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거사(維摩居士,유마경)

72-중-유마경-8

근와(槿瓦) 2015. 9. 25. 00:38

72-중-유마경-8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63 / 121] 쪽

그 때 천녀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왜 꽃을 떼내려고 하십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이 꽃은 법답지[如法] 못하므로 떼내 버리려 합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이 꽃을 법답지 못하다고 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이 꽃은 아무런 분별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분별하는 마음을 일으킨 것일 뿐입니다. 만약 부처님의 가르침[法]을 받들어 출가하고서 분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법답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분별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다운 것입니다. 저 보살들을 보시오. 꽃이 달라붙지 않는 것은 이미 분별하는 마음[分別想]을 끊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어떤 사람이 두려운 마음을 지니고 있을 때에 비인(非人)에 홀리기 쉬운 것과 같이, 제자들은 생사를 두려워하고 있으므로 빛깔[色]과 소리[聲], 냄새[香], 맛[味], 감촉[觸] 등으로 홀리는 것입니다. 이미 두려움에서 벗어난 사람에게는 5욕 등이 전혀 힘을 미치지 못합니다. 번뇌의 습기[結習]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꽃이 몸에 달라붙은 것뿐입니다. 번뇌의 습기가 없어진 이는 꽃이 달라붙지 않습니다."

 

사리불이 말했다.

"그대 천녀는 이 방에 머무른 지 오래되었습니까?"

 

천녀가 답했다.

"제가 이 방에 머문 것은 고덕[耆年]께서 해탈(解脫)하신 것만큼 오래되었습니다."

 

사리불이 말했다.

 

                                                                                                                          [64 / 121] 쪽

"여기에 오래도록 머물렀습니까?"

 

천녀가 답했다.

"고덕이 해탈하신 것도 얼마나 오래되셨습니까?"

 

사리불은 묵묵히 대답하지 않았다. 천녀가 말하였다.

"웬일로 고덕(古德)의 뛰어난 지혜를 지니고 계시면서 침묵하십니까?"

 

사리불이 답했다.

"해탈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말씀[言說]과 문자(文字)야말로 모두가 해탈의 모습입니다. 왜냐 하면, 해탈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 안이나, 마음 밖이나, 또 그 사이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자도 이와 같아서 안에도 밖에도, 또 안과 밖의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고덕이시여, 문자를 떠나서는 해탈을 말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모든 것[法]은 그대로가 해탈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그러나 탐심[貪]과 성냄[怒]과 어리석음[癡]을 떠나는 것을 해탈이라 하지 않습니까?"

 

천녀가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증상만(增上慢)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해서만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나는 것이 해탈이라고 설하셨을 뿐입니다. 만약 증상만이 없는 사람이라면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자성이 곧 그대로 해탈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리불이 말했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천녀여, 그대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깨달았기에 그와 같이 훌륭히 설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까?"

 

                                                                                                                          [65 / 121] 쪽

천녀가 대답했다.

"저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고, 깨달은 것도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이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무엇을 얻었다든가 깨달았다고 하는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는 증상만에 사로잡힌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 천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세 가지 가르침[三乘] 가운데 어느 것에 뜻을 두고 있습니까?"

 

천녀가 대답하였다.

"저는 성문법(聲聞法)으로 중생을 교화하므로 성문(聲聞)이며, 인연법(因緣法)으로 중생을 교화하므로 벽지불(辟支佛)이기도 하며, 대비법(大悲法)으로 중생을 교화하므로 대승(大乘)이기도 합니다.

 

사리불이여, 첨복(瞻蔔)의 숲에 들어가면, 오직 첨복의 냄새만을 맡을 뿐, 다른 냄새를 맡을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만약 이 방안에 들어오면 오직 부처님의 공덕의 향기를 맡을 뿐, 성문이나 벽지불의 공덕의 향기를 좋아하지 않게 됩니다.

