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율논소(經律論疏)

사미십계(沙彌十戒法)

근와(槿瓦) 2015. 10. 18. 00:38

사미십계(沙彌十戒法)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부처님이 카필라의 니그로다 동산에 계실 때였다. 공양 때가 되어 밥을 빌고 돌아오는데, 출가 전의 아내 야쇼다라는 라훌라를 데리고 높은 누각에 올라가 부처님이 오시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여인은 어린 아들에게 말했다.

「저기 오시는 분이 너의 아버지시다.」

 

이 말을 들은 라훌라는 달려내려와 부처님께 절을 했다. 부처님은 라훌라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그를 데리고 니그로다 동산으로 가셨다. 그리고 사리풋타를 불러

「이 라훌라에게 계를 일러 주어라.」하고 말씀하셨다.

 

사리풋타는 라훌라의 머리를 깎아 가사를 입히고 꿇어 앉아 합장하게 한 다음 삼귀의를 세 번 외게 하고 사미 십계(沙彌十戒)를 일러 주었다.

「첫째, 산 목숨을 죽이지 말라. 부처님과 성인과 스님을 비롯하여 날아다니고 기어다니는 보잘것없는 곤충에 이르기까지 목숨이 있는 것은 무엇이건 내 손으로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좋아하지 말라. 벌레가 있는 물은 걸러 먹고 등불을 가리며 고양이를 기르지 말라. 은혜를 베풀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여 편히 살게 하며, 죽이는 것을 볼 때에는 자비심을 내어라. 이 사미의 계를 범하면 사미가 아니다.

 

둘째, 훔치지 말라. 금과 은이나 바늘 한 개, 풀 한 포기까지라도 주지 않은 것은 가지지 말라. 상주물(常住物)이나 시주의 물건이나 대중의 것, 나라의 것, 개인 소유물을 빼앗거나 훔치거나 속여 가지지 말라. 세금을 속이거나 차삯 뱃삯을 안 내는 것은 모두 훔치는 행위이다. 옛날 어떤 사미는 대중이 공영할 떡 두 개를 훔쳐 먹고 지옥에 떨어진 일이 있다. 차라리 손을 끊을지언정 옳지 못한 물건은 가지지 말아야 한다. 이 사미의 계를 범하면 사미가 아니다.

 

세째, 음행하지 말라. 일반 신도의 오계(五戒)에서는 사뙨 음행만 못하게 했으나 집을 나온 수행자의 십계(十戒)에서는 음행을 모두 끊어야 한다. 세상 사람들도 음욕으로 인해 몸을 망치고 집안을 망하게 하는데, 세속을 떠난 수행자가 어찌 음욕을 범할 것인가. 나고 죽는 근본은 음욕이니, 음란하게 사는 것은 청정하게 죽는 것만 못하다. 이 사미의 계를 범하면 사미가 아니다.

 

네째, 거짓말 하지 말라. 거짓말에는 네 가지가 있다. 하나는 허황한 말이니,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것을 옳다 하며, 본 것을 못 보았다 하고 못 본것을 보았다 하여 진실치 않은 것이다. 둘은 비단결 같은 말이니, 구수한 말을 늘어놓으며 애끊는 정열로 하소연하여 음욕으로 이끌고, 슬픈 정을 돋구어 남의 마음을 방탕하게 하는 것이다. 셋은 나쁜 말이니, 추악한 욕지거리로 남을 꾸짖는 것이다. 넷은 두 가지로 하는 말이니, 이 사람에게는 저 사람 말을 하고 저 사람에게는 이 사람 말을 하여, 두 사람 사이를 이간하고 싸움붙인다. 처음에는 칭찬하다가 나중에는 비방하며, 만나서는 옳다 하고 딴데서는 그르다 한다. 거짓 증거로 벌을 받게 하거나 남의 결점을 드러내는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다.

