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경-90-18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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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곧 천상에 오르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바라문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고 그를 가르쳐 이롭고 기쁘게 하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당시 그 나라에 흉년이 들어 곡식이 귀해져서 구걸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현재 이 나라 안에 있는 모든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라.” “예.” 아난은 곧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사방 모든 대중들에게 모두 강당으로 모이라고 전하였다. 나라 안의 대중들이 모두 모이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중이 모두 모였습니다. 성자는 때가 되었음을 아소서.”
그 때 세존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나라에 흉년이 들어 구걸하기가 매우 어렵다. 너희들은 각각 무리를 나누어 아는 곳을 따라 비사리나 월지국(越祇國)[근교의 발지국(跋祇國, Vajji)을 말한다.]으로 가 그곳에서 안거(安居)하도록 하라. 그러면 궁색한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아난과 함께 여기서 안거하리라. 왜냐 하면 그렇게 해야 궁색함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분부를 받아 곧 떠나고, 부처님과 아난만 그곳에 머물렀다. 그 뒤 여름 안거 동안에 부처님께서 병이 들어 온몸이 몹시 아프셨다.
부처님께서는 가만히 생각하셨다. '나는 지금 병이 나서 온몸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제자들이 모두 흩어져 없는데 내가 만일 열반에 든다면 그것은 옳지 못하다. 나는 정근(精勤)하고 스스로 노력하여 내 목숨을 이어야 한다.' 그 때 세존께서 고요한 방에서 나와 시원한 곳에 앉으셨다. 아난은 이를 보고는 곧 부처님께 황급히 나아가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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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존안(尊顔)을 뵈오니 병이 좀 차도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아난이 다시 아뢰었다.
“세존께서 병이 나시니 제 마음은 황송하고 두려우며 걱정스럽고 근심되어 어쩔 줄을 모르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가만히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아직 열반에 드시지 않으셨고, 세간의 눈은 아직 멸하지 않았으며, 큰 법은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왜 지금 모든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내리지 않으실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만일 스스로 '나는 여러 스님들을 거느리고 있다. 나는 여러 스님들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대중에게 내릴 가르침이 있을 것이나, 여래는 '나는 대중을 거느리고 있다. 나는 대중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슨 대중에게 내릴 가르침이 있겠는가? 아난아, 나는 설해야 할 법을 안팎으로 이미 설하였지만 '보아야 할 것을 모두 통달하였다'고 스스로 자랑한 적은 한 번도 없느니라. 나는 이미 늙었고, 나이 또한 80이나 된다. 마치 낡은 수레를 방편으로 수리하면 좀 더 갈 수 있는 것처럼 내 몸도 또한 그렇다. 방편의 힘으로써 잠시 목숨을 연장할 수 있기에 나는 스스로 힘써 정진하면서 이 고통을 참느니라. 일체의 사물을 생각하지 않고 생각이 없는 선정[無想定]에 들어갈 때, 내 몸은 안온하여 아무런 번민도 고통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法)에 맹렬히 정진해야지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해야지 다른 것에 귀의하지 말라.[참조하여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으며 다른 것을 등불로 삼지 말라. 자신을 귀의처로 삼고 법을 귀의처로 삼으며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로 번역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한역(漢譯)의 문장[文]에 충실하여 위와 같이 번역하였다.] 어떤 것을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에 맹렬히 정진해야지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해야지 다른 것에 귀의하지 말라'라고 하는가? 아난아, 비구는 안의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하고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잘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써 세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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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과 걱정을 없애야 한다. 또 밖의 몸을 관찰하고, 안팎의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하고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잘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써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애야 한다. 수(受)와 의(意)와 법(法)도 또한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하느니라. 이것을 아난아,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法)에 맹렬히 정진해야지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해야지 다른 것에 귀의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죽은 뒤에 능히 이 법대로 수행하는 자가 있으면 그는 곧 나의 참 제자요, 또 제일가는 수행자일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차바라탑(遮婆羅塔)[Cpla-cetiya이며, 비사리성(毗舍離城) 인근에 있던 탑이다.]으로 가자.” 아난은 “예” 하고 대답했다. 여래께서는 곧 일어나 옷과 발우를 들고 어떤 나무 밑으로 가셨다.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자리를 깔아라. 나는 등병[背痛]을 앓고 있다. 여기서 좀 쉬고 싶다.”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하고는 곧 자리를 깔았다. 여래께서는 앉으시자 아난도 작은 자리를 깔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4신족(神足)[말하는 것으로서 즉 욕정단행구신족(欲定斷行具神足)ㆍ심정단행구신족(心定斷行具神足)ㆍ정진단행구신족(精進斷行具神足)ㆍ관정단행구신족(觀定斷行具神足)을 말한다.]을 닦아 그것을 많이 익혀 행하고 또 항상 그것을 생각해 잊지 않는 자들은 모두 원하기만 한다면 죽지 않고 1겁(劫)을 넘게 살 수 있느니라. 아난아, 부처님은 4신족을 이미 많이 닦았고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으니, 원하기만 한다면 여래는 1겁이 넘도록 살며 세상을 위하여 어둠을 없애고 이롭게 하는 일이 많아 하늘과 사람들이 안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아난은 묵묵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세 번이나 되풀이해 말씀하셨다. 아난은 그래도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아난은 악마에게 붙잡혀 정신이 아득하여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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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기미[相]를 나타내셨으나 아무것도 청할 줄을 몰랐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때가 되었음을 마땅히 알라.” 아난은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부처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고요히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 파순(波旬)[ppimant이며, 파비면(波卑面) 또는 파비야(波卑夜)라고도 하고 살자(殺者) 혹은 악자(惡者)로 한역한다.]은 부처님께 와서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에 아무 욕심이 없으시니 반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滅度)하십시오.”