 

사리불이여, 대체로 제석천이나 범천, 사천왕, 온갖 천신들, 용(龍), 귀신일지라도 이 방안에 들어온 자는 (유마힐이라고 하는) 훌륭한 분[上人]이 설하는 정법을 듣고, 모두가 부처님 공덕의 향기를 좋아하며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킨 다음에 나가게 됩니다. 사리불이여, 저는 이 방에 머문 지가 이미 12년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성문, 벽지불의 법을 설하는 것을 듣지 않고, 오직 보살의 대자대비(大慈大悲)와 불가사의한 제불(諸佛)의 가르침만을 들어 왔습니다.

 

사리불님, 이 방에는 항상 일찍이 한 번도 없었고[未曾有], 있기 어려운 일[難得之法] 여덟 가지가 나타났는데,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이 방은 항상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어 밤과 낮의 차이가 없으며, 태양과 달의 빛도 더 밝지 못한 것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전에 없던 일입니다. 또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은 온갖 번뇌에 괴로워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전에 없던 일입니다. 이 방에는 항상 제석천[釋], 범천[梵], 사천왕

 

                                                                                                                          [66 / 121] 쪽

천(四天王天), 그리고 타방(他方)의 보살들이 모여 와서 끊이질 않습니다. 이것이 세 번째 전에 없던 일입니다. 이 방에는 항상 6바라밀과 불퇴전(不退轉)의 법이 설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네 번째 전에 없던 일입니다. 또 이 방에서는 항상 천상과 인간[天人]의 가장 훌륭한 음악이 연주되고, 가야금의 줄에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르침과 교화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섯 번째 전에 없던 일입니다. 이 방에는 네 개의 커다란 창고가 있어서 온갖 보배가 가득 차 있어서 가난으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부를 베풀어 주지만 그 바닥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여섯 번째 전에 없던 일입니다. 이 방에서는, 석가모니불 · 아미타불 · 아촉불(阿閦佛) · 보덕(寶德) · 보염(寶炎) · 보월(寶月) · 보엄(寶嚴) · 난승(難勝) · 사자향(獅子響) · 일체리성(一切利成) 등 시방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부처님을 이 훌륭한 분[上人 : 유마힐]이 염(念)하기만 하면 곧 나타나 제불의 비밀한 가르침[秘要法藏]을 설하고 돌아갑니다. 이것이 일곱 번째 전에 없던 일입니다. 이 방에는 제천의 엄숙하게 장식된 궁전이나 제불의 정토(淨土)가 모두 나타납니다. 이것이 여덟 번째 전에 없던 일입니다.

 

사리불이여, 이 방에는 항상 여덟 가지 전에 없던 일들이 나타나 있습니다. 이 같은 불가사의한 일을 보면서도 누가 성문의 법 따위를 좋아하고 바라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했다.

"그대는 왜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습니까?"

 

천녀가 대답했다.

"저는 지난 12년 동안 (변치 않는) 여인의 상(相)을 찾아보았지만 찾아낼 수가 없었는데, 무엇을 바꾼단 말입니까? 비유하자면 마치 마술사가 마술로 허깨비 여인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허깨비에게 '왜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는가?'고 묻는다면, 이 사람의 물음이 옳은 것일까요?"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67 / 121] 쪽

"아니지요. 허깨비에게는 정해진 상[定相]이 없는데 바꿀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일체제법도 이와 같아서 정해진 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느냐고 물으십니까?"

 

천녀는 즉시에 신통력으로 사리불을 천녀와 같이 바꾸고, 천녀 자신은 사리불과 같은 모습으로 몸을 바꾸고 물었다.

"왜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으십니까?"

 

사리불이 천녀의 모습을 하고 답하였다.

"나는 지금 어떻게 여인의 몸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만약 당신께서 그 여인의 몸을 바꿀 수가 있게 되면 모든 여인들도 몸을 바꿀 수가 있게 됩니다. 사리불께서 여인이 아니지만 여인의 몸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같이, 모든 여인들도 이와 같아서 여인의 몸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인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일체제법은 '남자도 아니며 여자도 아니다'고 설하신 것입니다."

 

천녀는 곧 신통력을 거두어들였다. 그러자 사리불의 몸은 본래와 같이 되었다. 천녀는 사리불에게 물었다.

