이 길을 버리고 어찌하리요? 부디 문자에 집착하지 말고 바로 참뜻을 알아 일일이 자기에게로 돌리어 근본에 합하면 스승없이 얻은 지혜가 저절로 앞에 나타나고 천진한 진리가 또렷하여 어둡지 않아서 지혜의 몸을 성취하되, 다른 이에 의해 깨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묘한 뜻은 비록 모든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나 만일 전생에 지혜의 종자를 심은 대승의 근기가 아니면 능히 한 생각에 바른 믿음을 내지 못할 것이며,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시 비방하여 도리어 무간지옥의 결과를 부르는 이가 종종 있다.

 

비록 믿지는 않으나 한 번 귓전을 스쳐 잠깐 인연을 맺으면 그 공덕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유심결(唯心訣)에 말씀하시기를 ‘듣고 믿지 않을지라도 부처 될 종자의 인연을 맺고 배워서 이루지 못하더라도 인간이나 하늘의 복을 뒤덮어서 성불할 바른 인(因)을 잃지 않는다’하였거든, 하물며 듣고 믿으며 배워 이루어서 잘 지키어 잃지 않으면 그 공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요?”

 

“지난 세상에 윤회하던 업을 돌아본다면 몇천 겁 동안을 어두운 무간지옥에 떨어져 갖가지 고통을 받았으며, 또 얼마나 불도를 구하려 하였으나 착한 벗을 만나지 못하고 오랜 겁을 어두운 속에 빠진 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온갖 악업을 지었던고? 때로 한번씩 생각하면 모르는 결에 긴 한숨이 나오거늘 어찌 방일하다가 지난날의 재앙을 다시 받겠는가? 또 누가 나로 하여금 지금 인간에 태어나 만물의 영장이 되게 하여 진리를 닦는 길을 잃지 않게 하였던가? 실로 눈 먼 거북이가 나무토막을 만난 격이며 작은 겨자씨를 바늘 끝에 던진 격이다. 그 다행스러움을 어찌 다 말로써 표현하리요?

 

내가 이제 물러설 생각을 내거나 게으른 생각을 내어서 항상 뒤로 미루다가 깜박 사이에 목숨을 잃고 나쁜 길에 빠져서 온갖 고통을 받게 되면 비록 단 한 구절의 불법을 들어 믿고 이해하고 지니어 고통을 벗어나고자 하나 될 수 있겠는가? 위급함에 임하여 뉘우친들 아무 이익도 없다. 원컨대 모든 수도하는 사람들은 방일하지 말고 탐욕과 음욕에 집착하지 말며, 머리에 붙은 불을 급히 끄듯 살피고 돌아보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무상한 세월이 빨라서 몸은 아침의 이슬 같고 목숨은 지는 해와 같다. 오늘은 살았으나 내일을 보장키 어려우니 부디 명심하고 명심하라.”

 

“우선 세상의 유위(有爲)의 선(善)을 의지하기만 하여도 삼악도(三惡道)의 괴로운 윤회를 면하고 천상과 인간에서 훌륭한 과보를 얻어 온갖 쾌락을 누리거늘 하물며 이 최상승의 매우 깊은 법문은 잠깐만 믿더라도 이루어지는 그 공덕은 어떤 비유로도 그 조그만 부분이나마 설명할 수 없음이라.

 

경에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 세계의 칠보로 삼천대천 세계에 사는 중생들에게 공양하여 모두 만족하게 하고, 또 그 세계의 일체중생을 교화하여 사과(四果)를 얻게 한다면 그 공덕이 한량이 없거니와, 그러나 잠깐 동안에 이 법을 바로 생각하여서 얻는 공덕보다는 못하다’하였다. 이것으로 보건대 우리의 이 법문은 가장 귀하고 가장 높아 어떤 공덕에도 비유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경에 말하기를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이 바로 도량으로서, 수없는 모래같은 수효의 칠보탑을 만드는 것보다 훌륭하도다. 보배탑은 비록 부서져 먼지가 되거니와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하시니 바라건대 수도하는 사람은 이 말씀을 되새겨서 부디 유의하여야 한다. 이 몸을 이 세상에서 제도하지 못하면 또 어느 생을 기다려 제도하랴. 지금에 닦지 않으면 만겁이 어긋나는 것이니 지금에 힘써 닦으면 닦기 어려운 수행도 차츰 어렵지 않게 되어 공덕의 행동(功行)이 저절로 증진하리라.

 

슬프다, 요즘 사람들은 시장하던 때에 특별히 맛나는 음식을 만났으면서도 먹을 줄을 모르며, 앓으면서도 의원을 만났건만 약 먹을 줄을 모르는구나. 어찌할꼬, 어찌할꼬! 하지 않는 이는 나도 어쩔 수 없다고 한 말과 같다.”

 

“또 이 세상의 유위(有爲)의 일은 그 형상도 볼 수 있고, 그 공덕도 진행할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그 한 가지 일만 얻더라도 희귀하다 찬탄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 마음의 법문은 그 형상도 볼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마음으로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하늘 · 마군 · 외도가 비방하려 하여도 문이 없고, 제석과 범왕(梵王) 등 모든 하늘들이 칭찬하려 하여도 미칠 수 없다. 그런데 하물며 지식이 얕은 범부들로서는 어찌 가까이 닮아볼 수 있겠는가?

 

슬프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어찌 바다의 넓음을 알며 여우가 어찌 사자처럼 소리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이 말법 사람으로 이 법문을 듣고 희귀하다는 생각을 내어, 믿고 받드는 이는 이미 한량없는 겁 동안 모든 성인을 받들어 섬기어 온갖 선근을 심어, 지혜의 바른 인연을 깊이 맺은 최상의 근기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금강경>에 말하였다.

‘이 글귀에 대해 능히 신심을 내는 사람은 이미 한량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온갖 선근을 심은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또 말하였다.

‘대승의 마음을 낸 이를 위하여 말하며, 최상승(最上乘)의 마음을 낸 이를 위하여 말한다.”

 

“바라건대 도를 구하는 사람들은 겁내는 생각을 내지 말고, 용맹한 마음을 일으키라. 전생의 착한 인연이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니라. 만일 뛰어나고 훌륭한 이 법문을 믿지 않고 낮고 못난 것으로 자처하여, 어렵다는 생각으로 금생에 닦지 않으면, 비록 전생의 선근이 있었더라도 지금 그것을 끊기 때문에 더욱 어렵고 더욱 멀어질 것이다. 이제 이미 보배 있는 곳에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나니, 한번 사람의 몸을 잃으면 만 겁에 회복하기 어렵다. 바라노니 부디 삼가라. 지혜있는 사람이라면 보배가 있는 곳을 알면서 구하지 않다가 어찌 오래도록 외롭고 가난함을 원망하겠는가?

 

진정 보배를 얻으려 하거든 가죽주머니(신체)를 놓아 버려라.”

 

 

출전 : 선문촬요(수심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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