부처님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내 스스로 그 때를 알고 있다. 여래는 아직 반열반에 들 수 없다. 반드시 나에게 많은 비구들이 모여야만 그렇게 할 수 있느니라. 또 그들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고, 용맹하고 겁이 없어 안온한 경지에 이르러야 하리라. 자신의 이익을 얻고 다른 사람의 길잡이가 되어서 경(經)의 가르침을 널리 펴고, 글귀의 뜻을 밝힐 수 있어야 하리라. 또 만일 다른 주장이 있으면 바른 법으로써 그들을 항복받을 수 있어야 하리라. 또 신변(神變)을 몸소 증험할 수 있어야 하리라. 제자들이 모두 그러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자들이 모이지 않았다. 또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도 모두 그러해야 하는데 그러한 이들 또한 모이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은 마땅히 깨끗한 행을 넓히고 각의(覺意)를 연설하여 모든 하늘신과 사람들로 하여금 두루 신변을 보게 할 때이니라.”
그 때 악마 파순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옛날 울비라(鬱鞞羅)[Uruvel이며, 고행림(苦行林)으로 번역한다. 마가다국에 위치한다.]의 니련선(尼連禪) 강가에 있는 아유파니구율(阿遊波尼俱律)나무 밑에서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정각(正覺)을 이루셨을 때 저는 세존께 나아가 반열반에 드실 것을 권해 청했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滅度)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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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여래께서는 곧 저에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이여, 내 스스로 그 때를 알고 있다. 여래는 아직 반열반에 들 수 없다. 반드시 나에게 많은 제자들이 모이고, 나아가서는 하늘신과 사람들까지 모두 신통과 변화를 보게 하고 나서야 멸도하리라.' 부처님이시여, 이제 제자들은 이미 모이고, 나아가서는 하늘신과 사람들까지도 모두 신통 변화를 보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왜 멸도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아, 부처는 스스로 그 때를 알고 있다.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석 달 뒤에 나는 본생처(本生處)['upavattana Mallnaṃ(末羅族의 出生地)'로 되어 있다.]인 구시나갈(拘尸那竭)의 사라원(娑羅園) 쌍수(雙樹) 사이에서 멸도할 것이다.”
그 때 악마는 곧 생각했다. '부처님은 거짓말을 하시지 않는다. 이번에는 반드시 멸도하실 것이다.' 악마는 기뻐 날뛰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악마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는 곧 차바라탑에서 고요한 마음으로 삼매에 들어 목숨을 유지해 주던 온갖 인연이 되는 요소[壽行][수명(壽命)을 구성하는 모든 인소(因素)를 가리킨다.]들을 버리셨다. 바로 그 때 땅이 크게 진동하니 온 나라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두려워 털이 곤두서지 않은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큰 광명을 놓으시자 두루 비치어 끝이 없었고, 어두운 지옥까지도 모두 그 광명을 받아 서로 볼 수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유위(有爲)와 무위(無爲) 두 가지 행위 중에 나는 이제 유위(有爲)를 버리고 안으로 삼매(三昧)를 오로지하여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같이 했네.
그 때 현자(賢者) 아난은 놀라서 털이 거꾸로 섰다. 그는 황급히 부처님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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