"여인의 몸의 특성[女身色相]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사리불이 답하였다.

"여인의 몸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닙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일체제법도 그와 같아서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부처님의 말씀인 것입니다."

 

사리불이 천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곳에서 죽으면 어디에 가서 태어날 것입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68 / 121] 쪽

"부처님께서 화신(化身)으로 태어나시는 곳에 저도 같이 태어날 것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화신으로 태어나시는 것은 죽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지요."

 

천녀가 말하였다.

"중생도 그와 같아서 죽어서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리불이 천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앞으로 얼마만큼 지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게 됩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만약 사리불님께서 다시 태어나 범부로 되돌아간다면, 그 때 저는 아뇩다라삼먁보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내가 또다시 범부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일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니, 왜냐 하면 깨달음[菩提]에는 머무를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도 없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현재에 제불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고, 과거에 이미 얻은 부처님과 앞으로 얻을 부처님이 항하의 모래알과 같이 많은데, 이것은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이것은 모두 세속에서 쓰이고 있는 문자와 이치[數]를 빌렸기 때문에 과거, 현재, 미래(의 부처가 있음)을 설하였을 뿐, 깨달음에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천녀는 물었다.

"사리불이여, 당신은 아라한과[羅漢道]를 얻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69 / 121] 쪽

"아무런 얻을 만한 것도 없으므로[無所得] 얻었습니다."

 

천녀는 말하였다.

"제불 보살님도 그와 같이 얻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얻은 것입니다."

 

그 때 유마힐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이 천녀는 지금까지 92억의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나서 이미 보살의 신통력을 마음대로 쓰면서 소원을 모두 이루고[具足], 무생법인[無生忍]을 얻었고, 이미 물러섬이 없는 경지[不退轉]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본원력(本願力) 때문에 마음대로 모습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고 있습니다."

 

8. 불도품(佛道品)

그 때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보살은 어떻게 해야 불도(佛道)에 통달할 수 있습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만약 보살이 도가 아닌 길[非道]을 간다면 곧 불도에 통달한 것입니다."

 

또 문수사리가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도가 아닌 길을 간다는 것입니까?"

 

유마힐이 답하였다.

"만약 보살이 5무간죄[無間]를 범하여도 괴로워하거나 성내는 일이 없는 것이며,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모든 죄나 번뇌가 없으며, 축생에 떨어지더라도 어리석음[無明]이나 교만한 마음 등의 허물이 없으며, 아귀에 떨어지더라도 공덕을 갖추고 있으며, 색계나 무색계의 도에 이르러서도 잘났다고 뽐내지 않습니다. 탐욕을 부리는 것을 드러내어도 온갖 번뇌에 물드는 일이 없으며

 

                                                                                                                          [70 / 121] 쪽

성내는[瞋恚] 모습을 드러내어도 분노를 품는 일이 없으며, 어리석은 모습을 드러내어도 지혜로써 그 마음을 다스리며, 인색하고 탐욕스런 모습을 보이면서도 안과 밖의 모든 것을 보시하며, 몸과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으며, 계율을 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마음은 편안하게 청정한 계율에 안주하고, 아무리 작은 죄에도 오히려 크게 조심하며, 성내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항상 너그럽게 참으며, 게으른 모습을 보여도 온 마음을 기울여 공덕을 닦으며, 마음이 혼란한 모습을 보여도 마음은 언제나 조용하게 선정을 닦으며,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도 세간과 출세간의 지혜에 통달해 있습니다.

 

아첨하거나 거짓된 모습을 보여도 훌륭한 방편으로 경전의 뜻에 따라 교화하며, 교만하게 뽐내는 모습을 보여도 중생에게는 마치 교량과 같으며, 온갖 번뇌에 들끓는 모습을 보여도 마음은 항상 청정합니다. 마군의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도 부처님의 지혜에 따르지 다른 가르침에는 따르지 않으며, 성문(聲聞)의 사이에 섞여도 중생을 위하여 아직까지 들어 보지 못한 가르침을 설하며, 벽지불(辟支佛)들 사이에 끼여도 대자비를 이룩하여 중생을 교화합니다.