 

범부로서 성인의 자리를 깨달아 증득했다고 하는 것은 큰 거짓말이다. 그 죄는 가장 중하다. 남의 급한 재난을 건지기 위해 자비심으로 방편을 써서 하는 거짓말은 죄가 되지 않는다. 옛날 어떤 사미는 늙은 비구의 경 읽는 소리를 비웃어 개 짓는 소리 같다고 했다. 그 비구는 아라한이므로 사미를 불러 곧 참회하게 했다. 그래서 겨우 지옥은 면했으나 개 몸을 받았다. 사람의 입에는 도끼가 있어 나쁜 말 한 마디로 몸을 찍는다. 이 사미의 계를 범하면 사미가 아니다.

 

다섯째, 술 마시지 말라.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독약이다.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말고 냄새도 맡지 말며 술집에 머물지도 말고 남에게 술을 권하지도 말라. 어떤 신도는 술을 마시고 다른 계율까지 범한 일도 있다. 출가 수행자가 술을 마시는 것은 말할 수 없는 허물이다. 술 한번 마시는 데에 서른 여섯 가지 허물이 생기니 작은 죄가 아니다. 술을 즐기는 사람은 죽어 똥물지옥에 떨어지며 날 때마다 바보가 되어 지혜의 씨가 없어진다. 차라리 구정물을 마실지언정 술은 마시지 말라. 이 사미의 계를 범하면 사미가 아니다.

 

여섯째, 꽃다발을 사용하거나 향을 바르지 말라. 꽃다발과 화려한 옷과 여러 가지 패물로 장식하거나 향수나 연지나 분 같은 것을 바르지 말라. 세속에서도 청렴하고 결백한 사람들은 사치를 싫어하는데, 하물며 세속을 떠난 사람이 어찌 화려한 사치를 즐길 것인가. 수수하게 물들인 누더기로 몸을 가리는 것이 마땅하다. 이 사미의 계를 지켜야 한다.

 

일곱째, 노래하고 춤추거나 악기를 사용하지 말며 가서 구경하지도 말라. 부처님에게 공양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음악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 생사를 위해 세속을 버리고 출가한 신분으로 어찌 올바른 공부는 하지 않고 노래 같은 것을 즐길 것인가. 옛날 어떤 신선은 여자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을 듣다가 신통력을 잃어버렸다 한다. 구경만해도 그렇거늘 몸소 부름에 있어서랴. 장기 바둑이나 윷놀고 노름하는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모두 수도하는 마음을 어지럽히고 허물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 사미의 계를 지켜야 한다.

 

여덟째, 높고 넓은 큰 평상에 앉지 말라. 높고 넓은 큰 평상에 앉는 것은 거만한 것이니 복을 감하고 죄보를 불러들이게 된다. 비단으로 만든 휘장이나 이부자리 같은 것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풀로 자리를 만들고 나무밑에 사는 생활을 해야 할텐데, 어찌 높고 넓은 큰 평상에 앉아 허망한 이 육신을 편하게 할 것인가. 이 사미의 계를 지켜야 한다.

 

아홉째, 제 때 아니면 먹지 말라. 천신들은 가볍고 맑아 아침에 먹고, 짐승은 둔탁해서 오후에 먹으며, 귀신은 겁이 많아 밤에 먹는다. 그러나 부처님 법은 중도(中道)이니 정오에 먹는다. 많이 먹으려 하지 말고 맛을 탐해 먹으려고도 하지 말라. 오후에 먹지 않으면 여섯 가지 복이 생긴다. 아귀들은 항상 주려 바리 소리만 들어도 목구멍에서 불이 일어난다는데 어찌 제 때도 아닌데 먹을 것인가. 이 사미의 계를 지켜야 한다.

 

열째, 금 은 보석을 가지지 말라. 금 은 보석은 모두 탐심을 기르고 도를 방해하는 물건이다. 손에 쥐지도 말아야 할 텐데 수행자가 이런 것을 탐해서 될 것인가. 이웃의 가난을 생각하고 항상 보시를 해야 한다. 돈을 벌려고 하지 말며 모아두지도 말고 장사하지 말며, 보물 같은 것으로 기구를 장식해서는 안 된다. 이 사미의 계를 지켜야 한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