 

가난에 찌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도 보배를 낳는 손으로서[寶手] 공덕이 다하는 일이 없으며, 불구자[刑殘] 사이에 끼여도 온갖 상호(相好)를 갖추어 자신의 몸을 장엄하고, 비천한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도 부처가 될 소질[佛種性]을 가진 무리에 태어나서 온갖 공덕을 갖추고, 몸이 쇠약하고 추하고 비참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도 나라연(那羅延)과 같이 힘센 몸을 얻어 모든 중생이 부러워 즐겁게 바라보는 대상이 되며, 늙고 병든 사람들 사이에 끼여도 영원히 병의 근원을 끊고 죽음의 공포를 초월합니다.

 

재물이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항상 무상을 관하여 실제로 탐내는 것이 없으

 

                                                                                                                           [71 / 121] 쪽

며, 아내와 첩과 채녀(采女)가 있는 것을 보여 주지만 항상 5욕의 진흙탕에서 멀리 떠나 있고, 말이 어눌하고 둔한 것같이 보이면서도 변재(辯才)를 성취하고 모든 것을 간직하여[持] 잊는 일이 없으며, 외도로 중생을 제도하는 모습[邪濟]을 보여도 부처님의 정법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며, 온갖 세속의 길[道]에 두루 빠져드는 것처럼 보여도 그 인연을 끊고, 열반의 경지에 드는 것을 나타내 보여도 생사를 끊어 없애지는 않습니다. 문수사리여, 보살이 이같이 도 아닌 길[非道]을 행해 갈 수가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불도에 통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에 유마힐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무엇을 여래의 씨앗[如來種]이라고 합니까?"

 

문수사리가 답하였다.

"이 몸[有身]이 여래의 씨앗이며, 무명(無明)과 생존의 욕망[有愛]이 씨앗이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씨앗이며, 4전도(顚倒)와 5개(蓋)가 씨앗이 되며, 6입(入)이 씨앗이 되며, 7식처(識處)가 씨앗이 되며, 8사법(邪法)이 씨앗이 되며, 9뇌처(惱處)가 씨앗이 되며, 10불선도(不善道)가 모두 씨앗이며

 

                                                                                                                            [72 / 121] 쪽

요점을 취해서 말한다면 62견(見)이나 모든 번뇌가 모두 부처의 씨앗이 됩니다."

 

"그것은 무슨 말입니까?"

"무위(無爲)를 보고 올바른 깨달음의 경계[正位]에 든 사람은 다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니, 비유하자면 마치 메마른 고원의 육지에서는 연꽃이 자라지 않지만 더럽고 습한 진흙 땅에서는 잘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같이 무위법을 보고 올바른 깨달음의 경계에 든 사람은 끝내 다시는 불법(佛法)에 마음을 일으키지 않게 될 것이며, 번뇌의 진흙 속에 있는 중생이라야 불법에 마음을 일으킬 뿐입니다. 또 허공에 씨를 뿌리면 싹이 틀 수가 없지만 거름으로 비옥한 땅[糞壤之地]에서는 무성하게 자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무위의 올바른 경계에 든 사람은 불법을 일으키는 일이 없습니다. 아견(我見)을 수미산과 같이 일으켜도 더욱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켜 불법을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모든 번뇌가 여래의 씨앗이라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대해(大海)의 깊은 밑바닥에 들어가지 않으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을 얻을 수 없는 것과 같이, 번뇌의 대해에 들어가지 않으면 일체지(一切智)의 보물을 얻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 때에 가섭이 탄식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문수사리여. 이 말씀 명쾌하게 설하시니, 참으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온갖 번뇌가 여래의 씨앗입니다. 저희들은 이제 다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설사 5무간죄를 지을 정도라야 더욱 발심하여 불법을 일으킬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저희들은 영원히 (그 마음을) 일으킬 수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성의 불구자[根敗]는 5욕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과 같이 성문으로 모든 번뇌를 끊어 버린 자는 불법에 있어서는 또다시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서원을 세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문수사리여, 범부는 불법으로 다시 되돌아오지만 성문은 그렇.....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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